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사람과 세상을 이어주는 따뜻한 마음

우체국에 집배원365봉사단이란 것이 있다. 오래전부터 자생적으로 생겨나 운영되던 봉사단체들을 모아 지난 2006년 정식으로 발족한 우체국 내 봉사단체다. 현재 우리 경기인천지역에만 37개의 봉사단에 2천여 명의 직원이 가입해 활동하고 있다. 편지를 배달하면서 지역 내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집배원들이 주변의 어려운 이웃들을 보고 그냥 지나칠 수 없어 하나 둘 돕던 것이 시초가 되어 이제는 우체국마다 봉사단체를 만들어 활동하고 있는 것이다. 여러 성격의 봉사단체가 있지만, 집배원들로 구성된 365봉사단은 좀 특별하다. 지역 내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 맞춤형 봉사가 가능해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활동들을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집배원들의 고된 업무를 옆에서 지켜본 사람이라면 이들의 봉사정신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알 수 있다. 월급이 많은 편도 아닌데 그 돈을 쪼개 활동비를 마련하고, 배달 업무에 몸이 지칠 법도 한대 쉬는 날이면 어김없이 모여 봉사활동을 나서는 그분들을 보고 있으면 절로 머리가 숙여진다. 봉사활동 분야도 다양하다. 어려운 가정에 쌀과 생필품을 전하고, 요양원 등을 찾아 노인분께 목욕봉사도 하고, 때론 독거노인이나 다문화 가정의 오래된 집을 고쳐주고, 지역 내 환경정화운동에 산불예방활동도 한다. 거기다 배달에는 선수들이라 사랑의 도시락배달이나 겨울철 김장김치나누기 등은 눈 깜짝할 새 해치워 버린다. 얼마 전 의정부우체국 봉사단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거동이 불편한 시부모를 모신 채 가구 하나 없이 살아가는 다문화 가정여성을 알고서는 서울까지 달려가 이사를 하며 두고 간 가구들을 가져와 말끔히 수리한 후 설치해 주었다고 한다. 그 후 의정부우체국 집배원들은 버려진 가구들만 보면 우체국으로 가져와 수리하고 필요한 곳에 기증하고 있다. 그뿐 아니다. 휠체어로 생활하는 장애인을 위해 집안의 문턱을 낮추고 마당에 콘크리트 타설을 해주기도 하는 등 이웃이 아니고서는 결코 알 수 없는 불편함을 찾아 해결해주고 있다고 한다. 이런 봉사단이 지역 내 우체국마다 있다고 하니 내심 자랑스럽기까지 하다. 지난 16일 안양우편집중국에서 이들 집배원365봉사단이 한자리에 모여 2012 집배원365봉사단 New Start결의대회를 가졌다. 좀 더 나은 봉사활동을 위해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계획을 세워 체계적으로 봉사활동에 나설 것을 다짐하는 그들을 보며 검게 그을린 얼굴에 거친 손을 가진 천사들이라 생각했다. 이들이야말로 사람과 세상을 이어주는 진정한 천사들이 아닐까?김기덕 경인지방우정청장

[천자춘추] 책을 품은 철쭉

여행길을 나서면 꿈꾸듯 만나는 풍경이 있다. 지리산 장터목에서 세석평전에 이르는 야생화로 뒤덮인 능선 길 같은 곳 말이다. 하지만, 하늘정원을 거닐 듯하게 만드는 이 아름다운 길도 봄이 가는 어느 날 맞이하는 세석의 선홍빛 철쭉만큼 나를 설레게 하지는 못한다. 사랑의 즐거움이라는 꽃말을 가진 철쭉으로 뒤덮인 세석은 항상 나를 꿈꾸게 한다.우리의 봄은 축제로 시작된다. 그야말로 전국이 꽃축제로 뒤덮인다. 전남 광양의 매화꽃 축제를 시작으로 너는 내 운명 촬영지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땅끝매화축제, 목포 유달산 꽃축제, 신안과 태안의 튤립 잔치와 고양 꽃박람회까지 전국의 지자체들이 축제를 지역사회의 중요한 관광 상품으로 육성하고자 하는 노력은 눈물겹다. 축제는 무엇보다 해당 지역의 문화와 역사를 담아내고, 지역민의 문화욕구 충족, 교류를 통한 새로운 의식 및 관계를 돈독히 하여, 지역 발전의 원동력으로 작용할 때 그 의미가 크다고 하겠다. 이렇게 볼 때 군포의 철쭉축제는 타 지역의 축제와는 괘를 달리한다. 군포시 수리동에 있는 철쭉동산은 인공으로 조성됐다. 버려져 있던 언덕에 자산홍과 산철쭉 15만 본을 식재하여 조성된 곳으로 이제는 명실공이 군포시의 명소로 자리 잡았다. 2만㎡의 부지에 해마다 4월 말에서 5월 초면 만개하는 철쭉꽃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이즈음 시책인 책 읽는 군포와 연계하여 철쭉축제를 진행한다는 점에서 분명한 정체성을 가진 축제라고 볼 수 있다. 축제가 열리는 철쭉동산에는 앙증맞은 북카페가 시민들의 시선을 끈다. 꽃향기와 책 향기 어느 것에든 취할 수 있다. 어떤 상품성이나 경제적 측면을 배제한 채 꽃과 책, 음악 등 다양한 문화행사로만 이뤄졌다는 점 또한 군포시 철쭉축제만의 장점이다. 이 때문에 시민들이 가장 사랑하는 축제로 자리 잡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모든 순간이 다아 꽃봉오리인 것을 / 내 열심에 따라 피어날 꽃봉오리인 것을이라고 정현종 시인은 노래했다. 봄의 전령인 봄꽃들이 만개하는 계절이다. 화사한 꽃망울을 보고 있노라면 당장 해야 할 일이나 머릿속을 떠나지 않던 걱정거리도 다 놓게 된다. 조금만 귀를 기울여 보라, 운이 좋다면 꽃의 말을 들을 수도 있다. 짧은 순간이지만 모든 것을 내어줄 것만 같은 꽃 구름 속에 책의 향기가 스며들어 있는 군포철쭉축제가 기다려는 이유다. 봄이 되면 나는 항상 세석의 철쭉을 꿈꾸었다. 하지만, 이제 나는 군포의 철쭉과 함께 사랑의 즐거움을 꿈꾸게 될 터. 비록 세석만큼은 아니지만 감미로운 책이 있고, 아름다운 이웃이 있는 축제이기 때문이리라.김주삼 경기도의원

[천자춘추] 결혼 준비

자동차를 운전하고 싶다고 해서 막무가내로 핸들을 잡지는 않는다. 만약 운전할 준비가 전혀 안 된 사람이 운전대를 잡는다면 그 모습이 어떠할까? 차가 좌충우돌하며 많은 상처를 내고 급기야는 큰 사고를 내면서 멈춰버릴 것이라는 예상을 쉽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의 차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재산침해까지도 일어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자동차를 운전하고자 할 때 차의 구조나 기능 등 차와 관련된 지식을 배우고, 운전연습을 한 후 자격증까지 취득하여 드디어 운전자가 되는 것이다.그런데 우리는 부모가 될 때 어떠한가? 차라고 하는 사물을 운전할 때는 이와 같은 과정을 거치면서 정작 하나의 인격체를 코치하는 부모가 될 때 자격증을 획득하지는 못할망정 얼마나 아이에 대해 알며 얼마나 많은 예행연습을 하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요즘 젊은이들은 결혼식 전에 젊은 날의 아름다움과 행복한 모습을 간직하기 위해서 사진을 찍어 남기려 한다. 이제는 이러한 이벤트가 당연한 것처럼 되어 있는데, 이것을 일종의 결혼식 예행연습이라 한다면 과연 부모가 되기 위한 준비와 연습은 얼마나 하고 있는지 내심 궁금하다. 혹시 혼수 마련이 결혼준비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어린이박물관의 한 직원이 봄에 결혼날을 잡았다. 작년부터 사귀던 남자와의 결혼이야기가 오갔다. 그때 그 사람은 아직 결혼하기 싫어요라고 대답했는데, 그때는 그런가 보다 했다.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날도 같은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면서 고개가 갸우뚱해졌다. 6월 결혼이면 이제는 준비해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우리는 선행학습에 익숙해 있다. 어려서부터 선행학습이란 이름으로 취학 전부터 가나다라 글씨를 가르치며, 요즘엔 영어까지 더해졌다. 남보다 앞서야 한다는 경쟁심 때문인지 우리나라 사람들은 부산스럽게 어린 아이들을 학원으로 내몰며 초등학교에 들어가서 배워야 할 것들을 일찌감치 가르친다. 부모들은 공부에 있어서만큼은 요란스럽게 아이들에게 선행학습을 시킨다. 그러나 공부를 다 끝내고 정작 공부보다 더 중요한 인생길에 관해서는 어떠한가? 결혼생활은 살기 위한 집과 가전제품만 장만한다고 해서 행복하게 살아지는 것이 아니다. 행복한 부부생활과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서 무엇을 어떻게 노력해야 하는지 알 필요가 있다. 운전면허증이 없는 사람이 차를 운전할 때 자신의 차뿐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듯, 자녀와 배우자에게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 역할을 제대로 알지 못할 때 자신의 가족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것을 예비부부들은 인식하기 바란다.이경희 경기도어린이박물관장

[천자춘추] 맛있다고 해서 더 먹지는 않습니다

20여 년 전 소설 빙점으로 유명한 미우라아야코(三浦陵子)의 에세이집에서 위 제목의 수필을 읽은 적이 있다. 세월이 흘러 그 유명한 빙점의 줄거리조차 가물가물해지는데 유독 위 수필제목만은 여전히 기억에 머물고 있다. 다소 유치하거나 싱거운 표현일 수도 있는데 곱씹어볼수록 시사하는 점이 많아 그런 것 같다. 인간의 가장 원초적 본능 중의 하나인 먹는 즐거움의 클라이맥스에서 과감히 포크를 놓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경제학적 용어로 한계효용의 극대화 지점을 지나면 효용은 체감되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한계효용의 극점에서 누리는 그 맛을 지속적으로 누리려면 역설적으로 바로 그때 멈출 줄 알아야 한다는 것으로 위 글을 이해한다.임박한 총선을 앞두고 공천작업이 거의 마무리 되었지만 탈락한 이들의 한숨소리도 비례적으로 크게 들린다. 특히 현역 국회의원의 경우 그 상실감은 더 한 듯하다. 물론 의정 활동을 하면서 꼭 이루고 싶은 꿈이 있었는데 미완성인 상태에서 타의에 의해 선수로 나서보지도 못하고 퇴장해야 한다면 이는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반면, 더이상 공항귀빈실을 이용할 수 없다는 식의 특혜와 특권을 놓치는 것이 아쉬워서 그렇다면, 그들은 지금까지의 누린 혜택이 족한 줄로 알고 과감하게 뺏지를 반납하는 것이 개인적 여생을 위해서도 복된 일이 아닐까.그럼에도, 브레이크 없는 벤츠와 같이 질주하는 이들을 위해 사흘 전에 영면한 고 강태기 시인의 유작시를 소개한다. 단 하루도 거짓말하지 않는 일이 없었고, 단 하루도 선행을 모르고 살고, 단 하루도 감사하는 일 없었고 오만가지 생각으로 부스럭거리고, 비판하고 욕하고 허물만을 바라보고 천당에 데려놓아도 불평불만만 할 사람이었다. 죽으나 사나 눈치만 보았다. 않으나 서나 말수는 비단 같아도, 시간이 너무 지났구나국회의원이 아무리 의미가 있는 직업이라 한들, 너무 한 가지만 집착해서 올인하기에는 세월이 너무 아깝지 않을까. 요즘과 같은 선거철에, 자신은 꼭 국회의원이 되어야 한다고 목청 높이는 사람이 난무할 때 나는 더 할 수도 있지만 더하지는 않습니다.라고 당당하게 말하면서 봄바람에 휘날리는 벚꽃처럼 순리에 따라 퇴장하는 아름다운 이들도 많이 볼 수 있었으면 한다.양진영 법무법인 온누리 대표 변호사

[천자춘추] 예꿈마을 아이들이 만들어 준 근거

오랜만에 영화를 보았다. 인천지역 예꿈마을 지역아동센터의 아이들이 만든 7편의 독립영화였다. 초중고 아이들이 성장통, 왕따 문제, 가족과의 관계, 스무 살을 앞둔 고민 등을 영상에 담았다. 아이들의 눈으로 본 자신과 학교, 가족 그리고 사회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아이들의 힘으로 이 영화가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시나리오, 촬영, 음향 등 모든 것이 아이들의 토론으로 만들어졌다. 감독, 배우, PD 등 모든 역할을 아이들이 소화했다. 영화제작 과정과 그 내용 자체가 아름다워서 눈이 시리도록 감동적이었다. 감동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었다. 이면엔 지역아동센터가 있었다. 윤귀염, 김지웅 목사님은 예쁜 꿈나무들이 자라는 마을을 꿈꾸며 10년 전에 인천 만수동에 예꿈마을 지역아동센터를 개소했다. 예꿈마을은 이곳에 온 아이들이 공부방을 넘어서서 연극동아리 창단, 밴드 결성 그리고 마침내 영화제까지 개막할 힘과 방법을 가르쳐주었다. 예꿈마을은 아이들이 이 사회의 당당한 주체로 성장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아이들은 자신의 삶의 공간인 지역을 섬세하게 살펴보는 법을 배웠고 이에 기반을 두어 지역을 디자인하였다. 그리고 청소년 주민참여 예산제에 참여해 청소년 정책까지 제언하고 있다. 아이들이 마을의 주체가 되고 있다.그런데 내가 목격한 예꿈마을의 신화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한 아이를 키우는데 한 마을이 필요하다는 속담을 실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예꿈마을만이 아니라 지역 자체를 예쁜 꿈나무들이 자라는 곳으로 바꾸고 있다. 예꿈마을은 지역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2년 동안 인문학 교실을 운영해 왔다. 인문학교실은 교육청, 남동구청, 학교, 지역아동센터, 복지관, 청소년단체, 엄마들의 모임 등의 실무자들이 공감대를 형성했다. 아이들을 매개로 모인 사람들은 토론을 거듭하더니 마침내 사회가 아이를 키우는 것을 지역에서부터 시작하자고 결의했다. 마을이 아이들을 키우는 것을 열망하는 사람들의 모임, 마열모가 결성된 것이다. 마열모는 현재 마을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꽃집사장님은 원예를, 찻집 아저씨는 바리스타 과정을 가르치는 등 마을 사람들이 재능을 나누어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이처럼 예꿈마을과 마열모는 아이를 지역과 사회가 키워야 한다는 이상을 현실화하고 있다. 예꿈마을과 마열모의 이상이 근거 없는 낙관주의라고 생각했는데, 어느덧 우리 사회가 그 근거를 만들고 있다. 이제 무엇을 꿈꾸지 못하겠는가.유해숙 인천교육청 교육복지연구지원센터장

[천자춘추] 운동을 밥 먹듯이

설악산 종주계획이 있어 몸도 점검할 겸해서 동네 산인 대모산과 구룡산을 이어 걷는 중, 개암약수터에서였다. 연세가 꽤 들어보이는 분이 역기 대에 걸터앉아 계시기에 여기 자주 오시는가 보죠하고 인사 드렸더니 대뜸 열심히 운동하세요. 운동하는 게 제일 중요합니다라고 하셨다. 여든이 됐지만 눈도 신문 볼 때만 돋보기를 쓸 뿐이고 귀도 좋으시단다. 고혈압 당뇨 전립선 등도 아무 문제가 없다 하였다. 매일 아침 등산도 하고 귀갓길에 약수터 체력단련장에서 한 시간 정도 근력 운동을 하시는데 85kg 짜리 벤치 프레스를 통상 10번에서 15번 정도 들어 올리고 컨디션이 좋을 때는 20번도 하신단다. 헤어지면서 100수를 하시라는 인사말에도 그분은 다시 운동하시라, 운동만큼 좋은 게 없다고 하였다.나 자신도 나이가 들고 또 오래 사는 시대가 되니 자연 어떻게 하면 건강하게 살 수 있을까?에 관심이 점점 많아진다. 건강하게 사는 법이라는 글이 있으면 정독하고 따로 메모를 해 두기도 한다. 내 경우만 해도 암이나 힘든 병에 걸린 친구도 많아지고 정말 아까운 친구들이 세상을 떠나기도 하였다. 최근에는 건강을 지키는 네가지로 잘 자는 것, 좋은 공기, 등산, 좋은 물을 든 글도 있었다. 산을 다니게 되면 이 네가지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등산을 하면 좋은 공기는 실컷 마시게 되고 높은 산의 약수는 시중에 파는 미네랄 워터에 비할 바가 아니다. 이에 덧붙여 등산은 몸의 중심 근육을 강화하고 고혈압 당뇨 등 성인병까지 예방하거나 치유하는 효과가 있다. 사실 나 스스로도 어떤 땐 오른쪽 무릎이 안 좋을 때도 있고 해서 장거리 산행이 망설여지는 때도 있다. 나는 사람 몸의 자연치유능력을 믿는 편이다. 얼마 전 설악산 산행 시 어처구니없는 안전사고를 당했다. 새벽에 집을 나서면서 왼쪽 신발끈 고리에 오른발이 걸려 16~7kg 배낭 무게에 깔려 그냥 앞으로 고꾸라졌다. 왼쪽 갈비뼈에 통증이 있었으나 계획된 산행을 하였다. 산행 초입에서도 진통제가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었으나 이틀 산에서 자고 났더니 빠르게 좋아졌다.운동을 밥 먹듯이 하라는 표현이 있다. 밥을 삼시 세 끼 챙기듯이 운동도 하루도 빠짐없이 하라는 뜻이다. 건강하게 사는 분들의 공통점은 젊어서부터 꾸준히 자기 몸을 아끼고 관리해왔다는 것이다. 현대의학으로 치유가 안 되는 병 때문이라면 어쩔 수 없겠지만, 이 세상에서 가장 귀중한 제 몸 관리를 잘못하여 이 좋은 세상을 일찍 떠나야 한다면 얼마나 기가 막힌 일인가.강정호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천자춘추] 창의성은 발견의 기쁨을 먹고 자란다

오랫동안 한국의 교육대학들은 우수한 초등 교사를 양성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많은 교수는 교육대학 학생들을 위한 더 좋은 커리큘럼을 모색하고 개발함으로써 교육의 질을 제고해왔다. 근래 거의 모든 분야에서 창의성이 화두이다. 창의적으로 사고하는 학생들을 길러내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이 대두하고 있다. 교육에 발을 담그고 있다면 그 누가 관심이 없겠는가. 20세기 초반 영국의 위대한 수학자, 논리학자이자 철학자인 화이트헤드(1861~1947)는 교육의 목적에서 진정 바람직한 교육의 방법을 제시한 바 있다. 그는 우리는 교양과 특수 영역의 전문 지식을 겸비한 인간을 육성해야 한다. 전문지식은 교양으로부터 출발하는 데 필요한 무대를 제공하며, 교양은 그들을 철학의 깊이와 예술의 높이로까지 이끌어줄 것이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가장 소중한 지적 개발은 자기능력의 개발(self-development)이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단지 많이 암기하였을 뿐 내적으로 체화되어 응용되지 않을 지식을 박식과 교육의 증거로 내세우는 자들이야말로 가장 쓸모없는 교육을 하고 있다는 그의 언설은 우리 대학들의 교육과정을 돌아보게 한다. 이어서 그는 학생들의 사고력을 훈육함에 있어 무엇보다도 경계해야 할 것은 바로 생기 없는 관념과 지식인데, 이는 참신한 연관성으로 결합되지 않은 채 전혀 활용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교육제도를 통해 이러한 정신적 부패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인가? 화이트헤드는 두 가지 교육상의 기본 원칙을 주장했다. 첫째, 너무 많은 과목을 가르치지 말라는 것이다. 그리고 둘째, 가르쳐야 할 것은 철저하게 가르치라는 것이다. 너무 많은 교과 과목에서 극히 얕게 가르친다면 그 결과는 생명력 넘치는 섬광으로 계발되지 못하는 동시에 전연 연관성 없는 지식의 암기에 불과할 뿐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화이트헤드는 진정 창조적인 사고력을 기르려 한다면 가르쳐야 할 내용은 되도록 줄이고 중요한 내용만을 골라낸 후, 엄선된 지식과 관념들을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결합 가능한 방식으로 사고할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할 때만이 학생들은 자신이 배우는 관념과 지식을 체화하고, 지금 이곳이라는 구체적인 현실 속에서 그 지식을 응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생기 넘치는 진짜 지식을 통해 발견의 기쁨을 경험하게 된 학생이야말로 창의적인 사고력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어떠한가? 너무나 많은 지식을 가르치려다 도리어 가장 쓸모없는 사람을 길러내는 우를 범하고 있지나 않은지 깊이 반성해볼 일이다.정동권 경인교육대학교 총장

[천자춘추] 진화하는 공립문화시설

진화란 것은,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작은 필연을 정성껏 쌓아올린 곳에만 일어나는 것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그동안 필자가, 업무와 관련된 많은 공립문화시설을 벤치마킹하면서 얻은 생각이다. 처음에는 관계자를 만나지 않는다. 관련된 인사의 추천이나 서적의 평판 그리고, 정보를 통해 문화시설을 방문하고, 그 시설 주변 주택가를 중심으로 돌아본다. 대부분 여기에서 그 문화시설이 가진 장점이나 문제점은 표출된다. 그리고 다음 방문 여부를 결정한다. 다음 방문이 결정되며 반드시 행정과 접촉한다. 행정의 균형과 문화시설이 갖고 있는 창조시설로서 융합을 살핀다. 그 다음은 전문직 관계자들을 만나 그들이 이끌고 있는 공립문화시설을 진화 시키고 있는 콘텐츠를 살피고, 자료를 담당자에게 요청하고 분석에 들어간다. 필자의 기준에 의해, 선택과 집중을 해서 좋은 모델로 삼을 수 있는 공립문화시설은 많지가 않았다. 참으로 많은 문화시설을 방문했다. 지역지도를 달랑 하나 들고 지역민들이 그 지역의 문화시설에 대한 평가도 들어보고, 저녁에 근처의 카페에 들러 주인이 생각하는 그 문화시설에 대한 존재감도 물어본다. 대부분이 무관심이다. 어떤 경우에는 문화시설이 바로 눈 앞에 위치해 있음에도 어디에 있는지 조차 모른다.그러나 지역에서 존재감을 갖고 있는 공립문화시설은 확연히 달랐다. 매달 한 번씩 문화시설 앞 공원 근처에서 콘서트를 연다든지, 기차역 로비에서 근처의 음악당이 주관하는 콘서트를 열어서 지역민과의 거리감을 좁히고 있다든지, 공립문화시설의 예술 감독의 명성을 통한 일관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든지, 여름철 광장을 활용해 시민 오페라를 개최하여 지역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야외 프로그램을 꾸준히 선보인다든지, 공립문화시설 리더의 의지에 의해, 그리고 직원들의 열정을 통해 진화를 시키는 모습은 필자에게는 배워야 되는 것이었다. 어느 공립문화시설에서 매년 개최되는 음악제에는 음악감독이 축제 기간에 매일 근처의 술집 등을 돌아다니면서 지역민과 대화를 나누며 소통하는 모습을 보면서 감동을 받았다. 지역 출신 예술가가 아닌 그는, 이러한 방법을 통해 친근하게 지역민과 접촉하고 있었다. 또한, 연극인들의 경우, 지역민들과 함께 비닐하우스에서 일하고, 그들을 극단의 후원 관객으로 만들고 있었다. 이와 같이 공립문화시설은, 공공재로서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존재감을 갖고 지역 공동체와 함께 하는 좋은 공립문화시설을 만드는 사례도 많았다. 진화란 것은,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나는 것이 아닌, 작은 필연을 정성껏 쌓아올린 곳에만 일어난다고 생각한다.조경환 부평아트센터 관장

[천자춘추] 근로시간 단축 기업상황 맞게 추진돼야

최근 정부는 사업장의 근로시간단축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근로시간단축 관련 정부의 주요 추진계획은 휴일근로를 연장근로 시간에 포함 시키는 것이다. 현재 휴일근로는 근로기준법상 주당 초과근로한도(12시간)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두 번째는 근로시간적용제외특례업종를 26개 업종으로 재분류하고, 그중 금융업, 숙박업, 자동차 및 부품판매업 등 16개 업종을 특례업종에서 제외하는 것이 주요 골자이며, 더불어 사업장 근로감독 통한 규제강화와 근로시간 유연화 추진이다. 고용노동부는 휴일근로를 제한한 경우 기업에 약 25만개의 일자리 창출 여력이 생긴다고 주장한다. 이는 산술적 수치로서 가능할 수 있으나 현실적으로 비상시적인 휴일근로시간을 신규고용수요로 간주하는 부분, 중소기업의 만성적 인력난, 임금보존을 전제로 한 근로강도 조정을 통한 생산성 향상 요인 발생 시 이와 같은 논거는 불충분하다.또한, 노동계는 근로시간 단축 자체는 환영하지만, 소득감소로 이어질 것에 대하여는 우려하는 입장이다. 특히 휴일근로 관련법 개정을 추진 중인 정부와는 달리 행정해석 변경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정부의 근로시간 단축요구에 대해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경영계는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다. 첫째, 휴일근로의 연장근로와 관련하여 급격한 휴일근로제한은 기업이 부담을 가중시키고, 최소한의 유연성 확보수단까지 제한함으로써 그동안 어렵게 확보한 우리나라 제조업의 경쟁력을 심각하게 위협할 것을 우려한다.둘째, 휴일근로 제한 등을 통해 근로시간을 단축하면, 근로시간 단축분만큼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하나 이는 현실성이 떨어진다. 단기적으로 일정부분 일자리가 창출된다 하더라도 최소한에 그칠 것이며 장기적으로 고용에 악영향을 가져올 것이다. 우리나라 전체사업장의 99.9%가 300인 미만이며, 10인 미만이 92%를 차지하는 현실은 이를 뒷받침한다. 셋째, 생산성 향상과 노사관계이다. 우리나라의 생산성이 낮은 이유가 장시간 근로 때문이며, 근로시간을 줄이면 자연스럽게 생산성이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나 이는 현실과 다르다. 또한, 인위적인 근로시간단축은 현 수준 임금총액 보전을 요구하는 노동조합과 노사갈등의 확대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넷째, 근로자의 삶의 질 향상 부분이다. 장시간 근로개선을 통하여 가정에 충실하며, 여가활용 등 재충전의 기회로 삼아 삶의 질이 나아질 것이라는 데는 공감대를 같이하지만, 근로시간단축은 인위적 조치가 아닌 개별기업이 상황에 맞게 자율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이종광 인천경영자총협회 부회장

[천자춘추] 인문학, 삶의 따뜻한 위로

인문학의 사전적 의미는 인간의 조건에 관해 탐구하는 학문으로 되어 있다. 크게는 문학, 역사, 철학으로 요약되기도 하지만 이 외에도 미학, 예술, 언어 등 그 범위는 매우 넓다.갑자기 왜 인문학인가. 요즘 군포에는 어느 때보다 인문학 열풍이 강하게 불고 있기 때문이다. 시 정책인 책 읽는 군포 사업과 맞물리면서 시청과 크고 작은 도서관, 순수문학모임 등에서 인문학강좌가 많이 열렸고, 시민들의 호응 또한 대단히 높은 걸 확인했다.얼마 전 문인협회에서 주관한 안도현 시인의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 시청 대회의실은 모여든 시민들로 빈자리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강의가 끝나고 몇몇 주부들과의 대화에 주책없이 끼어들었다. 그들의 이야기는 한마디로 위로였다. 내 삶에 대한 따뜻한 위로가 바로 인문학이었다고, 자기 성찰에 필요한 객관적 거리를 확보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고 하나같이 입을 모았다. 김병후 박사의 강연에서 들은 이야기다.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데에는 두 가지 경로가 있다 한다. 도파민이 분출되는 쾌감 중추와 옥시토신이 분출되는 관계 중추인데 쾌감 중추는 술, 음식, 섹스, 성공 등 강렬한 쾌감이고 사랑의 기분, 스킨십, 여성의 수다 등은 관계 중추라고 한다. 인문학을 통한 행복은 아무래도 관계 중추에 가깝지 않을까 한다.나는 정치인이다. 그렇다면, 인문학이 정치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일까. 사실 지금까지 인문학은 정치 영역의 밖에 있었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정치의 오랜 과제인 소통과 공생의 부분에 있어서, 분석적이고 비판적이며 인간과 사회에 대한 성찰을 다루는 인문학이 정치에 미치는 영향은 고무적이라고 볼 수 있다. 지금껏 사회와 정치에서 무한 경쟁이니 선택과 집중이니 하는 것을 대신할 수 있는 것이 공생이 아닐까 생각한다. 함께라는 것을 통해 우리 사회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어느 개그 프로의 외침처럼 일등만 기억하는 세상은 삶을 각박하게 만든다. 학교폭력의 원인도 정의와 공생이 사라지고 일등만 기억해 주는 우리 사회의 모습 아니겠는가? 말이 살짝 다른 방향으로 흘렀지만 각설하고, 정치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이때 위에서 언급한 어느 주부의 말을 다시 되새겨봤다. 살아가는데 따뜻한 위로가 되는 인문학처럼 우리 정치도 모든 사람들에게 옥시토신이 분출되도록 할 수 있을까? 물론 가능하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김주삼 경기도의원

[천자춘추] 선거 부재자신고, 소중한 권리 챙겨야

제19대 국회의원 선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당사자인 국회의원과 지역주민은 물론 각급 언론사와 공공기관들까지 모두가 다가오는 선거에 관심이 높다. 우체국도 마찬가지지만 이유가 조금 다르다. 바로 선거우편물특별소통 기간 때문이다. 우체국에는 두 종류의 특별소통기간이 있는데 하나가 명절특별소통기간이고 나머지 하나가 바로 선거전에 치러지는 선거우편물특별소통기간이다. 이 기간에 우체국은 급증하는 우편물의 소통을 위해 집배원뿐 아니라 전 직원이 물량소통에 투입된다. 특히 올해는 총선과 함께 연말 대선도 예고되어 있어 그 어느 때보다 바쁜 한 해가 될 전망이다.선거우편물의 소통은 의미가 좀 남다르다. 우편물 하나하나가 국민의 정당한 권리행사와 관계된 만큼 그 어느 때보다 철저하고 또 신중해야 하기 때문이다. 홍보물에서부터 선거공보, 각종 안내문, 부재자투표용지 등 그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 과거 배달된 선거공보를 폐지수집상이 주택가 우편함을 돌며 수거하다 집배원에게 적발된 전례가 있어 배달이 끝난 뒤에도 안심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집배원들이 배달지역을 모니터링 한다. 이 기간 우체국은 국민의 권리행사를 위한 손과 발이 되는 만큼 더욱 철저해야 하는 것이다.선거와 관련하여 우체국에서 가장 민감한 것은 바로 부재자투표다. 군 복무 중이거나 타지에서 공부하는 대학생 등 주민등록상 거주지에서 투표할 수 없는 국민은 투표일 이전에 부재자 신고서를 작성하고 우체국을 통해 관할지자체로 부재자 신고서를 보내야 한다. 하지만, 문제는 이 부재자 신고서가 마감일 오후 6시까지 관할 지자체에 도착해야 신고가 유효하다는 것이다. 선거관리위원회에서 공고하는 마감일이 우체국접수 마감일이 아니라 지자체 도착마감일인 것이다. 당일 소인이 있더라도 당일 도착분이 아니면 무효다. 최소한 공고된 마감일 전날까지는 우체국에 접수해야 안전하게 다음날 도착할 수 있다.하지만, 현실은 마감 당일 부재자신고서를 들고 오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럴 땐 우체국에서 팩스로 일일이 관할 지자체로 보내는 수밖에 없다. 몇 해 전 어느 대학교에서 마감일 6시가 다 되어서 수백 통의 부재자신고서를 우체국에 들고 온 일이 있었다. 물리적으로 마감시간까지 그 많은 신고서를 관할지자체로 전송할 방법이 없어 결국 많은 학생이 자신의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는 일이 생겼다. 이러한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늦어도 마감일 전날까지는 우체국에 부재자신고서를 접수해야 한다. 올해는 부재자 신고 마감일이 3월 27일이다. 자신의 권리가 제대로 행사될 수 있도록 꼭 미리 챙겨주기를 바란다.김기덕 경인지방우정청장

[천자춘추] 미인대칭비비불

당신의 인생은 당신이 하루 종일 무슨 생각을 하는지에 달렸다, 사고는 행동의 씨앗이다는 미국의 문학자이자 사상가인 랠프 에머슨(1803~1882)의 말이다. 누구나 좋은 인생을 꿈꾸고 성공을 원한다. 봄이 오는 소리를 들으면서 지난 4계절 내내 무슨 생각을 하였는지 생각해 본다.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은 많은데 딱히 내세울 만한 건 없다. 에머슨의 성공이란 무엇인가(In Search of Success)를 떠올리면서 위안을 해 본다.자주 많이 웃는 것 현명한 이에게서 존경을 받고 아이들에게서 사랑을 받는 것. 아름다움을 누릴 줄 알고 다른 사람의 장점을 찾아내는 것. 자기가 태어나기 전보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놓고 떠나는 것 자신이 한때 이곳에 살았음으로 해서 단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 지는 것 이것이 진정한 성공이다.어떤 사람은 아침에 집을 나올 때 한쪽 주머니에 동전 10개를 넣고 나온다고 한다. 매번 다른 사람을 조금이라도 기쁘게 할 수 있는 일을 할 때 다른 주머니로 동전 한 개씩을 옮겨 넣는다. 길가에서 마주친 사람에게 미소를 짓거나 먼저 인사를 하거나 말을 건네면 동전 한 개를 옮긴다. 또 칭찬 한마디 격려 한마디 공감할 수 있는 말 한마디를 한 경우에도 하나씩 옮긴다. 내가 상대방을 비난하거나 비판할 일이 있음에도 꾹 참을 수 있을 때나, 상대방이나 자신에 대하여 불평을 견뎌낼 수 있을 때도 동전 하나씩을 옮긴다. 미소, 인사, 대화, 칭찬을 하는 것과 비난, 비판, 불평을 참는 것 등 작은 선행 7가지의 첫 머리글자를 따면 미인대칭비비불이 된다. 막상 미인대칭비비불을 실천해 보려 하면 뜻밖에 쉽지 않다. 수십 년간 굳어온 얼굴을 쉽게 펼 수 있을 것 같은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거울을 보고 웃는 연습을 해보자. 소리를 내어 웃으면 더욱 좋겠다. 여럿이 만나는 자리에 갈 때는 꼭 미리 화장실을 들러 미리 준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거울 앞에 서서 내 얼굴의 굳은 근육을 바로 펴서 상대방을 환영할 수 있는 마음 준비, 얼굴 준비를 해보자. 에머슨의 말대로 자주 많이 웃는 것은 성공이고 축복이다. 자신에 대한 축복이고 상대방에 대한 축복이다. 웃고 살자.또 곧 여름이 지나고 가을 겨울이 지나 임진년 한 해를 되돌아 보게 될 것이다. 조금 덜 성취했다 하더라도 자괴하지 말자. 참 좋은 세상에 살고 있다는 행복감을 누리자. 7가지의 작은 선행을 내일로, 다음으로 미루지 말자. 지금 당장 하자. 가까운 이웃 가족에게 해 보자.강정호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천자춘추] 어덜키드

얼마 전 9시 뉴스에 어덜키드에 대한 내용이 보도되었다. 어덜키드는 어덜트(adult어른)와 키드(kid아이)를 합친 단어로, 어른을 흉내 내는 아이를 의미한다고 한다. 새롭게 만든 신조어다.아이들은 옛날부터 어른들을 흉내 내어 엄마놀이, 병원놀이 등 소위 역할놀이란 것을 하며 재미있게 놀아왔다. 엄마의 뾰족구두와 핸드백을 챙겨 립스틱을 바르고 소꿉놀이를 하는 아이의 모습은 우리 눈에 그리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가 그런 아이를 보고 어덜키드라고 부르지는 않았다. 이는 단순히 아이다운 놀이였고 그러한 놀이를 통해서 아이들은 어른의 역할을 배우며 한편 카타르시스를 하기에,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역할놀이의 교육적 가치를 높이 산다.반면 여기서 말하는 어덜키드란 용어는 어린 여자아이한테 하이힐을 신기고 어른의 옷을 축소한 듯한 옷을 입히며, 방송에 나온 어머니의 말처럼 성장기 어린이의 척추와 건강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아이들이 좋아한다(?)는 이유로 어덜키드를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부모는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일까?19세기 이전 서양의 그림 속 아이들 옷을 보면 그들의 옷은 활발하게 뛰어놀 수 있는 옷이 아니라 어른의 기대를 반영하는 어른과 같은 우아한 옷을 입고 있다. 어떤 그림에서는 아이의 얼굴이 어른의 얼굴을 축소해서 그려져 있다. 아이다운 볼살이나 귀여운 모습이 아니라 약아빠진 아이어른 같은 모습이다. 이러한 그림이 그려진 배경을 보면 이 시기의 아동관을 반영한다. 아이의 입장에서 그들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어른의 가치관과 행동규준을 그들에게 강요하는 사회분위기로부터 나온 것이다. 그로부터 지금 몇 백 년이 흘렀다. 현대를 사는 우리는 아이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는 것일까? 요즘의 부모들은 아이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예전의 부모처럼 부모의 기대를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해주고 아이가 배우고 싶은 것을 가르치는 소위 아동중심의 양육관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아이가 원한다 하니 어린아이에게 하이힐을 신기고 작은 고사리 손에 휴대전화를 쥐여준다는 말인가? 아이들은 아직 자기중심적 사고를 하기 때문에 통합적인 것을 생각할 수 없다. 그러한 인지적 구조를 가졌기에 적절한 판단력이 생기기까지 부모의 양육이 필요한 시기다. 어덜키드를 만들어 놓고 어른이 더 좋아하는 것은 아닌지, 어른의 소비문화가 가져오는 또 다른 얼토당토않은 유행은 아닌지 생각해볼 시점이다. 아이는 아이다워야 심신이 건강하고 행복하다.이경희 경기도어린이박물관장

[천자춘추] 가까운 사람, 가까이 해야 할 사람

민원이나 자녀교육과 관련하여 교장실에 전화하거나 직접 찾아오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하지만, 그분들과 얘기를 나누어보면, 교장인 나보다는 담임선생님이나 행정실 담당 직원과 의논해야 할 일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교장실 입구에 교무실이나 행정실을 먼저 들르신 후에 교장실에 오십시오라는 문구를 부착해두고 있다. 교실에서 자녀와 늘 생활하고 면담하고 가르치는 교사나, 민원을 직접 담당하고 있는 직원을 우선 만나 일이나 문제를 해결하고, 그래도 해결이 어려울 경우 교장실을 찾아오기를 바라는 나의 뜻이 담겨 있다. 담임선생님이 학생들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어 그들의 생활을 가장 정확하게 알고 있기 때문이다.몇 년 전에 비교적 큰 규모의 학교에서 관리자로 근무한 적이 있다.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듯이 크고 작은 일들로 지치고 힘든 하루하루를 보냈다. 학부모들이나 지역민들이 건의사항이나 민원을 교무실이나 행정실을 거치지 않고 바로 교장실로 와서 해결하려 하거나, 심지어는 학교를 거치지 않고 지역교육청이나 시 교육청, 심지어 중앙행정부에 제기하는 때도 있었다. 담당교사나 학교담당자는 전혀 상황을 모르고 있는데 상급기관에서 그 내용을 물어볼 때면 매우 당황이 되었고 오히려 처리 절차만 까다롭고 복잡해질 뿐이었다. 하지만, 학생들을 직접 가르치는 곳이 학교다보니, 민원은 중앙기관에서는 시도교육청과 지역교육청을 통해서 결국 일선 학교로 되돌아온다. 결과적으로 아주 크고 심각한 일이 아니면 학교가 일을 처리하여 매듭을 짓곤 했고, 민원인도 간단하고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일을 스스로 복잡하고 늦고 찝찝한 문제로 만든 결과만 가져올 뿐이었다. 그런데도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는 직급이 높은 사람에게 말하는 것이 일을 빨리 처리하고 쉽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식이 팽배해졌다. 하지만, 관리자는 넓게는 알 수 있지만, 실무진만큼은 정확히는 모른다. 학교에서 학생의 실무진은 담임선생님이다. 새 학년을 맞이하여 내 자녀의 특징을 이해하고 걸 맞는 학습지도, 진학지도 및 상담활동 역시 담임선생님임을 알아야겠다. 내가 학생을 직접 가르치는 교사였을 때였다. 어떤 학부모는 교장실만 들르고 가는 일도 있었고, 많은 시간을 교장실에서 보내고 마지막 인사 정도만 담임인 내게 하고 가는 경우도 있었다. 자녀의 교육을 위한 행동이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자녀를 위하여 학교에 왔다면 그것이 무슨 일이라도 제일 먼저 담임선생님을 찾았으면 한다. 내 자녀와 가깝기에 정말 가까이 해야 할 사람이기 때문이다.김정렬 인천연성중학교장

[천자춘추] 사회복지사가 웃어야 사회도 웃는다

새벽 두 시경에 전화가 울렸다. 제자였다. 무슨 일인가 걱정되어 반사적으로 받았다. 그는 울고 있다. 사회복지사로 일하는 것이 너무 힘들다는 것이다. 그만두자니 그가 돌보던 아이들이 눈에 밟히고 계속하자니 힘에 부치고,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순간 그가 사회복지사가 되었을 때가 생각났다. 그는 환하게 웃으며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이제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더불어 잘사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멋진 사회복지사가 되겠노라고 포부를 밝혔다. 그때 그 모습이 얼마나 당차고 아름다웠는지 나는 맘껏 축하해 주었다.그런데 이제 그가 울고 있다. 현재 사회복지사는 21세기 유망직종으로 손꼽히는 직업이다. 2010년 사회복지사협회에 의하면 자격증을 가진 사회복지사가 48만이 넘고, 일선 사회복지기관이나 시설, 단체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는 8만 명에 이른다.그런데 이들의 현실은 암울하다. 사회복지사는 저임금 장시간 노동, 고강도의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한 조사에서 사회복지사의 평균 근로시간은 52시간, 한 직장에서 평균 근무기간은 2.6년, 4년제 대학 1년차 평균 연봉은 1300만원, 50%의 사회복지사가 이직을 고려 중이라는 것이다.그런데도 사회복지사는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 사회는 사회복지사가 전문가, 봉사자로서 무한 헌신할 것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사회복지사는 착한 사람이 되어야 하는 천사 콤플렉스를 갖는다. 이런 현상은 어디에서 비롯되는가. 그것은 우리 사회의 사회복지 철학과 깊은 연관이 있다. 최소한의 사회복지비로 취약계층의 원조를 중심으로 하는 잔여주의적 사회복지가 우리 사회의 인식이고 이 인식에 따라 사회복지제도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사회복지사의 처우는 이런 사회복지제도와 깊이 연관되어 있다.반면, 제도주의적 사회복지는 이와 다르다. 취약계층만이 아니라 일반 시민들을 위한 것이고 시혜가 아니라 권리로서 사회복지를 제공한다. 여기에서 사회복지사는 시민 일반의 안전을 책임지는 사람들이다. 당연히 이들의 위상과 처우가 달라진다. 잔여주의적 사회복지에서 단순서비스 전달에 머물렀던 천사표 사회복지사는 제도주의적 사회복지에서 시민들의 욕구를 조직하고 시민들이 겪는 일체의 사회적 위험에 맞서 싸우는 용사들이 된다.사회복지사의 처우는 한 사회의 사회복지 철학 및 수준과 깊은 연관이 있다. 사회복지사가 웃는다는 것은 그 사회의 시민들이 행복한 상태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의 제자가 환하게 웃는 그런 사회를 꿈꾼다.유해숙 인천시교육청 교육복지연구지원센터장

[천자춘추] 통일교육이 왜 중요한가?

지난 달 15일 경인교대는 이색적이면서 의미있는 졸업식 행사를 치렀다. 경인교대의 전신이며 뿌리인 개성사범학교 재학 중에 발발한 625전쟁으로 학업을 포기한 채 남한에 정착, 60년이 넘게 북녘고향을 그리면서 통일을 염원해오던 22명의 80대 노인께 명예졸업증서를 수여한 것이다. 이는 나라 발전에 헌신한 공을 높이 받들고, 그동안 겪은 애달픔과 망향의 한을 조금이라도 풀어주기 위함이었다. 우리의 오랜 숙원이며 지상 과제인 통일은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가? 통일은 둘 이상의 국가사회가 단순히 하나로 되는 통일(unification)이기보다 분단된 조국과 민족의 재결합이라는 의미에서 재통일(reunification), 즉 복고적인 분단 이전으로의 원상회복으로 규정하기도 한다. 우리가 지향하는 통일은 미래 지향적이고 창조적 과정으로서 새로운 통일(new unification)이 되어야 할 것이다. 문제는 이것이 복고적 통일보다 달성이 어렵고 복잡하다는 데 있다. 서로 다른 이념과 체제 속에서 굳어진 구성원 사이의 다른 사고방식, 가치관, 생활양식 등이 긴장과 갈등을 일으킬 수 있는 상황을 창의적 사고와 대안 창출이 가능한 교육을 통해 해결하는 과정은 바로 창조적 통일을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다가서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다른 한편, 통일은 남북한이 상호 신뢰를 회복하고 교류 협력으로 그 기반을 만들어가면서 통일에 유리한 국제환경을 조성하는 장기적 과정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렇게 볼 때 통일사회를 이끌어 갈 주역은 자라나는 성장세대가 될 것이다. 지금의 성장세대에게 중요한 것은 곧 남북한 구성원들이 지녔던 상이한 사고양식, 가치관, 생활방식, 정치적경제적 이해관계, 복지 등의 긴장과 갈등을 평화적창의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1990년 동서독의 극적인 통일 성취 배경에는 겉으로 드러나는 것 외에 서독의 교육을 통한 경제체제와 국제정치 현실에 대한 합리적 판단, 이에 대응하는 능력 및 자세의 함양도 경시할 수 없다. 아울러 상이한 이념과 체제 속에서 살아온 동서독인 간의 갈등의 평화적 해결과 진정한 통합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 또한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안겨준다. 따라서 우리는 교육적 측면에서 통일 이전 통일을 견인하고 달성하기 위한 노력과 통일 이후 통일사회의 조속한 안정과 발전을 위한 노력을 기울였던 통독의 사례를 주목해야 할 것이다. 즉 남북한의 통일 이전에 통일사회를 견인하고 통일 이후의 사회를 대비하는 데 필요한 가치관과 태도, 실천의지와 행동 능력을 함양하는 교육적 노력을 보다 중시해야 한다.정동권 경인교육대학교 총장

이런 후보 어디 없나요?

우리나라 영화 달팽이의 별이 지난해 11월 암스테르담 국제 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았다. 어릴 때 심한 열병을 앓은 뒤 시청각 중복장애인이 된 남편과 세 살 때 허리를 다쳐 키가 1m 20㎝에 불과한 척추장애인 아내의 일상을 다룬 영화이다. 이들은 점자를 손등 쪽 손가락 위에 찍는 점화로 대화를 나눈다. 그 덕분에 남편은 달팽이처럼 느리지만 세상에 나왔고, 현재는 신학대학원에 다니면서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판타지 소설을 쓰고 싶은 꿈을 꾼다. 남편은 자작시에서 태어나서 한 번도 별을 본 적 없지만 한 번도 별이 있다는 것을 의심한 적이 없었다. 가장 값진 것을 보기 위해 잠시 눈을 감고 있는 것이고 가장 참된 것을 듣기 위해 잠시 귀를 닫고 있는 것이다라고 읊고 있다. 여기서 제목이 아마 달팽이의 별이라고 붙여진 것 같다. 남편에게 다시 태어나도 지금의 아내를 사랑하겠느냐고 물어보니 열 번을 태어나도 열 번을 그러겠다란 대답이, 아내도 그림자가 어디 가겠느냐고 화답한다. 현실을 바라본다. 수백 건의 이혼사건이 지나갔다. 그중에는 신혼여행을 막 떠나는 순간 화장실에 간다며 도망을 쳐서 이혼소송에 이른 경우, 70대 후반에 무덤에만은 부부로 같이 묻히고 싶지 않아 이혼을 원한다는 한 많은 사례. 그 사람들은 최소한 눈, 귀, 척추가 다 멀쩡한 정상인이었으나 표정이나 말투는 한없이 스산해 보였다. 왜 멀쩡한 사지를 가진 사람이 달팽이의 별을 노래하지 못하는 것일까. 가진 것을 당연시하고 더 가질 욕심에 마음의 눈과 귀가 멀어졌기 때문은 아닌가. 바야흐로 선거의 계절, 거리마다 휘날리는 멋진 대형초상화를 유심히 바라보면서 그들의 얼굴에서 달팽이의 별을 공감하고 함께해줄 우리의 대변자 상을 발견하고자 애써본다. 유감스럽게도 많은 후보자의 걸개그림에는 출처를 모를 자신감만이 번뜩일 뿐 함께 별을 노래하는 따사로움이 느껴지지 않는다. 만약 지금처럼 자화자찬하는 무리 속에서 대표를 뽑을 바에야 추첨제 민주주의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상상을 해본다.그러나 현실은 지금의 제도 속에서 우리의 대표선수를 뽑아야 한다. 필자는 이런 후보를 지지하고 싶다. 대형 걸개 그림에 후보자의 자신감 넘치는 멋진 얼굴 대신 세숫대야에 달팽이 부부와 같은 소외된 이들의 발을 담그고 꿇은 무릎으로 이를 정성껏 씻기는 후보자의 두 손을 부각시킨 사진과 함께 실제 의정 활동도 그렇게 할 후보.이번 411 총선에서는 전국 곳곳에서 달팽이의 별을 꿈꾸고 실천하는 선량들이 배출되었으면 한다.양진영 법무법인 온누리 대표 변호사

피크닉 콘서트

지역 아트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는 필자에게 간절한 소망이 하나 있다. 그것은 공간이라는 콘텐츠를 통해 모두 함께 나누는 예술을 구현하는 일이다. 문화 예술이 특정한 사람들이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이들이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정착하여 일상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예술을 만들어가는 것은 필자의 간곡한 희망이다. 맨 처음 필자가 아트센터에 부임했을 때, 아직 직원들이 채용 전이라 오랜 기간 혼자서 사무실에 있었다. 그때 재임 동안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 무엇일까를 생각했다. 아트센터는 한참 공사 중이었다. 부평 주변을 돌면서, 눈에 들어온 것이 할머니와 손자가 땡볕에서 앉아 있던 모습이었다. 저명한 극장 경영학자인 영국 골드 스미스 대학 제럴드 리드스톤 교수는 예술기관의 활동 그 자체를 주목하는 이상으로, 활동의 결과 지역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도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늘 이 말을 기억했다. 그때 아트센터에서는 분수대 공사가 막 시작됐다. 당시 문턱 낮은 아트센터를 지향했기 때문에 분수대 설계를 누구나 다가올 수 있는 편안한 분수가 될 수 있도록 요청했다. 이는 받아들여졌다. 예술의전당의 비싼 음악분수보다도 부평아트센터 분수는 지역민들에게 큰 의미로 다가왔다. 지금 여름에 땡볕에 앉아 있던 할머니와 손자는 이곳 분수를 잘 활용하고 있다. 동네 마실 나오 듯 많은 분이 여름 저녁까지 늦게까지 아트센터 분수대 옆에서 담소를 나눈다. 모두 함께 나누는 예술을 실현하기 위한 그다음은 잔디밭. 어려운 재정 여건 속에서도 잔디밭도 만들어졌다.필자가 할 일이 눈에 확 들어온다. 그동안 모두 함께 나누는 예술을 실현하고자 여러 나라, 여러 곳을 벤치마킹을 했다. 영국 사우스 뱅크 로얄 페스티벌 하우스 옆 여름 분수대, 삿포로 국제음악제 피크닉 콘서트, 오스트리아 시청 앞 여름 오페라축제 및 크리스마스 마켓 등등 필자의 기억 속에는, 많은 시민이 음악과 함께 그리고 가족, 연인, 친구들과 예술을 통한 지역과의 소통하는 모습을 보고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모두 함께 나누는 예술의 참모습이라고 생각했다.보통 아트센터는 통제시설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잔디밭은 있으나 출입금지 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러한 고정관념만 탈피하며, 아트센터의 공간은 무한한 예술놀이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아트센터에서 진행되는 다 함께 참여하는 지역민들의 축제인 피크닉 콘서트는, 지역 아트센터가 예술놀이터로서 그 존재감을 통해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새로운 모델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품고 있다.조경환 부평아트센터 관장

개혁은 철저한 자기 성찰이다

지금 우리 정치권에선 여야를 막론하고 쇄신이란 이름으로 인물 찾기와 정책개발을 위한 각축전이 치열하다. 구태를 벗기 위한 몸부림이 국민들의 눈에는 가상하게 비춰지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자기성찰이 없는 정치권 쇄신은 또 다른 기득권 세력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국민들은 왜 모르겠는가! 뼈를 깎는 자기 성찰을 통한 진정성만이 국민의 마음을 움직일 것이다. 참신하고 유능한 인물들을 취하기 위한 정치권의 노력은 결국 구태에 찌든 정치인들에게는 또 다른 시련의 계절이다. 이러한 현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현실 정치가 급속히 변모해 감을 알 수 있다. 시대가 변한다는 것은 패러다임이 변한다는 것이다. 패러다임이 변하면 시대도 변한다는 역의 논리도 성립한다. 패러다임은 시대에 대한 문제 제기로 나타난다.문제 제기의 원천은 물론 국민이지만 그것을 대변하고 구체화시켜 나가는 것은 새로운 비전을 가진 정치집단의 몫이다. 역사적으로 문제 제기의 화두는 개혁이란 개념 속에 용해되어 있었다. 그래서 문제 제기의 주체는 곧 개혁의 주체가 된다. 우리 정치권은 핵심적인 모순과 문제를 끊임없이 제 기함으로써 사회 전체가 함께 풀어야 할 정치적 과제를 형성해 내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조선 초, 토지제도의 문란과 그 개혁의 절실함을 부르짖었던 조준, 정도전 등의 역할이 바로 그런 예이다. 개혁에 대한 중요한 세력 중 하나는 집권층 스스로가 자기 체제의 문제를 해결하고 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개혁의 주체로 나서는 것이다. 또 다른 유형은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는 세력이 출현하여 자신들의 뜻을 정치적으로 표출시켜 나가는 것이다. 조선말 동학농민전쟁, 개항기의 개화파, 그리고 419 혁명 세력이 그러했다고 할 수 있다.개혁에서 주체 세력의 형성은 참으로 중요하다. 그리고 이 주체세력은 반대 세력을 통제하고 지지 세력과의 공공한 연합이라는 전략적인 지혜도 중요하지만 많은 국민들의 마음을 얻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리고 국민들의 마음을 얻는 길은 철저한 자기 성찰에 근거한 쇄신일 것이다. 지금 우리 정치권이 내홍을 격고 있는 것도 따지고 보면 진정성을 가진 성찰이 부족하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개혁의 성공 여부는 국민의 삶의 질이 향상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개혁은 과거의 잘못을 시정하고 합리적인 사회를 위한 기초를 마련하고 있다는 확신을 국민에게 심어 줄 때 지지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우리들은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김주삼 경기도의원

학교 앞에 서서

교정 울타리 너머 붉은 동백꽃이 고개를 들더니 이내 희망찬 새 학기가 돌아왔다. 가시는 선생님들은 기대와 설렘으로 발령지로 분주하게 떠나고 새롭게 오시는 선생님들은 학생을 맞이할 준비로 바쁘다. 그런데 이런 기대와 설렘을 시샘이라도 하려는 듯 학교 울타리 담벼락과 교문 가까운 버스 정류장 옆의 현수막들이 눈길을 끈다. 학교에서는 학생의 의사에 반하여 자율학습이나 방과 후 학습을 할 수 없으니 이런 사례가 발생하면 신고를 하라는 문구와 신고처가 적혀 있다. 자유 시장경제체제하에서 법과 제도가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기업이나 개인이 이윤을 추구하려는 노력을 평가 절하 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더욱이 질 좋은 교육서비스를 하여 학생들의 학력과 특기를 신장한다고 하니 오히려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학교교문 앞에까지 현수막을 게시하여 학교와 학부모와 학생들 간의 갈등을 부추길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만약 사설기관 앞에 공교육 기관에서 이와 비슷한 현수막을 내걸었다면 어떠한 기분이 들까? 역지사지(易地思之)의 기본 상식으로 해석해도 왠지 못마땅하다. 학교도 사회의 요구와 시대의 변화에 따라 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꾸려는 노력을 끊임없이 하고 있다. 더 이상 학교라는 울타리에 학생들을 강제로 가두어 두고 감시하며 가르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대신에 학생의 소질과 능력과 가정형편 등을 고려하여 개개인의 잠재적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알맞은 진단과 처방을 내리며 지도를 하려 할 뿐이다. 물론 적절한 진단을 통해 처방하여 치료를 해줄 수 있는 곳은 학교와 같은 공교육기관 뿐만 아니라 사교육기관도 포함될 수 있다. 단지 학교는 최선의 교육을 위해 때로는 교육수요자인 학생과 학부모와 소통하고 설득과 권유를 통해 더 나은 교육환경을 마련하려고 노력하기도 한다. 이렇게 다각도로 이루어지는 교육적 행위를 강요로 간주하여 학교나 교사를 질책하고 불이익을 주면 학교교육은 더 이상 설자리가 없다.빈곤의 악순환을 끊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공교육을 활성화 시키는 것을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공교육은 공정한 사회를 이루는 자양분이라는 것을 역사가 증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공교육과 사교육은 적대적인 관계가 아니다. 서로를 존중하며 상생의 길을 모색해야할 대상이다. 이를 위하여 학교 앞에 현수막을 거는 일은 신중을 기해야 한다. 자기 일이 소중하면 남의 일도 소중하다.김정렬 인천연성중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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