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성은 세계 각국의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교환학생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도 매년 학생 1천~2천명이 교환학생으로 선발돼 미국에 간다. 1년간 미국에 머무르는 동안 자원봉사로 홈스테이를 하는 가정에 머물며 학교는 공립학교에 다닌다. 필자의 세 자녀 중 두 명이 이 프로그램을 경험했다. 이들로부터 미국 학교생활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이들은 한결같이 “학교생활이 너무 재미있었다”고 말한다. 도대체 왜 학교생활이 재미있었을까.
첫째, 과목 선택이 자유롭다. 미국 고교생들도 대학과 같이 수강신청을 한다. 필수과목은 몇개 되지 않고 대부분 선택과목이기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과목을 선택한다. 1개월 정도 수강하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수강신청을 정정할 수도 있다. 자신이 선택했으니 책임감도 생기고, 학생 스스로 난이도를 고려, 선택하니 너무 어렵거나 너무 쉬워 재미없는 일을 방지할 수 있다.
둘째, 학교는 학과공부만 하는 곳이 아니다. 미국 고교에선 학과공부는 물론 예·체능활동도 강조한다. 따라서 상당수 학생들은 운동·예술클럽에 가입, 활동한다. 운동클럽은 학교 내 시합, 다른 학교와의 시합 등 실전 위주로 운영된다. 체육활동이 끝나면 예술활동이 시작된다. 예술활동 역시 음악발표회나 미술발표회 등 실전 위주로 운영된다.
셋째, 선생님이 친구같다. 미국의 선생님들은 학생들에게 매우 친절하고 학생들과 친구처럼 지낸다. 심지어 학생들이 선생님의 애칭이나 First Name(이름)만 부르는 경우도 많다.
이런 다정한 관계는 교사와 학생간 상호작용을 활발하게 해줘 학습효과를 높여주고 정서적 평안함도 준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학과공부만 주입시키는 학교, 너무 어려운, 또는 너무 쉬운 내용만 가르치는 학교, 모든 행동을 감독하는 무서운 선생님들이 버티고 있는 학교…. 이런 학교를 학생들이 좋아하길 기대하는 건 무리다. 학생들은 아직 배움의 재미를 모르기 때문에 재미를 교육과정 속에 잘 녹여 넣어야 한다. 마치 당근을 싫어 하는 아이에게 당근을 잘게 다져 아이가 좋아하는 햄버거에 넣어 주듯 말이다. 교육개혁을 거창한 정치적 구호가 아니라, 모든 학교를 재미있고 행복한 학교로 만드는 것부터 시작하는 건 어떨까?
/이병석 경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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