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3일은 반기문 외교통상부장관이 UN 사무총장으로 결정돼 수락 연설을 한 날이다. 충북 음성 출신의 시골 소년이 세계의 대통령이라고 할 수 있는 UN 사무총장이 된 날이다. 국민들은 정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것처럼 기뻐했다. 각 매스컴들마다 반 장관에 대해 크게 보도했다. 반 장관이 고교시절 영어웅변대회에서 입상, 백악관을 방문, 케네디 대통령을 만나 외교관의 꿈꾸게 됐다는 사실도 보도했다. 반 장관이 진정 글로벌 리더인 UN 사무총장이 됨을 계기로 글로벌 리더에 대해 생각해 본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많은 학교들의 교육목표는 지·덕·체가 가장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최근 가장 흔하게 접할 수 있는 교육목표는 ‘세계문화를 선도하는 글로벌 리더 양성’이다. 글로벌 리더란 추상적인 교육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구체적으로 어떻게 교육시켜야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은 영어교육만 잘 시키면 글로벌 리더는 저절로 양성되는 것으로 착각한다. 세계에는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인구가 3억8천만명 정도,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는 인구가 3억7천만명 정도 있다. 이들이 다 글로벌 리더가 될 수 있는 건 아니다. 영어구사능력은 글로벌 리더의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
반 장관은 유학파가 아니다. 더구나 조기유학파는 더욱 아니다. 그의 영어 발음에는 구수한 된장 냄새가 숨겨져 있다. 그러나 의사소통에는 전혀 지장이 없는 정확한 영어 표현력을 갖췄다. 자녀들을 글로벌 리더로 만들겠다는 꿈을 꾸며 조기유학을 시키는 부모들은 다시 한 번 생각해야 한다.
그럼 글로벌 리더로서 더 중요한 건 무엇일까? 인품과 실력이다. 반 장관이 UN 사무총장이 된 건 영어를 잘했기 때문이 아니다. 대부분의 매스컴들은 그가 안보리의 만장일치로 UN 사무총장에 선출된 이유를 온화하면서도 성실한 인품과 거대한 UN 조직을 이끌어 나갈 수 있는 확실한 실력을 들고 있다. 여기서 ‘글로벌 리더 양성’을 교육목표로 하는 학교들은 시사하는 바를 얻어야 한다. 영어를 앵무새처럼 듣고 따라 하는 정도의 영어기술을 훈련시키는 것으로 글로벌 리더를 양성하고 있다고 착각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세계의 다양한 문화를 포용할 수 있는 인품과 세계인들에게 유익을 줄 수 있는 실력을 갖춘 리더를 양성해야 한다. 이런 인품과 실력이 영어로 표현될 때 비로소 글로벌 리더가 되지 않을까?
/이병석 경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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