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국민 1인당 국민소득이 1만5천달러가 넘어서면서 가족과 함께 영화를 보거나 여행을 하는 횟수가 늘고 해외로 유학이나 연수를 가는 학생수가 10만명을 돌파할 정도로 교육·문화적 혜택도 많이 누리게 됐다. 국민소득이 1만5천달러이니 4인 가족의 경우는 6만달러(6천만원)를 벌어야 평균소득이 된다. 아빠 혼자 일해선 평균수준의 경제생활을 꾸려가기가 힘들어 일을 하는 엄마들이 많아지고 있다.
급기야 교육인적자원부와 고출산 고령사회위원회는 ‘일하는 아빠’와 ‘가정주부 엄마’처럼 남녀 역할을 고정시키는 교육사례를 수정해 나가겠다고 한다. 구체적인 예로 학습소재 및 삽화 등에 나오는 기존의 고정적인 남녀 역할을 주입하는 ‘일하는 아빠’나 ‘가정주부 엄마’ 등의 표현이 ‘일하는 엄마’와 ‘가사 돌보는 아빠’ 등으로 바뀐다고 한다. 일하는 엄마가 많아짐에 따라 가정에서 부모의 교육적 역할도 많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아빠는 엄격하고 엄마는 자애로워야 한다는 엄부자모(嚴父慈母)가 이상적인 것으로 인식됐었다. 전업주부인 엄마는 자상하게 자녀의 교육을 챙기고 아빠는 돈 버는 일로 바쁘니 아이들이 엄마 말을 잘 듣지 않고 말썽을 부릴 때만 엄하게 혼내는 역할을 감당해왔다.
그러나 이젠 엄마도 바쁘다. 아빠가 가끔 혼내는 역할만 해선 안된다. 아빠는 엄마의 가사를 도와주는 이외에도 엄마가 하던 교육적 역할도 일정 부분 감당해야한다. 최근에는 학생이 맞춤형으로 입시를 준비해야 할 정도로 입시제도가 다양해지고 있다. 고교도 인문고와 자립형 사립고, 실업고, 특목고, 국제고, 대안학교, 외국유학 등이 있어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이처럼 다변화된 교육상황에선 바쁜 엄마가 자녀교육문제를 혼자 결정하는 건 힘든데다 잘못된 결정을 할 가능성도 높다. 따라서 진학정보 수집, 진로나 학교생활에 대한 대화, 선생님과의 면담 등 교육적 가사일을 아빠도 분담해야 한다. 많은 교육학자들은 “엄마로부터는 생활습관을 많이 배우지만 자녀의 가치관과 도덕은 아빠로부터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고 지적한다. 이 또한 아빠가 자녀교육을 분담해야 하는 이유이다. 그동안 자녀교육에 신경을 쓰지 못했던 아빠들이 막상 자녀교육을 분담하려고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다. 자녀교육은 대화로부터 시작되는만큼 대화의 기회를 포착, 그들의 말을 듣는 것부터 시작하자. 자녀와의 대화가 아직 익숙하지 않다면 무작정 함께 산책하는 건 어떨까?
/이병석 경민대 교수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