현재 우리나라 공교육 양상은 대학입시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만큼 대학입시정책에 따라 초·중등교육 방향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오는 2008년 전국 주요 대학 입시안의 특징을 살펴보면 내신성적과 통합형 논술시험 확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정부는 아직까지도 3불정책(본고사·고교등급제·기여입학제)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정부는 본고사 금지정책이 학교교육의 지나친 입시과열화와 이에 따른 학생들의 사교육 열풍을 잠재울 수 있는 대안으로 상당한 역할을 해주고 있다고 믿고 있다.
반면, 대학들은 기존의 내신과 수능은 변별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우수한 인재를 선발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끊임없이 본고사에 대한 미련을 갖고 있었다. 이러한 점에 착안, 각 대학들은 논술시험이란 새로운 학생선발방식을 선택하게 됐다. 물론 대학으로선 학생 선발권의 융통성이 전무한 가운데서도 우수한 인재를 선발하기 위한 묘안을 찾을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각 대학들이 내년 입시부터 논술 강화 움직임을 보이면서 초등학생들마저 특목고 입시지옥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특히, 올해 특목고의 경쟁률이 특별전형은 물론 일반전형에서도 크게 치솟은 건 서울대와 고려대, 연세대 등 주요 대학들이 논술 비중을 강화하고 특기자전형을 확대할 계획을 발표해 특목고가 명문대 진학에 불리하지 않을 것이란 인식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학교 현장은 이같은 논술형태의 입시부활에 따라 고민에 싸여 있다. 학생들은 사교육의 유혹에 빠지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지금 교육현장에선 논술지도에 전문성을 지닌 교사가 부족한 상태이다.
경기도교육청의 경우, 중·고생들을 대상으로 수리·과학 유형의 논술능력평가를 이미 실시하고 있고 부산시교육청은 내년부터 초·중·고에 논술수업을 정규과정으로 편성해 논술교육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과연 이러한 준비없는 수업과 평가가 학생들의 욕구를 얼마나 충족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교사 가운데 70% 정도는 학교에서 논술을 가르치기 힘들다고 생각하고, 논술 교육을 받고 있는 학생 70% 정도는 사교육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논술수업과 능력평가도 중요하지만 교사들이 논술을 전문성있게 지도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의 개발과 연수지원이 시급하다. 학교에서 충분히 준비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의 논술시험은 결국 학생들을 내신·수능과 함께 사교육의 광풍에 내모는 것임에 틀림없다. 정부의 속수무책인 입시정책의 틈바구니 속에서 학교 교육만 방황하고 있을 뿐이다.
/윤완 벌말초교 교감 교육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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