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도 식량안보 중요

박원식 농협 인천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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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곡물시장이 심상찮다. 농림부의 세계 곡물수급동향 및 대책에 따르면 올해 곡물생산량은 19억6천700만t으로 지난 2004년 이후 최저 수준인 반면, 소비량은 지난 75년 이후 최고 수준인 20억4천300만t으로 소비량이 생산량을 크게 웃돌 전망이다. 중국의 쌀 소비량 증가 등으로 세계시장 쌀 재고율도 지난 74년 이후 32년만에 최저 수준이 예상된다.

현재 우리의 식량 자급률은 25%대 수준이다. 지난 98년까지만 해도 33%이었으나 갈수록 줄고 있다. 그것도 쌀을 제외하면 5% 수준이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일본과 더불어 가장 낮은 수준인데 프랑스 222%, 영국 125%, 스웨덴 103% 등에 크게 밑도는데다 중립국인 스위스(53%)에도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식량 자급률 면에서만 본다면 우리는 21세기 세계에서 가장 안보능력이 뒤떨어진 나라이다.

이같은 현상은 비교우위론에 입각한 개방론 영향 때문이다. 리카도가 200년 전 설파했던 비교우위론은 오늘날 식량자급률을 위기에 몰아넣고 있는 이데올로기가 되고 있다. 국내 일부 경제계와 학계, 언론계는 물론 정부 관료까지 모두 비교우위론 마술에 걸려있다. 이들은 틈만 나면 “농업은 시급히 구조 조정해야 할 비교열위의 산업”이거나 “싼 농산물 수입하고 비싼 공산품을 팔면 될 일”, 또는 “쌀도 관세화로 수입하는 게 국민경제를 위해 이익” 등으로 여론을 호도한다. 이들에게 식량자급률, 식량의 무기화 등의 논리는 시대의 흐름에 뒤떨어진 낡은 사고일뿐이다. 농산물 수출국들은 무역자유화를 통해 식량안보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식량수출국의 경제가 악화되거나 식량부족사태가 발생하면 식량수입국은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꼴’이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무역자유화를 통해 식량안보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건 강대국 논리일뿐이다. 국제사회 현실은 자국의 이해관계와 관련해선 매우 냉혹하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경제적 효용성만으로 농업을 평가 절하하는 비교우위론이 우리 사회 지도층에 만연돼있는 한 식량안보체제 확립은 요원할 수 밖에 없다. 세계 쌀 재고율 급락이 우리에게 당장 영향을 주지는 않겠지만 기상재해 등으로 쌀 부족사태가 발생할 수 있는만큼 식량안보차원의 철저한 대비가 있어야 한다.

/박원식 농협 인천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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