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움의 눈물

이번 겨울 멀리 우즈베키스탄에서 공무원으로 일하는 세 명의 여성이 경기도어린이박물관을 방문했다. 꼼꼼히 박물관을 돌아보면서 이것저것 캐묻더니 급기야는 눈물을 흘렸다.

 

그 이유는 이런 어린이박물관이 모국에는 없기 때문. 무엇이 그렇게 부러워 마스카라가 번지는 줄도 모르고 눈이 시꺼메지면서까지 눈물을 흘린 걸까?

 

이들의 눈물은 새삼 나에게 어린이박물관에 대해 생각해볼 계기가 됐다.

 

세계 최초의 어린이박물관은 미국 브루클린에 있는 자연사박물관 큐레이터들의 어린이에 대한 특별한 관심에 의해 탄생하였다.

 

아이들이란 박물관에 오면 진열장 안에 있는 것들을 훅 훑어보고 그냥 지나쳐 버리는 게 보통이므로 이를 안타까이 여겼던 큐레이터들이 아이들의 흥미를 붙들고자 만지며 탐색할 수 있는 조개나 동물뼈 등을 박물관에 내놓으면서부터다.

 

어린이박물관의 고유명사로 자리 잡은 현재의 체험식 전시는 1950대 이후 아동교육이나 아동발달심리학자들의 이론을 기초로 아이들의 발달에 맞게 고안된 것이다.

 

1970년대 이후엔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여 이제 세계도처에 400개 이상의 어린이박물관이 설립되었으니 아직 모국에 이러한 기관이 없다는 것이 얼마나 안타까웠을까?

세계 최대 규모의 인디애나폴리스어린이박물관도 그 지역 사람이 동부에 있는 어린이박물관을 방문하고 감탄하며 돌아가 어린이 교육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호소함으로써 후원금에 의해 세워졌다.

 

또 얼마 전 제2회 아시아어린이박물관 콘퍼런스를 열었던 필리핀어린이박물관이나 우리나라 최초의 어린이박물관인 삼성어린이박물관은 어떠한가? 모두 미국의 선진형 교육을 하는 어린이박물관의 체험식 전시에 매료되어 적극적인 관심을 표명한 결과였다.

 

어떤 일이건 몇 사람의 안목과 열정에 의해 결정되지만, 경기도에 어린이박물관이 세워진 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경기도에는 아이들과 가족이 함께 즐길 만한 곳이 많지 않다. 더욱이 저렴한 가격에 이러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곳은 전 세계에도 없다. 그런 면에서 나는 자부심을 느낀다.

 

이번에 어린이박물관에서 새롭게 부모특강을 준비했다. 어린이박물관 특성상 가족들이 함께 오기에 부모 중 한 사람이 아이를 돌보고 다른 한 부모가 강의를 듣기를 기대하며 프로그램을 열었다.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전시장에서 놀기를 거부(?)하고 강의를 들었다. 참으로 젊은 부모들이 멋지다는 생각을 하며 앞으로 어린이박물관에서 아동교육뿐 아니라 부모교육까지 활발히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부모의 변화와 함께 우리나라 아이들의 밝은 미래를 점쳐본다.

 

이경희 경기도어린이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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