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교육, 장기적 대책 마련 중요

지난 2010년에 경인교육대학교에서 다문화교육을 주제로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했다.

 

미국의 한 학자가 ‘교육송유관’이라는 개념으로 미국 다문화교육의 문제점을 소개한 바 있는데, 이는 우리에게 큰 시사를 주었다. 유치원에서부터 고등교육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송유관에 비유하자면, 송유관 품질의 문제에서든 외부에서의 충격에 의해서든 자주 누수 현상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미국의 경우 송유관에서 누수가 생기는 계층은 대부분 다문화 학생들이라는 것이다. 초·중·고교, 대학으로 올라갈수록 탈락자 대부분이 다문화 학생들이라는 통계를 제시하였다.

 

특히 언어문제로 초등학교에서부터 학습부진아가 되면 학습결손이 누적되어 상급학교로 올라갈수록 탈락률은 높아진다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유입되는 다문화 학생은 더욱 늘어나고, 덩달아 탈락자의 수도 더욱 늘어나고 있어 이 때문에 발생하는 사회적 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고민을 털어놓았다.

 

오랜 기간의 다문화사회를 경험한 미국에서도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데, 별다른 준비 없이 다문화 사회에 진입한 우리는 실로 걱정되는 바가 크다. 특별한 대책 없이 이대로 가다가는 중학교, 고등학교 등으로 올라가면 학습결손에 따른 여러 가지 심각한 문제들이 발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학교현장의 교사들은 담임을 맡은 학급이나 수업에서 처음 겪어보는 다문화 학생 문제로 당황하는 경우가 적지 않고, 이는 단순히 학습결손의 문제를 넘어 가정 문제, 문화의 차이에 따른 생활지도 문제, 진로 문제 등 교사가 혼자의 힘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호소하고 있다. 즉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제 우리의 학교 현장에서도 다문화 가정이 많은 경기도나 인천광역시 등의 지자체를 중심으로 국가 차원에서 과감한 교육투자를 통해, 다문화 학생들이 언어와 문화, 생활습관 등의 차이 탓인 차별의 불이익을 당하지 않고, 다문화사회에서 오히려 든든한 재목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그리고 다문화교육은 그 대상을 다문화 학생에게만 국한해서는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양질의 다문화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벌여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더욱 건강하고 성숙한 다문화 선진국으로의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교육문제도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아 우려된다. 적어도 교육현장만큼은 교육의 논리로 정책들이 결정되기를 바란다. 포퓰리즘에 휩쓸린 단기적인 정책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보다 다문화사회를 대비한 장기적 교육정책들이 수립되기를 기대한다.

 

정동권 경인교육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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