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몇몇 학생들의 자살로 촉발된 학생폭력 사건으로 학교가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한국교육계발원장명으로 학생 개개인에게 설문지를 보내 폭력 실태를 파악하고, 경찰에서도 학교폭력 해결을 경찰 업무의 최우선 순위에 두고 예방 및 근절 활동을 펴고 있으며, 국무총리 주재로 관계 장관 회의를 열고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학교는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축소판과 흡사하다. 다양한 개성을 지닌 학생들 간에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하여 강자가 약자 위에 군림을 하려하고 하고, 물질만능의 시류에 편승하여 금전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학교가 교육을 통해서 지속적으로 행동을 변화시키고 인간다움을 길러주려고 노력을 하고 있지만, 우리사회가 복잡한 산업화와 급격한 정보화 사회로 변화되면서 고도의 전문기술과 지식이 없으면 도태되는 현실과 극단적 이윤추구에 몰입된 사회적 풍토에서는 인성 중심의 학교교육의 가치도 붕괴될 수밖에 없게 되었다.
학교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문제는 교사와 학생간의 문제라기보다는 학생과 학생간의 문제이다. 하지만 최근 이슈가 되는 인권문제는 학생과 교사, 학생과 교육 제도의 현실과의 문제에 모든 초점을 맞춘 ‘학생인권’이 우선되다보니 학교에서는 교육적 지도 력을 거의 발휘할 수 없게 되었다.
‘인권’은 인간 그 자체의 존엄함의 가치를 최고로 하는 신성불가침의 영역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타인의 인격을 침탈하고 피해를 준 사람의 인격도 극단적으로 보호되어야만 한다면 그 피해는 결국 약자들이 고스란히 감내해야 되게 되어 인권의 의미는 모호해지게 된다.
짧은 길이의 교복 치마, 진한 화장, 노랗게 머리를 염색하고, 무단결석을 하고, 수업에 나태해도 교육방법이 없고, 친구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금품을 갈취하고 집단으로 따돌림 시키는 학생들을 지도할 뚜렷한 방법이 없다. 정학도 퇴학도 시킬 수도 없고, 전학을 보내려고 해도 본인이나 학부모가 반대하면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당국이 늦게나마 학생간 폭력 문제에 초점을 두고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다행이다. 현재 심사숙고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는 대안들이 일회성이 아니고 학생폭력을 근원적으로 근절할 수 있는 방안이 되었으면 한다.
나아가 한 번의 실수가 평생의 실수가 되는 법적으로의 해결 방법보다는 교육적 방법으로 해결되는 것이 우선되는 지혜로움이 필요하며, 인성교육을 강화하고 학교의 자정능력을 키워주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또한 ‘학교폭력’이라는 용어도 ‘학생폭력’이나 ‘청소년 폭력’이라는 용어로 바꾸어주어 학교가 폭력집단처럼 보이지 않도록 배려해주었으면 한다.
김정렬 인천 용유중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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