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예찬론

이원규 테마기행예술제운영위원장
기자페이지

늦은 가을비가 진종일 내리더니 날씨가 쌀쌀해졌다. 그간 오산문화탐사 ‘우리동네 오산이야기’를 쓰기 위해 자전거를 늘 고맙게 이용했다. 작품 연재 12편 예정 중 11편이 탈고됐다. 마지막 이야기 ‘청호동에서 부산동까지’는 날씨가 더 추워지기 전에 자전거를 타고 돌아보겠다. 30여년 전, 필자의 아버지 세대만해도 자전거 1대는 생존을 위한 밑천이었다. 배달도, 장사도 자전거로 하시던 아버지가 문득 그리워진다. 학교 선생님들이나 공무원들도 자전거로 출·퇴근하며 업무를 보았다. 그때의 그들의 모습이 오늘날 더욱 정겹게 느껴진다.

그러나 예전보다 땅의 면적이 넓어진 것도 아닌데 요즘의 그들은 승용차를 이용한다. 공무가 끝나면 휑하니 빠르게 빠져나가기 위해서라면 실례일까? 그러나 현실이다. 과거처럼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서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는 선생님도, 조그만 동네 앞 상점 평상에서 주민들과 어울려 민원을 청취하던 예전의 공무원들의 모습도 사라진 지 오래다. 자전거는 다른 교통수단들과 달리 짐승을 이용한다거나, 공해를 유발하는 석탄이나 휘발유를 태우지도, 전기나 화학물질을 이용하지도 않는다. 말과 뜻 그대로 사람의 힘으로 열심히 페달을 밟으면 앞으로 나아간다.

몇해 전 필자는 ‘자전거 도시’ 로 알려진 경북 상주시를 견학한 적이 있다. 그곳 시민들은 역시 자전거 이용을 생활화하고 있었다. 승용차를 비롯한 차량들도 자전거 탑승자들을 우선 배려한다. 등·하굣길이나 출·퇴근길 남녀노소가 질서정연하게 이동하는 자전거 행렬은 장관이었다. 자전거는 보행의 약 4배 이상의 속도를 낼 수 있다. 도심지에선 오히려 교통체증을 피하며 기동력을 발휘할 수도 있고 좁은 공간에서도 주차가 가능하다. 물론 현 실정의 도로망이 자전거 타기에는 여간 불편하지 않다. 지금부터라도 도심의 가까운 거리에 살고 있는 공무원들부터 솔선,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집이 멀다면 당연히 가까운 직장 곁으로 이사하는 게 참 공복이 아니겠는가? 자전거도로가 잘 됐는지, 잘못 됐는지는 본인들이 이용하다보면 저절로 알게 될 것이다.

/이원규 테마기행예술제운영위원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