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장없는 열린 세상

이원규 시인·테마기행예술제운영위원장
기자페이지

담장 양쪽에 붙은 철제대문을 열고 2~3중 잠금장치 현관문을 통과해야 거실에 앉을 수 있는 게 요즘의 주택구조이다. 일반주택에서도 담장을 헐면 정원도 넓어지고 일조량도 많아져 좋은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확 트인 앞뜰에 나무 몇 그루도 심고 조그만 화단이지만 화초까지 가꾸는 전원주택 같은 집은 상상만 해도 아름답지 않은가?

그런데 담장에 갇혀 사는 이유는 사생활 노출보다는 좀도둑이 들기 쉽다는 선입견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러나 높은 담장은 오히려 범인들의 은폐용으로 이용되는 반면, 차라리 담장이 낮거나 없다면 통행인들이 감시자의 역할을 하는데 괜한 기우는 아닐까.

집 주변을 빙 둘러 친 담장은 자신만의 공간이지만 한편으로는 이웃과의 단절과 차별 선언이다. 이때문에 담장을 허문다는 건 닫힌 마음에서 열린 마음으로, 나만의 개인적 공간에서 이웃과 함께하는 공동체 공간으로의 전환이다. 때늦은 후회이지만 담장을 쌓는 건축경비만으로도 아담한 화단이나 정원도 그럴싸하게 꾸밀 수 있다. 집집마다 나름대로 개성 있는 이미지를 연출한다면 다양한 부가 효과도 당연히 덤으로 얻을 수 있다. 어느 지방자치단체는 건축허가를 내줄 때 아예 담장이 없는 조건을 갖춰야 허가를 내주기로 했다고 한다.

최근 경기도청 담장도 헐었다. 경기도청 마당을 공원처럼 주민들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게 담장 철거의 취지였다. 말뜻 그대로 공공기관은 주민들의 일상생활에 필요한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하고 받기도 하는 열린 공간이다. 이처럼 관공서가 솔선해 담장을 허물기 시작한다면 학교나 아파트, 연립주택, 단독주택 등은 물론 공영기관이나 산업체 등도 자연스럽게 참여할 것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마음까지도 툭 터놓는 담장 없는 열린 세상이 될 것 같다. 요즘 세상살이가 너무도 갑갑하고 문득 담장 생각이 나 뜬금없이 이런 이야기도 써본다.

/이원규 시인·테마기행예술제운영위원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