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너와 윤리

미국의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이 어렸을 때, 평판이 나쁜 친구 집에 놀다 오겠다 하자 아버지가 조지를 석탄을 쌓아둔 광으로 데려가 얼마간을 보내게 했다.

 

광 밖에 나왔을 때 조지의 옷에 검정이 여기저기 묻어 있는 것을 보고 아버지가 말했다. “애야 아무리 조심해도 검정을 묻히지 않기가 어렵지. 친구도 그런 거란다.”

 

‘부자가 되려거든 부자 친구를 두는 것이 좋다’는 말이 있다. 친구로 가깝게 지내게 되면 부자의 습관, 생각하는 방식을 은연 중에 배우게 된다. 마찬가지로 국격을 높이는 좋은 방법은 국격이 높은 나라를 왕래가 잦은 친구나라로 하여 그 나라의 좋은 예를 꾸준히 배우고 익혀나가는 것이다.

 

다행이 우리나라는 지난 50년간 자유화와 개방정책에 힘입어 경제분야를 필두로 많은 부문에서 평판이 좋아졌다. 또 세계화된 환경에서 다른 나라의 좋은 예를 쉽게 접하고 익힐 수 있게 되었다.

 

윤리는 사회적 규범, 규칙, 관습을 존중하고 준수하는 데서 시작한다. 예의나 예절이 제대로 되지 못한 사람이 윤리적으로 조직을 운영할 수 있을까? 공중도덕을 잘 안 지키고, 질서를 잘 안 지키고, 자기 편한 대로 하는 이들이 윤리적일 수 있을까?

타인에 대한, 더불어 사는 사람에 대한 배려가 없는 사람이 윤리적일 수 있을까? 남의 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 하거나 공공시설의 비치물품을 함부로 쓰는 사람이 윤리적일 수 있을까? 경제 사회 문화 정치 국제관계의 선진화 다 중요하지만 매너 없는, 배려심 없는, 무례한 인간들이 판치는 사회가 좋은 사회일까?

 

이런 ‘절망적 상황’을 개선하는 길은두가지라 본다. 첫째는 교육이고 둘째는 위반자에 대한 벌이다.

 

서양사회에서 제대로 대우 받고 있는 유일한 동양국가인 일본은 사회교육 자체가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데 중점을 두고 있기도 하지만, 1984년 동경올림픽 이후 해외여행 붐이 일어났을 때 매년 1천만 명을 내보낸다는 목표 아래 ‘품격 일본’이라는 국민상을 해외에 알리기 위하여 정부차원의 다양한 노력을 한 예가 있다.

 

‘벌’과 관련 선진국에는 하나같이 주변사람에게 피해를 주거나 질서 위반자에 대하여 엄격하다. 독일에서는 갓길 주행은 면허 취소 사유가 되고, 공공장소에서 술에 취한 모습을 보이면 구금사유가 된다. 주민들 스스로도 신고 등 권익 보호에 적극적이다.

 

국격을 높이기 위하여, 나아가 윤리적인 사회로 가기 위하여는, 먼저 좋은 매너를 갖춘 사람들이 주류가 되는 사회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 바른 순서이다.

 

강정호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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