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가는길 안전한 교통문화부터

지난 98년부터 교통안전공단에서 매년 교통문화지수라는 것을 발표한다. 이는 운전자와 보행자의 습관 및 행동양식을 지수화한 것으로 지역별 교통문화 수준과 지자체의 교통문화정립 정도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이다.지난주 발표된 2011년 교통문화지수 전체보고서를 보면 경기도는 16개 시도 중 4위, 인천은 2위를 차지하며 비교적 우수한 교통문화지수를 나타냈다. 하지만, 내부사정을 들여다보면 조금 의아한 생각을 하게 된다. 전체 시도 중 1위를 차지한 곳이 서울이다. 그리고 전라도, 경상도 등 지방으로 갈수록 점수가 낮아진다. 경기도 내에서도 비교적 발전한 곳은 순위가 높으나 낙후된 지역일수록 점수가 낮아진다. 이유는 간단하다. 도로가 한적할수록 운전자는 더 빨리 달리게 되고 보행자 역시 쉽게 무단횡단하게 되어 오히려 사고 발생률이 더 높기 때문이다. 지자체 역시 이러한 곳에서는 무단횡단 방지펜스나 신호위반 단속 장비 등 안전시설들의 설치에 게을러진다.집배원들에게도 한적한 시골이 더 위험하기는 마찬가지다. 지역이 넓어 훨씬 더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하는데다, 좁은 시골길을 쌩쌩 달리는 과속차량과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부주의한 보행자들 때문에 온종일 긴장한 상태로 운행해야 한다. 경기인천지역에는 3천600여명의 집배원들이 있는데 이중 상당수가 이러한 시골길을 달려 우편물을 배달한다. 매일 아침 안전 교육을 하고 주기적으로 경찰서의 협조를 받아 교육을 시행하지만 해마다 한 두건씩의 안타까운 사고가 일어나 모두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 외국속담에 삐걱거리는 문이 오래 간다라는 말이 있다. 금세 망가질 듯 삐걱거리는 문은 사람들이 조심해서 여닫게 되고, 좀 더 자주 기름칠을 하게 된다. 하지만, 튼튼하다고 생각한 문은 부주의하게 여닫고 신경을 쓰지 않아 금세 망가진다. 차들이 많은 복잡한 도심에서 운전자들은 수많은 차 속에서 행여나 사고가 일어날까 어느 때 보다 조심스럽게 운전하고, 보행자 역시 마찬가지다. 지자체도 거리 곳곳에 신호등과 건널목을 설치하고, 과속과 신호위반을 감시하는 카메라도 한 블록 건너 하나씩 세우며 교통사고 줄이기에 안간힘을 쓰기 때문에 교통문화지수가 더 높은 것이다.이제는 우리 관심 밖의 지역에도 신경을 써야 할 때다. 한적한 도로라고 마음껏 내달리는 나쁜 운전습관을 버리고 규정된 속도와 신호를 지켜 운전하는 성숙한 교통문화의식을 가져야 한다. 지자체 역시 이러한 곳일수록 더욱 신경 쓰고 관리해 선진국 수준의 교통시설들을 갖추어야 한다. 선진국으로 가는 길은 빠른 길이 아니라 안전한 길에서 출발한다.김기덕 경인지방우정청장

골프와 인생

골프는 참 재미있는 게임이다. 80대 스코어를 내려면 가족을 버리고, 70대 스코어는 직장까지 버려야 한다고 하였고, 본인 사망 외에는 골프 약속 취소는 안 된다는 우스갯소리까지 있다. 몸에서 1미터 이상 떨어진 공을 작은 동전을 때려 맞추는 정확도로 치려 하니 얼마나 많은 땀과 노력이 필요하겠는가.우리나라 보통 체격의 남자가 드라이버로 220야드 거리를 일관성 있게 날리려면 최소 30분씩 매일 연습을 해야 하고, 240야드라면 1시간, 260야드라면 1시간 반을 써야 한다는 분석이 있다. 스트레칭 등 준비운동과 다른 샷 연습시간 까지 고려하면 대략 3배가 필요할 것이다. 통상의 직장인으로서는 할애하기 어려운 목표다.나사(NASA)출신의 과학자 데이비드 펠츠가 재미있는 연구를 하였다. 미국 PGA 소속 상금순위 100위 선수들의 성적을 여러모로 연구하였더니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장타 거리와 상금랭킹과는 상관관계가 높지 않았고, 페어웨이 안착률, 소위 파온(GIR), 심지어 퍼팅 회수까지도 상금랭킹과는 큰 관계가 없었다. 놀랍게도 80야드 안짝의 거리에서 3M 이내로 핀 대에 붙이는 능력이 관건이었다. 280야드, 300야드의 창공을 가르는 호쾌한 샷이 아니라, 짧은 샷 마무리 샷이 상금 랭킹 결정인자였다.충분한 연습이 뒷받침되지 않은 장타는 축복(blessing)이 아니라 재앙(disaster)이다. 매 홀의 첫 샷이 굴러가더라도, 페어웨이에 살아있기만 하면 파를 노릴 기회가 있다는 믿음을 갖자. 대신 어프로치 샷 퍼팅 등 짧은 샷 마무리 샷을 실수하지 않도록 연습하고 또 연습하자. 우리는 살면서 한 방을 노리면서 산다. 누구에게나 한 방은 있다는 말에 속고 산다. 빨랫줄같이 죽 뻗은 장타 기억이나, 어쩌다 생긴 베스트 오브 베스트 샷을 자기 실력인 것으로 착각하고 드라이버 샷을 한다. 골프 샷도 굿샷 25%, 보통샷 50%, 배드샷 25%인 정규분포로 볼 수 있다. 배드샷 만 아니면 괜찮은 것으로 받아들이고 즐겁고 감사한 마음을 가지자.인생에서도 기막히게 좋은 순간은 짧다. 보통의 삶을 좋은 삶으로, 축복받은 삶으로 여길 수 있는 마음의 힘이 중요하다. 우리의 삶도 장대하고 화려한 것들이 모여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작은 성취들이 모여 삶의 개울을 이루고 강을 만든다. 우리 사회의 한방주의나 인생스코어를 망치는 허세 허풍 번지르르함을 경계하자. 인생스코어는 디테일과 마무리의 정교함에 달렸다는 걸 항상 새기자.강정호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희망사항

청바지가 잘 어울리는 여자, 밥을 많이 먹어도 배가 안 나오는 여자로 시작되는 희망사항은 한때 유명했던 노래이다. 난 이런 여자가 좋더라라고 표현하는 노래의 제목을 희망사항이라고 했으니 이런 여자는 희망사항에 해당한다는 것일까? 나도 그 노래를 흉내 내 말하자면 난 이런 엄마, 아빠가 좋다.그런데 과연 나만 이런 엄마, 아빠를 좋아하는 것일까? 아니리라. 분명히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모습일 터. 내가 희망사항이라고 적은 이유는 그렇지 않은 부모들도 있기 때문이다. 오늘은 경기도어린이박물관 이야기를 좀 하려 한다. 경기도어린이박물관은 36개월 미만의 아이들을 무료로 입장시킨다. 그런데 조건이 있다. 아이가 36개월 미만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서류를 제시해야 한다. 증명을 하지 못할 경우 이에 대한 관람객의 반응이 각양각색이다. 어떤 사람은 끝까지 우겨가며 아이를 눈으로 보면 모르냐면서 시시비비를 가리기 위해 책임자를 찾아오는가 하면, 어떤 경우는 박물관 홈페이지나 앞서 다녀간 관람객들의 블로그를 찾아보지 않고 방문한 자신을 탓하는 사람도 있고, 더 나아가서는 다른 방문객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꼭 증명서를 지참하도록 밑줄 쫙 쳐서 블로그에 올려놓는 사람도 있다.환불규정은 기관마다 차이가 있는데, 우리 박물관은 당일에 한해서 환불을 금하고 있다. 이에 대한 반응도 참 다양하다. 방문일이 며칠 지난 후임에도 불구하고 방문일을 잘못 알았다며 환불을 요청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규정을 따르지 못하겠다고 1시간 이상을 실랑이 하다가 직원의 주머닛돈을 받아가는 사람도 있다. 돈이 아깝기는 모두 매한가지 일텐데, 기관의 원칙을 받아들이고 따르는 부모들도 있다. 난 이런 엄마, 아빠가 좋다. 공공의 장소인 박물관에서 의자 위에 큰대자로 누워서 잠을 자거나, 박물관에서 무슨 계모임을 하는지 성인들끼리 담소 나누기를 더 좋아하는 부모가 있는가 하면, 아이에게 놀이와 대화로 상호작용하면서 아이들과 좋은 추억을 쌓는 부모들도 있다. 나는 우리 박물관에서 부모가 아이와 보다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 이해하는 시간을 가지기를 희망한다. 현대가족들은 각자의 삶이 분주해 얼굴 보기 어려운 시대를 살고 있다. 외국에서 십오 년을 살다가 귀국해서는 우리나라 아이들이 학교에서 밤늦게 오고, 남편도 직장일로 바빠 주말이나 간신히 함께 모여 저녁을 먹는 그런 삶이 싫다며 보따리를 다시 쌌던 선배가 있었다. 우리나라 가족의 삶이 그러하다. 그럴진대 어린이박물관에 와서 가족들이 함께 행복하고 좋은 시간을 가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이경희 경기도어린이박물관장

마음으로 통하라

필자는 예술기획이라는 것이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잘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외부에서는 멋지고 우아한 일을 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 그러나 실제 내부로 들어와 보면 아주 세세한 것들까지 신경을 써야 하는 게 이 일의 특성이다. 인터넷 홍보에서부터 DM 발송, 포스터 부착은 물론 프로그램 선정의 당위성, 공정성, 주목성, 작품성, 주변부에 끼치는 기대효과에 이르기까지 실로 방대하고 섬세한 검토 작업을 통해 공연, 예술교육, 전시의 포트폴리오를 만들어내고 있으며 이는 여간 고된 일이 아니다. 따라서 예술기획은 사명처럼, 천직처럼 여기는 이들이 묵묵히 소신껏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지역민들의 문화소비를 위해 프로그램을 유통하는 것이 일차적인 일이겠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차별화된 예술콘텐츠를 만들어 내어 문화발신기지의 역할을 하는 일이다. 그것이 아트센터가 랜드마크로서 존재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점이다. 지역마다 문화의 환경, 조건, 풍토는 다르다. 이것을 문화 자본화하여 지역민들에게 지지를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내는 일이 공공 아트센터의 임무라고 생각한다. 국내외 수많은 아트센터를 필자가 방문하면서 얻은 결론은, 초기에 구성원들이 어떤 각오와 생각을 하고 운영하느냐에 따라서 그곳만의 독특한 아우라를 만들어내고 지역의 자부심으로 자리 잡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반면에 건물은 웅장하나 콘텐츠가 빈곤하거나 구성원들의 의욕상실로 쇠락의 길을 걷는 일도 있었다.아트센터는 일반적인 제조상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예술의 감동을 파는 특수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지역민에게 늘 새로운 감동을 주는 복합문화공간으로서의 브랜드 신뢰도가 매우 중요하다. 아트센터를 경험하는 사람들이 비슷한 감동을 얻게 되면 이로부터 단단한 지지층이 형성되고, 그것이 브랜드 신뢰도로 이어진다. 거기서 하면 무조건 믿을만하지 라는 생각이 자리 잡는 것이다.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관객들과의 소통이다. 한발 앞선 기획을 통해 신선한 작품들을 선보이고 주목을 받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단순 감상자가 아닌 참여자로서 아트센터와 지속적인 소통을 체험할 수 있다면 지역민과 마음(心)으로 통(通)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 관객들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선보여 아트센터를 열린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공연이 있는 날은 저녁 늦게까지 전시장이 개방된다든가, 공연과 관련된 테마가 있는 포토존, 시즌별 깜짝 이벤트 등이 있어 아트센터에 오면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그래야만 마음이 통하는 곳이 될 것이다.조경환 부평아트센터 관장

사기종인과 지도자의 자질

태평성대로서 요순(堯舜)시대는 어떤 시대였을까? 나라를 다스리는 군주가 자기 자신을 크게 내세우지 않았던 시대, 백성 또한 정치에 무관심하였지만 아무 걱정 없이 지내며, 사회가 원만하게 운영되었던 시대라고 흔히 말한다. 그러나 다양한 기록을 참고해보면 요순시대는 우리 생각처럼 그리 편안한 시대는 아니었던 것 같다. 오히려 자연적 재해와 사회적 문제가 인간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었던 시대였다. 치산(治山), 치수(治水)를 통하여 사람들이 살 수 있는 터전을 만드는 일에서부터 범죄자들에게 합당한 형벌을 내리는 일, 인간이 가야 할 바른길을 제시하고 백성을 인도하는 일이 그 시대의 군주에게는 급선무였다. 그렇다면, 한 국가의 지도자로서 요임금이나 순임금은 자기 시대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었는가? 요임금은 용기와 인내심을 갖추고 각 분야에 합당한 능력자를 고루 등용하여 시대적 과제를 해결했기 때문에 성군(聖君)의 반열에 올랐다. 요임금의 뒤를 이은 순임금은 치산치수에 성공하였으며, 형벌과 법을 명확하고 공정하게 집행하고, 아이들의 교육에 애써 사람의 도리를 깨닫게 하였다. 요순시대 군주를 보좌했던 참모들은 이들이 독선과 아집을 버리고 타인의 지혜를 따르는, 이른바 사기종인(舍己從人) 원칙을 굳게 지킨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참모들은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었으며, 시대의 문제를 해결해나갈 수 있었던 것이다.태평성대의 구성원들이 그 사회의 최고 지도자에게 요구했던 것은 전지전능한 문제해결 능력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사소하고 자잘한 일에 신경 쓰기를 요구한 것도 아니었다.백성은 자신의 지도자가 지위에 걸맞게 큰 원칙을 굳게 지키고 사태를 밝게 통찰하여 문제를 파악하고, 문제 해결을 위하여 적재적소에 사람을 배치하여 그들의 능력을 발휘하도록 해주기를 바란 것이다. 춘추시대 관중의 표현처럼 국가와 조직의 지도자는 새를 대신하여 날지 말고, 말을 대신하여 달리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오히려 새가 제 힘껏 저 창공을 향해 비상할 수 있도록 해주고, 말이 제 능력껏 천리를 달릴 수 있도록 그들을 북돋아 주는 것이 지도자의 진정한 자세라 할 수 있다.올해 임진년은 총선과 대선이 우리 국민의 일상을 지배하다시피 하는 한 해가 될 것이다. 지도자를 자처하는 후보들은 우리 국가와 국민을 위한 다양한 공약으로 유권자를 유혹할 것이고, 이들은 자신의 능력을 한껏 부풀려 자신이 유일한 지도자임을 선전할 것이다. 어떤 지도자가 앞장서서 우리 사회의 문제를 진정 잘 해결해 줄 수 있을지 지도자의 조건과 자질에 대한 성찰과 담론이 무엇보다 중요한 때이다.정동권 경인교육대학교 총장

여성인력 활용과 기업의 경쟁력

통계청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여성의 경제활동참여율은 1960년에 26.8 %였던 것이 2009년 49.2%까지 대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의 증가는 여성 삶의 구조적 변화와 더불어 여성 스스로의 의식 변화, 그리고 사회적 요구 등이 바탕이 된 결과라 볼 수 있다. 여기서 우리는 그 사회적 요구에 대하여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는 앞으로 우리나라 기업과 국가의 노동력 활용 방향성을 내포하기 때문이다. 첫 번째 사회적 요구의 배경은, 고령화저출산 현상이다. 우리나라의 고령화저출산 현상은 다른 나라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으며, 더구나 1955년부터 1963년까지 출생한 베이비붐세대가 2010년부터 은퇴시기에 접어들면서 만성적 노동력 부족이라는 사회문제로 대두하였다. 따라서 이러한 노동력 부족의 대안으로 떠오르고는 것이 바로 여성인력의 활용이다.두 번째는 지식기반 사회로의 진입이다. 과거 산업사회에서 체력을 요구하는 직업들로 여성이 불리한 조건에 있었다면, 지식기반 사회는 여성의 섬세함과 부드러움이 경쟁력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와 요구에도 우리나라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은 OECD 평균보다 7.4%포인트나 낮은 수치이며, 더구나 출산과 육아 탓에 경력이 단절되었다가 복귀함으로써 경제활동 참여율 곡선은 M자 형태를 띠게 된다. 또한, 여성이 노동시장에 재복귀하는 과정에서 고용의 질이 하락하여 상용직이 아닌 임시직이나 비임금 일자리로 복귀하게 되고 이에 실망한 여성 인력이 고용시장에서 재이탈함으로써, 여성인력 활용도가 더욱 낮아지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자녀의 출산과 육아에 의해서 여성인력이 고용시장에서 이탈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자녀의 출산과 육아의 일차적인 책임을 여성에게 국한하기 때문이다.그렇다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을까? 근본적인 해결책은 우리 사회 전반에 팽배해 있는 여성의 성역할을 구분 짓는 인식의 변화일 것으로 생각한다. 우선 여성에게 집중된 가사 및 육아의 개인 부담을 공동부담으로 인식하고, 그 인식을 직장 생활에서도 반영해야 할 것이다. 또한, 취업모가 가사나 육아 등의 가사노동으로 경력단절이 일어나지 않도록 미리 예방하는 시스템을 기업 자체적으로나 범국가적으로 마련해 나가야 한다. 향후 여성인력의 활용도가 기업과 국가의 경쟁력을 결정짓게 될 것이라는 점을 우리는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이종광 인천경영자총협회 부회장

여성인력 활용 활성화와 기업의 경쟁력

통계청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여성의 경제활동참여율은 1960년에 26.8%이었던 것이 2009년 49.2%까지 대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의 증가는 여성 삶의 구조적 변화와 더불어 여성 스스로의 의식 변화, 그리고 사회적 요구 등이 바탕이 된 결과라 볼 수 있다. 여기서 우리는 그 사회적 요구에 대하여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는 앞으로 우리나라 기업과 국가의 노동력 활용 방향성을 내포하기 때문이다. 첫 번째 사회적 요구의 배경은, 고령화저출산 현상이다. 우리나라의 고령화저출산 현상은 다른 나라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으며, 더구나 1955년부터 1963년까지 출생한 베이비붐세대가 2010년부터 은퇴시기에 접어들면서 만성적 노동력 부족이라는 사회문제로 대두하였다. 따라서 이러한 노동력 부족의 대안으로 떠오르고는 것이 바로 여성인력의 활용이다.두 번째는 지식기반 사회로의 진입이다. 과거 산업사회에서 체력을 요구하는 직업들로 여성이 불리한 조건에 있었다면, 지식기반 사회는 여성의 섬세함과 부드러움이 경쟁력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와 요구에도 우리나라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은 OECD 평균보다 7.4%포인트나 낮은 수치이며, 더구나 출산과 육아 탓에 경력이 단절되었다가 복귀함으로써 경제활동 참여율 곡선은 M자 형태를 띠게 된다. 또한, 여성이 노동시장에 재복귀하는 과정에서 고용의 질이 하락하여 상용직이 아닌 임시직이나 비임금 일자리로 복귀하게 되고 이에 실망한 여성 인력이 고용시장에서 재이탈함으로써, 여성인력 활용도가 더욱 낮아지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자녀의 출산과 육아에 의해서 여성인력이 고용시장에서 이탈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자녀의 출산과 육아의 일차적인 책임을 여성에게 국한하기 때문이다.그렇다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을까? 근본적인 해결책은 우리 사회 전반에 팽배해 있는 여성의 성역할을 구분 짓는 인식의 변화일 것으로 생각한다. 우선 여성에게 집중된 가사 및 육아의 개인 부담을 공동부담으로 인식하고, 그 인식을 직장 생활에서도 반영해야 할 것이다. 또한, 취업모가 가사나 육아 등의 가사노동으로 경력단절이 일어나지 않도록 미리 예방하는 시스템을 기업 자체적으로나 범국가적으로 마련해 나가야 한다. 향후 여성인력의 활용도가 기업과 국가의 경쟁력을 결정짓게 될 것이라는 점을 우리는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인천경영자총협회 부회장

경기도의 과잉행정서비스

2012년도 경기도 예산심의는 아이들 무상급식 문제와 찾아가는 도민 안방, 민원전철365사업이 언론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였다.결국, 의회에서 일부 언론들의 꼼수라고 비아냥을 무릅쓰고 중학교 무상급식예산을 확보하고 찾아가는 도민 안방의 활동영역을 행정소외지역으로 제한하면서 민원전철365사업도 절반으로 축소하도록 예산으로 강제하였다.경기도는 찾아가는 도민 안방과 민원전철365사업은 제8회 대한민국 지방자치경영대전 대통령상과 ISO 9001 인증까지 받은 사업이라고 자랑한다. 김문수 지사가 북한식 좌파논리라며 극력 반대하던 무상급식을 인정하는 정치적 신념마저 포기하면서까지 지키고자 했던 역점사업이다. 이 때문에 일부 언론들은 의회에서 꼼수를 부려 지사의 역점사업을 발목 잡아 자신들의 요구 사항을 관철했다는 것이다. 일견 타당한 말이다. 하지만, 경기도의 주장대로 찾아가는 도민안방사업과 민원전철365사업이 진정 행정에 소외된 도민들을 찾아가서 행정서비스를 하고 있었는지 살펴보자. 먼저 찾아가는 도민 안방의 경우 2010년 8월부터 2011년 12월까지 총 24만3천328건의 민원을 처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그 중 73%에 달하는 17만8천557건이 혈압체크 등 건강상담이다. 민원전철 365도 마찬가지이다. 2010년 12월부터 2011년 12월까지 총 3만9천530건의 상담서비스 중 55%에 달하는 2만1천740건이 건강상담이다. 상담 장소도 주로 대도시 전철역이나 백화점 앞이다. 행정소외지역이라고는 할 수 없는 곳이다.민원전철365와 찾아가는 도민 안방사업의 문제점은 먼저 이들이 처리하는 대부분의 민원이 시군의 고유 업무라는 것이다. 또 여기에 투입된 모든 공무원들이 기존 실국에서 차출된 인원이다. 따라서 이들의 업무 공백을 동료가 매워야 한다는 사실은 곧 경기도청의 인력이 남아돈다는 의미이거나, 아니면 동료의 업무 하중이 쌓여가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 한심한 것은 지난 겨울 구제역으로 우리 경기도가 극도의 재난을 당하고 있을 때에도 구제역 현장에 가장 먼저 달려가야 할 찾아가는 도민안방 팀들은 구제역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대도시 전철역이나 백화점 앞에서 한가롭게 혈압체크나 해주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이런 사업들에 대통령상을 주고, ISO 9001 인증을 줄 수 있는 것인지. 하기야 경기도는 ISO 인증에 목을 매며 사기까지 당하는 곤욕을 치르며 이뤄낸 성과이니 자랑할만 하겠지만, 도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더는 도심 한가운데서 행정서비스가 과잉상태인 도민들의 혈압체크나 해주는 사업에 혈세와 경기도의 행정인력이 낭비돼서는 안된다.김 주 삼 경기도의회 예산결산위원회 위원장

갈 곳이 없는 교사들

매년 이맘때면 3월 정기 인사를 앞두고 학교가 바쁘다. 특히 이동을 앞둔 교원들은 어느 학교에 자리가 비는지를 알아보느라 동분서주하다. 하지만, 마땅히 옮길 학교를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교과교사들이 있다. 도덕을 담당하는 교사들이다.한때는 도덕 교과가 국책교과로 인식되어 교과목 순위에서 1위에 놓여 있었다. 분단된 국가 현실을 직시하여 이념교육을 강화하고 준법정신과 개인, 가정, 사회예절 교육이 주로 도덕 교과를 통하여 이루어졌다. 하지만, 2000년대에 들어와서 도덕 교과서에서 차지하던 통일안보 교육의 분량이 3분의1 이하로 줄어들고 급기야 중학교에서 도덕 수업 시간이 6단위에서 5단위로 줄어들었다. 그러다 보니 도덕 교과서 내용 중에서 윤리나 예절교육 내용도 함께 줄어들고 부실해지게 되었다. 설상가상으로 지난해 1학년부터는 10개 이상의 교과를 운영하던 것을 8개 교과만으로 줄여서 운영하도록 하고, 교과별로 시간 수를 20% 내에서 증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예체능 교과는 될 수 있으면 증감하지 말 것을 권유하고 있다 보니 일선학교는 입시 교과인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등의 5개 교과의 시수를 늘리고, 대신 도덕이나 기술교과 시수를 줄이고 있다. 이 때문에 학교마다 도덕이나 기술교사의 과원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고등학교도 중학교와 상황이 별반 다르지 않다. 이렇게 수업 시수를 줄이고 거기다가 3개 학년으로 나눠서 배우던 것을 1개 학년으로 몰아서 집중하여 가르치다 보니 인성교육이나 생활기술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교과의 가치가 퇴색되고 있다.우리 사회의 모든 문제는 지식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서라기보다는 인성 교육이 잘 이루어지지 않아서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교육정책 입안자들은 지식 몇 줄을 암기해서 점수 올리는 것에 가치를 두고 있으니 현재 학교교육의 모습으로 볼 때 우리 사회의 미래는 암울할 뿐이다. 인성이 좋은 학생이 지식교육도 더 잘 받아들인다. 이런 이유로 우리의 전통교육은 대부분이 인성교육이 중심이었다. 인성교육을 바탕으로 한 지식교육이 우리 사회의 인재를 기르는 기본 틀이 되어왔다.하지만, 오늘날 우리 사회의 현실은 어떤가? 기본교육이 상실된 가정, 다양한 폭력이 난무하는 학교, 어른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 규칙과 질서를 해치는 것이 오히려 자기를 알리는 좋은 기회로 보는 사람들이 각계각층에 깔렸다. 도덕교육이 학교에서 더욱 중심이 되고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이 시대에 도덕 교사가 남아돈다는 현실은 우리 사회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김정렬 용유중학교 교장

선물의 대이동

설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설은 여러 사람에게 대목이다. 재래시장 상인은 물론이고, 과수 농가와 축산업자도 제사용품과 선물 등의 판매 증가로 오랜만에 허리를 활짝 편다. 한적하던 시골마을의 식당가와 심지어 골목 앞 슈퍼들도 설날만큼은 멀리서 찾아온 손님들로 북적거린다.우체국은 다른 곳보다 설이 조금 빨리 찾아온다. 민족의 대이동에 앞서 선물의 대이동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우체국에서는 설 물량의 차질 없는 소통을 위해 지난 1월9일부터 21일까지를 2012년 설 우편물 특별소통 기간으로 설정하고 비상근무에 돌입했다.우리 경기인천지역은 올해 소포물량으로 지난해보다 5.8%가 증가한 213만2천개가 접수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이 기간에 하루 평균 16만4천개, 많은 날은 27만개 이상의 소포가 경기인천지역의 우체국으로 들어오고 나간다. 올해는 선거를 앞두고 국회의원들의 의정보고서 등의 배달시기와 맞물려 집배원들에게는 어느 해 보다 힘든 소통기간이 예상된다.이런 때일수록 힘들게 일하는 집배원들을 위한 국민의 작은 배려가 필요하다. 우편번호와 연락처를 제대로 적어주는 것만으로도 집배원들에게는 큰 도움이다. 우편번호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흔히들 빠트리지만 빠른 배달을 위해 우편번호는 필수다. 그리고 사람이 없을 것에 대비해 연락할 수 있는 전화번호를 꼭 기재하는 것이 좋다. 무거운 물건을 힘겹게 들고 아파트 계단을 올라도 받는 사람의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집배원의 마음은 한결 가벼워진다. 하지만, 사람이 없으면 소중한 선물을 문 앞에 내버려둘 수도 없으니 사람도 없고, 연락도 되지 않을 때가 집배원들에겐 가장 난감하다. 포장이 부실한 소포 또한 마찬가지다. 포장이 부실하면 상하차 과정이나 배달과정에서 파손될 우려가 있다. 그래서 집배원이 그 물건을 다시 포장하느라 시간을 허비하게 된다.파손되기 쉬운 소포우편물은 스티로폼이나 에어 패드 등을 충분하게 사용해 외부충격에 견딜 수 있도록 견고하게 포장하고, 겉면에 취급주의 표시를 해야 한다. 더욱이 부패하거나 변질하기 쉬운 어패류나 축산물 등의 식품 등은 식용 얼음이나 아이스 팩을 비닐에 싸 같이 넣고 스티로폼박스에 튼튼히 포장하는 것이 좋다. 이제 곧 모두가 즐거운 설 명절이다. 올해는 선물을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그리고 그 선물을 배달하는 사람까지 모두가 행복한 설날이 되었으면 한다.김기덕 경인지방우정청장

인생사 마음먹기 나름

나이 50, 60을 넘기게 되면 사는 유형이 다섯 가지로 나뉜다고 한다. 첫 번째는 사는 것 자체가 좋아서, 행복해서 어쩔 줄 모르겠다는 타입이다. 가까운 주변에는 그런 정도의 경지에 이른 분들은 없고, 대학 선배인 박모 선배님은 건강가족재정취미 등 여러 가지 면에서 자신도 그렇게 자부하고 옆에서 보아도 언제나 미소가 가득하다. 얼굴에 나는 행복하다라고 쓰여있다. 주변에 있는 분들 칭찬도 잘하고 배려심도 빼어나다. 특별히 걱정하는 말을 들어 본 적도 없다. 무위자연(無爲自然)형 이랄까.두 번째 유형은 행복하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는 타입이다. 주변의 친구들, 특별한 병 없고 월급쟁이를 평생 한 이들이 대개 이 범주에 속하는 게 아닌지. 무엇보다 이 타입은 바쁘다. 목표를 정하여 운동도 하고 영화 연극 음악회 등을 찾아다닌다. 지역문화센터의 프로그램에도 정통하다.세 번째 유형은 이제까지 잘 살아왔고, 앞으로 큰 변화나 발전에 대한 기대도 없어 될 대로, 이 대로 안주하는 타입이다. 오늘이 어제와 다르지 않음에 크게 실망도 않고 내일에 대하여 큰 기대도 않는 편안한 삶을 구가 한다. 옆에서 보기엔 다소 지루하고 따분할 것 같은 그런 삶을 별 탈 없이 오래 살아온 분들이다. 지난 연말 송년 모임에서 가장 머리에 남았던 건배사는 별일하고 선창 하면, 없기를하고 모두가 따라 하는 것이었다. 지금까지는 정도의 차이일 뿐 다 좋다. 많은 이들에게 이 이야기를 하면서 어떤 타입인지 물어보면 대개 첫 번째와 두 번째의 중간이거나 두 번째와 세 번째의 중간인 경우가 많았다.문제는 이제부터다. 네 번째 유형은 끊임없이 남 탓하는 타입이다. 조상이나 부모 탓, 배우자 탓, 자식 탓, 직장 탓, 친구 탓 등 끊임없이 비난하고 불평하고 비판한다. 이런 타입의 입에서 좋은 소리, 남을 칭찬하거나 배려, 격려하는 소리 들어보기 어렵다. 마지막 다섯 번째도 힘들고 고달픈 유형이다. 남이 아니라 자신을 끊임없이 자조하고 자학하는 타입이다. 매사에 부정적이다. 뜻대로 안 되면 거 봐라. 운 없고 재수 없고 빽도 없는 내가 바라기 뭘 바라라 하거나, 별수 없지가 입에 붙었다.혹시 뭐 좋은 일이 생겨도 이를 좋은 쪽으로 받아들이거나 즐기질 못한다. 항상 불안하다. 좋아도 나빠도 어차피 인생은 시간의 합이고 자신이 시간을 어떻게 보냈는가는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에도 영향을 미친다. 관계가 있는 경우 더욱 그렇다.강정호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경기일보-칼럼]세뱃돈

설날이 다가온다. 아이들은 그렇지 않아도 방학을 맞이하여 마냥 신나있는데, 기쁨을 보태줄 건수가 명절이라는 이름으로 기다리고 있으니 이제부터는 그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아이들도 있을지 모르겠다. 예전에 우리가 어렸을 때는 정말로 설날을 기다렸다. 어머니가 예쁜 한복을 준비해주셨기 때문일까, 맛있는 음식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세뱃돈 때문이었을까?예전과 많이 달라진 요즈음의 아이들 겨울방학 생활들을 들여다보면 학교 다니는 것 못지않게 바쁘다. 젊은 엄마들은 방학을 이용하여 뒤떨어진 학과목을 보충할 기회로 삼기도 하고, 어떤 경우는 학기중의 노고를 위로하고자 오히려 아이에게 쉴 기회를 주기도 하며, 때로는 특별한 경험을 주고자 파격적인 계획을 세우는 등 다양한 노력을 한다. 그래서 우리 경기도어린이박물관에도 방학을 맞아 많은 인파가 몰리는 것일 게다. 그러나 이처럼 다채로운 활동이 제시됨에도, 아이들이 설날을 기다리는 건 옛날이나 요즘이나 매한가지인 것 같다.지금은 취직하여 돈을 벌기에 세뱃돈의 달콤함을 잊어버렸지만, 다 큰 우리 아들도 대학생이 되고 군대를 제대하고서도 크도록 설날을 내내 기다렸다. 그 이유는 친척들이 건네준 세뱃돈에 있었다. 어렸을 때는 아직 받지도 않은 세뱃돈을 할아버지는 얼마, 큰아버지는 얼마, 큰이모네는 얼마 하면서, 보통 때는 별로 언급않던 친척들 이름을 하나하나 열거하며 열심히 계산하고 있는, 꿈에 부풀어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세월이 많이 변했지만, 요즈음의 아이들도 세뱃돈을 기다린다. 평소에 받는 용돈에 비해 너무나도 큰 액수이기 때문이리라. 한 번의 세뱃돈이 상당기간의 살림살이를 좌지우지하니 왜 안 그렇겠는가? 이런 아이들의 형편을 고려한다면 어른들은 당연히 기쁜 마음으로 세뱃돈을 준비해야 할 것이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요즈음 아이들에게 주는 세뱃돈의 액수가 너무 커졌기 때문이다. 친척의 숫자에 따라 사정이 많이 다르겠으나, 자신의 월급에 비해 규모가 너무 크다. 여기서도 아이 마음과 어른마음이 엇갈린다. 그러나 새해에 빳빳한 세뱃돈을 챙기는 어른마음은 여유롭고 흐뭇하다. 아이들의 기대를 생각하며, 또 아이들의 웃음을 기억하면서 그들의 마음을 챙기는 그 마음은 이미 부자가 된다.주변에서 보면 아이들의 세뱃돈을 쉽게 가로채는 엄마들이 있다. 그런가 하면, 아이 때부터 받은 세뱃돈을 차곡차곡 모아 나중에 꼭 필요한 일에 쓰도록 복주머니를 열어주는 엄마들도 있다. 축적된 세뱃돈이 나중에 커서 하고 싶은 것들을 해볼 기회를 제공해준다면, 아이들은 세뱃돈의 위대함을 다시 한 번 음미할 수 있을 것이다.이 경 희 경기도어린이박물관장

사회적 아동 살해와 야만사회

새해가 밝았다. 하지만, 여전히 우울하다. 지난해 들은 가슴 아픈 사연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기 때문이다. 작년 12월에 부평구에서 여섯 살 아이가 혼자 잠을 자다가 화재로 목숨을 잃었다. 이 아이의 엄마는 화재 발생 시간에 밖에서 일하고 있었다. 이혼 후 엄마는 월세 10만원의 무허가 건물에서 아이를 키우고 있었다. 비극은 야간에 일하러 나간 사이에 일어났다. 지역의 보육원 원장님으로부터 이 아이의 부모가 모두 보육원 출신이라는 사실을 전해들었다.가난이 대물림되고 있는 현실이 만든 사회적 비극이다. 아이의 삶의 권리가 사회적 책임이라는 것을 받아들인다면 이것은 전형적인 사회적 살인이다. 문제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사회가 아동을 방임하는 사이에 이 비극이 사회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것이 단지 아무개집의 일로 우리가 모두 공범이라는 것을 알지 못하는 데 있다.90년대에도 유사한 사건이 있었다. 1991년에 인천의 동춘동의 월셋집에서 다섯 살 세 쌍둥이가 화제로 숨졌다. 부모는 생계를 위해 용접일과 허드렛일을 하고 있었다. 당시 이 사건으로 세상이 떠들썩하였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단지 이런 현실을 개탄하는 분들이 모여 세 쌍둥이의 억울한 죽음을 기리는 탁아소를 만들었을 뿐이다.이 사건을 다시 떠올리는 이유는 어떤 충격도 아이의 삶의 권리를 이 사회가 책임지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20년이 흐른 지금도 우리 사회는 세 쌍둥이의 비극이 되풀이되고 있고, 더 많은 비극이 앞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아이의 삶을 개인과 가족에게 맡겨버린 상황이 지속된다면. 양극화와 신자유주의가 득세하는 현실은 더욱 불길한 예감으로 다가온다. 어떤 가정에 태어나든지 최소한의 보호를 받으면서 잘 자랄 수 있는 권리를 아동이 갖고 있고 아이의 양육이 사회의 책임이다라는 관점이 사회적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비극은 되풀이될 것이다. 비극은 개인의 통곡이 아니라 사회적 책임의식으로 귀결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야만사회를 살아왔듯이 여전히 살아갈 것 같다. 다행히도 이 야만사회를 인지하고 공적으로 토론할 수 있는 공간이 열리고 있는 데서 여전히 희망을 걸어본다. 이번 선거가 정치인들이 선거용 장식품으로 내거는 복지가 아닌, 시민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요구하고 관철하는 공적이 장이 열리길 이 새해에 간절히 기원해 본다.유 해 숙 인천시교육청 교육복지연구지원센터장

고독의 시대, 해결사로서의 아트센터

영국의 저명한 예술경영학자인 골드스미스 대학교 제럴드 리드스톤 교수와 서울 한 아트센터의 재즈 공연을 관람한 적이 있다. 공연이 끝난 후 간담회 자리에서 그는 공연장에 젊은 층이 많이 온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표했다. 필자도 외국 공연장을 가보면 은퇴한 노년층이 많이 관람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들은 무척이나 까다로운 관객이다. 제한된 비용에서 공연비를 지출하는 만큼 많은 검색과 고민을 통해 관람할 공연을 선택한다.인간의 평균 수명이 높아지고 노령 인구들의 증가와 경제적인 양극화 심화 현상의 문제점, 그리고 소외되고 있는 노년층들의 고독사(孤獨死) 문제는 앞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사회문제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더욱이 사회에서 소외되는 있는 이들이 늘어남에 따라 고독감을 호소하는 연령의 범위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과연 이렇게 대두하는 사회문제를 지역의 아트센터가 문화 복지의 영역에서 어떻게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을까. 필자는 아트센터를 찾는 고객들의 연령이 높아진다는 것을 노년층이 두텁고, 국민연금제도가 앞서 있는 외국의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들은 아트센터에서 개최하는 공연 외에도 전시, 예술교육 등에도 적극 참여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지역의 살롱으로서 아트센터가 그 기능을 하고 있었다.일본의 사이노쿠니사이타마예술극장에서는, 쉰다섯 이상의 노인들로 이뤄진 노인극단 골드 씨어터를 만들고 이들과 지속적으로 연극작업을 하고 있다. 평균 연령은 예순 일곱, 극단원의 최고령은 여든셋이다. 일본 전국 각지에 몰려든 천이백 명 중에서 사십팔 명을 선발했으며, 큰 주목과 성공을 거두고 있다. 일본이 고령자 문제에 높은 관심을 두기 시작한 시기와 맞물려 삶의 의미와 보람을 찾는 노년층의 관심이 폭발한 것이 성공한 요인이었고, 그 중심에 지역 공공 아트센터가 기획적인 측면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고독의 시대에 아트센터가 해결사로서 자처했다는 것이다.모 방송국에서 방영하여 화제가 되었던 중장년층으로 구성된 청춘합창단의 감동도 이러한 저변의 삶과 의미와 보람의 공감대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필자가 재직하고 있는 아트센터도 2012년 임진년을 맞이해, 잔디마당의 공간을 활용해 모두 함께 나누는 예술을 실천하면서, 노년층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지역 살롱으로서 아트센터 참여 프로그램을 구상 중이다. 이것 또한 공공 아트센터에서 해야 할 임무라고 생각해 본다.조 경 환 부평아트센터 관장

청소년 진로, 국가의 희망이다

사람은 저마다 행복을 추구하며 산다. 그리고 행복을 느끼게 되는 조건도 사람마다 다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은 배고플 때 밥을 먹으며 행복감을 느끼고, 불안과 고통에서 벗어날 때 행복감을 느끼며, 주위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사랑받을 때는 더 깊은 행복감에 젖어든다.하지만, 이러한 조건을 갖추는 것만으로 행복이 지속될 수 있을까? 생리적정서적사회적 욕구 충족을 넘어 자신의 잠재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깊은 행복을 느끼게 된다. 이는 일과 직업을 통하여 가능하다. 일과 직업은 생계유지의 수단일 뿐 아니라, 개인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여 자아실현도 가능하도록 하기 때문이다.이처럼 개인으로 하여금 적합한 일과 직업을 선택준비하고 입직하여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교육이 바로 진로교육이며, 이는 국가 차원에서도 사회발전을 위한 양질의 인력을 확보할 수 있게 하는 중요한 교육시스템이다. 최근 들어 급격한 사회경제적 변화로 말미암아 진로교육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실제로 많은 학생의 진로개척이 미흡한 상태이며, 급속한 사회변화와 고용불안 속에서 청년 실업률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따라서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청소년이 스스로 삶에 대한 책임의식을 가지고 자신의 특성에 맞는 진로를 설계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지원 방안 마련이 절실한 시점이다. 다행히도 교육과학기술부가 진로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진로교육 전담 부서를 설치하여, 2009 개정 교육과정에서 학생들의 진로교육 및 직업체험을 강조하고 있으며, 이와 더불어 진로진학상담교사를 학교 현장에 배치하는 등 진로교육 지원 기반을 조성하고 있다. 또한, 교과부는 교육 기부를 활용하여 학생들의 진로체험을 활성화하고, 학부모와 지역사회의 진로교육 참여를 확대하며, 창의적 체험활동과 연계하여 학교 진로교육 지원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의 실천적 방안 마련과 함께 진로교육 활성화에 주력하고 있다. 교과부의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보려면 정부 및 공공기관 관계자들을 비롯하여 다양한 현장에서의 전문가들이 진로교육정책과 전략을 공유하고 상호 소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필자는 이러한 역할을 체계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전문기구 신설을 제안하고자 한다. 다시 말해 각 시도별로 지방자치단체, 대학, 기업 및 연구소가 관학산연(官學産硏) 공동으로 이른바 진로교육지원센터를 신설하여 그 성공적 운영을 도모하자는 것이다. 이는 아픔 속에 내몰려 있는 우리 청소년들이 자신의 꿈과 희망을 찾아 행복한 삶을 영위하도록 이바지할 것이고, 나아가 건강하고 행복한 지역사회와 국가의 밝은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정 동 권 경인교육대학교 총장

청소년에게 인성교육을

청소년은 우리의 미래이며 전부일 수 있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최근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청소년관련 사건 사고들을 보면 개탄스럽고 슬퍼지는 게 현실이다. 집단 왕따부터 구타, 성추행, 성폭력, 퍽치기, 자살 등 강력사건에 이르기까지 정상적인 경우라면 청소년층에서 일어나지 말아야 할 사건들이 눈앞에서 일어나고 있다.물론 책임소재를 따진다면 우리 사회를 이끌어 가는 지도층과 어른들의 책임이 가장 크다. 사회지도층, 가정의 부모, 학교의 선생님, 학원교사 등이 청소년에게 본을 보이고 그들을 이끌어 줘야 한다. 그러나 작금의 우리 사회는 가정적으로는 부부 맞벌이가 대세이며 청소년들을 따뜻하게 보호하고 감싸주고, 계도해야 할 환경이 마련돼 있지 않다.공교육기관과 사설학원은 성적지상주의, 입시위주의 교과과정 편성에 따라 예체능과 인문학 등을 등한시하고 폄하하는 현실이 되었다. 또한 학생인권 등의 명목으로 체벌 없는 학원의 캐치프레이즈 하에 성장기 청소년이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가치관의 정립을 도와주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다.올바른 인성을 통해야 바른 사고와 행동이 나오고 옳고 그름을 판단할진대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예체능과목이 소멸하는 상황에 건강한 신체와 건전한 사고를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인문학을 통한 인성교육이 사라져가는 상황 속에서 작금의 청소년 탈선을 당사자의 책임으로만 돌리기에는 어른들의 자성의 목소리가 부족하다. 우리 사회 지도층 어른들의 반성과 대안이 있어야 한다. 이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그들이 어른이 되었을시 더욱더 많은 사회적 비용을 치러야 하며 국가적으로도 크나큰 손실일 수밖에 없다. 이에 다음과 같은 안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첫째, 사립 또는 공교육기관에 학년별 인성 또는 인문학담당 선생님을 두고 월 단위 이수시간을 규정해 둬야 한다. 또한, 개별면담 또는 상담을 통하여 학생들의 고민과 애로사항을 조사하고 그 기록을 보존하고 수시관리 유지되어야 한다. 물론 현재에도 담임선생님을 통하여 이뤄지는 부분이 있겠지만, 밀착관리가 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적정수준의 체벌은 허용돼야 한다. 당근과 채찍이 필요한 이유는 우리는 익히 알고 있다. 셋째, 일정비율의 남자교사가 확보 돼야 한다. 양성을 겸비한 인격형성을 위해서도 그렇다. 넷째, 참여적인 쌍방향 수업이 이뤄져야 한다. 그동안에 자주 제기되었던 반복된 내용이며 현재 진행형일 수 있고 현실이 고려되지 않은 필자만의 생각일 수 있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위와 같은 부분이 선결되지 않는다면 국가적으로 더욱더 큰 비용과 책임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명명백백한 사실이 아닐까 싶다.이 종 광 인천경영자총협회 부회장

逆 도가니

지난해 공지영의 소설 도가니가 영상으로 옮겨진 후 우리 사회는 소위 그럴듯한 사람들의 위선에 몸서리를 치게 된다. 사필귀정이지만 지난해 12월에 이르러서야 인화학교 전 교장의 동생이자 도가니 사건의 장본인인 행정실장이 구속되고 뒤늦게 수사가 마무리된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사건을 접하면 소위 사회에서 점잖고 좋은 일을 하는 사람들, 혹은 꽤 가진 자의 위치에 있는 이들에게서 빚어지는 심각한 악취가 우리를 슬프게 한다. 일부의 허물이라고 애써 외면할 것이 아니라 심각한 자기성찰이 필요한 오늘날인 것 같다. 그런데 사건을 많이 접하다 보니 도가니 사건과 정반대되는 일도 있었다. 이른바 역(逆)도가니 사건이다.한 시골 마을, 60대 노부부의 이웃에 정신장애를 가진 20살 갓 넘은 여자가 도시생활에 지쳐 귀향한 후 모친과 함께 잠시 머물고 있었다. 그런데 그 처녀가 노부부 집에서 60대 노인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모친이 고소했다. 노인은 자신의 결백을 호소했으나 수사기관은 전혀 들으려고도 하지 않은 채 노인을 구속기소하였는바, 1심 재판부도 고소인 측 말만 믿고 노인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그런데 항소심에서 새로운 사실이 드러났다. 노인은 물리적으로 성범죄를 저지를 수 없는 심각한 발기부전환자임이 밝혀졌고 결국 노인에게는 무죄가 선고됐다. 그런데 1년6개월간의 지루한 재판과정에서 이 사건의 실체적 음모가 드러났다. 장애인의 모친이 주변을 포섭한 후 합의금을 받아내기 위해 위와 같은 음모를 꾸민 것이며, 피해자로 자처한 장애처녀의 진술도 모두 그 모친의 사주에서 비롯된 것임이 부가적으로 밝혀진 것이다. 어쩌면 원작 도가니 사건에서는 가해자가 외부사람 중 장애인인 약자에게 절대 그럴 수 없는 분들이라고 믿을 수밖에 없는 자들에게서 비롯되었다면, 역도가니 사건에서는 내부에서 가장 자기편이 되어 줄 것이라고 철석같이 믿을 수밖에 없는 피해자의 모가 실질적 가해자가 되는 셈이다.가장 정의에 앞장서고 사회적 약자를 돌봐야 할 기대치를 한몸에 받고 있는 법조인, 복지법인 이사장, 특수학교 교사, 대형교사 목사, 장로에 이어 심지어는 신성불가침의 대명사인 어머니까지 가세하여 이러한 사회적 믿음을 철저히 배신하는 위 사회현상을 어찌 이해해야 할까.문제는 마음인 것 같다. 무릇 지킬만한 것보다 내 마음을 먼저 지키라고 성경은 말씀하고 있고 유교에서도 신독(愼獨)을 강조하고 있다. 새해에는 차분하게 내 마음을 돌아보며 특히 홀로 있을 때 근신하는 법을 배워야 할 것이다. 이러한 선한 습관이 나를, 우리를 그리고 사회를 혼란의 도가니로부터 구원해 줄 것이라 믿는다.양 진 영 법무법인 온누리 변호사

다시 한·미 FTA다

연초부터 웬 FTA 타령이냐고 핀잔주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송년의 어수선함을 틈타 터진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소식으로 잠시 국민 관심 속에 멀어진 듯 보였지만 결코 마무리된 일은 아니지 않은가. 그렇다고 여기서 한미 FTA체결과 국회비준문제를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경기도의 대책에 관한 문제를 생각해보고자 한다. 경기도는 조례에 근거한 FTA관련 지원종합대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하도록 2012년도 예산에 반영했어야 했다. 그래야만 한미 FTA체결에 따른 도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올바른 지원을 통하여 이명박 정부가 말하는 대로 한미 FTA가 대한민국(경기도) 경제영토를 넓히고, 더 나은 미래와 더 풍요로운 내일을 위한 것이 되지 않겠는가.하지만, 경기도는 FTA체결에 따른 지원 대책 조례를 시행할 수 있는 시행규칙조차 만들지 않고 있다.물론 경기도에서 FTA에 대한 대응을 전혀 안 하고 있다는 말은 아니다. 경제관련 부서에서 전담반까지 만들어 나름대로 열심히 하고 있다. 경제농정 부분에 산발적으로 FTA대책 명목의 예산들이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한미 FTA관련 대책은 경제 농정 부서 한두 곳에서 만들어 낼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고 있다는 것이다. 경기도 차원의 대책이 필요한 사안이다. 지사 직속의 특별 TF팀을 구성하거나 기획조정실 차원에서 만들어야 할 사안이다. 솔직히 한미 FTA에 대한 내용을 정확히 알고 있는 경기도의 관계자가 몇이나 될까. 관계자 대부분이 막연히 알고 있는 수준은 아닐까. 어느 분의 표현대로 뼛속까지 친미인 통상관료들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수준 말이다. 그래서 한미 FTA 국회비준이 날치기로 통과된 뒤에 잘된 일이다라고 말했던 김문수 지사처럼 말이다. 김문수 지사에게 묻고 싶다. 한미 FTA체결비준동의가 잘된 일인가. 그래서 조례로 강제된 종합대책수립마저 2년 동안이나 직무를 유기하고 있었던 것인가. 정부 말만 들으면서 막연한 찬성이었지만 스스로 알아 가면서 합리적 의심을 품고있는 반대자가 되었다는 인천지법 김하늘 부장판사의 말처럼 한미 FTA를 좀 더 진지하게 파악하시고 피해대책을 세우실 생각은 없는건가. 김문수 지사에게 요청한다. 조례에 근거한 종합대책을 세워주길, 그리고 그 대책에 근거한 긴급추경을 편성해 주길, 돈이 없다면 국비를 요청하고, 그것도 부족하면 FTA로 많은 수혜를 누리게 될 자동차산업을 중심으로 한 대기업들에 세금을 더 부과하도록 정부에 건의하고 국회에 요청해 주길.최소한 도민들이 한미 FTA에 대한 경기도의 대책을 보면서 밤잠 설치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겠는가.김 주 삼 경기도의회 예산결산위원회 위원장

화합과 배려로 소통하는 사회를

얼마 전 장애인 학교에서 일어난 성폭력 사건으로 온 나라가 분노로 들끓었다. 대구에서는 한 중학생이 따돌림을 견디지 못하여 목숨을 버렸고, 이에 앞서 대전에서는 같은 이유로 한 여고생이 아파트 8층에서 뛰어내려 우리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관계 당국에서 가해자를 법에 따라 엄격히 처벌하고, 학교 폭력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하여 모든 학교를 대상으로 학교폭력실태를 조사하고, 전문상담교사를 일선학교에 배치하며, 공익근무요원을 학교안전보조요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등 예방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런 예방책으로만 실효성을 거둘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밖으로 드러난 환부만 치료하고 몸속에 자리를 잡고 있는 종양의 뿌리는 그대로 둔다면 언제 또다시 이런 비극적인 일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이다.어느 재미교포인 한 정치인이 미국은 인종차별이 심하여 살기가 힘든 나라지만, 한국은 인간 차별이 심하여 살기가 어려운 나라다 라고 했다. 서로 존중과 배려의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고 차별하는 사회 풍토를 개선하지 않고서는 민주국가도, 복지국가도 공염불에 지나지 않을 수밖에 없다. 사실 그동안 물질적인 풍요만 추구하다 보니 정신적으로는 나약해져 가고 있다. 이기심으로 이혼 가정이 늘고 가정은 해체되고 있다. 또, 저출산 현상으로 자녀 수가 적다 보니 가정에서 자녀가 황제 대접을 받으며, 지나친 보호를 받고 자란다. 자연히 자기중심적인 사고가 굳어져 남을 배려하고 존중하며 더불어 살 줄을 모른다. 이런 성장 과정을 거쳐 학교에 들어오다 보니 학교에서도 제대로 지도할 뾰족한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교사는 교실에서 권위를 잃어가고 지나친 간섭과 규제로 학교는 힘을 잃어가고 있다. 이런 현상은 교실 붕괴로 이어지고, 교실 붕괴는 병영(兵營)붕괴로 이어지며, 또다시 직장 붕괴나 사회 붕괴로 이어져 국가나 사회의 건전성마저 위태롭게 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제는 특정한 인연만을 중요시하고 차별과 편견으로 서로 대하는 전근대적이고 구시대적인 가치관은 사라져야 한다. 특히 남의 권리를 짓밟으며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고, 특정한 인연에 기대여 반칙 승부를 하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자신의 노력과 능력만으로 진검 승부를 펼쳐 다른 사람들로부터 존경과 인정을 받는 공정한 사회로, 선진 사회로, 정의 사회로 변화해야 하며, 그것이 바로 우리가 추구하는 미래사회이다. 새해는 화합과 배려로 소통하는 평화로운 세상이 되기를 기원해 본다.김 정 렬 인천남부중학교협의회 회장

우체국이 함께하는 농산물 직거래

새해가 밝았다. 올해는 다른 해보다 구정이 빨리 찾아와 연초부터 차례상과 명절선물준비에 주부들의 발걸음이 더욱 바빠졌다. 하지만, 이맘때가 되면 언제나처럼 중국산 유해 먹을거리 기사가 신문 한 면을 장식해 이런 주부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든다. 지난주 탄저균에 감염된 말린 고추에 혼합조미료를 더해 만든 중국산 고춧가루를 국산으로 속여 판매한 일당이 잡혔다. 그냥 중국산 고춧가루도 아니고 탄저병에 걸린 고춧가루라니 기가 찰 노릇이다. 이들은 고춧가루 외에도 중국산 저가소금을 섞은 까나리액젓도 65억 원어치나 유통한 것으로 드러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소비자는 돈을 더 주고서라도 우리 농민들이 정직하게 키운 우리 농수산물에 집착하게 된다. 하지만, 시중의 프리미엄은 농민들에게는 먼 이야기다. 왜곡된 유통구조가 땀 흘려 일한 농민들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지 않고, 좋은 먹을거리를 사고자 하는 소비자에게는 바가지를 씌우는 것이다. 더구나 가짜가 기승을 부리며 우리 농수산물에도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사람이 늘어 농어민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져만 간다.이처럼 가짜 농산물이 판을 치는 것을 막고, 농민들이 제값을 받으려면 직거래를 늘려야 한다. 지자체나 공공기관들의 직거래장터를 보면 직거래 효과가 대단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해 경기도는 김장직거래장터를 통해 유통비용을 50%까지 줄여 소비자는 20~30% 싼 가격에 사고 생산자들은 20~30%의 소득증대 효과를 올렸다고 밝혔다. 경북도의 인터넷 직거래 장터 역시 설립 첫해 13억 원의 매출을 올린 것을 시작으로 매년 매출이 증가하며 농민들에게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우체국쇼핑도 품질 좋은 우리 농수축산물을 직접 만날 수 있어 인기가 높다. 전국 3천700여개의 우체국과 인터넷우체국을 통해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거래로 연결하기 때문에 농어민은 제값에 물건을 팔고, 소비자는 믿을 수 있는 제품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어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이들 상품은 오픈마켓 등과는 달리 까다로운 심사를 통과한 우리 농수축산물인데다 공공기관이 보증하기 때문에 믿고 살 수 있다. 때문에 제사용품과 명절선물 준비로 우체국쇼핑을 찾는 사람이 해마다 늘어나 명절을 앞둔 우체국에는 배달을 기다리는 우체국쇼핑 상자로 가득 차기 일쑤다.직거래는 수입 농산물이 국내산으로 둔갑할 우려가 없고, 또 대부분 브랜드를 걸고 판매하기 때문에 믿을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이익을 준다. 고향을 살리고 서민의 장바구니물가 걱정을 덜기 위해서라도 농산물 직거래가 더욱 활성화되어야 한다.김 영 수 경인지방우정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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