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정보사회의 두 얼굴

이 시대 소통이라는 단어만큼 자주 사용되는 말도 드물 것이다. 정치, 사회, 문화, 세대계층간 등 모든 문제에 소통의 부재와 필요성을 말한다. 사전적으로 소통을 풀이하면 사물이 막힘없이 잘 통함, 서로 잘 통하다이다. 우리사회는 서로 잘 통하고 있는가? 정보사회는 컴퓨터와 정보통신기술 발전에 의한 새로운 사회의 모습을 말한다. 기술의 발전으로 사회가 변화된 예는 인류역사에서 종종 볼 수 있는 현상이다. 농업기술과 화약발명, 인쇄술 발전이 그때마다 사회전반의 커다란 변화로 이어졌고 기계의 도입으로 산업혁명이 발생할 수 있었음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일부 논자에 따라서는 정보사회가 신석기혁명이나 산업혁명에 비길 만큼 사회전반에 걸쳐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주장한다. 여기서는 정보사회가 일상생활에 미친 영향에 대해서 잠시 살펴보고자 한다. 그럼 컴퓨터는 언제 처음 생겨났을까? 1946년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모클리교수와 그의 조교가 최초의 범용컴퓨터를 만들었는데 그 크기가 가로 9m, 세로 15m, 높이 3m 정도에 무게 30t 되는 작은 체육관만한 크기의 거대한 덩어리였다고 한다. 에니악이라 부르는 이 컴퓨터를 가동할 때는 전기소모가 많아 그 지역인 필라델피아 도시 조명이 다 깜박거릴 정도였다. 하지만 이 컴퓨터의 성능은 현재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개인용 컴퓨터보다도 훨씬 떨어지는 것이었다. 기술의 발전과 함께 정보화 사회에 따른 일상생활의 변화는 사람과의 커뮤니케이션 양식을 크게 바꾸어 놓았다. 휴대전화, 인터넷 등 뉴미디어 정보기기의 활용으로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소통할 수 있으므로 관계형성이 더 좋아지고 편리하게 되었다고 보는 측면이다. 인터넷을 통한 커뮤니케이션이 증가하고 그렇게 형성된 관계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가 늘어나고 있다. 사람들은 인터넷을 이용해 무엇을 하는가, 인터넷 커뮤니케이션은 직접 마주대하는 대면접촉과 어떤 차이가 있는가, 인터넷이 가족이나 다른 사회구성원들과의 관계를 강화시키는가 약화시키는가, 인터넷으로 형성된 공동체의 특성은 어떤 것이며, 인터넷은 시민적 참여를 증가시키는가 감소시키는가.이 같은 물음은 인터넷의 특성 중 하나인 익명성과 실질적인 사회적 관계 기반이 부재된 상태의 가상공간이라는 점 때문이다. 익명성으로 인해 서로 간 잘 알지 못하고 인터넷에 연결되었을 때만 관계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인터넷 사용시간이 늘어날수록 개인의 소외감과 사회적 괴리감은 강화될 것으로 보기도 한다.정상종 한국문화원연합회 경기도지회장

[천자춘추] 장애인과 함께 사는 세상

내가 사는 아파트에는 바로 현관 앞 가장 좋은 자리에 장애인 주차장이 딱 한 면 마련돼 있다(사실은 더 많아야 한다). 하지만 그 자리에는 장애인 차량이 주차되어 있는 경우가 드물다. 그 자리가 비어 있으면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이 무심코 주차를 하고 있어서다. 내가 아파트 경비 아저씨에게 왜 장애인이 아닌 사람이 주차하도록 내버려 두느냐고 따지듯 물으면, 아파트에 사는 분이 주차하는데 제가 어떻게 막습니까 라며 오히려 내게 사정을 한다.이 아파트에 장애인이 없더라도 외부에서 오는 손님이 장애인일 수도 있는데, 이 자리는 늘 비워두어야 하는 겁니다라고 말하지만 이는 거의 지켜지지 않고 있다.이것이 바로 우리의 장애인에 대한 시각의 현주소다. 오늘날 사회가 발달하고 복잡해짐에 따라 전체 장애인의 약 90%는 교통사고, 산업재해 등 후천적 요인에 의하여 발생되고 있다. 우리는 누구나 뜻하지 않게 장애인이 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장애인 문제는 나와 상관없는 남의 일이 아니라 바로 우리 자신의 일인 것이다. 오늘날의 정상적인 사회는 장애인이 일정한 비율로 섞여 더불어 사는 사회이다. 따라서 장애를 가진 사람을 장애인으로 취급하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정상적인 생활을 하도록 생활환경을 조성해 주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정상화(normalization)의 원리이다.이렇게 함으로써 장애인의 완전한 참여와 평등이 보장되고 장애인이 일반사회에서 함께 살아가는 동반자가 되는 것이다. 장애인이 일반사회에서 함께 정상적으로 생활하려면 이들의 활동에 물리적 제약을 가하는 각종 장애물을 제거해 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 경사로, 장애인 주차장, 엘레베이터, 보도블록 등 장애인 편의시설을 장애인이 많이 이용하는 건물, 지하철, 공공시설 등에 의무적으로 설치하고 있다.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이러한 물리적 시설보다도 가정, 학교, 직장, 지역사회의 일반인들이 장애인에 대해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시각이다. 장애인은 신체적, 정신적으로 결함이 있는 불쌍한 사람이 아니라 세상을 살아가는데 많건 적건 불편한 점이 있는 사람이다.이들이 불편 없이 세상을 살 수 있도록 인적물적 환경을 개선해 주어야 비로소 이 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다. 이 기본적인 시각이 개선되지 않는 한 장애인 복지는 요원한 것이다.인경석 경기복지재단 대표이사

[천자춘추] 경청(傾聽)과 소통(疏通)

최근처럼 소통이 강조됐던 시기는 없었던 것 같다. 어쩌면 이는 소통하지 못하는 사회를 반증하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지난 411 국회의원선거 결과도 일부 낙선후보자는 물론 비교적 낮은 지지율을 나타낸 정당의 패인을 소통의 부재로 단정짓고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음이 연이어 보도되고 있다.첨단기술의 발전으로 뉴미디어 매체가 생기면서 우리가 소통할 수 있는 환경은 점점 좋아져 언제 어디서나 실시간으로도 가능한 시대가 도래했다. 하지만 사람과 함께 있으면서도 대화없이 스마트폰 등에만 집중하고 있는 지금의 상황은 어딘가 문제가 있어 보인다. 소통의 기본은 상대방에 대한 깊은 이해에서 출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경청이 가장 중요하다. 한 사람의 생각이나 말들은 직접적으로 표현되는 의미 외에 성장과정, 인간관계 등 다양한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결합하고 함축돼 탄생한 것이니 완전히 이해하는 것이 쉬운 일은 결코 아닐 것이다.우선 편견없이 열심히 듣고 생각한다면 어느 정도의 이해가 생길 것이다. 그 후에 내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하는 것이 순서가 아닐까 한다.이러한 과정은 사실 많은 인내와 끈기가 필요하지만 그 결과물인 공감과 신뢰관계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자산이 되는 것이다. 아마도 너무 쉽게 폄하하고 비난하는 것도 이러한 과정이 결여됐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물론 사람이기 때문에 실수할 수 있고 잘못된 판단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서로 간에 충분히 공감하고 신뢰가 형성된 관계라면 비난보다는 애정 어린 비판을 할 것이고 폄하하기보다는 함께 고민하며 대안을 제시할 것이다.이같은 노력으로 대형할인매장 및 전통재래시장중소유통기업간 상생발전의 모범적 사례를 남긴 바 있다. 지난 20일 개점한 의정부 민자역사내 S백화점의 경우 2006년 건축허가당시 입점 예정이었던 대형할인매장의 탄생을 통한 지역발전을 바라는 시민의 기대감과 인근 전통재래시장, 소상공인들의 생존권을 건 극한 대립이 지속돼왔다. 의정부시는 이들 모두를 끊임없이 오가며 의견을 청취하고 대안제시와 중재를 통해 해결했다. 진심으로 소통 한다는 것이 말은 쉽지만 평생을 두고 풀어야 할 어려운 숙제다.우리 모두는 모두에게 인정받기를 원하고 가끔은 진심 어린 위로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다. 내가 행복해지고 내 주위 사람들이 행복해지며, 우리 사회가 행복해지는 유일한 길은 소통이기 때문에 경청하는 노력은 오늘도 진행 중이다.안병용 의정부시장

[천자춘추] 시골 외딴 집

몇 해전 텔레비전에서 어느 산골 풍경이 나오기에 보고 있자니 환갑이 넘은 아들과 며느리가 팔순 어머니를 모시고 살아가는 아름다운 모습이었다.아들은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뤄보지 아니하고 조용히 살아가는 시골 아저씨요, 며느리는 시골로 시집와 삼십여년 살아오는 동안에 딸이 돼 지성껏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아름다운 아주머니다.아들은 동이 트면 삽 들고 물길을 내어 논에 물을 대고 며느리는 밥을 지으며, 할머니는 안팎을 둘러보며 새벽을 연다.한 낮에 며느리는 어머니를 모시고 나물을 캐고 두릅도 따다가 할아버지 묘 앞 잔디에 앉아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어머니는 세월아, 흘러가는 세월아, 가거들랑 혼자나 가지 왜 우리 아들 며느리 흰머리를 남기고 가느냐며 내가 갈 때에는 너희들 아픈 것 다 가지고 가마라고 한다.며느리는 엄마, 무거워 다 못 가지고 가, 그냥 가볍게 가세요라고 답한다. 그 어머니에 그 며느리가 아닐 수 없다.산새들이 하나 둘 모여들고 산마루 위 흘러가는 흰구름도 정겨운 모습에 머뭇대고 있다. 해가 기우니 어머니와 며느리는 집에 들어가 굴뚝에 흰 연기 올리며 저녁밥을 준비하고, 아들은 삽 들고 논밭 둘러보며 연기 오르는 곳으로 찾아온다. 좁고 어두운 방 한 가운데 밥상에 둘러앉은 세 식구는 산나물, 김치, 된장국에 저녁밥을 먹으며 밤을 맞는다. 오순도순 살아가는 분들의 아름다운 하루가 시골 외딴 집에서 이뤄지고 있다.마른 빵 한 조각을 먹으며 화목하게 지내는 것이 진수성찬을 가득히 차린 집에서 다투며 사는 것 보다 낫다라는 생각이 든다.하늘에는 별들이 총총히 모여들어 할머니 무릎에서 옛날 이야기 듣던 어린 시절이 내려앉고, 달님은 이 집에서 새어 나오는 이야기를 엿듣고 있다.이 밤에 하늘의 이야기가 이슬이 돼 초가지붕에 촉촉히 내리니 세 분의 꿈 속에는 얼마나 맑고 밝은 꽃이 피어나고 있을까 가슴이 따뜻해진다.아름답고 정겨운 모습이기에 방송이 끝나고도 한참을 마음 속에 그려보면서 시골 외딴 집 이라는 시를 짓고, 화목한 가정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되새겨본다.송홍만 법무사

[천자춘추] 도깨비 날씨와 식물공장

봄 날씨가 참 변덕스럽다. 청명(淸明)을 하루 앞둔 얼마 전 서울을 비롯한 경기 북부와 강원도에 비가 눈으로 바뀌어 쌓이기 시작했다. 서울에서 4월에 눈이 내린 것은 기상관측 이래 19년 만이란다. 꽃잎 대신 봄눈이 날리는 요상한 날씨, 전문가들은 여름철 폭염과 집중호우, 겨울 한파와 봄철 이상저온 등 이상기후의 원인을 지구온난화로 설명하고 있다.100년 간 올라간 지구의 온도는 0.74℃, 온도 상승 1℃가 채 안 되지만 세계 곳곳에서 발견되는 이상기후의 수준은 심각하다. 태국의 집중호우, 미국의 슈퍼 허리케인과 토네이도, 소말리아, 케냐 등에서 발생한 극심한 가뭄 등 모두 세기도 어려울 정도다.우리나라에서도 지난 2~3년간 날씨가 왜 이래?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사상 최고의 기록들이 전국에서 쏟아졌다. 2010년 12월 말부터 1월 말까지 무려 39일간 한파가 지속됐다.종잡을 수 없는 날씨가 해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그렇다보니 무엇보다 기상 상태에 가장 민감한 농업이 받는 영향이 만만치 않다. 특히 기후변화로 안정적인 농산물 공급이 위협받으면서 세계 곳곳에서는 식량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어떻게 하면 이 숙제를 풀 수 있을까? 이에 지구촌은 이상기후와 식량위기에 대비해 안정적으로 농작물을 재배하기 위한 방법을 놓고 머리를 맞대고 있다. 그 대안의 하나로 최근 떠오르고 있는 것이 기후에 상관없이 1년 내내 농작물 생산이 가능한 식물공장이다. 토양도 햇빛도 필요 없다. 소음도 매연도 없다. 각종 채소가 LED 인공 빛을 받고, 적정 온도에서 영양분을 섭취한다.식물공장은 식물이 자라는데 필요한 환경적인 요소를 자동으로 조절하는 융복합 첨단시설을 갖추고 있다. 농촌진흥청도 지난해 식물공장 연구동의 문을 열고 연구에 한창이다. 2010년엔 얼음의 땅, 남극의 세종과학기지에 식물공장을 보내 남극대원들이 여러 가지 채소를 키워 먹고 있다. 극한 상황에서도 농작물 재배가 가능한 식물공장은 날씨와 장소, 그 무엇에도 상관없이 신선한 농작물을 키울 수 있어 앞으로 미래 농업생산기반으로써의 역할을 톡톡히 해낼 수 있다.기후변화는 위기이기도 하지만 새로운 첨단산업의 문이 열리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빠르게 변하는 농업환경에 앞장설 수 있는 끊임없는 연구와 기술개발을 통해 능동적으로 대응한다면 우리는 물론 후손들의 식탁에도 오래도록 건강하고 안전한 우리 농산물이 차려져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다.라승용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장

[천자춘추] 복지가 대세다

총선과 대선 때문인지 모든 정당과 정치인들은 복지확충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특별히 우열을 가리기도 힘들다. 이런 상황대로 간다면 우리는 제대로 된 복지국가를 맞이할 수 있을까? 복지국가는 경제구조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기 때문에 얼마를 누구에게 주는가에 대한 문제만으로 바라봐서는 안된다. 세계화와 양극화로 인해 발생한 빈곤의 문제를 복지 혜택으로 해결한다는 것은 원인은 그대로 두고 현상에만 손을 대는 언 발에 오줌 누기 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신자유주의는 세계화와 그로 인한 양극화의 심화를 불러왔다. 국경이 없어진 다국적 기업들은 보다 규제가 적고 임금이 낮은 곳으로 이동하거나 혹은 옮기겠다고 협박한다.대표적인 것이 법인세다. 대부분의 국가들은 기업에 대한 세금을 지속적으로 낮춰주고 있다.또 한 측면으로는 노동의 유연화도 진행된다. 정식 고용을 줄이고 하청이나 위탁형태로 바꿔 그 과정에서 노동자는 양극화 되거나 일자리를 잃게 된다.세계화는 이런 식으로 복지의 영역을 약화시킨다. 복지에 사용할 수 있는 재원과 정책적 수단은 줄어드는 반면 높은 고용 강도와 노동 양극화, 질 높은 일자리 감소로 복지 수요는 크게 늘어나는 악순환을 겪는 것이다. 여기에 심각한 경제위기 상황이 오면 막대한 공적자금은 자본을 살리는데로 투자되며 국가경제는 갈수록 취약해지게 된다. 이것이 현재 복지국가의 위기 현상의 본질이다.또 국가지출에 대한 비효율이 지적되고 복지망국병이란 말을 덧씌운다. 결과적으로 경제구조와 복지문제가 분리돼 경제가 어떻게 굴러가든 재원을 확충해서 필요한 복지수요를 충족시키는 것이 목표가 되고, 복지의 핵심은 얼마나 효율적으로 제도를 설계하느냐가 되고 있다.무상의료, 무상보육, 무상교육이 이야기되고 있고 재정을 마련하기 위한 논쟁이 치열하다. 누가 더 많은 지원을 약속하는지가 선거 차별전략이 되고 있다.하지만 신자유주의 경제 질서를 유지한 채 복지를 통해 문제점을 완화하겠다는 방법은 출발부터 잘못된 것이다. 4대보험의 보장성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험에 가입 조차 할 수 없는 저소득층에게 일자리를 줄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복지가 절실한 이 시점에 재벌규제와 개혁, 적극적 일자리 창출 정책이 필요하다. 이것이 복지국가 건설 논쟁의 진정한 핵심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김성철 ㈔인천산업진흥협회장

[천자춘추] 메멘토 모리

요즘 우리 사회에 종종 등장하는 화두 중 메멘토 모리가 있다. 인간은 항상 죽음, 세상 끝을 염두에 두면서 살아가야 한다는 의미다. 로마시대 때 전쟁에서 승리한 후 시내를 행진하는 개선장군 뒤에 노예 한명을 세워 메멘토 모리 외치게 하는 풍습이 있었다. 당시 전쟁에서 돌아온 개선장군들이 승리에 들떠 쿠데타 등을 모의하다 사형에 처하기도 했는데 이를 면하기 위해서는 착각하지 말고 겸손하라는 뜻이다.웅장한 개선식을 올리고 있는 주인공의 입장에서는 그 순간이 최고 절정일 수 있겠지만 이 장엄한 영광도 언젠가는 지나가니 교만하지 말라는 교훈적 경고가 있다.아직도 우리 주위에서는 무소불위 권력이 행사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권력은 국민 속에서만 양산될 수 있고 결코 국민 위에 군림할 수 없음을 망각하고 있는 자들이 있으니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하늘을 찌르고도 남는다.지금 대한민국의 국민을 분노하게 하는 불법사찰, 공무원 정치인 노동자들은 물론이고 연예인들에게까지 뒷조사를 했다니 우리가 지금 어느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인가!이 정부는 경제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 아픈 정서는 아랑곳하지 않고 정부기관의 요직을 고소영, 강부자 인사로도 부족해 논문중복게재, 자녀 위장전입, 아들 병역기피 등 문제 투성이 인사로 채워 국민을 무시하는 오만함이 극에 달했다. 그런데 이렇게 국민의 인권을 유린하는 일까지 서슴치 않고 저질렀다니 국민의 마음은 마치 국보 제1호 숭례문이 화재로 잿더미가 됐을 때처럼 처절할 것이다.세상일들은 결코 영원하지 않으며 변하기 마련이다. 권불십년! 어떤 권력도 10년을 넘기기 힘들다는 평범한 진리가 우리에게 있다. 지금 우리 국민이 숨죽여 메멘토 모리를 외치고 있는 것은 권력의 무상함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인간은 흙에서 와서 흙으로 돌아가고, 오늘은 내가 죽지만 내일은 네가 죽고, 오늘은 어제 죽은 자들이 갈망하던 내일이라 했던가?지금 내가 남보다 많이 누리고 있다 해서 경박스럽게 호기 부릴 일이 아니며 잠시 힘들고 소외됐다 하여 외로워하거나 슬퍼할 일이 아니다.그러나 우리는 눈 앞에 당장보이는 것 만이 처음이자 끝이라 생각하고 생사를 걸고 있으니 얼마나 어리석고 부질없는 짓인가.많이 가져 넘치는 자들 경박하지 말고 겸손하자! 부족하여 힘에 부치는 자들 용기를 잃지 말고 힘을 내자!최근 19대 총선의 열전이 막을 내렸다. 승리의 나팔을 불고 개선장군처럼 국회에 입성하는 그들에게 나는 메멘토 모리를 힘차게 외쳐본다.김경표 경기도의원

[천자춘추] 국유지 국민 품안에 ‘국유재산지킴이’

두툼한 외투를 쉽사리 벗어 던지지 못하게 하는 심술궂은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남쪽 구례 산동마을을 지천으로 뒤덮은 노오란 산수유 꽃 무리, 그리고 들녘 언덕배기 양지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여린 쑥을 캐는 아낙네들의 모습은 봄이 이미 우리 곁에 왔음을 알려준다.오랜 세월동안 인간은 한순간도 땅을 떠나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땅은 바로 우리들의 삶의 원천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구 보다 땅을 아끼고 내 몸처럼 내 가족처럼 사랑하며 돌보는 이들이 있다. 바로 한국자산관리공사의 국유재산 지킴이들이다. 전 국토의 25%를 차지하는 국유재산은 청사, 도로, 하천, 공원 등 행정재산과 대지, 전, 답, 임야 등 일반재산으로 나뉜다. 보통 행정재산은 사회간접시설을 제공한다거나 녹지공간을 조성해 국민이 쾌적한 생활환경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일반재산은 국민의 생활과 보다 밀접한 관련이 있다. 흔히 임대라고 부르는 대부를 통해 국민에게 주거공간을 제공하고 농사를 짓거나 상업용 등 다양하게 사용하도록 함으로써 국민생활안정에 도움을 주고 있다. 최근 정부는 국가가 굳이 필요하지 않은 일반재산에 대해서는 온비드(www.onbid.go.kr)를 통한 입찰방식과 수의계약 등을 통해서 일반 국민에게 적극적으로 매각하고 있다. 또한, 각 지자체의 현안사업 및 산업단지 조성에 필요한 부지로 국유지를 제공하는 등 지역경제발전에도 큰 도움을 주고 있다.그동안 국유재산 관리주체가 지방자치단체와 한국자산관리공사로 이원화돼 국민 불편이 빚어지기도 했으나, 최근 한국자산관리공사로 일원화되는 단계에 있다. 이에 따라 공사에서는 국유재산관리 전문기관으로서의 책임과 위상에 걸맞게, 국유재산이 국민의 품속으로 더욱 가깝게 다가설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올 들어 인원을 더욱 늘리고 국유재산관리시스템을 새로 개발하는 등 국유재산 백년지계(百年之計)의 초석을 다듬고 있다.오늘도 전국 곳곳에 핏줄처럼 뻗어 있는 국유지를 찾아서 국민의 품 안에 안겨주고자 국유재산 지킴이들은 쉼 없이 달리고 있다. 문득 백두대간의 허리가 동강 나 더는 달릴 수 없는 분단의 아픔이 현실로 다가온다. 언젠가 남북통일이 돼 그 아픔이 아물어지는 날을 한국자산관리공사는 대비하고 있다. 머지않아 한라에서 백두까지, 우리 국유재산 지킴이들이 한걸음에 달려가는 그 날을 그려본다.김양택 한국자산관리공사 경기지역본부장

[천자춘추] 옷차림으로 보는 문화

경기가 불황일 때 미니스커트가 유행한다는 속설이 있다. 사회의 어두운 분위기를 반증하여 나오는 얘기 중 하나라고 볼 수 있지만, 심리적인 측면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하겠다. 옷은 사회구성원의 성격과 문화를 보여주기에 시대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하나의 기준이 되기도 한다. 제2의 피부로 불리는 옷, 개항기에서 식민지시대에 이르는 근현대에 우리의 의복이 어떻게 변화되었으며 국민 생활양식에 어떤 변화를 몰고 왔는지 간단히 살펴보고자 한다. 우리는 언제부터 우리의 옷인 한복을 벗고 양복과 양장을 입게 되었을까? 앞서 말한 개항기와 식민시대를 거치며 근대의 물결을 타고 사람들은 일부 강압에 의해 또는 유행의 물결을 타고 의복의 변화를 겪게 된다. 특히 신분에 따라 규제가 많았던 의복의 변화는 근대 이후 나타난 평등의식이 퍼져 나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남자의 경우 먼저 제복이 바뀌게 되고, 인텔리의 상징인 양복을 접하기에 이른다. 당시 엘리트 집단 내에서 양복이 유행했는데, 배는 고파도 양복을 입으려는 집착이 강해 고물상에서 양복을 구입하기도 하였다. 유학생들이 들어오면서 양복이 크게 번져 서울을 비롯한 전국 대도시에 양복 기술자 양성 기관인 양복 실습소가 생겼으며 양복 고물상도 나타나게 된 것이다. 여성도 우산과 양산으로 오랜 전통이었던 장옷을 대신하며 서서히 개량한복에서 양장을 입고 머리를 자르고 파마도 하며 근대화를 받아들이게 된다. 신여성을 가리키는 말인 모던 걸(modern girl)은 당시 남성중심의 편견에 시달림을 받으며 지탄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현대 여성을 모단(毛斷)걸이라 하며 머리 자른 여자로 비틀어 표현하기도 하고 보수적인 남성들은 못된 걸이라 부르며 조롱도 하였다. 우리가 알고 있는 한복도 변화를 거쳐 오늘에 이르고 있다. 조끼와 마고자가 대표적이라 하겠는데, 우리 전통한복에는 주머니가 없었다. 두루마기의 기운 소매 부분이 주머니 역할을 하였다. 한복의 조끼는 서양 의복에서 주머니 기능을 받아들인 경우이며 마고자도 보온의 기능을 더하고자 입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새로운 패션에 적응하고 반응하는 것은 새로운 의식형성과 이어지는 일이다. 모든 변화는 자의든 타의든 혼란과 갈등을 동반하며 때로 폭력성을 수반하기도 한다. 단발령 등 우리의 역사가 잘 말해주고 있다.오랜 옛날로 여겨지는 1930년대 당시에도, 사치와 지나친 유행에 대한 비난과 대학을 나와도 취직을 못 한다는 얘기가 신문을 통해 풍자적으로 나오는 걸 보면 시대가 바뀌어도 사람살이의 근본은 크게 다르지 않은가 보다.정상종 한국문화원연합회 경기도지회장

[천자춘추] ‘나눔실천’은 책임이자 최소한의 역할

가난하고 굶주리는 나라를 말할 때 많은 사람이 아프리카를 떠올린다. 하지만, 가난과 굶주림은 비단 아프리카뿐 아니라 전 세계에 걸쳐 고루 퍼져 있으며, 우리가 속한 아시아 대륙에 가장 많은 빈곤인구가 살고 있다. 빈곤은 전 세계가 함께 주목하고 함께 풀어야 할 과제이며 가난하게 사는 국가만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빈곤으로 인한 빈부의 격차는 지구촌이 세계화를 통해 발전하면 할수록 더 크게 벌어지고 있다. 약 200년 전만 해도 서유럽의 평균소득이 오늘날 아프리카 국가 평균소득의 90%에 지나지 않았다고 한다. 대토지를 소유한 극히 일부의 사람들만이 부를 누렸고 나머지 대부분은 똑같이 절대빈곤 속에 있었다고 한다. 한마디로 빈곤, 그리고 그에 따른 부국과 빈국의 격차는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발전에 따른 새로운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우리나라는 1990년을 기점으로 도움을 받던 나라에서 도움을 주는 나라로 전환한 유일한 국가이다. 1990년, 월드비전 한국 역시 지원받던 해외원조를 중단하고 1991년부터 우리나라 국민의 기부에 힘입어 국내 및 북한을 포함한 전 세계 40여 곳의 개발도상국에서 활동하고 있다. 빈곤의 역사를 이해하고 발전한 국가에서 살고 있는 우리가 기부행위를 함에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기부행위가 단지 빈곤의 현상만 보고 연민을 느끼는 것을 뛰어넘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기부는 세계화 속 발전한 나라에 사는 국민이 해야 할 당연한 책임이자 최소한의 역할임을 인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기부의식은 어릴 때부터 체득하는 것이 타인을 배려하고 존중하며 그들의 아픔을 공감하는 데에 중요하다. 특히 교육기관, 즉 학교에서의 나눔활동은 세계화와 빈곤을 근본적으로 이해하고 분석하며 실천할 수 있는 교육적 활동으로 전개되어야만 한다. 이를 위해 지난해 12월, 경기일보, 경기도교육청, 월드비전은 평화와 나눔을 실천하는 세계시민육성이라는 타이틀로 MOU를 체결하고 경기도 관내 초중고등학교에서 교육활동과 나눔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많은 학교가 월드비전과 함께 교육을 진행하고 진정한 나눔활동에 동참하고 있다. 이러한 활동은 발전한 국가 속에 사는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고 빈곤의 원인을 근본적으로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되고 있다. 올바른 기부의식은 곧 진정성 있는 기부행위로 이어지고 이는 기부문화의 질적 발전을 가져오게 되리라고 기대한다.최성호 월드비전 경기지부장

[천자춘추] 산고(産苦)를 생각한다

산모가 아이를 낳을 때의 고통을 산고(産苦)라 한다. 흔히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큰 고통을 일컬을 때 산고의 고통으로 자주 표현한다. 그만큼 참기 어려운 고통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산모가 산고를 잘 참아내는 것은 새 생명 탄생에 대한 기쁨을 기대하기 때문이다.필자는 가까이에서 산고를 치르는 산모를 자주 보게 된다. 왜냐하면, 근무하는 곳에서 산부인과 진료는 하면서도 분만을 중단하고 있었는데 지난해부터 다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 우리 사회의 걱정은 저출산 현상이다. 적정인구를 유지하려면 결혼한 여성이 2.1명의 아이를 낳아야 하지만,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10년도 합계출산율은 1.23명으로 아직 요원하다. 문제는 여성들이 사회활동을 많이 하면서 결혼을 하지 않거나 늦게 하면서 출산도 꺼리는데 있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분만한 산모들이 무척 장하고 예뻐 보인다. 아마도 산고를 치른 당당함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리라. 그런데 분만실에서 20대 산모는 흔치 않다. 2010년도 평균 출산연령은 31.26세로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산모의 연령이 높아지면서 자연분만을 시도하다 끝내 제왕절개수술로 이어지는 안타까운 경우도 많다. 대체로 20대와 30대의 산후회복에는 눈에 띄게 차이가 있다. 30대 산모가 20대 산모의 회복상태를 보면서 펄펄 날아다니는 같다고 무척 부러워한다.봄을 맞이하는 시점에서 산고의 쓴 의미와 함께 어릴 때 아버지께서 즐기시던 고초라고 불리는 씀바귀의 쌉싸래한 맛을 생각해 본다. 또 내가 좋아하는 에스프레소 커피의 쓴맛 뒤에 살짝 느낄 수 있는 단맛이 생각난다. 사자성어로 표현하면 고진감래(苦盡甘來)가 아닌가. 어느 해 아파트 베란다에 겨우내 방치해 둔 군자란이 얼어 죽지 않고 화려하고 예쁜 꽃을 피워 무척 감탄했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 후 실내에 들여놓고 잘 키웠더니 꽃은 볼 수 없었고 잎만 무성하였다.삶에 있어서도 고통과 고난은 약이 된다고 한다. 여자는 약하지만, 어머니는 강하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산고의 고통을 치르고 난 후에 얻은 새 생명에 대한 남다른 사랑과 애착 때문이리라. 지독하게 쓴 음식을 먹고 나면 그 뒤의 음식은 무엇이든 맛있게 먹을 수 있다고 한다. 또 심한 산고를 경험하면 출산 후에 오는 웬만한 통증은 아무렇지 않게 잘 견딜 수 있다고 한다. 요즈음은 무통분만과 제왕절개 수술 등으로 인해서 예전처럼 산고를 심하게 느끼지는 못한다. 모쪼록 산고를 경험하면서 새 생명 탄생의 기쁨과 아울러 우리나라의 저출산 극복에 이바지하는 산모들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정정순 인구보건복지협회 경기지회 본부장

[천자춘추] 지나친 복지경쟁은 위험하다

지금부터 약 30여 년 전 필자가 보건복지부의 과장으로 있을 때의 일이다. 공무출장으로 남미 우루과이의 수도 몬테비데오 공항에 내려 도심으로 들어서면서 아연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건물들은 유럽식으로 웅장한데 제대로 닦지도 않은 듯 시커멓고 우중충하며 도시가 활력이 없어 보였다. 왜 이럴까. 내가 어릴 때 1960년대에 학교에서 배우기는 우루과이는 선진적인 농업국가로 우리에겐 선망의 대상이었는데 어째서 이렇게 되었을까. 여행 내내 궁금증은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후에 사회복지를 본격적으로 공부하면서 알게 된 사실은, 경제능력에 맞지 않게 복지를 지나치게 확대하여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 것이 주된 원인이라는 것이었다. 이러한 현상은 남미의 이웃 나라들(아르헨티나, 파라과이, 칠레 등)에 공통적이었다. 그 당시 이 나라들에서는 정치인들이 선거 때만 되면 표를 얻기 위해 경쟁적으로 복지혜택의 인상을 약속하여 국민집단 간에 복지추구 경쟁이 일어났다. 특히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있는 집단인 군인, 공무원, 노동조합에 속한 근로자 등의 복지혜택의 수준은 크게 높아지는 반면, 힘없는 일반 국민은 복지혜택에서 소외되는 결과가 되었다.최근의 예로 지나친 복지확대로 경제를 어렵게 한 경우는 그리스를 들 수 있다. 그리스는 1970년대부터 사회주의 정권이 집권하여 분배를 강조하는 무상복지 정책을 추진한 결과로 재정위기를 초래하였다. 그러므로 경제와 복지의 조화를 이루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국가 경제의 발전수준에 걸맞지 않게 복지수준이 너무 낮으면 여러 가지 사회적 갈등을 가져오지만, 반면에 경제능력에 맞지 않게 지나치게 복지를 확대하면 경제 자체를 위태롭게 할 우려가 있는 것이다. 올해 두 차례의 큰 선거를 앞두고 정당 간에 경쟁적으로 무상복지 공약이 제시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은 복지국가에 들어섰다고 할 수는 없으므로 정치권에서의 복지논의는 복지국가를 앞당기는 데에는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그러나 남미나 그리스의 경우처럼 능력에 걸맞지 않은 과잉복지로 경제를 위태롭게 하는 우를 범하지 않기 바란다. 한국이 경제발전의 우등생에서 열등생으로 전락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정치권은 물론 국민의 현명한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인경석 경기복지재단 이사장

[천자춘추] 책 읽는 공무원의 경쟁력

민선 5기 의정부시장으로서의 중책을 맡은 지 어느새 21개월이 지났다. 당시 출마를 결심하고 시민을 위한 섬김과 소통으로 올바른 시정을 이끌겠노라고 추진해온 많은 일이 이제 가시적인 성과를 나타내고 있음을 참으로 다행으로 생각한다. 최근 계속되는 취업난으로 4년제 정규대학졸업은 물론, 취업을 위한 많은 자격을 취득한 이후 높은 경쟁률을 뚫고 30세 가까운 늦깎이로 공직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경우가 매우 많다. 이들의 면면을 보면 어디 하나 부족함이 없어 보이나 막상 대화를 해보면 지식의 깊이가 얕아 종종 놀라는 경우가 있다. 초중고 12년을 대학입시와 이후 취업을 위한 수학(修學)에 전념하게 되는 오늘날의 교육 현실과 무관하지 않음이리라. 지난 2011년 의정부시는 시정을 추진함에서 대외적으로 참으로 많은 분야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행정 내부적으로는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실시한 공공기관대상 청렴도 평가 결과 경기도는 물론, 전국 1위를 차지하는 영예로운 성과를 거두었으며,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IBA 공직부문 경영혁신 본상을 받기도 하였다. 또한, 행정안전부에서의 공직윤리제도 전국평가 최우수를 비롯하여 시정 33개 분야에서 우수기관으로 선정되었다. 1천여 소속 직원 모두가 열심히 일한 결과라 생각한다. 이후 주변에서 각종 평가에서 매번 우수기관으로 선정되는 비결을 묻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때 필자는 지체없이 대답한다. 소속 직원들을 공부시키세요, 책을 읽게 하시면 됩니다 라고. 우리 시 직원들에게 매월 1권 이상의 책을 읽도록 지시하고 그에 대한 독후감을 제출하게 하고 있다. 책 읽는 공무원! 자기 연찬을 위해, 나아가 직무 발전을 위해 항상 공부하는 직원을 능가할 또 다른 비법이 있을까? 잘 사는 선진국들을 보면 국민이 책을 참 많이 읽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살기 좋아 책을 많이 읽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선진국이 책을 많이 읽는 것이 아니라 책을 많이 읽어 선진국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모두 책을 통해서 부자가 되었고 세계의 중심에 설 수 있었던 것이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와 더불어 우리가 문제라고 생각하는 모든 것들의 해답이 책에 있는 것임을 필자는 항상 강조한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책을 읽어야 하며 풍부한 감성과 인생의 지혜도 모두 책에 있다. 독서야말로 행복한 인생으로 가기 위한 인생의 가장 든든한 조력자이다.항상 책을 곁에 두고 틈틈이 독서하는 시민, 책 읽는 공무원의 경쟁력을 무엇과 비교하랴. 책 읽는 지금 이 시간은 나를 위한 최선의 노력이다.안병용 의정부시장

[천자춘추] 소나무 아래 앉아서

광교산 산마루에 아름드리 소나무 아래 앉아서 푸른 가지 사이로 파란 하늘을 본다. 할아버지는 한봉산(漢峰山) 양지 녘에 터를 잡아 봉림사(鳳林寺) 종소리 들으며 자란 소나무로 초가집을 지으시고, 할머니는 나의 첫 울음소리 반기시며 솔가지 매단 금줄 치시고, 소나무 장작불에 쌀밥을 지으셨다. 어머니는 그 밥을 잡수시고 힘을 얻으셨겠지. 나는 자라 삼칸대청 넓은 마루 이리저리 기어다니다가 소나무 대들보에 물고기 닮은 옹이를 보다가 잠이 들곤 했다. 아버지와 형은 소나무를 심고 기르며 푸른 꿈을 꾸시고, 누나는 산나물 뜯다가 송진 씹어 껌을 만들어 날 주었다. 사촌형은 소나무로 만든 지게에 날 태우고 작대기로 장단 맞추며 돌문이 고개를 잘도 넘었다. 소나무로 팽이를 깎아 얼음판에서 신나게 돌리고, 추운 겨울 청솔가지로 군불을 때면 기나긴 겨울 밤은 어머니 품처럼 따뜻했다.그땐 소나무 어린 가지를 꺾어 속 껍질 벗겨 주린 배를 채웠다. 송홧가루로 만든 다식, 솔잎 따서 찐 송편, 뿌리에 기생하는 복령(茯笭), 송이버섯은 모두 향기로웠다. 껍질에 흠을 내어 송진을 모으고, 뿌리를 말려 기름을 내고, 관솔을 떼어다가 어둔 밤을 밝혔고, 소나무 태운 그을음으로 먹을 만들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렸다.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하늘나라 가시는 날, 소나무 칠성판에 누워 소나무로 만든 상여 타고 편히 가셨다. 거센 바람도 솔잎 사이를 지나면 솔솔 부는 솔바람이 되고, 가지마다 쌓인 눈 무거우나 가벼우나 말없이 견디며, 태어난 자리면 바위틈도 마다치 않고 사시사철 푸르름 간직하고 하늘을 우러러본다. 총알 맞고도 살아있는 금강산 장터 솔밭 소나무, 벼슬 받은 속리산 정이품 소나무, 왜적이 송진까지 짜간 흉터 남은 주왕산 소나무, 문경 농암면 반송(盤松), 명당에서 자란 괴산 청천면 왕송(王松), 청도 운문사 처진 소나무, 대궐 짓는 금강소나무, 보기 힘든 백두대간 황금 소나무, 귀히 쓰이는 소나무 황장목(黃腸木).이 몸이 죽어서 무엇이 될고하니 봉래산 제일 봉에 낙락장송 되었다가, 남산 위에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 우리 조상 때부터 가장 가깝게 지내며 살아온 끈끈한 사랑을 주고받은 소나무가 바람결에 흔들린다. 그 운치, 그 맑은소리, 그 푸른 빛깔. 믿음직한 소나무와 같은 나라의 동량(棟梁) 서둘러 오리라 믿고 나니, 소나무 가지 아래로 해가 지고 있다.송홍만 법무사

[천자춘추] 귀농으로 제2의 인생 꿈꾼다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하지 마세요. 서울의 대기업 과장으로, 소위 말해 잘 나가는 인생을 살던 박모 씨는 부인에게 귀농하고 싶다는 말을 꺼냈다가 일언지하에 거절당했다. 하지만, 부인은 남편이 건넨 편지를 읽고 마음을 돌렸다. 남을 밟고 올라가야 하는 생활, 숨 가쁘게 바쁜 하루하루, 정년으로 묶인 끝이 보이는 직장생활. 내가 내 삶의 주인으로, 흙을 밟으며 자연이 가르치는 대로 살고 싶어, 여보. 그렇게 귀농한 지 벌써 10년. 부부는 땀 흘려 거둔 고구마와 야콘, 산야초 등을 팔면서 홈페이지를 통해 산골에서 시작한 귀농생활의 행복을 전하고 있다. 어떤 것도 배척하지 않고 포용하는 편안하고 넉넉한 농촌을 다시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고 있다. 특히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되면서 각박하고 치열한 도시의 삶에 과감히 사표를 던지고 농촌으로 향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얼마 전 문을 연 수원 농촌진흥청 내 귀농귀촌종합센터에도 귀농귀촌 희망자들의 문의 전화가 쉴 새 없다. 한 명의 상담원이 많게는 하루 200통까지 전화를 받아 목이 아플 정도란다. 이곳에서는 홈페이지를 개설해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농촌을 향한 발걸음이 이렇게까지 많아진 이유는 농업이 개척해볼 만한 희망적인 사업으로 뜨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농업의 성장 가능성을 예견하는 실제 사례가 많이 알려지고, 1억 원 넘는 소득을 올리는 부농이 증가하면서 상대적으로 50대 이하의 젊은 귀농인구도 늘고 있는 추세다. 또한, 농업에는 정년이 없다. 건강만 허락한다면 90세, 100세까지 평생 직업으로 할 수 있다. 하지만, 수십 년 농사로 잔뼈가 굵은 농민들도 밭을 갈아엎기 일쑤인 현실에서 낫 한 번 잡아본 적 없는 도시인들이 농사를 짓는 것은 결코 녹록지 않은 일이다. 뚜렷한 목표와 소신으로 농업창업, 전원생활, 노후생활 영위 등 자신의 여건에 맞게 철저한 귀농계획을 설계하는 것은 성공적인 귀농을 위한 필수조건이다. 또한, 체계적으로 농업기술교육을 받고 수시로 최신의 다양한 귀농정보를 파악하는 일도 뒤따라야 한다. 요즘 추세를 꼼꼼히 조사해 틈새시장을 발굴하고,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창의적인 사고도 뒷받침돼야 한다. 여기에 농촌 어르신들과의 소통을 통해 인심을 얻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일이다. 귀농은 열정과 패기로 똘똘 뭉친 청년들은 물론 젊음을 바쳐 열심히 일하고 은퇴한 우리 아버지들에게 평생 일자리로 새로운 길을 열어주고 있다. 또 다른 삶의 가능성을 찾아 나서는 많은 이들에게 농촌이 제2의 인생이 시작되는 희망의 출발역이 되길 기대해본다.라승용 국립농업과학원장

[천자춘추] 선거 유세와 공약

선거가 본격화하면서 홍수처럼 쏟아 내는 것이 바로 공약이다. 예전에는 입후보들이 돈으로 선거를 치르는 바람에 일시적으로 경제가 활성화되는 듯한 착시 현상도 있었으나 이제는 그마저도 하지 못하도록 법적으로 막아 놓고 있어 그야말로 공약위주의 깨끗한(?) 선거를 치르고 있는 듯하다. 우리가 잘 알고 있다시피 공약을 제대로 내기 위해서는 먼저 지역의 비전을 세우고 이를 이행하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데 현재 어떤 것들이 잘못되어 있다고 점을 밝혀야 할 것이다. 그래서 무엇을 보완하여 어떻게 추진하여야 하는데, 나는 지자체와 정부의 협조를 얻어 이를 어떻게 추진하겠다 하는 것이 바로 공약의 골자라 할 수 있다. 이때 바람직한 것은 비전 정립과 또한 해야만 되는 그 무엇이라는 것은 소속 당의 목적과 전략 등과 맞물려서 설정되어야 한다. 만약 당의 지향하고 있는 목적과 맞지 않는다면 당의 지원을 받아내기 어렵고 결국 정부의 도움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그러나 실제 입후보자들이 이러한 방식으로 선거 공약을 내세운다고 보기는 어려운 것 같다. 우선 공천과정에서도 후보자가 당선할 수 있는 인물위주로 그리고 각 당의 이해관계로 정해지다 보니 지역을 위한 공약에 대한 고민은 그야말로 뒷전인 셈이다. 이렇다 보니 당의 특징도 없고 공약의 차별성도 찾아보기 어려워 결국 유권자가 입후보자를 선택하기란 쉽지않다. 이제부터라도 입후보자들은 먼저 재래시장으로 뛰어나가기 전에 차분히 앉아서 자기가 속한 지역이 도대체 어떤 모습이 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곱씹어 봐야 할 것이다. 또한, 공약은 실행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실행이 답보 되지 않은 공약은 그야말로 공약(空約)이 되기 십상이고 이를 강제적으로 이루려면 상당한 무리수가 따르는 법이다. 공약 실행에는 이를 뒷받침할 구체적인 예산과 이를 조달 방안이 함께 제시되어야 의미가 있다.후보자들은 이러한 노력을 통해 지역을 대표하는 자신의 역할을 찾을 수 있을 것이고 자신의 소신에 힘을 실을 수 있게 된다. 그러나 후보자들이 어려운 지역공부를 피하다 보니 정책적 논쟁보다는 치졸한 상대방 흠집 내기에 골몰하게 되고 결국은 유권자들이 실망하게 되는 것이다. 선거가 코앞에 다가왔다. 이번 선거에는 입후보자들이 눈꼴사나운 쌍방 헐뜯기보다는 소신 있는 공약 제시를 통해 지역의 미래를 생각하는 진지한 자리가 조성되었으면 한다.김준우 인천대학교 경영대학원 학장

[천자춘추] 대형마트 상생의지 가져야

대형마트가 지역과 상생을 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가이드라인 마련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서로 입장을 존중하며 마주앉아 서로 살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심층적인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실정이다. 인천시의회는 지난해 인천광역시 유통법 상생협력 및 소상공인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조례안에는 지역 내 전통시장과 시민단체도 오래전부터 주장해 오던 대기업의 지역발전에 기여와 지역생산 상품 납품 확대, 공사발주 시 지역업체 참여 등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또 대형마트의 취급 품목을 제안하자는 의견도 다수 있다. 문제는 대형마트가 이러한 방안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선 전통시장이 경쟁력을 갖추지 않은 상황에서 상생하자고 제의하는 것은 상생이 아닌 일방적인 지원이라고 주장한다. 상인들이 지자체나 기관 등에만 의지하면서 스스로 변화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실 이러한 주장에 동의하는 소비자들도 적지 않다.실제 지난해 한 지역 일간지에서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설문한 소비패턴 조사에 따르면 전통시장의 시급한 개선사항으로 주차장 확보(24.8%)에 이어 상인들의 서비스 정신 개선(17.0%)을 꼽았다. 또 카드거래시설 마련(17.0%), 무료배송 서비스 마련(8.8%) 등과 같이 소비자들을 위한 준비들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통시장 등과 같은 상인들의 변화 노력도 있어야 하지만 중요한 것은 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대형마트의 통 큰 양보가 있어야 지역과 대형마트가 상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당장 의무휴일과 관련된 논란도 대형마트가 수용하면서 지역경제에 이바지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형식적이 아닌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상생협의회의 운영도 필요하다.이와 함께 지역경제가 살기 위해서는 소비자인 주민들의 의식적인 소비 형태도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전통시장 상인들을 위한 동정이 아니라 공정한 거래와 투명한 생산자거래(착한 소비)를 통해 소비자들의 구매 습관을 개선하고 의식적으로 지역의 물건을 우선 구매하도록 홍보하고 교육해야 한다는 것이다.김성철 인천산업진흥협회장

[천자춘추] 아들의 장래희망

우리가 삶 속에서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목표는 행복추구일 것이다. 평생을 찾아 갈망하는 이 행복은 결코 먼 곳에 있지 않다고 생각되며 다양한 형태로 우리에게 다가선다. 때로는 길게, 혹은 야속하게 순간 머무르다 그렇게 왔다 또 간다. 세상에 많은 이들은 이것을 돈과 명예 권력 등 외적인 것들에 기대어 찾고 있지만 결국은 내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음이 당연하다. 그래서 세간에서 재고 있는 성공의 잣대로 행복을 재단하려는 속되고 어리석음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나는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다니는 두 아들이 가장 행복스럽고 보람을 갖고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일과 방법이 무엇일까를 종종 고민해본다. 지금 작은놈의 장래희망은 오로지 축구선수, 남달리 운동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특히 공 차는 것만큼은 잘한다는 평가도 받고 소질도 있어 보인다는 주위의 의견이다. 얼마 전 작은아들 덕우가 벌이는 축구잔치에 아내와 함께 응원 간 적이 있다. 3경기에서 혼자서만 5골. 작은 마라도나라는 주위 응원단의 칭찬을 독차지하며 종횡무진 운동장을 누비는 아들놈의 활약에 나도 덩달아 어깨가 으쓱해졌다. 소질을 계발하고 되살려 메시와 같은 축구 영웅으로 성장해 갔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 보았다. 그러나 나는 안다. 그렇게 되기까지의 과정이 얼마나 멀고 험난하다는 것을, 노력한다고 다 이룰 수만은 없다는 것을, 좌절할 때의 절망과 비참함을 말이다. 아무튼, 내 아들이 원대한 꿈과 희망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좋아하는 공차기로 성공하여 돈도 명예도 함께 얻어 행복하길 바란다. 그러나 최선을 다해 열심히 노력하되 다 이루지 못함에 낙담하지 않고 삶을 즐길 줄 아는 지혜를 가졌으면 좋겠다. 그저 헐벗지 않음에 감사할 줄 알고 새롭게 꾸며질 가족과 함께 종교, 취미생활과 마음에 와 닿는 봉사활동하면서 소박하고 아름다운 행복을 찾아 갈 수 있으면 좋겠다. 너무 허황한 꿈을 쫓지 말고 자식 낳아 오순도순 사는 것이 최고의 행복이라는 귀에 못이 박이도록 하시던 부모님의 말씀을 50줄 넘어서면서 이제 조금은 알 것 같다. 맛깔 나고 진정한 행복은 소박하고 작은 곳에서 시작되어 꿈결같이 온다는 평범한 진리를 내 아들에게 말해주고 싶다.나는 아들에 대한 내 마음속의 욕심을 버리고 이런 마음으로 살갑게 다가가고 싶다. 오늘 저녁은 통닭 사들고 일찍 귀가해 운동 좋아하는 이 녀석에게 체육선생도 좋은 장래희망이 될 수 있다고 말해봐야겠다.김경표 경기도의원

[천자춘추] 생각이 수반한 경험이라야 가치가 있다

최근 우리는 경험을 강조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하루가 멀다 않고 쏟아지는 자기계발서들은 대부분 경험과 실천을 강조하고 있다. 아는 것 또는 아는 방법보다 실천이 힘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실천 경험이 그 사람의 능력이 되고 있다. 특목고 입시나 대학입시에서도 입학사정관제가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즉 시험 성적보다 그 학생이 그동안 무슨 경험을 어떻게 쌓아왔는지가 그 학생의 능력과 가능성을 재는 잣대가 되고 있다. 교육 당국에서도 이러한 추세에 따라 교육과정을 개정하여 창의적 체험활동을 가르치도록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체험활동과 관련된 사교육 문제 등 교육기회균등의 부작용을 우려하여 원래 의도와는 다르게 상당히 제한적인 형태로 체험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에 교육 당국은 교육 기부 정책 등 제도권 내에서 다양한 체험활동을 할 수 있도록 장을 펼치고 기회를 확대하고자 노력하지만 많은 한계를 드러내는 것도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배우고 익힌 것을 체험해보는 경험을 강조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시도임에 틀림이 없다.그러나 여기서 우리가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경험과 생각이 함께 가야 한다는 점이다. 듀이는 민주주의와 교육에서 경험이란 능동적 요소와 수동적 요소의 특수한 결합이라고 하였다. 예컨대 뜨거운 그릇에 손을 대었더니 그 때문에 손에 화상을 입었다면, 손을 댄 것은 능동적 요소이고 그로 인해 화상을 입은 것은 수동적 요소이다. 그런데 어떤 아이는 이 경험으로 뜨거운 그릇에는 손을 대면 화상을 입으니 그런 행동을 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하고 조심하는 반면, 어떤 아이는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한다. 그래서 교육이 필요한 것이다. 즉 경험에 들어 있는 관계성을 인지적으로나 정의적으로 깨닫게 하고, 앞으로 하게 될 다른 경험으로 연결하여 성숙한 행동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지금 우리 교육은 너무 경험 자체에만 치우쳐 있다. 한번 해 보는 경험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해 본 경험을 어떻게 고급 사고로 승화시키는지에 초점을 둘 때 교육은 비로소 의미가 있는 것이다. 이는 어른들 경우도 마찬가지다.요즈음 가정에서도 학교에서도 자녀와 학생들에게 많은 체험 기회를 주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그 체험이 정말 가치 있는 것이 되기 위해서는 체험과 관련된 질문과 토의토론을 통해 체험과 생각이 연결되도록 지도해야 한다. 체험의 가치를 결정하는 것은 체험 자체가 아니라, 체험 프로그램에 달렸음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정동권 경인교육대학교 총장

[천자춘추] 서열정리

지하철 안에서 옆 자리를 비워 달라는 할머니의 요구에 젊은 여성이 반말과 욕설을 하고, 차내에서 담배를 피우는 중년여성을 옆 자리에 앉아 있던 노인이 나무라자 격하게 화를 내며 폭언과 욕설로 맞서다가 결국 몸싸움까지 벌였다고 한다.우리 사회는 언제부터인가 떼를 쓰면 통하고, 큰소리를 치는 사람이 왕이라는 잘못된 가치관이 지배하고 있다. 기회의 평등보다는 결과까지 절대적 평등만을 앞세워 남의 권익은 안중에도 없고 자기 이익만 추구하면 그만이라는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이며 이기적인 잘못된 사고가 만연되어 있다.이런 사고는 우리 사회공동체의 예의범절과 위계질서를 무너뜨리고 있으며 이를 계속 내버려두면 결국 공동체의 존립 자체가 위태롭게 될 수 있기에 염려스럽기만 하다.기성세대들은 경제적으로는 어려웠지만 우리 고유의 미풍양식과 예의범절이 살아있던 칠팔십 년대 이전을 그리워한다. 그들은 굳이 인성교육을 받지 않았어도 가족관계나 학교, 직장 등의 평범한 일상에서 어른을 공경할 줄 알고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나누며 자연스럽게 살 수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어떤가. 기본 생활 습관을 길러주어야 할 학교는 물론, 가정에서조차도 진정한 사람 만들기 교육에 힘쓰지 않고 있다. 자녀가 부모의 상전이 된 지 오래다. 애걸복걸하며 자녀를 깨워 좋아하는 음식만 먹여주고, 먼 거리도 아닌데 학교까지 승용차로 태워다 주고 생활비 아끼고 아껴가며 과외공부도 시킨다. 자녀가 부모를 단지 먹여주고 용돈을 주고 값비싼 옷을 사주며 방이 더러워지면 청소나 해주는 하인 정도로 생각해 버리니 그게 문제다. 집에서 기르는 애완동물도 서열 정리를 제대로 하지 않고 기르면 상전행세를 한다고 한다. 애써 키워주는 주인을 고맙게 여기기는커녕 덤벼들거나 물어뜯어 상처를 입힌다는 것이다. 이런 잘못된 행동을 교정하기 위한 처방이 있다. 바로 서열정리이다. 애완동물의 서열이 주인보다 아래 있어 주인을 공경하고 주인에게 복종해야 한다는 인식을 시켜줌으로써 행동을 교정해나가는 것이다.나무에 가위질하는 것은 나무를 사랑하기 때문이고 부모에게 야단을 맞지 않고 자란 아이는 똑똑한 사람이 될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자녀의 잘못된 행동을 교정해주지 않는 것은 자녀의 성장을 촉진하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방해를 하는 것이다.부모가 자녀와 평생을 살아줄 수 없다면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과 예의범절을 가르쳐야 한다. 특히 가정에서 엄격한 서열정리를 해주어 자녀가 어른이 아니고 부모가 어른이다라는 확실한 위계질서를 잡아주어야 한다.김정렬 인천연성중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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