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교는 잡초만 무성하고

이원규 시인 테마기행예술제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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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과 아파트가 밀집된 신도시는 학생들이 넘쳐나는데, 개발제한으로 묶인 벽지의 학교는 폐교 위기이거나 폐교돼 일반인들에게 유상 임대되고 있다. 현재 학교로서 수명을 다한 폐교가 전국적으로 3천여곳이라고 한다. 이 가운데 사회교육 및 평생교육시설 등으로 80% 정도는 재활용되고 있다. 폐교는 대부분 마을에 인접한 곳에 위치해 있다. 조경이나 전기, 수도 등의 기본시설들이 갖춰져 있다. 이에 따라 건물 그대로 각종 수련캠프나 향토교육자료실, 특기·적성교육센터, 대안학교 등의 교육목적사업과 문학, 미술, 음악 등 예술창작실, 주말농장, 유기농재배 등 농업생산시설은 물론, 노인학교나 예절교실 등 유용한 공간으로 재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공익성과 무관한 임대자의 개인사업장이 되거나 건축 자재의 야적장으로 전락하는 사례도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사용료를 지불하고 임대했다고 임대자의 소유는 아니다. 폐교는 문자 그대로 문을 닫았을뿐 분명히 학교다. 한때는 지역 문화 중심지로 지역 주민들의 꿈과 희망의 발상지였던 곳이다. 이때문에 아직 임대가 이뤄지지 않은 폐교는 해당 교육청이 당연히 관리해야 하겠고 임대됐어도 임대자 실태를 파악하고 관리 감독에 소홀해선 안된다. 이미 임대입찰 때부터 허용사업으로는 교육용, 주민복지시설이나 농업생산시설, 문화예술 사업을 위한 공간, 사회복지시설 등 공익을 위한 활용으로 분명히 제한되고 있었다.

폐교의 문제는 사후관리에 있다. 폐교 임대자들의 당초 계획이 날이 갈수록 희미해지게 마련이다. 공익의 기치를 내걸고 임대했으나 수익성이나 실효성 등이 떨어지면 자금 압박을 받게 마련이다. 그곳에 살고 있는 지역 주민들조차 무엇을 하는지 잘 모르겠다면 문제가 있는 임대자이다. 최근 보도에 제주도 내 폐교시설이 전통문화와 인성교육센터로 탈바꿈해 눈길을 끌고 있다고 한다. 올해 교육특별자치구가 된 제주도의 첫 작품이다. 경기도도 현재의 폐교 현황을 파악하고 관리에 만전을 기한다면 애물단지가 아닌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새로운 교육의 터전으로 탈바꿈될 수 있을 것이다.

/이원규 시인 테마기행예술제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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