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세 청년의 삶

오랜 친구의 장인께서 104세 일기로 12월 새벽에 돌아가셨다. 전날 막내아들이 들렀을 때 물 좀 사오라 해서 준비해 드렸더니 고맙다고 한 게 마지막 말씀이셨다. 다음 날 아침에 들렀더니 바깥에 신문이 그대로 있어 이상하다 여기면서 집 안에 들어가니 소파에서 잠시 쉬시는 모습으로 계셨다 한다. 인간의 숙명인 생로병사의 필연적인 늙고 병드는 노병(老病)과정을 거치지 않고, 태어났다, 청년으로 사시다가 그냥 돌아가신 것이다.막내아들네 집 근처에 따로 사시면서, 96세로 돌아가신 할머니 병구완을 혼자서 하셨다. 큰 빨래나 밑반찬을 며느리가 준비해 드리는 것 이외에는 식사, 청소, 빨래 등 집안일을 스스로 해내셨다. 교회에 일주일에 2번씩 나가셔서 헌금관리 업무를 담당하였다. 제발 이제 스스로 그만두시라. 누가 아버지 더러 그만 하시라고 하겠느냐고 말려도 극구 그 일을 맡으셨다. 어떻게 그분은 그렇게 100세가 넘도록 청년 같은 삶을 살 수 있었을까. 이유를 든다면 우선, 정돈된 삶 덕분이 아닐까 한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서 하느님을 섬기는 목적, 그 한 목적으로 평생을 살아오셨다. 한 교회를 60년 이상 다니고 봉사하셨다. 세상을 살면서 많은 돈, 큰 이름, 큰 권력을 갖겠다는 욕심에서 벗어나 오로지 하나님 한 분을 기쁘게 한다는 마음으로 사신 것 같다. 둘째, 육체적인 차원에서도 그분의 생활리듬은 그야말로 일어나서 잠자리에 들 때까지 대단히 규칙적인 삶이었다. 겨울에도 영산홍의 꽃을 피울 정도로 베란다의 꽃을 가꾸는 것이 취미요 중요한 일과였다.셋째, 끊임없는 호기심, 학습의욕도 큰 몫을 하였을 것이다. 시간만 나면 성경을 읽고 기도를 하며, 매일 신문과 우편물을 챙기셨다. 넷째, 남에게 의존하지 않는 독립심의 힘이다. 상대방에 폐를 끼치는 일, 심지어 자식들한테까지도 부담이 되는 일은 기대하거나 의지하지 않는, 지극히 독립적인 생활방식을 쭉 해오셨다.다섯째는 돌아가시는 그날 까지 해야 할 일이 있었다는 것이다. 눈 뜨면 오늘은 무슨 일을 어떻게 하여야 하지 하는 주위로부터 인정받는 과업이 있었다.마지막으로는 타고난 건강이 아닐까 한다. 근년에 찍었다는 영정 사진을 보았는데 100세 노인이라고는 여기지 않는 건강하고 반듯한 자세였다. 바른 생각, 바른 생활을 기반으로 꾸준히 한평생 살아오신 인생 종합 성적표였다.티베트 금언에 인생이란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다는 말이 있다. 그렇다.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 가 바로 우리 자신이고 우리 인생이다.강 정 호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아이마음, 엄마마음

며칠 전 경기도어린이박물관 엘리베이터 속에서 일어났던 짧은 이야기이다. 방학을 맞아 아침부터 몰려든 관람객들이 날이 춥자 오후가 되어도 집으로 돌아갈 줄 모르고 박물관 내를 기웃거리고 있었으니 엘리베이터 안도 빈틈이 없었다. 십여 명의 어린 아이들과 두세 명의 젊은 엄마들이 함께 타고 있었다. 3층에서 1층으로 내려가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한 엄마가 ○○가 없네!하면서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엄마는 삐죽삐죽, 빼곡히 나온 아이들 머리 사이로 낯이 익은 얼굴을 찾느라 열심이었다. 아마도 엄마의 마음엔 한순간 두려 움이 엄습했을 터였다. 나도 이런 엄마마음이 느껴져 아이가 과연 함께 엘리베이터를 탔을까 아니면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엄마와 같이 눈을 여기저기로 굴려보았다. 이런 사이에 한 녀석이 다른 아이보다 키를 낮추고 웅크리고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다른 엄마의 입에서 여기 있나 봐요라는 대답이 흘러나왔다. 엄마의 얼굴엔 안도의 한숨이 번졌고, 아이의 얼굴엔 장난기 어린 웃음이 배어 나왔다. 아이마음 따로 엄마마음 따로가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아이의 짓궂은 장난에 엄마의 마음이 지옥과 천국의 먼 거리를 한순간에 오간다. 아이마음과 엄마마음이 평행선을 긋는 순간이다. 하지만, 아이마음과 엄마마음이 만나는 순간도 많다. 나는 아이들과 함께하는 직업을 갖고 있어서인지 아이들이 하는 말들이 귓속에 쏙 들어오곤 한다. 연말이라 우리 가족도 함께 저녁을 먹으러 집 근처로 나갔었다. 예약석이라 쓰여있던 테이블에 네 명의 가족이 자리를 잡으려 한 순간, 그곳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아이 엄마가 그냥 다른 곳에 앉겠다고 자리를 마다했다. 아이는 등받이가 높이 올라온 의자를 가리키며 엄마, 허리 아프잖아하면서 등받이가 없는 의자에 앉으려는 엄마를 저지했다. 엄마는 잠깐이라 괜찮아라고 대답했다. 나는 밥을 먹다가 아이의 나이가 궁금해져 얼굴을 들었다. 아이는 초등학교 3, 4학년 정도의 남자아이였다. 이런 경우는 아이마음과 엄마마음이 만나는 순간이다. 평생 아이마음과 엄마마음은 얼마나 만나고 평행하는 걸까? 아이가 어렸을 때는 아이와 엄마 두 마음이 만나는 때가 잦은 것 같으나, 사춘기가 되면 두 마음이 영원히 평행일 것 같은 불안감에 엄마의 마음이 초조해지는 때가 있다. 이제 새해를 맞는다. 엄마의 인생이 흘러가듯, 자녀도 그의 인생주기를 거친다. 영아기, 유아기, 아동기, 사춘기, 청소년기 등. 자녀가 성장하면서 변화하는 마음을 부모가 이해하려고 노력한다면 두 마음이 따로가 아니라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다. 2012년 모든 가정이 행복하기를 소망해 본다.이 경 희 경기도 어린이박물관장

사극과 역사의식

고려 말부터 조선 초까지의 인물이요, 이성계를 도와 새로운 가인 조선을 개국한 일등공신인 삼봉 정도전의 위대한 업적을 부정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정도전은 고려 말 피폐한 백성의 삶을 구휼하고자 새로운 국가를 구상하게 되고, 이성계와 손을 잡아 유교를 근간으로 한 민본주의(民本主義) 국가인 조선을 개국하게 된다. 특히 정도전은 유학의 대가로 조선 개국 후 군사, 외교, 성리학, 역사, 행정을 총체적으로 담아 조선의 통치이념을 세운 조선경국전과 경제문감을 저술하는 등 다방면에 걸쳐 초기의 건국 작업에 활약했다. 하지만, 최근 인기리에 방영된 한 사극에서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를 전면에 나서 반대한 세력이 삼봉 정도전과 깊게 연관된 것으로 묘사됐다.TV 드라마를 보면 현실과 동떨어진 내용을 자주 대하게 된다. 이른바 막장 드라마는 그렇다 치더라도 사극은 역사적 사실을 철저히 고증하여 대본을 써야 함에도 상식을 벗어나 극도의 반전과 긴장감을 주기 위해 역사적으로 입증된 사실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70~80년대 안방극장을 통해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임진왜란이나 이순신 관련 사극의 경우는 더욱 그러했다. 삼봉 정도전이 조선개국공신으로 불리듯 충무공 이순신을 임진왜란에서 큰 업적을 남긴 구국의 명장이라는 사실은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 것이 보편적 사실이다. 하지만, 당시 성웅 이순신을 중심으로 한 사극을 제작하다 보니 반대급부로 원릉군 원균 장군을 권모술수에 능한 비겁한 장수로 묘사해왔다.역사적 사실로는 권율과 이순신, 원균은 임진왜란에서 가장 큰 공적을 세운 선무일등공신으로 교서까지 받았던 명장들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각종 사극을 통해 원균의 용맹함이 재조명되고, 이순신과 더불어 전쟁에서 맹활약했던 사실이 부각되면서 원균 장군에 대한 해석과 재평가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원균 장군이 최후까지 싸우다 전사한 칠천량이 위치한 경상남도 거제시는 칠천량해전기념공원조성사업을 진행하면서 원균 장군의 종중인 원주원씨대종회를 찾아와 야사로 전해 내려오는 칠천량해전사를 정사에 입각해 재조명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역사를 시대에 따라, 사관에 따라 유불리를 판단해 입맛에 맞게 해석하는 잣대에 쐬기를 박는 중요한 사례가 될 것이다. 일과를 마치고 가벼운 마음으로 TV 앞에 앉아 드라마나 사극을 시청하는 국민에게 시청률에 앞서 역사적 사실에 입각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또 다른 역사 왜곡을 막는 일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오 용 원 경기도문화원 연합회장

평생교육의 출발

이번에 개원하는 경기평생교육진흥원은 평생교육법에 따라 경기도의 평생교육의무를 수행하고 다양한 교육프로그램 개발을 지원하게 된다. 또한, 경기창조학교와 연계하여 창조적인 운영체계를 확보하고 지역사회의 통합을 도모하리라 기대된다. 도민의 학습권 보장과 평생교육활동은 오래전부터 요구되어 왔다. 이번 개원을 통해 평생교육의 기회를 균등하게 보장받으며 자발적인 학습이 가능해질 것이다. 그리고 일정한 교육과정을 이수한 자에게는 그에 상응하는 자격 및 취업의 기회 등 사회적 대우를 부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경기평생교육진흥원의 업무는 구체적으로 평생교육의 기회와 정보제공, 평생교육과 관한 운영과 연구, 직업능력교육을 포함한 신지식 보급, 연수기관 간의 연계성 구축, 해당 지역 내에서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특수사항 등이다.교육이란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게 아니다. 오히려 모방과 꾸준한 융합을 통해 나타난다. 종전의 학교만 가지고는 무언가 미흡하기 때문에 창조학교와 같은 실험형 학교가 탄생한 셈이다. 창조의 근원은, 문제와 문제의 대립각 속에서 고정관념을 뚫고 터져 나오는 사고의 대전환이다. 그래서 이번에 새로 개원하는 평생교육진흥원은 고정의 틀을 깨고 경계를 뛰어넘을 수 있어야 한다. 창조의 본질인 융합의 모습을 여지없이 보여주어야 한다. 이제부터 경기도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창조 정신의 확산과 평생교육을 위한 지식인력의 잠재력 개발은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일반학교에서 가르치지 못하는 교육정보의 제공과 교양강좌를 통한 풍요로운 삶에 그 목적을 두고 새로운 출발을 해야 한다.그동안 경기창조학교는 노인, 아이, 주부, 학생, 직장인 등 다양한 연령과 계층의 꿈들이 자유로이 모여 더 큰 창조 정신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 왔다. 지금까지 교과부와 함께 창의인성교육의 교사연수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이미 500여편의 영상교육 사이트와 100여회의 노매딕 영상강의를 확보해 놓고 있다. 원론적인 평생교육과 특화된 특별교육이 동시에 가능한 소통의 미래형 학교다. 이제 꼭 필요한 시기에 경기평생진흥원이 개원하게 된 것을 진심으로 자축한다. 태교에서 시작하여 좋은 어머니와 아버지를 위한 교실 및 2모작 프로그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실험이 과감하게 진행될 수 있을 것이다.아무쪼록 현실적인 평생교육의 출발과 창출이기를 바란다. 그리고 또 하나의 이론적인 교육이 아니라, 새로운 시대정신과 함께하는 새로운 평생교육의 대안이자 도전이기를 소망한다. 세 살부터 여든까지의 무한도전이기를 기원한다.이 청 승 경기창조학교 사무총장

올해가 가기 전에…

미가엘 천사가 하나님의 명을 받아 이제 쌍둥이 여자 아이를 갓 출산한 산모의 영혼을 거두러 갔다. 산모는 얼마 전에 남편도 죽었고, 자신마저 세상을 떠나면 핏덩이 아이들을 누가 키우느냐며 애원을 하자, 미가엘 천사는 하나님의 명을 어기게 된다. 그 후 미가엘 천사는 하나님의 진노를 받아 인간세상에 추락하여 구두공 집에서 6년간 의식주를 해결하며 살다가 마침내 하나님이 내신 사람의 내부에는 무엇이 있는가, 사람에게 허락되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3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얻고 다시 천사의 신분으로 돌아가게 된다.너무나 유명한 톨스토이의 단편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의 줄거리이다. 승천하기 직전 미가엘은 자신이 깨달은 바를 선포한다. 모든 사람은 자기 자신을 살피는 마음에 의하여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사랑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모든 인간이 살아가고 있는 것도 모두가 저마다 자신의 일을 걱정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 속에 사랑이 있기 때문이다. 하나님께서는 인간이 뿔뿔이 떨어져 사는 것을 원하지 않으신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 각자에게 무엇이 필요한가를 계시하지 않으셨던 것이다. 인간은 혼자서 살 수 없는 존재이고 서로의 필요를 채워주면서 사랑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진리는 어찌 보면 너무나 당연하고 평범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현실에서 이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우리 속의 이기심이라는 괴물을 정복하지 않으면 안 된다. 올해 기부금 온도계가 50도를 돌파하였다고 하니 아직 우리나라는 살만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해마다 증가하는 자살률을 보면 그렇지만도 않다.자살은 전 세계적으로는 사망원인 12위를 차지하지만 우리나라는 4위, 나이를 30대 이하로 제한하면 1위라고 한다. 자살의 직접적인 원인은 다양하겠지만, 근본적으로는 외로움과 아무 곳에서도 도움을 받을 수 없다는 절망감이라고 한다.아침부터 저녁까지 끊임없이 스마트폰이나 인터넷, 페이스북에 매달려 바쁜 현대인에게 외로움이라는 것이 생뚱맞게 들릴지 모른다. 그러나 사이버상에서는 모르는 사람과도 곧잘 친구를 맺지만, 정작 바로 아래 위층, 옆에 사는 이웃과는 인사조차 하지 않고 누가 사는지도 모르고 살고 있는 우리의 이중적인 자아를 부인할 수 없지 않은가? 아무리 스마트기기가 발달해도 인간의 체온을 대체할 수는 없다. 올해가 가기 전에 잠시 IT기기를 내려놓고 이웃과 간단한 음식이라도 나눠 먹으면서 친구가 되어 보자.김 정 혜 변호사

소통은 국민의 눈높이에서

세종은 임금이 백성의 뜻을 알고자 하나 백성이 글을 몰라 글을 아는 관원을 통해야 하는데, 관원들은 백성의 뜻을 자신들의 의중에 따라 각색하는 관계로 백성의 진솔한 뜻을 알 수 없었다. 세종은 백성이 직접 자신들의 뜻을 임금에게 전할 수 있고, 임금 또한 자신의 뜻을 직접 백성에게 전할 수 있게 하려고 쉬운 글자를 만들려 했다. 그러나 유학자들은 양반이 양반인 것은 한자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인데, 온 백성이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글자가 만들어지면 자신들의 위치가 위태로워질 것을 염려하여 한글 창제를 반대했다.TV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 이야기다. 세종이 새로운 글자를 만들려고 한 것은 백성이 원하는 바를 정확하게 파악하고자 하는 데 있었다. 요즘 우리 사회에서 회자되는 국민과의 소통이 그 목적이었다. 드라마의 내용이 역사적 사실인지는 차치하더라도 한글창제가 백성과의 소통에 있었다는 것은 훈민정음에서도 잘 알 수 있다. 예나 지금이나 치자와 백성 간의 소통은 너무도 중요한 일임을 보여주는 사례라 하겠다.옛날과 달리 요즘은 한글과 같은 훌륭한 소통수단이 있을 뿐 아니라 SNS(Social Network Service)와 같은 실용적인 소통수단이 있어 참으로 유용하다. SNS의 소통능력은 가히 폭발적이라 할 수 있다. SNS에 올리면 온라인 상에서 찬반 토론이 이루어지고 내용이 정리되어 짧은 시간에 다수가 공감하는 대안이 마련된다. 또, 공개적으로 제기되고 토론된 내용이어서 상당한 설득력과 실행력이 있다.국가정책을 맡고 있는 정부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국민이 무엇을 원하는가를 세심하게 살피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래야, 국민의 눈높이에 알맞은 정책을 만들 수 있고, 그 정책을 통해 국민을 편안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중요한 것은 국민이 원하는 바를 국민의 편에서 바라보려는 진정성이다. 국민의 소리를 듣고 그 뜻을 국민의 처지에서 생각하고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세종 시절의 관원들처럼 자기 입장에서 해석하고 판단한다면 국민과의 소통은 아득히 멀다. 소통수단이 좋은데도 소통이 잘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은 국민의 눈높이에서 국민의 소리를 듣지 못하기 때문이다.SNS 덕에 우리 사회는 큰 변화를 맞고 있다. SNS 사회에서는 국민의 소리를 얼마나 많이 듣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국민의 소리를 얼마나 국민의 눈높이에서 생각하느냐가 중요하다.이 현 재 전 중소기업청장

“넌 잘할 수 있어”

청소년들의 일탈 행위는 얼핏 그 행위와 무관해 보이는 욕구의 표현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그 욕구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찾아 충족시켜야만 일탈 행위를 예방할 수 있다. 요즘 아이들이 학교에서 남의 물건에 손을 대는 일이 많고 그에 대해 죄의식도 느끼지 않는다고 한다. 사회심리학에서는 아이들의 절도 행위의 원인을 대개 애정 결핍으로 본다. 부모의 애정이 부족해서 비어 있는 부분을 남의 물건을 소유하는 행위로 채우려 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이 아이에게 사랑을 듬뿍 쏟아붓지 않는 한 절도의 습관을 고치기는 어렵다. 한두 아이의 절도행위는 모방심리에 편승해서 보통 아이들에게까지 전염되기가 십상이므로 하루빨리 이 아이에게 부모의 사랑을 되찾아주거나 다른 방식으로 사랑을 안겨야 한다.또한, 요즘 대부분 아이들이 욕쟁이가 되어 있고 초등학생들의 욕설 카페가 천 개가 넘는다고도 한다. 우리 사회가 내세우는 바람직한 인간상이 점수로만 조형된 인간상이기 때문에 우리 아이들은 치열한 점수따기 경쟁에 내몰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점수에 의해 인간이 소외당하는 현실에서 점수에 대한 증오가 욕설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경우에도 아이들의 삶의 환경을 경쟁에서 배려, 존중, 협동으로 바꿔주지 않으면 안 된다. 따뜻한 마음, 참된 격려, 다정한 관계가 욕설 바이러스를 치료하는 특효약이다. 그래서 요즘 선생님들은 아이들한테 줘야 할 것들, 바꿔 표현하면 아이들이 선생님께 조르는 것들이 많아졌다. 아이들이 선생님께 조르는 것 중의 하나는 넌 잘할 수 있어다. 서열화 경쟁의 본질상 시험 성적 탓에 많은 아이가 넌 못해에 속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이들은 노래를, 운동을, 그림을 잘할 수 있다. 선생님은 넌 잘할 수 있어. 넌 잘하잖아를 아이들 귀가 닳도록 들려주어야 한다.사랑과 관심은 선생님도 누구에게나 주고 싶어 하고 아이들도 너나없이 선생님께 조르는 품목이다. 이건 달라는 양도 한정이 없지만, 선생님도 무한정으로 가지고 있어서 문제 될 게 없다. 꿈도 아이들이 선생님에게 몹시 조르는 것 중의 하나다. 꿈이야말로 현재의 삶을 의미 있게 하는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꿈을 가진 아이의 눈은 빛나고 온몸에는 활기가 넘친다.이러한 것들은 예전 같으면 가정과 학교가 힘을 합쳐 챙겨주던 것들이었다. 그러나 학벌주의라고 하는 악령 때문에, 신자유주의의 무한 경쟁과 그에 따른 사회 양극화 때문에 가정에서의 기능이 약화한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선생님들이 나서야 한다. 지성인으로서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서도 책임을 다하는 것 이것을 지성적 책무라고 한다.김 국 회 수원교육지원청 교육장

근로소득자 연말정산

연말연시 아무리 바쁘더라도 직장인들이 꼭 챙겨야 하는 것 중의 하나가 소득세 연말정산이다. 수입이 유리지갑처럼 투명한 근로자에게 연말정산은 거의 유일한 절세수단이다. 매년 조금씩 제도가 변경되기 때문에 올해부터 달라진 내용은 물론 평소 놓치지 쉬운 소득공제 서류를 꼼꼼히 챙겨서 빠짐없이 소득공제 받기 바란다.올해부터 출산장려를 위해 다자녀 추가공제 금액이 종전보다 2배로 늘어났다. 다자녀추가공제는 기본공제대상 요건을 갖춘 20세 이하 자녀가 2명 이상일 때 적용되는데, 자녀가 2명일 때 100 만원을 공제하고 셋째자녀 부터는 추가 1명당 200만원씩을 더 공제받을 수 있다.월세 사는 근로자가 주택 월세액 소득공제를 받으려면 반드시 집주인이 확인한 주택자금상환등 증명서를 제출해야 했지만, 올해부터는 서민 근로자의 편의를 위해 이 증명서를 제출하지 않아도 소득공제가 가능해졌다. 임대차계약서 사본과 주민등록등본 및 무통장입금증 등 월세 지급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증빙만 있으면 월세액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또한, 안정적인 노후소득 확보와 저축을 장려하기 위해 퇴직연금과 연금저축 납입액에 대한 소득공제 한도가 연 300만원에서 400만원으로 늘어났다. 신용카드 사용액 등 소득공제는 지난번 폐지 논란이 있었지만, 총급여액의 25% 초과 사용금액에 대해 20%(직불카드는 25%)를 이번 연말정산 시에도 소득공제(단, 300 만원 한도) 받을 수 있다. 1인당 200만원을 추가 공제받을 수 있는 장애인 소득공제의 경우 장애인복지법에 의한 장애인 외에도 치매암 환자 등 지병에 의해 평상시 치료를 요하고 취학취업이 곤란한 상태에 있는 자에 대해서는 의료기관에서 발행하는 장애인증명서를 첨부하는 경우 장애인 공제를 받을 수 있다.국세청에서는 연말정산간소화 홈페이지를 통해 보험료, 의료비, 교육비, 신용카드, 연금저축, 기부금 등 소득공제 자료 12개 항목을 2012년 1월15일부터 제공할 예정이다. 또한, 연말정산 안내 책자와 연말정산 자동계산 프로그램을 국세청 홈페이지에 제공하고 있다.연말정산 문의는 세미래콜센터(국번없이 126)로 전화하면 친절하게 상담받을 수 있다. 연말정산 세법상담을 원할 때는 고객만족센터(126+1)로, 연말정산간소화 홈페이지 이용 문의는 연말정산간소화 상담센터(126 +7+2)로 전화하면 자세하게 안내받을 수 있다.송바우 안산세무서장

공공병원의 맹점

공공병원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병원으로서, 넓게는 국민의, 좁게는 해당 지자체 주민의 질병 치료와 예방사업을 하여 국민의 건강을 지켜주고 행복한 삶을 누리게 하는 공익의료기관이다. 따라서 공공병원에서는 빈부귀천 가릴 것 없이 대한민국 국민 누구에게나 차별 없는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하고 있다.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경기도립 파주병원에서는 저소득층이나 소외계층의 환자들에게도 유료환자와 차등 없이 정성을 다해 진료해 주고 있다. 병원으로 찾아오는 환자뿐 아니라, 교통관계로 또는 신체적 사정으로 병원에 올 수 없는 환자를 위해서 가정방문진료를 하고 있다. 요양시설에 수용 중인 만성환자들을 위해서는 정기적으로 방문진료를 하는 등, 공익을 위한 의료서비스를 충실히 하고 있다. 또한, 우리 국민이면서도 의료혜택을 제대로 받고 있지 못한 개성공단 내의 남측 근로자들을 위해 매년 두 번씩 방문해 무료진료하고 있다.하지만, 공공병원이라는 이유로 어이없는 일을 당하기도 한다. 장마철에 입원한 환자가 며칠 후 치료가 잘 되어 퇴원을 권유하였으나, 집에 빗물이 새 가기 싫다며 장마 끝난 후 퇴원하겠다고 한다. 한번은 어떤 환자가 싸우다 다쳐서 응급실을 통해 입원했다. 며칠 후 환부가 다 치유되어 퇴원해도 되는데, 이 환자 역시 퇴원을 거부하고 있다. 이유는, 부부싸움을 하고 부인이 가출했는데, 퇴원하면 혼자 밥해 먹어야 하므로 그게 싫어서 부인이 돌아 올 때까지 입원해 있겠단다. 이들 환자는 모두 무료환자였다. 만일 유료환자라도 그렇게 했을까? 또 다른 경우는, 술에 만취되어 길에 쓰러져 있던 사람을 경찰관이 발견하여 응급실로 데리고 왔다. 환자가 병원에 실려오면 치료 시작과 동시에 환자 신원을 파악하고 보호자에게 연락을 했다. 그러나 이 환자는 취중이라 신원파악에 무척 애를 먹었다. 간신히 알아낸 환자의 집에 전화를 걸어 환자가 지금 응급실에 있다고 하자 그쪽에서 전화를 딱 끊어버렸다. 그 후로 더 이상의 통화가 되지 않았다. 그 후 이 환자는 술에 취해 길에 쓰러져 응급실로 실려오는 일이 몇 번 더 있었으나 그때마다 보호자에게는 연락이 안 되었다. 한번은 입원 중인 환자가 병원에서 술을 마시다가 적발되어 주의를 받았고, 그런 일이 반복되어 강제 퇴원시켰더니 공공병원이 없는 사람을 무시한다고 오히려 큰소리를 치는 것이다.공공병원이 이런 사람들을 언제까지, 어디까지 돌봐야 하는지 판단이 쉽지 않을 때가 있다. 이들의 치료비를 결국 우리 모두가 세금으로 지불하는 것이기 때문이다.김현승 경기도의료원 파주병원장

뿌리깊은 나무

만물의 척도는 인간이다. 15세기에 이르러 인류는 최초로 인간 스스로가 위대한 존재임을 깨닫는다. 스스로 진선미를 논하면서 인간적인, 너무도 인간적인 자신의 삶을 책임지는 세상이 도래한 것이다. 인본주의의 시작이다. 이탈리아 피렌체를 중심으로 일어난 르네상스는 문자 그대로 재생(再生)을 의미한다. 모든 것을 의욕적으로 다시 해석하고 깨우치고자 했던 이 시기는 고전 학문과 그 가치에 대한 관심의 확대가 특징이기도 하다. 또한, 지동설과 항해술, 신대륙의 발견과 함께 자유와 평등사상이 잉태된 것도 그때의 현상이다. 마침내는 종교개혁으로 이어지고 중세에서 근대로 들어서는 문명사적 대 전환점이 이룬다.한편, 비슷한 그 시기에 아시아의 동쪽 끝 조선에서는 한 인간의 위대한 출현으로 새로운 역사가 발원하기 시작한다. 같은 시기에 동쪽에서 나타난 또 하나의 르네상스였다. 백성이 하늘이다라고 선언한 세종이 인간의 본성을 긍정으로 이끌고 가축보다 못한 노비로부터 인간의 존엄을 이끌어낸 시대이기도 하다. 뿌리 깊은 나무, 세종의 르네상스는 조선의 위대한 정체성으로 조선 실록에 오롯이 뿌리를 내리고 오늘에 이른다. 조선의 시대정신과 역사는 세종에게서 기틀이 잡히고 영조와 정조를 거치면서 500년을 이어 현재에 이른다.그러나 그 위대한 유산의 상속자인 지금 한국인의 현주소는 어디인가. 포만과 결핍을 동시에 느끼는 삶을 살고 있지 않은가. 물질적으로는 풍요를 노래하고 있고, 정신적으로는 무언가 크게 결여된 상태에서 살고 있다. 한 마디로 문화영양결핍상태이다. 성장위주의 정책과 경쟁에 내몰리다보니 자신의 정체성을 돌아볼 시간적인 여유가 없었다.내가 지금 왜 이 자리에 서 있는가, 라는 자각에서부터 진정 성공한 삶은 무엇인가에 대한 성찰이 부족한 상태다. 이러한 혼란에도 불구하고 제2의 르네상스 징후가 나타나고 있으며 마침, 세계의 중심축이 동쪽으로 옮겨오고 있다. 제2의 아시아 르네상스는 동양의 정신력과 자연관, 또는 아우름의 융합 속에서 인간의 가치와 본질을 찾아가는 삶이라고 생각한다. 중국에서 한국, 한국에서 일본으로 문명의 흐름이 이어지던 역사적인 연결에서 이제는 동시다발적으로 따로, 그리고 같이 독립성과 함께 문화공동체를 만드는 일이다.배를 만들고 싶다면 먼저 목재를 가져오게 하지 말고 그들에게 바다를 그리워하게 하라는 생텍쥐페리의 말처럼 우리 시대에 창조가 필요하면 창조의 바다였던 세종을 다시 생각하면 된다. 특히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서로의 경계를 허물어야 한다면 그 경계를 허무는데 문화만큼 훌륭한 매개체는 없다.이청승 경기창조학교 사무총장

지식재산청과 지식재산진흥원

올해는 삼성전자와 애플간의 특허분쟁 탓에 많은 사람이 지식재산의 중요성을 재인식하게 됐다. 그러나 지식재산의 중요성에 상응하는 행정체계를 확보하는 것은 미완의 과제로 남아 있다.현재 중앙정부 차원에서는 국가지식재산위원회가 구성됐고, 국무총리실 산하에 설치된 지식재산전략기획단이 정책 및 전략계획 수립과 평가를 담당하고 있으며, 지식재산권(특허, 실용신안, 디자인, 브랜드 등)의 창출, 활용 및 보호를 특허청이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특허청이라는 용어는 지식재산권 중 특허에 한정된 의미를 갖고 있으면서 지식재산권 전반을 대표한다는 한계가 있으므로, 특허청을 지식재산청(가칭)으로 명칭 변경 및 기능강화를 추진해야 한다. 이미 중국은 지식재산권국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가 너무 고답적인 측면을 갖고 있다.한편, 특허청의 위탁을 받아서 발명진흥사업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고 국내 지식재산산업을 보호육성하기 위해 발명진흥법에 의거 설립된 공공기관이 한국발명진흥회이나, 발명이라는 용어는 지식재산권이라는 용어보다는 한정된 의미를 갖고 지식재산권 전반을 대표한다는 한계가 있으므로, 한국발명진흥회를 한국지식재산진흥원(가칭)으로 명칭 변경 및 기능 강화를 추진해야 한다. 중앙정부 차원의 지식재산관련 행정체계의 정비와 함께 16개 광역시도의 정책 및 시행계획 수립 조직과 집행기능 관련 조직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 현재 16개 광역시도 중에서 인천광역시는 지식재산팀을 갖고 있고, 부산광역시는 산업재산팀을 갖고 있다. 지식재산권의 중요성에 비추어 볼 때 지식재산과(가칭)로의 격상 및 확산을 중앙정부가 광역시도에 강력하게 권고하여야 한다. 이미 중국은 성시 및 산하 시현 수준에 지식산권국을 설치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가 너무 안이한 인식을 갖고 있다. 중앙정부 및 광역시도 지식재산관련 정책의 실질적인 집행은 17개 광역지식재산센터와 15개 기초지식재산센터가 담당하고 있으나, 지식재산권의 중요성에 비추어 볼 때 16개 광역시도 산하의 광역지식재산진흥원(가칭)으로 획기적인 개편을 하여야 한다. 지식재산권의 정책, 실행, 집행 및 평가 관련 행정체계를 체계적이고 근본적으로 개편하여야 우리나라의 지식재산권이 더욱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최정철 인천지식재산센터장

대학경쟁력의 원동력

최근 교육과학기술부는 대학의 양적인 감축은 물론이고 질적 개선까지 목표로 하는 대학 구조개혁 정책을 어느 때보다 강하게 추진하고 있다. 2010년 우리나라 교육통계에 의하면 대학을 포함한 고등교육기관이 411개교이고 재학생은 360여만명에 이르고 있다. 반면 대졸자 취업률은 평균 50%대에 불과하다. 또한, 2010 IMD 경쟁력 순위에서 한국은 조사대상 56개국 중 국가경쟁력은 23위인데 반해, 대학경쟁력은 46위로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이와 같은 우리 대학의 객관적 지표들로 볼 때 정부의 대학 구조개혁 정책은 늦은 감도 없지 않다.정부의 대학 구조개혁 추진에 편승해서인지 우리 언론들도 대학평가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물론 전 세계적인 현상이긴 하지만 언론이 국내외 대학을 평가하고 순위를 발표함으로써 일반인들의 관심을 크게 불러일으키고 있다. 대학평가가 언론이라는 거대권력을 이용한 상업주의의 전형이라는 비판과 더불어 평가순위와 대학의 진정한 경쟁력과의 상관관계에 대한 논란은 차치하고라도 평가의 기준이나 지표 등과 관련해 대학의 반발과 논쟁 또한 만만치 않다. 정부의 구조개혁 대학 선정 때도 그러했던 것과 마찬가지다. 구조개혁의 대상 선정 기준이나 언론기관들의 대학평가 기준으로 취업률, 신입생 충원율, 연구실적 등 주로 정량적 평가지표들을 활용하고 있는데, 문제는 대학 경영자들이 이러한 평가 순위나 결과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보니 대학 본연의 사명인 교육과 연구봉사라는 역할보다는 단기적으로 평가지표를 올리는데 전념하게 되고 그러한 과정에서 교수를 중심으로 하는 대학구성원들의 반발은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 교수들도 대학은 진리의 상아탑이라는 고전적 개념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 한 예로 대졸자의 실업문제는 우리 사회 최대의 현안이 되고 있으며, 그나마 취업자들도 직무능력이 부족하여 대졸 신입사원 재교육 기간으로 평균 20.3개월, 1인당 평균 교육비는 6천218만원이 소요된다고 하니 진정한 교수의 모습과 역할은 어떠해야 하는지 고민하게 한다.대학의 순위나 경쟁력에 대한 각종 평가기준이나 방법들에 전혀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보편적으로는 어느 정도 타당성을 지니고 있기에 그러한 평가를 마냥 부인할 수는 없다. 하지만, 대학의 진정한 경쟁력은 정부나 언론기관들과 같은 외부의 강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대학 구성원 특히 교수들의 교육과 연구의 성과나 질 제고를 위한 능동적이고 자발적인 노력이 선행될 때라야만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박동삼 인천대 교수

새로운 연결고리의 힘

근래 일본에서 세인의 관심을 끈 베스트셀러가 한 권 있다. 후지와라 마사히코 교수가 쓴 소책자 국가의 품격이다.그동안 세계를 지배해 온 서구의 논리와 교양이 파탄을 보이면서 동양의 세계를 돌아보기 시작한 상황에서, 이심전심, 장유유서 등을 삶의 기본요소로 삼는 일본이 나서 세계를 구해야 한다는 내용이다.사실 일본인들은 매우 성실하고 모범적이다. 그러나 과연 후지와라 교수의 말처럼 일본이 그러한 시대적 소망을 도맡아 감당할 만한 그릇이 된다고 볼 수 있는가. 오늘날 정보 사회에 이르러 일본의 미래는 안개에 싸인 듯 무력해지기 시작했다.이번 일본 대지진에서 보여 준 것처럼 질서정연한 일본 국민에 비해 일본의 관료 조직은 우왕좌왕할 뿐이었다. 한때 훌륭했던 일본의 관료 시스템과 매뉴얼에 안주한 결과이다. 일본의 드라마나 소설이 감동적이지 못한 것도 바로 그런 맥락 때문이다.그에 반하여 한민족의 역동성과 한류의 열정은 잠시도 멈출 줄을 모른다. 한국의 드라마나 프로그램은 작가 자신도 잘 모르는 상상력과 끝 갈 데를 모르는 흐름으로 더욱 흥미진진하다. 한국인들은 문제 많은 별난 사람들이다. 세계경제 12위권에 들어서면서도 여전히 기본에 충실하지 않은 나라이다. 근래에 와서는 사회 지도층과 시민 단체들까지 도덕 불감증에 휩싸여 있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 결론은, 문제가 많은 만큼 큰 답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 5천년 역사 속에서 수많은 내우외환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살아남은 한민족 특유의 문제 해결 방법을 갖고 있다. 어쩌면 한국인들은 그간의 문제들 속에서 문제 해결 능력과 그 유전자를 발전 진화시켜 온 셈이다. 한국은 피맺힌 한(恨)을 흥(興)으로 풀고 그 흥을 정(情)으로 묶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침전되어 온 한국 고유의 신명과 선비문화도 눈여겨볼 만하다. 감성적인 신바람과 이성적인 선비정신이야말로 한국문화의 참모습이 아닐 수 없다. 세계적으로 아직도 효(孝)와 충(忠)의 정신이 제대로 남아있는 나라는 그나마 우리나라뿐이다.아무리 세월이 흐르고 시대가 바뀌어도 그 본질과 근본은 없어지거나 쉽게 바뀌지 않는다. 특히 문화는 우리의 삶, 그 자체이다. 이제 세계의 경제와 문화가 한반도를 포함한 아시아를 중심으로 흘러오고 있다. 막바지에 이르러 새로운 길을 갈구하고 고뇌하는 서구를 향해 아시아적 영감을 펼쳐보여야 할 시점이다. 특히 베세토(BESETO) 3 국은 아주 오래전부터 서로 동심원을 그리면서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그 중심 길목에 있는 연결고리가 한국이다.이청승 경기창조학교 사무총장

세금신고와 증명발급도 인터넷이 대세

우리나라의 정보화 수준이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최근 UN 산하기구가 실시한 정보통신기술(ICT) 발전지수 평가에서 한국이 종합 1위를 했고, UN의 경제사회처가 2년마다 실시하는 2010년도 전자정부 평가에서도 192개국 중 1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UN 전자정부 평가는 정보통신 인프라와 인적자본, 웹 수준 등을 고려한 전자정부 준비지수와 국민의 온라인 참여지수 2가지 항목을 평가하였는데 2부문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특히, 온라인 참여지수에서 만점을 받은 것은 우리 국민의 높은 정보화 수준을 보여 준다. 이제 우리는 대부분의 행정업무를 정보통신기술로 처리할 수 있는 명실상부한 전자정부의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전자정부 사업은 2001년 전자정부법이 제정되면서 추진되었는데, 그 성과 중 하나가 국세청에서 운영하는 홈택스 서비스(Home Tax Service, HTS)이다. 홈택스를 이용하면 납세자가 세무서에 갈 필요 없이 가정에서 인터넷으로 세금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홈택스는 2002년 4월 개통되었는데 초기에는 정보열람 서비스만 제공하다가 2004년 1월부터 민원증명 발급이 가능해졌다. 금융기관 공인인증서만 있으면 홈택스사이트(www.hometax.go.kr)에서 즉시 민원증명을 발급받을 수 있다. 공인인증서가 없는 분은 세무서에서 홈택스 이용신청을 하고 공인인증서를 발급받으면 된다. 연말연시에 금융기관 등에서 각종 증명서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지는데, 홈택스 서비스를 이용하면 시간과 교통비를 절약할 수 있다.올 11월 말 홈택스 사이트 방문자 수가 5억2천200만 명을 넘었고 홈택스 서비스에 가입한 회원 수는 1천200만 명에 달한다. 전 국민의 4분의 1이 홈택스 회원인 셈이다. 작년 한 해 홈택스를 통해 발급된 세무민원증명이 1천12만건을 기록했는데, 이는 국세청에서 발급한 전체 민원증명의 72%를 차지한다. 대다수 국민이 세무서에 직접 가지 않고 인터넷으로 민원업무를 처리하고 있는 것이다.또한, 홈택스 사이트를 통해 각종 세금을 전자신고할 수 있는데, 2010년 전자신고 비율은 소득세 83%, 부가가치세 77%, 법인세 96%에 달한다. 우리나라보다 먼저 전자신고를 시행한 미국, 프랑스 등 OECD 주요국(20%~65%)보다 훨씬 높은 비율이다.납세자가 세무서를 방문하면 교통비, 대기시간 등 큰 비용이 발생하는데, 인터넷 시대에 세금신고와 민원발급은 홈택스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송바우 안산세무서장

지역에 주목하자

지방자치제도가 부활하면서 전국의 자치단체들은 저마다 해당 자치단체를 홍보하는 데 온 힘을 쏟고 있다. 특히 지역 축제나 농특산물 홍보는 낙후된 지역경제를 살리려는 방편으로 활용되는 단골메뉴라고 할 수 있다.초창기 이런저런 주제로 개최됐던 그 많은 축제들이 대부분 시행착오를 거듭해오면서 농특산물을 주제로 하거나 역사문화자원을 중심으로 한 축제로 정리되어 가는 것도 이러한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지역의 유휴 공간 활용도 창조성, 창의성에 중심을 두어 활용해오던 것을 최근에는 지역성을 근간으로 한 지역사회와의 협치가 새로운 경향으로 드러나고 있다. 세계화, 국제화를 부르짖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왜 지역성이 새로운 화두가 되는 것일까?작고한 국악 명창 박동진 선생이 예전에 TV 광고에 나와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라고 해서 유행어도 만들어냈으며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말도 있었지만, 이 같은 말이 나올 때만 해도 우리의 머릿속에 크게 와 닿지는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이 같은 현상은 세계화로 국가의 개념이 약해지면서 지역의 역할과 경쟁력이 매우 중요해진데 원인이 있다. 지역성과 관련해서는 박물관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지방자치 이후 자치단체에서 건립했거나 건립을 추진 중인 박물관은 대부분 지역성이 반영된 경우가 많다. 과거 대형화만을 지향해서 건립된 박물관들은 시대별 유물을 중심으로 전시해 전국 어디를 가나 형식이 유사한 박물관들이 대부분이어서 관람객들에게 외면받기 일쑤였다. 돌칼, 돌도끼, 와편, 도자기, 농기구 등 천편일률적으로 복제한 사료들이 박물관의 전시 부스를 차지하고 있어 관람객들에게 감동을 주기에는 부족했던 면이 컸다.하지만, 최근 지역성을 고려한 특성 있는 작은 박물관이 곳곳에 들어서고 있어 박물관 운영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지역과 관련한 이야기를 지녀야만 그 지역 특유의 생명력을 가질 수 있다는 당연한 사실이 대세로 굳어지는 것이다.그럼 지역성은 어디서 찾을 수 있는 것일까? 그 지역 사람들이 오랜 기간 살아온 생활문화 속에서 전해 내려오는 생활 풍습이나 전통문화, 역사 유산 등을 찾아내 총체적으로 발현시켜 나가는 것이 지역성 확립의 실마리가 되리라고 본다. 지금까지 외부 지향적으로 풀어왔던 지역 문제를 지역성을 기반으로 해 생각해본다면 더욱 쉽게 해답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전국적으로 우수 사례가 되고 있는 지자체 사업들의 핵심이 되는 키워드를 자세히 관찰해보면 그 주제를 지역에서 찾아냈다는 점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지역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일 것이다.오용원 경기도문화원연합회장

따뜻한 法

옛날 한 소년이 어머니 약값을 하기 위하여 집에서 키우고 있던 닭 5마리를 시장에 팔러 나왔다. 어린 소년을 우습게 본 고약한 닭장수가 소년에게 곱절되는 값에 팔아 줄 테니 자신에게 닭을 맡기라고 하여 소년은 닭 5마리를 닭장수에게 맡겼다. 그러자, 닭장수는 날름 그 닭들을 자신의 닭장 속에 집어넣어 버린 후 내가 언제 닭을 받았느냐며 오히려 적반하장격으로 나오는 것이었다. 이에 소년은 고을 사또를 찾아가 억울함을 호소하였고, 영민한 고을 사또는 소년에게 닭장수의 닭장에서 그 소유의 닭을 찾아내라고 한 후 닭장수에게 아침에 무엇을 먹였는지 물었다. 그러자, 닭장수는 수수와 보리를 먹였다고 하였고, 소년은 집에 아무것도 줄 것이 없어 겨우 조 한 줌을 주었다고 대답을 하였다. 사또는 소년이 찾아낸 닭 중에 1마리의 배를 가르게 한 후 정녕 그 속에서 조가 나온 것을 보고 닭 5마리를 되찾아 소년에게 주고 닭장수에게는 10배의 손해배상금을 물게 하였다고 한다. 이 명판결 사건을 이 시대로 가져와 보자. 소년은 사기죄로 닭장수를 형사고소할 수 있고, 닭을 반환하라는 민사소송을 청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소년이 승소할 확률은 얼마나 될까? 안타깝게도 제로에 가깝다. 그 이유는 형사재판이든 민사재판이든 청구했다고 그날 당장 진행되지 않아 증거확보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그날 진행했다고 하더라도 닭의 뱃속에 무엇이 있는지 감정하려면 감정절차나 영장청구를 하여야 하는데, 그런 절차를 밟고 나면 이미 닭의 뱃속에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을 것이다. 설령 그날 닭 1마리의 배에서 조가 나왔다고 하더라도 닭장수가 동의하지 않는다면 나머지 4마리의 닭을 조사하지 않고 바로 소년의 닭이라고 인정받기도 어렵다. 이러한 결과는 현대 사법체계가 절차적 정당성과 증거재판주의, 변론주의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발생한 한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원칙을 근간으로 하는 사법제도는 현대 문명국가의 일반적인 제도이고 그 최종 판단을 하는 법관이라는 직의 무거움에 대하여는 여러 말이 필요 없다. 그럼에도, 최근에는 일부 법관들이 법관의 직을 너무 가벼이 여기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든다. 법관이 법제도를 무시하고 다른 사람의 인격을 존중하지 않는다면 그 누가 그 법관을 신뢰하고 존경하고 승복할 수 있겠는가. 깃털보다 가벼운 스마트세상에 대한 피로감이 깊어간다.김정혜 변호사

대학수학능력시험 뛰어넘기

대학수학능력시험은 글자 그대로 대학에서 학문할 수 있는 사고력을 측정하는 시험이다. 이 시험을 통해 사실 인식 능력, 추리상상적 사고력, 분석과 종합 능력, 비판 능력과 같은 고등정신능력이 측정된다. 그렇기 때문에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얻으려면 개념을 확실히 알아야 하고, 많은 독서를 통해 사고력을 향상시켜야 한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수학능력시험은 교육의 본질에 비추어 볼 때 몇 가지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우선 수능시험은 우리나라 교육을 획일화시키는 주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모든 학생들이 똑같은 문제로 시험을 보기 때문에 가르치는 내용도 학교 여건이나 학생의 소질, 개성과 관계없이 똑같아야 한다.수리영역의 일부 단답형 문항을 뺀 모든 문항이 선다형 문항으로만 되어 있다는 것도 문제다. 선다형 문제 풀이는 물음에 대하여 내가 직접 대답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남이 만들어 놓은 대답 중에서 가장 그럴 듯한 것을 고르는 것이다. 그런데 세상살이는 그렇게 되어 있지 않다. 이 세상은 문제로 가득 차 있어서 매순간 내가 스스로 모든 판단을 내리고 선택을 하고 결정을 해야 한다. 수능시험이 아이들의 미래에 핵심 역량이 될 창의력을 평가하지 못한다는 것도 문제다. 창의력은 자유롭게 상상을 펼치고 문제에 도전하면서 다양한 가능성을 모색하는 능력이다. 이를 위해서 독서와 함께 다양한 체험활동과 토론, 관찰, 실험을 하고 그 결과를 자신의 언어와 방식으로 체계화시키는 경험을 많이 가져야 한다. 그러나 조건에 맞는 딱 하나의 정답을 찾는 수능시험은 창의력을 평가할 수도 없고, 창의력을 기르는 교육을 조장하지도 못한다. 아이비리그와 같은 외국의 대학교로 진학한 우리 아이 중 40% 이상이 중도탈락을 한다는데, 그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나 한다.이러한 대학수학능력시험이 가진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대학입학사정관제와 같은 제도를 도입하고 확대시키고 있지만, 아직 멀었다. 초중등학교에서의 평가 방식을 창의력을 평가할 수 있는 방식으로,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빨리 바꾸어야 한다. 평가 시기도 학기 중간, 학기말로 고정하지 말고 수업시간에 과제를 수행하는 학생들의 능력을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시험도 보면서 평가를 해야 한다. 학급당 학생 수를 20명 내외로 줄여서 이런 평가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평가 결과와 자기 실력이 다르다고 주장하는 일도 생기지 않을 것이다.김국회 수원교육지원청 교육장

노인문제, 우리 모두의 문제

우리는 7년 후인 2018년 고령사회, 2026 년 초(超)고령사회에 진입한다. 고령사회, 초고령사회에 도달하는 기간이 일본은 각각 24년12년이었던 데 비해, 우리는 불과 18년8년 만에 달성한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경험한 적이 없는 엄청난 속도다. 노인인구 증가는 우리 사회 각 분야에서 양적질적 변화를 촉발시키고 있다. 이미 경비와 청소, 식당, 택배 등 사회 기초분야에서 이들의 노동력은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보건복지가족부 관계자는 전후 베이비붐 세대가 노인층에 편입되는 10년 후부터는 고학력과 전문성을 갖춘 노인들이 대거 등장해 일자리를 놓고 젊은 세대와 경쟁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촛불집회 등 사회 현안을 놓고 댓글로 젊은이들과 사이버 논쟁을 벌이는 노인들 모습도 이제 낯설지 않다. 젊은이 못지않은 건강과 경제적 열세는 때로 노인범죄라는 새로운 양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과연 우리 사회는 이처럼 새로운 노인들과 함께 살아갈 준비가 되어 있을까. 이 노인들은 어쩌면 내일의 나일지 모른다. 이처럼 평균 수명이 늘고 젊은이 못지않은 건강을 유지하면서 노인들의 욕구는 늘어나지만, 현실에서 이를 뒷받침해줄 경제력과 일자리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경제적 어려움을 가장 큰 고민으로 꼽은 노인이 전체의 38%였다. 또 노인층의 57%가 취업을 원해도 실제 고용률은 31%다. 생활력이 없는 노인의 부양문제는 결국 젊은 세대들의 몫으로 돌아온다. 노인 부양에 들어가는 비용을 부담스러워하는 젊은 세대와 당연히 부양받아야 한다고 여기는 노인들 사이에 세대갈등이 조성될 가능성도 크다. 노인인구의 증가는 중장기적으로 정치와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에 걸쳐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킬 것이다. 특히 노인인구 전체가 곧 유권자들이기 때문에 이들의 표가 결집할 경우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이제 노인들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 세대의 문제로 우리가 모두 국가, 지방자치단체, 지역사회, 개인 등이 함께 노인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할 때다.신현석 경기도의원

세대 간 갈등 넘어야 선진국 된다

요즘 정치권이 2040세대 때문에 패닉상태에 빠졌다. 그들과 소통하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될 게 없다. 하지만, 그들은 기성 정치권은 무조건 싫다고 한다. 지난 서울시장 선거 결과는 분노의 결정체였다. 정당을 거부하고 변화를 요구했다. 살길을 찾아 달라는 소리 없는 아우성이었다. 그러함에도 여야 정치권은 모두 딴 생각뿐이다. 반성은 말뿐이어서 아쉽다.당장 코앞에 닥친 내년 총대선 묘수 찾기가 급한 듯하다. 사실상 서울시장 선거에서 여야는 모두 패자다. 확인된 게 있다면 집권 한나라당은 국민의 반감(反感)이 얼마만큼 컸었는지를 분명히 안 것이고, 민주당은 후보조차 낼 수 없었던 공당(空黨)이라는 것이 전부다. 그래서 그들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서울시장 선거의 판세를 뒤흔든 것이 안철수와 분노한 젊은 층임은 분명하다.지난 2007년 대선 때가 생각난다. 그때 모든 국민, 특히 젊은 세대들은 경제 대통령 만들기에 표를 모았다. 바닥부터 출발해 최고전문경영인(CEO)이 돼 신화를 이룬 이명박 대통령은 뭔가는 달라도 다를 것이란 기대감에 들떠 있었다. 그리고 4년이 지난 지금 국민의 실망이 큰 것 같다. 영암 대불공단 전봇대를 뽑아낼 때만 해도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에게 희망 그 자체였다. 그러나 국정운영이 거듭하며 2040세대들과 거리가 벌어졌다. 20대는 비싼 등록금과 취업난에 방황해야만 하는 게 현실이다. 가정을 꾸민 30대는 집이 없어 또 헤매야 한다. 전세금 마련에 이어 대출금 상환이 걱정이다. 과거 40대면 중산층이라 했다. 중산층이라 함은 내 집을 마련해 안정된 삶을 누릴 수 있는 일자리가 있음을 뜻한다. 지금 40대는 자녀교육과 일자리 모두에서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미래는 불확실하다.지금의 시대를 청년실업, 고용불안, 비정규직, 경제 양극화, 노후대책 실종 시대라 부른다. 다행히 뒤늦게나마 대통령은 0~5세 보육을 국가가 지원하겠다는 내용의 복지정책을 내놨다. 이와 함께 공공부문 비정규직 9만7천명의 정규직 전환도 복지대책으로 추진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표는 계층별로 맞춤형 복지정책을 제안하는 등 복지정책을 적극적으로 챙기고 있다. 경제적 약자 보호를 위한 복지정책은 매우 잘한 일이다. 이들 정책은 2040세대들과 거리를 좁히고, 세대 간 갈등을 풀 수 있는 좋은 정책이 될 것 같다. 세대 갈등이 해결되지 않는 한, 대한민국은 선진국 대열에 합류할 수 없다.이현재 전 중소기업청장

국격을 올려야 할 때

세상을 오래 살다 보면 여러 가지 경험을 하면서 예와 지금과의 차이를 느끼기도 하고 또 외국과 우리나라의 다른 모습을 비교해 보기도 한다. 예전에는 의료비가 너무 비싸서, 한번 병원에 입원하게 되면 비싼 진료비 때문에 논밭을 팔거나 큰돈을 빚지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우환(憂患)이 도둑이다 라는 말까지 있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 의료보험제도가 생긴 이후로 의료비가 저렴해져서, 이제는 누구나 병원을 쉽게 이용할 수 있다. 이제 우리나라도 OECD의 일원이 되었고, 무역규모가 세계 10위안에 들게 되고 각종 운동경기에서 우수한 성적을 올리고 있으며 또한 문화, 예술 면에서는 한류가 세계로 넘쳐 흐르고 있다. 많은 사람이 국격을 논하고 있다. 국격은 국민의 품격과 예절, 질서의식과 준법정신, 남을 배려하고 돕는 마음 등이 함께 어우러질 때 만들어지는 것이다. 과거에 일본여행 때 경험한 일이다. 열차를 타고 가는 길인데, 초등학교 3~4학년쯤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 두 명이 탔다. 여행도중에 식사시간이 되어 도시락을 가방에서 꺼내어 먹고 과일과 음료수까지 다 먹고 난 후, 그들은 음식 찌꺼기와 음료수 빈 캔을 모두 휴지에 싸서 자기 가방에 넣고 음식 먹은 흔적을 남기지 않았다. 그리고 이어서 화장실을 다녀오는데, 열차의 안쪽좌석에서 복도로 나갈 때와 다시 좌석으로 들어갈 때 발을 쳐들지 않고 신발 바닥을 객차 바닥에 대고 끌면서 나가고 들어왔다. 자기 신발이 다른 사람의 바짓가랑이에 닿지 않게 하려는 배려가 그들 몸에 배어 있는 것이다. 남에게 폐를 끼치지 마라 라고 하는 그들의 가정교육의 일면을 볼 수 있었다.한국사람은 고맙다는 말과 죄송하다는 말에 매우 인색한 것 같다. 길가다가 누가 길을 물어, 가던 길을 되돌아가면서까지 그를 안내하여 그가 찾는 곳을 친절히 가리켜 주었는데, 고맙다는 인사 한마디 없이 표연히 사라져 버리는 경우가 있다. 또 길을 걷다가 발뒤꿈치를 밟혀서 무심결에 뒤를 돌아보면, 밟은 사람이 미안해하기는커녕 오히려 뭐 그딴 일로 뒤돌아 보고 그래 하는 식으로 불쾌한 표정으로 쳐다보곤 한다.이제 우리나라의 경제력은 세계적인 수준에 올랐고, 한국인이 만든 제품이 세계도처에서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으며, K-POP이 지구촌을 열광시키고 있다. 그러나 세계가 한국을 배우려 하고 세계인이 한국인을 존경할 때, 한국의 국격도 올라가는 것이 아닐까.김현승 경기도의료원 파주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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