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를 통한 아이들의 정서교육

최근의 아이들은 부모와 함께하는 시간이 줄고, PC나 스마트폰 게임 등 혼자 노는 것에 몰두하면서 주변과 교감하는 방법을 잊어 버렸다. 가족 간의 대화가 부족해지면서 자연스레 또래와 소통하는 법도 잊어버린 아이들은 결국 남을 이해하지 못하고 스스로의 감정에만 집중해 남의 고통을 못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아이들에게 감성을 기르고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존경을 심어주기 위한 정서교육이 시급하다. 편지가 그 역할을 할 수 있다. 어릴 적 편지를 써본 경험을 떠올려 보라. 편지를 쓸 때는 몇 번이고 머릿속으로 할 말을 생각하며 정성스럽게 한자 한자 적어 내려간다. 때론 감정에 치우친 격한 글을 적어 내려가다가도 어느새 마음을 추스르고 써내려간 글을 보며 스스로 반성해 새로운 종이를 펼치기 일쑤다. 이처럼 편지는 스스로의 감정을 조절하고, 생각을 정리할 수 있게 도와준다. 또한 편지를 쓸 때는 항상 받는 사람을 머릿속에 그리며 그 사람의 입장에서 글을 쓰기 때문에 상대에 대한 이해를 좀 더 깊이 할 수 있게 해준다. 거기다 문자나 이메일과는 달리 쓰는 사람의 정성이 담겨있어 받는 사람도 단순히 글을 보는 것이 아니라 보낸 사람의 마음을 보게 된다. 또 다른 편지의 장점은 평소 쉽게 하지 못했던 감정의 표현을 훨씬 수월하게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것이다. 감사하다는 말, 사랑한다는 말, 그리고 미안하다는 말이 넘쳐나는 세상에 폭력이 발붙일 자리는 없다. 최근 일련의 학교폭력사건에 대해 정부와 학교, 지역사회 등에서 법적, 제도적으로 다양한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한 노력들이 지금의 사태를 어느 정도 진정시킬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근본적인 변화를 위한 아이들의 정서교육이 우선되어야 한다. 그래서 인성교육이 중요한 것이다.경인지방우정청은 지난해 한국편지쓰기가족과 함께 경인 지역 30여개 초등학교에서 편지쓰기강좌를 열어 아이들에게 편지문화를 보급해 왔다. 지난해에는 아버지를 주제로 편지쓰기 대회를 열어 학생과 일반인들의 편지쓰기를 장려하고, 각급 초등학교의 우취반을 지원하는 등 잊혀져가는 편지문화를 되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금부터라도 내 아이들의 정서교육을 위해 편지쓰기를 생활화 하도록 가르쳐 보자. 예쁜 편지지와 우표 한 장이면 충분하니 큰돈도 들지 않는다. 작게는 아이의 감성과 논리적인 사고를 기르는 것에서부터 크게는 우리사회를 바꿀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작지만 강한 교육이 될 것이다.김기덕 경인지방우정청장

매너와 윤리

미국의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이 어렸을 때, 평판이 나쁜 친구 집에 놀다 오겠다 하자 아버지가 조지를 석탄을 쌓아둔 광으로 데려가 얼마간을 보내게 했다. 광 밖에 나왔을 때 조지의 옷에 검정이 여기저기 묻어 있는 것을 보고 아버지가 말했다. 애야 아무리 조심해도 검정을 묻히지 않기가 어렵지. 친구도 그런 거란다. 부자가 되려거든 부자 친구를 두는 것이 좋다는 말이 있다. 친구로 가깝게 지내게 되면 부자의 습관, 생각하는 방식을 은연 중에 배우게 된다. 마찬가지로 국격을 높이는 좋은 방법은 국격이 높은 나라를 왕래가 잦은 친구나라로 하여 그 나라의 좋은 예를 꾸준히 배우고 익혀나가는 것이다.다행이 우리나라는 지난 50년간 자유화와 개방정책에 힘입어 경제분야를 필두로 많은 부문에서 평판이 좋아졌다. 또 세계화된 환경에서 다른 나라의 좋은 예를 쉽게 접하고 익힐 수 있게 되었다.윤리는 사회적 규범, 규칙, 관습을 존중하고 준수하는 데서 시작한다. 예의나 예절이 제대로 되지 못한 사람이 윤리적으로 조직을 운영할 수 있을까? 공중도덕을 잘 안 지키고, 질서를 잘 안 지키고, 자기 편한 대로 하는 이들이 윤리적일 수 있을까? 타인에 대한, 더불어 사는 사람에 대한 배려가 없는 사람이 윤리적일 수 있을까? 남의 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 하거나 공공시설의 비치물품을 함부로 쓰는 사람이 윤리적일 수 있을까? 경제 사회 문화 정치 국제관계의 선진화 다 중요하지만 매너 없는, 배려심 없는, 무례한 인간들이 판치는 사회가 좋은 사회일까?이런 절망적 상황을 개선하는 길은두가지라 본다. 첫째는 교육이고 둘째는 위반자에 대한 벌이다. 서양사회에서 제대로 대우 받고 있는 유일한 동양국가인 일본은 사회교육 자체가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데 중점을 두고 있기도 하지만, 1984년 동경올림픽 이후 해외여행 붐이 일어났을 때 매년 1천만 명을 내보낸다는 목표 아래 품격 일본이라는 국민상을 해외에 알리기 위하여 정부차원의 다양한 노력을 한 예가 있다. 벌과 관련 선진국에는 하나같이 주변사람에게 피해를 주거나 질서 위반자에 대하여 엄격하다. 독일에서는 갓길 주행은 면허 취소 사유가 되고, 공공장소에서 술에 취한 모습을 보이면 구금사유가 된다. 주민들 스스로도 신고 등 권익 보호에 적극적이다.국격을 높이기 위하여, 나아가 윤리적인 사회로 가기 위하여는, 먼저 좋은 매너를 갖춘 사람들이 주류가 되는 사회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 바른 순서이다.강정호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부러움의 눈물

이번 겨울 멀리 우즈베키스탄에서 공무원으로 일하는 세 명의 여성이 경기도어린이박물관을 방문했다. 꼼꼼히 박물관을 돌아보면서 이것저것 캐묻더니 급기야는 눈물을 흘렸다. 그 이유는 이런 어린이박물관이 모국에는 없기 때문. 무엇이 그렇게 부러워 마스카라가 번지는 줄도 모르고 눈이 시꺼메지면서까지 눈물을 흘린 걸까?이들의 눈물은 새삼 나에게 어린이박물관에 대해 생각해볼 계기가 됐다. 세계 최초의 어린이박물관은 미국 브루클린에 있는 자연사박물관 큐레이터들의 어린이에 대한 특별한 관심에 의해 탄생하였다. 아이들이란 박물관에 오면 진열장 안에 있는 것들을 훅 훑어보고 그냥 지나쳐 버리는 게 보통이므로 이를 안타까이 여겼던 큐레이터들이 아이들의 흥미를 붙들고자 만지며 탐색할 수 있는 조개나 동물뼈 등을 박물관에 내놓으면서부터다. 어린이박물관의 고유명사로 자리 잡은 현재의 체험식 전시는 1950대 이후 아동교육이나 아동발달심리학자들의 이론을 기초로 아이들의 발달에 맞게 고안된 것이다. 1970년대 이후엔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여 이제 세계도처에 400개 이상의 어린이박물관이 설립되었으니 아직 모국에 이러한 기관이 없다는 것이 얼마나 안타까웠을까? 세계 최대 규모의 인디애나폴리스어린이박물관도 그 지역 사람이 동부에 있는 어린이박물관을 방문하고 감탄하며 돌아가 어린이 교육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호소함으로써 후원금에 의해 세워졌다.또 얼마 전 제2회 아시아어린이박물관 콘퍼런스를 열었던 필리핀어린이박물관이나 우리나라 최초의 어린이박물관인 삼성어린이박물관은 어떠한가? 모두 미국의 선진형 교육을 하는 어린이박물관의 체험식 전시에 매료되어 적극적인 관심을 표명한 결과였다.어떤 일이건 몇 사람의 안목과 열정에 의해 결정되지만, 경기도에 어린이박물관이 세워진 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경기도에는 아이들과 가족이 함께 즐길 만한 곳이 많지 않다. 더욱이 저렴한 가격에 이러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곳은 전 세계에도 없다. 그런 면에서 나는 자부심을 느낀다. 이번에 어린이박물관에서 새롭게 부모특강을 준비했다. 어린이박물관 특성상 가족들이 함께 오기에 부모 중 한 사람이 아이를 돌보고 다른 한 부모가 강의를 듣기를 기대하며 프로그램을 열었다.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전시장에서 놀기를 거부(?)하고 강의를 들었다. 참으로 젊은 부모들이 멋지다는 생각을 하며 앞으로 어린이박물관에서 아동교육뿐 아니라 부모교육까지 활발히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부모의 변화와 함께 우리나라 아이들의 밝은 미래를 점쳐본다.이경희 경기도어린이박물관장

법관도 계약직 공무원인가

법조계에 입문하여 들은 우스갯소리 중에 법관은 산에 오르더라도 사법연수원 성적순으로 오른다라는 얘기가 있었다. 그런 이유로 법관 임용을 염두에 둔 사법연수생들은 피 말리는 성적경쟁을 하고, 시험을 보는 중에 과로사한 연수생도 있을 정도였다. 그 당시에는 연수원 시절만 잘 버티고 나면 다시는 시험경쟁이 없을 것으로 알고 모두 사력을 다한 것 같다.최근 근무 평점 미달을 이유로 재임용에 탈락한 법관이야기를 들으면서 평가는 계속되는 구나라고 씁쓸하게 혼잣말을 되뇌었던 적이 있다. 이런 일이 발생하니 이제 법관도 계약직 공무원이 되는가 하는 의문이 든다. 그동안 재임용에서 탈락한 법관은 3명으로 이들의 공통점은 어떤 형식이든지 그 당시 사회적 이슈에 오르내렸던 인물이다. 이번의 경우는 근무 평점이라는 성적표를 문제 삼았다는 점이 다르다 할 수 있다.매년 수십 명의 재임용심사가 이루어지고, 그 중 상대적으로 근무 평점 불량의 판사가 없지 않았을 터인데 왜 그들에게는 같은 기준이 적용되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그동안의 법관에 대한 근무 평점은 승진을 위한 자료가 될지언정 방출목적으로 작용하지 않았다. 또한, 마땅히 그래야만 헌법정신에도 부합된다고 여겨진다. 만약 세간의 의심대로 당사자가 SNS에서 논란을 일으킨 연유로 이런 화를 자초하게 되었고 이것이 숨은 진실이라면 이는 우려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왜냐하면, 헌법상 보장된 법관의 신분이 10년 계약직 공무원으로 전락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한편, 이를 계기로 근무평정을 재임용 자료로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근무평정제도 자체의 투명성도 새삼 재고되어야 할 것이다. 만약 근무 평점의 항목이나 점수평가지표 등이 사전에 공개된다면 점수인생(?)에 누구보다 단련된 법관들의 분발과 개선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이고, 근무평정 제도의 공정성을 둘러싼 논란이 사라질 것이다.법관은 판결로만 얘기한다는 불문율에 가까운 금언이 있다. 그러나 법관도 사적 인간관계 내에서 잡담 정도를 할 권리는 있다고 본다.가카빅엿이라는 논란의 표현도 그 범주에서 이루어진 것이라면 이 부분만 도려내어 가카빅엿판사 운운하는 것은 사안에 비해 의미를 지나치게 부각시킨 측면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인다. 결국, 법관도 평가의 대상이 되어야 함은 마땅하다. 하지만, 법관이 밀실의 평가에 의해 10년 직 계약직 공무원으로 전락하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을 것이다. 법관은 민주주의 체제에서 개인의 재산과 권리를 지켜줄 최후의 보루이기 때문이다.양진영 법무법인 온누리 변호사

다문화교육, 장기적 대책 마련 중요

지난 2010년에 경인교육대학교에서 다문화교육을 주제로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했다. 미국의 한 학자가 교육송유관이라는 개념으로 미국 다문화교육의 문제점을 소개한 바 있는데, 이는 우리에게 큰 시사를 주었다. 유치원에서부터 고등교육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송유관에 비유하자면, 송유관 품질의 문제에서든 외부에서의 충격에 의해서든 자주 누수 현상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미국의 경우 송유관에서 누수가 생기는 계층은 대부분 다문화 학생들이라는 것이다. 초중고교, 대학으로 올라갈수록 탈락자 대부분이 다문화 학생들이라는 통계를 제시하였다. 특히 언어문제로 초등학교에서부터 학습부진아가 되면 학습결손이 누적되어 상급학교로 올라갈수록 탈락률은 높아진다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유입되는 다문화 학생은 더욱 늘어나고, 덩달아 탈락자의 수도 더욱 늘어나고 있어 이 때문에 발생하는 사회적 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고민을 털어놓았다.오랜 기간의 다문화사회를 경험한 미국에서도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데, 별다른 준비 없이 다문화 사회에 진입한 우리는 실로 걱정되는 바가 크다. 특별한 대책 없이 이대로 가다가는 중학교, 고등학교 등으로 올라가면 학습결손에 따른 여러 가지 심각한 문제들이 발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학교현장의 교사들은 담임을 맡은 학급이나 수업에서 처음 겪어보는 다문화 학생 문제로 당황하는 경우가 적지 않고, 이는 단순히 학습결손의 문제를 넘어 가정 문제, 문화의 차이에 따른 생활지도 문제, 진로 문제 등 교사가 혼자의 힘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호소하고 있다. 즉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제 우리의 학교 현장에서도 다문화 가정이 많은 경기도나 인천광역시 등의 지자체를 중심으로 국가 차원에서 과감한 교육투자를 통해, 다문화 학생들이 언어와 문화, 생활습관 등의 차이 탓인 차별의 불이익을 당하지 않고, 다문화사회에서 오히려 든든한 재목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그리고 다문화교육은 그 대상을 다문화 학생에게만 국한해서는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양질의 다문화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벌여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더욱 건강하고 성숙한 다문화 선진국으로의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교육문제도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아 우려된다. 적어도 교육현장만큼은 교육의 논리로 정책들이 결정되기를 바란다. 포퓰리즘에 휩쓸린 단기적인 정책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보다 다문화사회를 대비한 장기적 교육정책들이 수립되기를 기대한다.정동권 경인교육대학교 총장

명랑하라! 청년이여

2월은 바야흐로 졸업시즌이다. 그러나 오늘의 졸업식 풍경을 보면, 우리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접하게 된다. 우리의 청년 시절 졸업식이란 비로소 성년이 된다는 설렘이 있었다. 그 성년이 된다는 것은 물리적인 나이듦에 기인하기보다는 사회의 구성원이 된다는 점에서 비롯됐다. 반면, 오늘날 졸업식에서 만나는 청년의 얼굴에는 근심과 초조함이 있다.졸업식에 참여하지 않는 학생도 상당수라고 한다. 이러한 졸업식 풍경의 변화 이면에는 청년실업이라는 가슴 아픈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현대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011년 1월부터 10월까지 집계된 청년실업자는 32만4천명(7.7%)이지만, 구직단념자 등 사실상 실업 상태에 놓인 청년까지 포함하는 사실상 실업자는 110만1천명(22.1%)에 이른다. 최근에 이들을 가리켜 88만원 세대, 3포 세대(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세대) 등의 단어를 통해 그 암울함을 표현하고 있기도 하다. 얼마 전 한 취업 포털사이트에서 신입구직자 492명을 대상으로 취업함에 있어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조건에 대한 취업마지노선 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답변으로는 정규직 여부(64.8%)가 가장 많았고, 다음이 연봉(44.7%), 직종 (44.3%), 기업소재지(24.2%), 기업규모(14.6%)의 순이었다. 이 취업 마지노선의 답변을 살펴보면서 청년들의 현실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취업의 질이 양극화되어 가는 현상을 지켜본 청년들은 청춘의 특권인 모험과 도전을 선택하기보단, 안정적인 직장을 선호하게 된 것이리라. 따라서 지금의 청년실업 문제 해소 방안을 논의할 때, 이러한 취업 질의 양극화 현상에 대한 심각한 고려가 필요하다.필자는 이러한 양극화 해소를 위한 방안으로 우선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의 양성을 이야기 하고 싶다.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 양성을 통하여 구인 스펙트럼을 넓히게 되면 다양한 계층이 고용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지게 되고 이는 지금의 스펙 쌓기에 소진되는 사회적 비용을 줄이게 된다. 또한, 중소기업의 경쟁력이 높아지면 중소기업의 근무조건 향상을 기대할 수 있는데, 이 덕분에 앞서 말한 취업의 질 양극화 현상 또한 해소될 수 있다. 유난히 춥고 긴 겨울을 보내고 있는 2012년 2월, 졸업을 하는 모든 청년들에게 말하고 싶다. 여러분의 청춘(靑春)은 그 자체가 눈부시다고, 서점에서 본 어느 책의 제목을 빌려 명랑하라! 청년이여라고.이종광 인천경영자총협회 부회장

사회적폭력에 학교폭력으로 맞서다

경찰들은 삼엄한 감시를 하고 있다. 잔뜩 주눅이 든 아이들이 불심검문을 당하고 있다. 경찰들은 마치 확신범을 찾고 있는 듯하다. 이 살벌한 광경은 졸업식날 중학교 정문에서 벌어지고 있다. 학교폭력문제가 사회문제가 되자 경찰이 나섰다. 일진소탕작전, 학교폭력 관리대상 학생 명단작성, 학교폭력 방치 교사 기소의견 검찰 송치 등 마치 범죄와의 전쟁을 벌이듯 하더니 급기야는 졸업식장까지 경찰이 나타났다.학교폭력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고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 그런데 이런 방식이어선 절대 안된다. 원인에 대한 진단이 틀려서 해결 또한 잘못된 길로 들어섰기 때문이다.정부는 이 문제의 원인을 문제아들에서 찾고 있는 듯이 보인다. 따라서 피해자의 제보에 의존해서 가해자를 색출하고 격리, 처벌하려고 한다.또한, 학교폭력 문제로 학교장과 교사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봐서 경찰은 문제가 발생하면 학교당국을 심문할 태세다. 정부는 학교폭력 해결을 경찰에서 찾는 분위기다.학교폭력은 결코 개인의 문제만은 아니다. 근본적으로 이 문제는 청소년에 대한 사회적 폭력에서 발생한 것이다. 입시 지옥에서 우리의 청소년들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시험공부에 매달리고 있다. 학벌에 따라 직업과 임금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청소년의 적성과 개성은 무시된다. 대학가야 사람이 되기 때문에 청소년은 사람취급을 받지 않는다. 학교 정문에서 인격이 멈추었기 때문에 학생들은 사람이 갖추어야 할 권리, 인격, 연대와 협동, 차이와 개성을 배우지 않는다.이러한 상황에서 청소년들은 극도의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된다. 신음을 하면 문제행동으로 낙인찍힌다.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청소년의 70% 정도가 우울증이 있으며, 그중 40%는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로 심각하다. 1년이면 200여 명의 아이들이 자살하는 나라다. 청소년들은 창살 없는 감옥에 살고 있다. 이들이 자살하면 나약하기 때문이고 폭력을 행사하면 가정이나 학교의 관리감독 소홀 때문이다.진단을 달리해야 한다. 사회적 폭력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이 학교폭력인 것이다. 가해자이든, 피해자이든, 방관자들이든 청소년은 모두 폭력적 사회의 피해자, 희생자인 것이다. 따라서 경찰이 아니라 이 문제는 사회가 맡아야 한다. 사회가 인식을 바꾸고 사회적 폭력을 중지시켜야 한다.무엇보다도 이 사회는 청소년들이 인간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차이가 편안하게 드러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경찰의 처벌이 아니라 이 사회의 근본적인 성찰이 학교폭력에 대한 해답이다.유해숙 인천시교육청 교육복지연구지원센터장

[천자춘추] 인성·창의력 키우는 조기 음악교육

필자가 재직하는 아트센터의 비전 중의 하나는 어린이가 자라나는 극장이다. 아트센터만이 할 수 있는 예술교육을 통해 잠재된 소양을 개발하자는 목표가 있다. 또한, 예술교육을 통해 세상이 혼자가 아니라 주변에 많은 사람과의 관계 그래서 결코 인생이라는 것이 외롭지 않다는 인성교육을 하고자 하는 취지가 있다. 특히 어린이연극학교는 40명 정원에 접수 하루 만에 마감되는 아트센터의 대표적인 예술교육 프로그램이다.아트센터 근처에 인천상정초등학교가 있다. 며칠전 77명의 졸업생이 배출되었다. 행사가 진행된 장소는 최근에 만들어진 드림 홀이라는 곳으로, 작은 강당이다. 학부모를 다 수용하지 못해 옆에 빈 강의실에서 영상으로 중계했다. 예전의 졸업식하고는 확연히 달라진 행사가 눈에 들어왔다.77명의 졸업생에게 교장 선생님이 일일이 졸업장을 전달하고, 정면 스크린에는 졸업생 하나하나의 나의 꿈, 나의 다짐이 비치고 있다. 하루하루가 새로운 삶이다. 그 하루를 즐겨라. 하루를 가치 있게 살아라, 오늘 속에 이미 내일의 시작이 있다라는 글귀가 눈에 들어온다. 필자는 인천상정초등학교 지역운영위원이다. 개방형 공모로 임용된 교장 선생님이 첫 인사로 아트센터에 오셨을 때, 예술교육을 통한 창의성 계발의 중요성을 말씀드렸던 것 같다. 그 후 인천에서 특성화 교육 지정학교로 상정초등학교가 오케스트라를 만들게 되었고, 필자는 이 학교의 지역 운영위원을 맡게 되었다. 60명의 학생으로 구성된 오케스트라는, 일취월장했고, 첫 연주회는 놀라움이었다.베네수엘라 기적의 오케스트라, 엘 시스테마가 있다. 음악교육을 통한 사회적 변화를 추구하는 목적으로 시작되었다. 엘 시스테마 출신의 대표적인 음악가로, LA 필하모닉 상임지휘자로 활약하고 구스타보 두다멜이 있다. 그가 엘 시스테마를 이끌고 지난 2008년 한국에서 첫 콘서트를 가진 적이 있었다. 200명 가까운 오케스트라가 무대를 가득 채우고 콘서트가 진행되었을 때 그 어느 연주회하고는 확연히 다른 느낌이 관객들에게 전달되었다. 그들의 음악에 대한 애정이 고스란히 감동을 전달되었다. 인천상정초등학교 오케스트라 음악교육도 올해도 계속된다. 지도교사는 체육선생님이다. 그분은 음악교육을 위해 대학원에서 지휘를 공부하신 남다른 열정의 소유자이시다. 이 날 졸업식 마지막은, 운동장에서 졸업생들의 꿈을 담은 풍선 날리기로 마무리되었다. 그들이 전문적인 음악가가 되지 않더라도, 음악을 통해 사회의 변화를 가져오는 성인으로 성장하길 간절히 기원해 본다.조 경 환 부평아트센터 관장

‘부러진 화살’은 어디로 날아가는가

영화 부러진 화살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전직 사립대교수가 해고무효 확인소송의 2심 재판장 집을 찾아가 패소판결에 대한 응징차원에서 석궁으로 위협하다 결과적으로 위해를 가한 희대의 사건을 다룬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이에 대해 법률가의 촉각이 비로소 발동되기 시작한 것은 위 석궁재판 피고인의 죄명이 살인미수라는 얘기를 들으면서였다. 살인미수, 그렇다면 피고인은 고의로 재판장을 살해하기 위해 석궁을 발사했다는 말이 되는데 이럴 때 피고인이나 변호인은 정말 궁지에 몰린다. 본 건의 경우 피고인에게 징역 4년이 선고확정되었고 살인미수치곤 그리 중형은 아니네라는 소회만 남긴 채 기억 속에서 사라져갔다.그런데 영화가 화제가 되고 나서 현직 변호사로서 공감하는 사실이 하나 있다. 겸허하게 경청하지 않는 재판부는 결과 여하에 상관없이 불신을 자초할 수밖에 없다는 불편한 진실이다. 실제 이번 석궁재판에서도 피해자 판사의 진술이 일관되지 않아 사실 관계를 명백하게 하기 위한 증인신청, 피해자 옷으로 주장하는 옷가지의 입수경위, 옷에 묻은 혈흔에 대한 감정신청, 석궁에 맞았을 경우 전치 3주밖에 나지 않는지에 대한 석궁발사실험신청, 왜 중간에 입은 와이셔츠에는 혈흔이 없는지에 대한 전후관계 사실조사, 마지막으로 결정적 증거인 부러진 화살은 어디로 사라졌는 지와 관련하여 목격자에 대한 증인신청 등은 이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한 가장 기본적이고 상식적인 피고인의 방어권인데 당시 재판부는 이를 전부 묵살했다. 왜 그랬을까. 재판에서 변호하는 일을 업으로 하다 보면 사실 이런 일을 전혀 겪지 않는다고 말할 수 없고 그럴 때마다 느끼는 것은 심한 자괴감과 분노이다. 속으로만 판사는 궁예의 관심법이라도 전공한 걸까. 아니면 뱀파이어 검사처럼 과거의 사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초능력을 가진 것일까.어떻게 저리 단정적일 수 있는 것인가라고 소심하게 투덜거리는 정도였는데 본 건 사건의 변호인은 정말 적지 않은 용기를 가진 사람이라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본 건의 경우 최대한 원점에서 사건을 재구성해 보고자 노력하는 절차적 투명성이 보장되었다면 이렇게까지 사회적 논란이 확산될 수 있었을까.이제 석궁재판이 재심에 회부되지 않는 이상 부러진 화살은 어디로 날아갔는지 아무도 모르게 되었다. 그러나 또 다른 부러진 화살(불편한 진실)은 후폭풍을 타고 어디론가 날아가고 있다. 과녁은 어딜까. 비단 사법부에 국한하지 않을 것이다. 추측하건대 한 줌의 권력과 재물의 힘만 믿고 기득권에 안주하면서 소통을 게을리하는 모든 대상을 향하여 날아갈 것이다.권불십년, 권력자든 재벌이든 법조인이든 가리지 않고.양진영 변호사

‘학교’라는 이름으로

요즘 몇몇 학생들의 자살로 촉발된 학생폭력 사건으로 학교가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한국교육계발원장명으로 학생 개개인에게 설문지를 보내 폭력 실태를 파악하고, 경찰에서도 학교폭력 해결을 경찰 업무의 최우선 순위에 두고 예방 및 근절 활동을 펴고 있으며, 국무총리 주재로 관계 장관 회의를 열고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학교는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축소판과 흡사하다. 다양한 개성을 지닌 학생들 간에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하여 강자가 약자 위에 군림을 하려하고 하고, 물질만능의 시류에 편승하여 금전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학교가 교육을 통해서 지속적으로 행동을 변화시키고 인간다움을 길러주려고 노력을 하고 있지만, 우리사회가 복잡한 산업화와 급격한 정보화 사회로 변화되면서 고도의 전문기술과 지식이 없으면 도태되는 현실과 극단적 이윤추구에 몰입된 사회적 풍토에서는 인성 중심의 학교교육의 가치도 붕괴될 수밖에 없게 되었다. 학교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문제는 교사와 학생간의 문제라기보다는 학생과 학생간의 문제이다. 하지만 최근 이슈가 되는 인권문제는 학생과 교사, 학생과 교육 제도의 현실과의 문제에 모든 초점을 맞춘 학생인권이 우선되다보니 학교에서는 교육적 지도 력을 거의 발휘할 수 없게 되었다. 인권은 인간 그 자체의 존엄함의 가치를 최고로 하는 신성불가침의 영역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타인의 인격을 침탈하고 피해를 준 사람의 인격도 극단적으로 보호되어야만 한다면 그 피해는 결국 약자들이 고스란히 감내해야 되게 되어 인권의 의미는 모호해지게 된다. 짧은 길이의 교복 치마, 진한 화장, 노랗게 머리를 염색하고, 무단결석을 하고, 수업에 나태해도 교육방법이 없고, 친구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금품을 갈취하고 집단으로 따돌림 시키는 학생들을 지도할 뚜렷한 방법이 없다. 정학도 퇴학도 시킬 수도 없고, 전학을 보내려고 해도 본인이나 학부모가 반대하면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당국이 늦게나마 학생간 폭력 문제에 초점을 두고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다행이다. 현재 심사숙고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는 대안들이 일회성이 아니고 학생폭력을 근원적으로 근절할 수 있는 방안이 되었으면 한다. 나아가 한 번의 실수가 평생의 실수가 되는 법적으로의 해결 방법보다는 교육적 방법으로 해결되는 것이 우선되는 지혜로움이 필요하며, 인성교육을 강화하고 학교의 자정능력을 키워주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또한 학교폭력이라는 용어도 학생폭력이나 청소년 폭력이라는 용어로 바꾸어주어 학교가 폭력집단처럼 보이지 않도록 배려해주었으면 한다.김정렬 인천 용유중학교장

편지와 컴퓨터의 기막힌 동거

66년 전인 1946년 오늘(2월15일), 미국 필라델피아 펜실베니아대학 특설실험실에서 세계최초의 컴퓨터인 에니악(ENIAC:Electronic Numerical Integrator And Computer)이 탄생했다. 1만8천800개의 진공관으로 이루어진 이 최초의 컴퓨터는 9만7천367의 5천승을 순식간에 계산하며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당시 타임지는 1백 명의 전문가가 1년 걸려 풀 문제를 단 2시간 만에 풀었다며 현장의 흥분을 전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고작 66년 만에 우리가 사는 세계는 더 극적으로 변했다. 교통, 통신, 에너지 등 모든 분야에 컴퓨터가 응용되면서 이제는 컴퓨터가 없이는 하루도 유지될 수 없는 세상이 된 것이다. 이메일의 발달로 편지마저 컴퓨터가 배달하게 되자 한때 세간에선 우체국의 집배원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시대의 변화에 따라 고지서나 상품전단, 택배 등 새로운 우편물이 늘어나 지난해만 48억 통이 넘는 우편물이 우체국에 접수됐다.30년 전 우리나라 전체 우편물이 5억 통 수준이었던 것에 비하면 오히려 10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컴퓨터가 우체국의 편지시장을 잠식은 하나, 다른 한편으로는 우체국 업무의 생산성을 높이는 수단으로서 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이다.특히 한국우정은 지난 2005년 우편배달업무에 IT 기반의 통합정보시스템인 우편물류시스템(포스트넷)을 도입하며 획기적인 변화를 이루었다. 우편물의 접수에서부터 배달까지 전 과정을 전산화하고, 전국 25개 우편집중국과 3천600여개의 우체국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모든 우편물류프로세스를 통합관리하는 이 시스템은 지리정보시스템(GIS)과 지리측정시스템(GPS)을 활용하여 실시간으로 물류의 흐름을 관리할 수 있게 해 전 세계 우정전문가들을 깜짝 놀라게 하였다. 이처럼 우편과 컴퓨터의 만남은 처음 우려와는 달리 서로 장점을 찾아 흡수하며 이제는 완벽한 공생관계로 바뀌었다. 66년 전 최초의 컴퓨터가 탄생했을 때, 많은 사람이 그저 자동으로 숫자를 계산하는 기계로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시대를 앞서보는 눈은 그것을 여러 분야에 응용하며 세상을 바꾸어 왔다. 그리고 이제 스마트폰의 등장과 함께 세상은 또 다른 변화의 목전에 와있다. 우체국도 이미 스마트폰을 통해 우편금융 등 다양한 우체국업무를 볼 수 있는 앱을 개발하여 상용화하는 등 스마트폰에 맞는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어영부영하다가는 뒤처지게 마련이다. 서둘러 변화를 받아들이고, 새로운 세상을 열어갈 준비를 해야 할 때다.김기덕 경인지방우정청장

행복한 학교

학교는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어야 한다. 배움의 즐거움과 또래들만의 공감대로 그들의 세상이 되어야 한다.그러나 요즘은 어떠한가. 작년 통계에 의하면 폭력을 경험한 학생 가운데 30%가 넘는 학생이 자살을 생각해 본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 충격적인 결과에 가슴이 아프고, 홀로 남아 무서움에 떨었을 어린 아이들에게 죄스러움을 느낀다.지난 6일 김황식 국무총리가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핵심은 피해 학생에 대한 보호와 치유, 가해 학생 처벌강화와 인성교육실천 등이다. 학교에 전문 상담교사를 늘리고 또래 상담 프로그램과 피해학생 심리상담 및 의료.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등의 구체적인 대책들이 포함되었다. 학교폭력이 학교만의 문제가 아님을 인식하고 교사와 학부모, 지역사회 전체가 참여해 폭력을 근절하겠다는 것이다. 대통령은 학교폭력을 게임중독 때문이라 보고 게임업체를 압박한다. 게임중독자는 그야말로 게임밖에 모른다. 물론 일부 영향은 있겠으나 그것이 곧 학교폭력의 근본적인 원인은 아니라는 것이다. 학교폭력, 이것이 과연 정부의 이런저런 정책들로 근절될까 의문이 든다. 내가 생각하는 답은 소통이다. 아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어른들이 가장 먼저 할 일이다. 처음부터 나쁜 아이가 어디 있겠는가. 태어날 때부터 일진이 되는 아이는 없다. 아이들이 어쩌다 가해자가 되었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모두 피해자이며 가해자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가해자인 아이들의 환경을 보면 안타까운 경우가 많이 있다. 이들에게 체벌과 처벌은 단기적인 효과만 있을 뿐이다. 필요한 경우 의무적으로 학부모와 함께 상담과 정신과 치료를 받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 다음이 가정과 연계한 학교 교육이다. 학생 개개인에게 갖는 특별한 관심과 대화가 곧 학교폭력을 근절시키는 첫걸음이다. 복수 담임제 역시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초등학교 때부터 아니 유치원에 입학함과 동시에 무한 경쟁에 돌입하게 되는 우리 사회의 교육환경이다. 어린 나이부터 경쟁과 서열이라는 정글 속에 내팽개쳐진 아이들의 정서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이건 우리 사회의 책임이다. 학교폭력은 사회가 낳은 부산물이다. 결국,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학교가 아이들의 놀이터가 될 때 행복한 학교가 만들어진다. 우리 아이들이 즐겁게 하고 싶은 일들을 할 수 있는 학교, 폭력 없는 행복한 학교, 그것은 먼저 학교로부터 경쟁과 서열과 입시 지옥이라는 괴물을 쫓아내는 일로부터 시작된다.김주삼 경기도의원

21세기 부모

우리나라 부모들은 참으로 자녀교육에 열심이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까지 한국부모의 자녀교육을 언급한 바 있으니 우리나라 부모의 자녀교육 열정은 가히 금메달감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자녀에 대한 넘치는 사랑표현이 오히려 아이의 버릇을 나쁘게 만들듯이, 자녀교육에 대한 지나친 열정이 아이에게 별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를 우리는 쉽게 접한다. 부모는 고생만 하고 남는 것은 별로 없는 어리석은 장사를 한 셈이다. 흔히 21세기를 고도정보사회, 첨단기술사회, 사이버 시대라고 표현한다. 이러한 사회를 이끌어갈 수 있는 사람은 감성도 발달해야 하지만 창의성도 뛰어나야 한다. 한 미국의 심리학자는 창의성이란 더 깊게 파헤치는 것,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것, 깊은 물 속에 잠기는 것, 고양이에게 말을 거는 것, 스스로 즐기는 것, 미래와 악수하는 것 등으로 재미있게 표현한 바 있다. 창의성을 한마디로 표현할 수는 없지만, 21세기에 꼭 필요한 능력임에는 틀림없다.우리나라 부모들은 자녀교육에 대해 아는 것이 많으니 자녀의 창의성에도 많은 관심을 둔다. 하지만, 자신이 자녀의 창의성을 길러줄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자신감이 없다. 그 이유는 부모 스스로 창의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경기도어린이박물관은 아이들에게 상상력과 창의성을 길러주고자 세워진 곳이다. 다양한 전시와 프로그램이 이를 달성하기 위해 고안되었다. 이러한 환경을 제대로 잘 활용하려면 이제 부모도 달라져야 한다. 21세기에 걸맞은 부모가 되어야 한다. 난 21세기 부모가 되기 위해 꼭 필요한 요소로 여유로운 마음을 꼽고 싶다. 왜냐하면, 창의성은 머리를 쥐어짠다고 해서 나오는 것도 아니고 교육을 많이 받는다고 길러지는 것도 아니며, 상상의 자유가 마음껏 주어질 때 상상력이 살아나 창의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어린이박물관의 공간규모가 크다 보니 부모들은 박물관에 와서 자녀에게 보여주고 싶은 곳이 많아 마음이 바쁘다. 그러나 박물관 전체를 두서없이 욕심내어 다니는 것보다는 관심이 있는 전시품을 조심스럽게 살펴보면서 이 전시에서 이야기하려고 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하는 것인지 궁금증을 가지고 질문해보도록 도와주는 것이 필요하다.또한, 아이가 흥미를 보이는 것에 한참이고 머무르면서 기다려주는 여유가 필요하다. 미술작업을 할 때 부모의 실력을 발휘할 것이 아니라 재료를 가지고 무엇을 만들 것인지 아이와 함께 이야기 나누고, 생각을 열도록 도움을 주며, 잘 만들지 못하더라도 기다려줄 수 있는 21세기 부모, 그가 정말 멋진 부모이다.이경희 경기도어린이박물관장

온량공검양과 윤리경영

장차 훌륭한 리더가 되는 꿈을 가진 학생들에게 항상 2가지를 강조한다. 먼저 실력을 갖추라는 것이고, 다음으로는 겸손한 마음이다. 뒤돌아 보면 실력은 빼어난데도 겸손함이 받쳐주지 못하여 조기에 무대에서 사라지는 경우를 수없이 봐 왔다. 겸손함을 견지하여야만 내면적으로 스스로 부족함을 인식하여 부단한 자기연마와 자기계발을 할 수 있고, 동시에 다른 사람의 진심 어린 도움까지 받을 수 있게 되어 지속 가능한 성공을 할 수 있음을 보아왔다.데일 카네기는 성공의 85%는 좋은 인간관계에서 나온다고 역설하였다. 좋은 인간관계의 원천은 겸손함으로부터 나온다고 믿는다.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낮출 수 있어야만 자만하고 교만한 마음 대신 감사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게 된다. 나아가 좋은 인간관계는 성공뿐만 아니라 행복까지도 안겨준다.논어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공자는 많은 제자를 두었는데 이들 가운데는 스승에 대하여 전폭적인 신뢰를 하지 못한 제자도 있었던 것 같다. 그 중 한 사람인 자금(子禽)이 공자의 수제자인 자공(子貢)에게 묻는다. 스승께서 가는 곳마다 왕과 제후들을 만나 정치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시는데 스승께서 원하셔서 만나는 건지 아니면 왕들이 원해서 만나는 건지 궁금합니다. 이에 대해 자공은 스승께서는 온량공검양, 즉 온화, 선량, 공손, 검소, 양보의 인품을 가지고 계셔서 왕들이 스승을 존귀하게 여겨 지혜를 구하는 것이다라고 대답하였다.BBC 영어사전에서 manners와 etiquette 두 단어와 관련하여 공통된 설명이 polite이다. 공손함이 좋은 매너와 에티켓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스스로 겸손하고 검약하며, 타인에 대하여 양보하고 배려하고 공손한 자세를 가지고, 규범과 규칙을 준수한다면 가히 윤리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덕목을 갖춘 사람이 자기 이익 그것도 눈앞의 이익을 위해 부정한, 비윤리적인 행위를 할 수 있을까. 윤리의 본질이나 바탕은 이렇게 동양 고전에서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윤리경영을 하고자 하는 지도자들은 먼저 좋은 매너를 갖출 필요가 있다. 한편, 좋은 매너는 행동양식이나 말하기 등 외양의 문제라기보다는 인품이나 교양 등 내면적 자기 수양 자기연마에 달린 것이기도 하다. 온화하고 착하고 공손하며 검소하고 양보하는 마음이 좋은 매너의 본질이며 우리가 지향하는 윤리경영의 기본 뼈대이다.격식에 얽매이지 않으면서 상대를 배려하는 공손한 자세가 일상생활이나 테이블 매너에 배어 난다면 이런 분들은 무슨 일이든 어떤 사람이든 다 껴안을 수 있는 지도자 역량을 갖추고 있다는 생각이다.강정호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한걸음만 앞서가라

필자의 이력은 참 특이하다.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극장에서 극장장으로 근무하고, 그 후에 국립극장에서 기획팀장으로 일했으며, 현재는 기초자치단체에서 운영한 아트센터에서 관장으로 재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대기업에서 공공기관에 근무하게 되었을 때 느낀 점은 공공성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그에 따른 비효율성도 눈에 띠었다는 점이다. 그때 든 생각이 기업의 장점과 공공기관의 장점을 잘 융화시키면, 상생할 수 있는 좋은 모델이 나올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그것을 국립극장 프로그램으로 반영시킨 것이 열대야 페스티벌 2000이다. 이 프로그램은 아직도 국립극장의 대표 문화상품으로 지속되고 있다. 당시 지방행정 5급 대상으로 공무원연수원 교육이 필자가 소속된 책임운영기관이었던 국립극장 방문연수가 있었고, 특강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열대야페스티벌 기획단계에서 실행, 그리고 결과에 이르는 전 과정을 설명하면서 기업과 공공기관의 약점은 줄이고 장점과 기회 요소를 강화시키면, 지역에서도 새로운 문화상품의 개발과 지역에서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축제원형이 나올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때 많은 이들이 관심 깊게 동감을 표시하였고, 그들이 필요한 자료들을 나중에 보내 주었다. 필자가 근무할 당시 재직한 대기업은 국제금융위기를 맞아 그룹 전체가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가 있었고, 다행히도 금융위기가 나기 전 자산매각, 계열사 통폐합 등의 신속한 구조조정을 마친 상태였기 때문에, 금융위기를 슬기롭게 대처해나갈 수 있었다. 그리고 그룹기획실에 소속한 재단 극장의 관리자였기에 옆에서 역경을 극복해나가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었다.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사업개시 연도의, 국, 내외 정치, 경제 및 경영상황을 정확히 분석해 경영과제를 도출하고 전략을 만들어 내가는 과정이었다. 그래서 기업으로서는 가장 당면한 과제를 통해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목표들이 만드는 것이었다.사실 예술경영도 운영한다는 점에서는 기업경영과 맥을 같이한다. 그리고 늘 경영의 위기관리가 존재한다. 특히 지방재정이 어렵고 현안이 된 만큼, 가장 합리적인 운영을 통해 대처해나가야 한다. 필자가 보기에는 지나치게 앞서서 예술경영의 비용이 과대하여 지역민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거나, 반면 뒤처져서 지역민들을 문화욕구를 반영하지 못하는 문예회관들이 있지 않나 싶다.지역의 문화자본을 성숙시키려면 한 걸음 앞선 보편타당한 운영을 통해, 지역의 문화자본으로서 자리 잡을 수 있는 아트센터의 경영이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조경환 부평아트센터 관장

[천자춘추] 선행학습, 부작용 낳을수도

춘추전국시대의 한 우화로부터 유래한 알묘조장을 떠올려본다. 이는 인간의 과도한 관심과 사랑이 그 의도에 반하여 어린싹이나 새 생명을 죽이는 실수를 범할 수도 있다는 교훈으로, 오늘날 자녀교육에 대한 부모의 지나친 열정과 성급함이 초래할 위험성을 경고하는 좋은 예라 할 수 있다.초중등학교 겨울방학 중 추위가 맹위를 떨치고 있음에도 우리네 도시 풍경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은 바로 이른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큰길과 주택가 골목길을 오가며 학생들을 실어 나르는 각종 사교육 관련 차량의 분주함이다. 특히 새 학년이 시작되기 전 겨울방학은 우리나라 초등학생과 청소년들에게 매우 숨 가쁘고 힘든 시기이다. 언제부터인지 우리 사회에는 초중등학생이 방학 동안 자신의 현행 학습 단계를 훌쩍 뛰어넘어 다음 단계의 학습을 미리 해두어야만 미래의 경쟁에 뒤처지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는 괴이한 현상이 생겨났다. 게다가 이와 같은 학습을 통하여 그들이 목표하는 고교나 대학에 무사히 합격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자녀를 가진 일부 학부모들에게 은밀하게 퍼져 있다. 정도를 넘어선 선행학습의 열기나 이들 효과에 대한 일부 학부모들의 맹목적인 믿음은 자녀들에게 공부에 대한 즐거움과 흥미보다는 고통과 지겨움을 주기 십상이고, 이에 따라 오히려 후속 학습에서 기대할 수 있는 효과를 저하하기도 한다. 내 아이가 다른 아이들보다 더 빨리 성장하고 단시간에 학습 능력이 향상되기를 바라는 것은 부모의 당연한 욕심이지만, 부모의 자식 사랑으로 포장된 이러한 과욕은 그 바람과는 달리 도리어 자녀의 훌륭한 재능과 잠재 능력을 일찍부터 고사시킬 수 있다.자녀의 효과적인 학습을 원한다면 그들의 학습 수준을 뛰어넘는 선행학습보다 이제까지 해오던 학습의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고 심화하는 여유로운 복습이 훨씬 더 교육적으로 나을 것이다. 만약 선행학습이 불가피한 경우가 있다면 내 아이가 선행학습을 위한 기초 능력을 제대로 갖추었는지, 교육 시장이 제공하는 사교육 프로그램이 아이의 학업성취 수준에 적절한지부터 냉정한 시각으로 꼼꼼히 따져보아야 한다. 선행학습을 부추기는 여러 요소도 사라져야 하겠지만, 옆집 아이 학원 보내는데 우리 아이 방치하면 뒤처질 것이라는 불안한 핑계보다는 옆집에서 보면 우리 집도 옆집임을 모두가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정동권 경인교육대학교 총장

[천자춘추] 노인과 선배시민

나는 선배시민으로서 외국에서 시집온 후배시민들의 마중물 역할을 하고자 이 일을 합니다., 제가 인문학 강좌를 듣지 않았다면 내 가족밖에 모르고 살았을 겁니다. 인문학은 나와 세상이 무엇인지 알게 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제 공동체 일에 참여하고자 합니다.안산시 단원구노인복지관 소속 시니어 봉사단 노인들의 말이다. 필자도 강사로 참여한 10강좌의 인문학 수업에서 노인들의 반응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그들은 진지하게 강의를 들었고 열띤 토론을 했다. 그리고 자신들을 노인(older man)에서 선배시민(senior citizen)으로 자각하기 시작했다. 한국사회에서 노인은 보통 경제적으로 무기력한 사람, 정치적으로 보수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 사회적으로 돌봄의 대상이다. 하지만, 이들을 선배시민의 눈으로 보면, 지혜로운 사람, 후배시민들의 본보기, 사회를 돌보는 사람이다. 따라서 노인에서 선배시민으로 자각한다는 것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 실제 이들은 선배시민이 되고 나서 새로운 모습을 보였다. 인문학 세 번째 강좌부터 자리정리 등 스스로 강의를 준비했다. 더욱 놀라운 일은 강좌가 끝난 이후에 나타났다. 이분들은 청소년을 선도하기도 하고 다문화 가정을 돌보고자 봉사단에 가입하기도 했다.연말에는 모금활동을 하여 이를 복지관에 전달했다. 놀라운 일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시의회방청을 시작했다. 선배시민의 정치 관여는 시의원들을 당황하게 하였다. 급기야 이분들은 토론하는 동료가 중요하다며 한마음 상록회라는 모임을 조직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노인에서 선배시민으로 정체성의 변화가 만든 놀라운 사건이었다. 이 가능성의 예술 이면엔 노인에 대한 복지관의 새로운 인식과 태도가 있다. 단원구노인복지관은 노인들을 돌봄의 대상, 프로그램의 대상이 아니라, 자신들 삶의 주체로 권리를 가진 선배시민으로 인식했다. 따라서 인문학 강좌, 환경강좌 등을 개설했고, 특히 관장님은 올해 자조 모임의 활성화와 노인들의 자발적 참여를 위한 프로그램을 지원하겠다고 언급했다. 이처럼 사회의 노인에 대한 시선 변화와 이에 대한 노인들의 자각이 노인들의 삶과 공동체의 변화를 이끌고 있는 것이다. 이런 시선의 변화는 아이, 장애인, 여성, 다문화 가정 등 모든 곳에서 가능하다. 자신을 권리의 주체로 자각하고 공동체의 일원으로 적극적으로 참여하고자 할 때 우리 사회는 문명적인 전환을 할 수 있다. 올 한해 사회의 곳곳에서 이런 변화의 계기가 만들어지길 기대해 본다.유해숙 인천시교육청 교육복지연구지원센터장

[천자춘추] 기업하기 좋은 환경으로 일자리 창출을

최근 우리 기업을 둘러싼 경영환경은 매우 불투명하고 불안정하다.유럽의 재정위기와 미국 등 선진국의 경기 불황, 여기에 눈덩이처럼 불어난 가계부채와 내수부진, 북한 변수는 기업은 물론 우리나라 경제 여건을 악화시키고 있다.국내적으로는 4월과 12월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정치 포퓰리즘적 공약 및 정책들이 앞다투어 나오는 상황이다. 실업과 일자리창출, 고령화사회, 세대간 양극화, 기업간 양극화, 근로자간 양극화 등에 대한 나름의 해법을 제시하려는 의지라고 볼 수 있다.그러나 관련 정책들을 유심히 살펴보면 우리 기업에 대한 규제강화 및 관련 정책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음을 직시할 수 있다. 기업에 대한 각종 규제강화 등을 통해 의도하는 바를 관철하겠다는 것이다.사실 기업은 나라의 흥망성쇠를 결정하는 중추적인 역할을 하며 국가의 대외신인도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고용과 일자리창출에 일등 공신임을 두말할 필요도 없다. 일면만을 보고 기업 때리기가 우선시되고 당연시되는 풍조가 만연되는 것은 기업가 정신을 피폐하게 만들고 기업인의 사기를 꺾는 길임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최근의 노동관련 법적인 측면에서도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즉시 과태료 부과, 즉시 사법처리, 감독과 점검이 감독으로 일원화되면서 기업에 대한 산업안전보건 규제가 더욱 강화되어 과태료, 사법처리는 불 보듯 뻔하다. 기업의 비용부담은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또한, 정년연장법제화, 연장근로 상한규제강화, 휴일근로 연장근로에 포함, 과기부의 학부모 학교 참여수업에 대한 기업의 휴가 부여 등 기업의 현실과는 괴리된 정책들이 여기저기서 발의되고 제안되는 현실이다.몇 년 전만 해도 기업이 경영하기 좋은 환경 만들기, 반기업정서 해소 등의 캐치프레이즈가 우세했지만, 선거를 목전에 둔 일정 순간부터 상황은 역전됐다. 물론 최근에도 지자체장들이 앞다투어 기업유치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모습을 자주 접하게 된다. 많은 기업을 자치단체에 유치함으로 인해 세수입은 물론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충분히 누릴 수 있는 지름길이기 때문일 것이다.경제 활성화와 일자리창출은 국정과제임과 동시에 지자체의 최우선 과제로 우뚝 서 있다. 그러려면 먼저 기업을 경영하기 좋은 환경으로 많은 기업을 유치하여 경제를 활성화하고 그 속에서 일자리창출을 통한 지역민의 삶의 질 향상에도 큰 보탬이 될 것이다. 고용 없는 성장이 대세라고 하지만 기업이 일자리를 만든다는 원칙은 변함없는 명제임과 동시에 진리이다.이종광 인천경영자총협회 부회장

지천명에 맞으며

하늘의 뜻을 알게 된다는 지천명(知天命)에 설을 맞으며, 하늘의 뜻은 몰라도 최소한 함께 몸 부딪치며 사는 내 이웃들의 마음을 알고 이해하는 노력 정도는 해봐야겠다고 다짐했다.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라는 거창한 말은 그렇다 하고 남을 조금이라도 행복하게 해주고자 시작한 정치라면 먼저 타인의 견해나 행동으로부터 조그마한 진실이라도 찾아보도록 해야 할 것 아니겠는가.하지만, 사람의 마음을 알고 이해한다는 것이 어디 그리 만만한 일이던가. 정순왕후가 영조의 계비로 간택될 때 세상에 가장 깊은 것은 사람의 마음이라고 대답하면서 사람의 마음은 측량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하지 않았던가.대부분의 정치인은 자신의 생각이나 자신이 속한 정파의 입장은 옳다고 우기는 반면, 타인과 의견을 나누거나 타 당의 정파에 대한 주장은 그의 말이 진실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에는 인색하다. 정치인들이 범하는 많은 잘못 중 하나는 다른 사람의 견해가 자신의 입장과 일치하지 않거나 타 정파의 입장이 자신이 속한 정파의 입장과 다를 때 상대방의 의견을 일축해 버리거나 비난하는 것이다. 불통의 시작이다.우리가 간과하는 것 중의 하나는 모든 사람의 생각에는 그 나름의 소신과 장점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소신을 피력하는 상대는 장소에 따라, 시류에 따라, 전문성에 따라 자기만의 철학을 가지고 얘기하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상대방의 의견에 대하여 긍정적이고 합리적인 면을 먼저 발견하려고 애쓴다면 상대의 생각을 이해하고 마음을 얻게 될 것이다. 소통의 시작이다.상대를 이해하고 알려고 하는 일련의 노력은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이요, 소통의 문을 여는 품위 있는 인품이기도 하다.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서는 상대에 대한 비판과 부정에는 신중을 기하되 상대를 먼저 배려하고 긍정적으로 경청할 줄 아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런 자세로 모든 이들을 대한다면 진심으로 상대를 이해할 수 있게 되고 상대는 포용력과 배려하는 힘에 끌리게 될 것이다. 올해에는 내 이웃들뿐만 아니라 나와 생각을 달리하는 정당과 정치인들의 견해에 대해서도 그들의 의견에 대해 옳고 그름을 판단하거나 비판하기보다는 기꺼이 그의 말 속에 담긴 진실을 찾아내려고 노력해 보자. 민심은 천심이다. 하늘의 뜻을 헤아린다 하기 전에 먼저 내 이웃들의 마음을 헤아려야 하지 않겠는가.김주삼 경기도의원

새벽에 학교 오는 아이들

며칠 전 교장실에서 언론사에 보낼 원고정리도 하고 우리 학교 특별사업인 학교장과 함께하는 아침 영어교실 시간에 사용할 학습 자료를 준비하느라 새벽녘이 되어서야 겨우 잠자리에 들었다. 잠이든지 얼마 안 되어 창밖에서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들렸다. 도둑이라도 들었나 싶어 밖으로 나갔다. 누구야! 하는 소리에 검은 물체들이 교문 쪽으로 도망을 갔다. 우리 아이들이었다. 이 녀석들이 새벽녘에 학교에 오는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부모들이 인근 유원지에서 밤샘 장사를 하거나 할아버지나 할머니가 보살피는 아이들이다. 집에 가도 마땅히 할 일도 없고 대화를 나눌 만한 사람도 없다 보니 처지가 비슷한 아이들끼리 몰려다니다가 새벽녘이 되면 학교에 온다.우리 학교에는 이처럼 가정환경이 좋지 않은 아이들이 많다. 특히 도심학교에서 전학을 온 학생들 가운데는 마음에 상처를 입고 온 경우가 적지 않다. 운동을 하다가 허리를 다친 학생, 왕따를 당하여 심리적 치료가 필요한 학생, 우울증이나 자폐증이 있어 항상 불안한 학생, 성적 문제로 자해를 경험한 학생, 가정이 빈곤하여 식사를 거르는 학생, 그리고 가정해체로 힘들어하는 학생들이다. 이곳에서 성장한 학생들이라고 해서 환경이 썩 좋은 것도 아니다. 부모님이 도시로 돈벌이하러 떠났거나 인근 음식점이나 공항공사에서 일용직으로 근무하여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들이 대부분이다. 이렇게 우리 학생 중 꽤 많은 아이는 가정형편이 어렵거나 부모로부터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하다 보니 공부에 관심이 없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학생들에게 공부를 강요할 수는 없다. 공부보다도 일탈하지 않고 꼬박꼬박 학교에 나오는 것이 그저 고맙기 때문이다.학교는 두 가지 기능이 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육의 기능과 아이들을 관리하고 돌봐주는 보호의 기능이다. 학교급이 낮고 저학년일수록, 또 도시보다는 시골학교일수록 교육보다는 보호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우리 학교처럼 농어촌 학교는 학력도 중요하지만, 학생들이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도록 학생들을 보호해주는 기능이 더 중요하다.새벽녘에 다른 곳을 방황하지 않고 그래도 학교로 오는 아이들이 있다는 것은 뿌듯한 일이다. 가족적인 분위기 속에서 사제지간에 스스럼없이 정을 나누고 선배와 후배가 공을 차며 서로 땀을 닦아 주는 모습을 보면서 전교생이 60여명뿐인 이 작은 학교를 떠나지 않고 5년간 머무르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김정렬 인천 용유중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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