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문턱에서

가는 세월 그 누구가 잡을 수가 있나요라는 노래 가사가 아니더라도 시간의 흐름을 아침, 저녁으로 실감하게 된다. 도저히 물러날 것 같지 않던 후텁지근한 무더위가 고슬고슬한 시원함으로 바뀌어 피부에 와 닿는 것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기갈제라도 지내고 싶을 정도로 여름내내 내리던 비는 물러가고 그 자리에 파아란 하늘이 가득 들어온다. 따갑게 내리쬐는 햇살은 벼에 오통통 살이 오르게 하고 사과에 단물이 가득 베어들게 한다.가을 햇살 속에 영그는 들판을 상상하면 농부가 아니면서도 마음 가득히 기쁨이 밀려온다. 때를 따라 비가 내리고, 햇볕이 비쳐 그 속에서 자연과 사람이 벗하여 살아가는 이치가 조금씩 가슴으로 느껴지기 시작한다. 가진 것이 없어도 마음 가득 풍요로움이 밀려오고,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과 파아란 하늘을 한웅큼씩 사람들에게 나누어주고 싶어진다. 이처럼 물질을 떠나 주위의 존재만으로도 마음 가득히 감사를 하게 된 것은 소망교도소 방문을 통하여 얻은 선물이기도 하다. 축축한 여름기운을 몰아내려는 듯 맹렬한 햇볕이 내려쬐던 8월 마지막 주 토요일, 아가페 소망교도소를 방문할 귀한 기회가 있었다. 각자의 영역에서 법과 관련하여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들이 섞여 있었지만 사랑이라는 공통된 화두 아래 모인 사람들의 방문이었다. 교도소라는 선입견과 달리 밝은 얼굴로 노래하는 수감자들을 바라보면서, 교도소의 벽이 몸을 가둘 수 있으나 마음과 영혼은 가두어 둘 수 없음을 깨달았다. 바른 삶에 대한 무수한 강론이 있지만,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은 논리가 아니라 사랑이라는 것이 가슴 가득히 잔잔하게 밀려왔다. 배식된 식사를 자신의 방에 갇혀서 먹는 것과 너른 공간에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교감하며 먹는 것은 단순한 식사 방식의 차이를 넘어 인간으로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 타인과 더불어 자신이 고귀한 존재라는 인식의 변화에 차이를 가져옴을 볼 수 있었다. 소망교도소 직원들은 수감자가 입소할 때는 물론 세상 밖으로 떠날 때에도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한다. 가정에서 상처받고, 세상에서 치여 될대로 되라며 아무렇게나 살아왔던 사람들이 진심으로 자 신의 삶을 돌아보며, 서로 위로하고, 새로운 비전과 희망을 가지는 변화의 현장이 그곳이었다. 이러한 변화는 뜨거운 심장을 가지고 그곳에 자원하여 들어간 봉사자들과 소명의식을 가진 직원들의 사랑 덕분이었다. 진실로 꽃보다 사람이 아름다운 존재이다. 이 가을에 내가 하는 일 속에서 존재감과 소명의식이 들판의 알곡들처럼 살찌길 기도한다. 조현욱 법무법인 도움 대표변호사

열정과 냉정사이

20세기 후반 큰 사건 중 하나인 소비에트 연방의 몰락을 목격한 세계 여러 나라의 지식인은 참담함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상실의 시대로 대변되는 속칭 쿨하다 사조가 만연하게 됐죠. 본디 쿨한 것이 그게 아닌데 어느덧 감정의 찌꺼기를 배제한 삶이 젊은이 가슴에 파고들어 무채색의 얼굴과 일정한 관계 속에 계약과 협상이 쿨함의 정형화된 모습으로 남게 되었습니다.심장은 뜨거워야 하고 머리는 차가워야 인지상정입니다. 그래서 심장과 머리의 거리가 이 세상에서 제일 멀다고 하지 않았던가요.뜨거워야 에너지가 발생하고 그 에너지가 삶의 원동력이지 않겠습니까.하지만 이러한 에너지가 쉬지 않고 지속하기 위해서는 차가운 머리가 뒷받침되어야만 합니다. 악셀레이트와 브레이크 관계라고나 할까요?종종 뜨거움은 생기발랄한 모습과 화병으로 나타납니다. 젊은이의 생기발랄함과 단전의 기운(자궁)의 상실로 심장이 홀로 뜨거워지는 상태는 냉정하게 다른 모습이지요. 사람은 본디 항온 동물로서 일정한 온도를 유지해야만 합니다. 열역학 법칙대로 주위 온도가 차가워져 열을 빼앗겨 차가운 모습으로 살아가기도 합니다. 하지만 끊임없이 도는 심장의 순환력으로 우리는 다시 따뜻해집니다. 정지하지 않고 끊임없이 운동하는 정중동의 본성에 순응해야 하지 않을까요?사랑을 하면 왜 가슴이 설렐까요? 알싸하고 설레는 기운은 무형의 따뜻한 에너지로서 심장의 순환력을 드높이기도 합니다.이처럼 사랑은 본성인데 사랑하기가 더 어려워지는 건 왜일까요?어느 유명 연예인의 안타까운 죽음을 보면서 감정을 등가 교환하기가 불편한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교환할 수 있는 화폐로 치환하는 사회가 우리네 삶을 쿨하게 하지는 않았는지 생각해봅니다. 본성은 너무 뜨겁거나 차갑지도 않습니다. 따뜻한 사람이 되기를 기도해봅니다. 철들지 않음을 전 사랑합니다. 철들었다 함은 이미 열정은 상실되고 늙어감이지요. 청년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많은 것을 포기하고 무질서하고 혼란스럽지만 내가 태어난 이유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재미있게 하고픈 이유라고 강변한 황석영님의 개밥바라기별의 글로 마무리하고 싶습니다.어른들은 우리가 정말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에 철들어야 한다고 이야기하지만 정작 자신이 정말 잘하는 것을 모른다면 바람에 자신의 운명을 맡긴 홀씨나 어디를 행하는지 둥둥 떠내려가는 나뭇잎과 뭐가 다르겠습니까. 추석이 코앞에 다가왔네요. 민족의 명절!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았으면 좋겠습니다. 정경진 경기도한의사회 회장

늘 ‘한가위’만 같아라 !

얼마 후면 우리나라 최대의 명절인 추석이다. 추석은 한해 농사를 끝내고 오곡을 수확하는 시기여서 명절 중 가장 풍성한 때다. 예로부터 추석에는 추절시식(秋節時食)이라 하여 햅쌀과 햇곡으로 술을 빚고 송편과 시루떡 등 다양한 음식을 만들어 가족과 친지가 함께 나눠 먹으며 정을 돈독히 했다. 올 추석은 예년에 비해 열흘 이상 빠른데다, 여름 내내 잦은 비로 일조가 부족해 햇곡식과 햇과일의 수확이 지연되고 공급이 부족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쌀만 하더라도 조생종 햅쌀의 대량 출하는 9월 중순 이후가 되어야 본격적으로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차례상에 햅쌀을 올리기도 어려울 것이라는 걱정이 일었다. 다행히도 최근에 날씨가 좋아져 벼를 비롯한 농작물의 결실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충분하지는 못하더라도 햅쌀을 추석 차례상에 올리는데 큰 문제는 없을 것 같다. 이처럼 농업은 자연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 한 마디로 농업은 자연과 교감하는 종합과학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기후변화나 불량한 기후에서도 식량을 안정적으로 생산공급하여 농산물 가격의 동요를 막기 위해서는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연구개발의 뒷받침이 필요하다. 기상이변이 일상화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농업에 대한 연구개발은 가장 확실한 미래에 대한 투자가 될 것이다. 우리 농촌진흥청에서는 이와 같은 한계를 과학기술로 극복하고자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가뭄이나 폭우, 저온, 태풍 등 기상재해에도 강한 식량작물을 만들고, 수확시기를 세분화한 벼 품종과 재배법을 개발하고 있다. 더욱이 올해처럼 빠른 추석과 단경기에 출하할 수 있는 조운벼와 같은 수확이 아주 빠른 품종까지 육성해 보급하고 있다. 실제로 경기도 여주군은 올해 추석이 빠르다는 것을 감안하여 햅쌀시장 선점을 위한 숙기별 품종과 재배를 전략적으로 추진함으로써 농가 소득과 소비자 요구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성과를 올리고 있다. 빠른 추석을 역으로 이용한 단계적 햅쌀 판매는 작지만 강한 농업을 위한 좋은 본보기가 아닐 수 없다. 추석은 우리 국민이 가장 많이 지키는 명절이다. 오랜만에 가족과 친지들이 함께 모이는 즐겁고 아름다운 만남의 시간이기도 하다. 늘 한가위만 같아라 라는 말처럼 올해 추석도 우리 모두에게 풍성하고 행복한 명절이 되기를 소망한다.전혜경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장

성장과 일자리 창출, 한국형 창조경제로 풀어가자

애플의 스마트폰 혁명은 지금까지의 산업성장 경로에 변화를 가시화시킨 상징적 사건이다. 성능 좋은 제품을 만들어내면 성공하던 것에서 소프트웨어가 시장의 흐름을 바꾸어 놓는 시대가 된 것.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는 대한민국 대표기업 삼성전자를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세간에서는 이 문제를 IT 산업의 소프트웨어 경쟁력문제로 보고 있으나, 그 본질은 21세기 경제패러다임이 산업경제, 정보경제에서 상상력과 창의력에 의존하는 창조경제로 전환하는 커다란 흐름이다.우리나라의 일자리 추이를 보면 2004년 이후 2010년까지 농림어업과 제조업은 각각 25.8만명, 14.3만명이 감소한 반면 서비스업은 167.2만명이 증가했다. 나아가 제조업 내에서도 전통적 생산직무 대신 R&D, 마케팅, 기획, 디자인, 광고, 홍보와 같은 서비스 영역이 늘어나고 있다.향후 세계 경제는 상상력과 창조성에 대한 의존성이 더욱 커질 것이다. 이러한 흐름은 IT산업의 소프트웨어 부문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전산업에 영향을 미친다. 2008년 세계경제 위기로 글로벌 교역이 12% 축소되었지만 창조제품과 서비스 교역은 2002년~08년에 연평균 14%의 고도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창조경제는 성장률이 높을뿐더러 특히 청년층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해줄 수 있다.한국의 음악, 영화, 드라마, 음식 등 문화콘텐츠 경쟁력의 원천은 한국인의 열정, 매력, 멋, 재미, 스피드와 같은 한국인에 특징적인 DNA에 있다. 창조경제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한국인의 특성을 잘 살려야 한다. 최근 유럽까지 전파된 K-Pop의 성공모델은 한국적 창조산업의 대표적 예다. 창조경제는 콘텐츠산업의 영역을 넘어 광고, 패션디자인 등이 포함되며, 광의로는 여행휴식스포츠활동 경험을 디자인하는 관광레저부문도 포함된다. 나아가 제조업 부문에서도 창의적 기획과 감성의 창출이 증가하는 창조경제로 전환을 요구한다. 창조경제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단편적 대응을 넘어 사회전반 시스템 개혁이 필요하다. 교육에서 창조성의 강화, 창조적 도전과 실패가 장려되는 사회 분위기 조성, 문화예술 및 관광레저 산업의 규제완화와 혁신, 창조도시 육성, 동호인 등 창조 공동체 육성 등이 그 전략적 대안으로 제시될 수 있다. 경기도는 지금까지 대한민국의 산업경제, 정보경제 시대를 이끌어 왔던 것처럼 도래하고 있는 창조경제시대를 철저히 준비하여 시대적 흐름의 선도자가 되어야 한다.이정훈 경기개발연구원 문화관광연구부장

건축문화가 도시의 운명을 바꾸다

무엇이 성공적인 도시를 창조하는가? 많은 사람들이 찾아가는 매력적인 도시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아마도 스페인 빌바오가 이러한 질문에 대한 해답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도시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스페인 북부 바스크지방 비스카야의 주도(主都) 빌바오는 미술관 신화를 만든 도시다. 이 작은 도시를 유명하게 만든 것은 1997년 개관이래 지금까지 1천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다녀간 구겐하임 빌바오 미술관 때문이다. 이 미술관 하나만으로 인구 40만의 작은 도시가 뉴욕이나 파리 못지않은 브랜드 파워를 가지게 된 것이다. 세계적인 건축가 프랑크 게리가 설계한 구겐하임 빌바오 미술관은 각도와 색채에 따라 배나 꽃잎 등을 연상시킨다. 건물의 곡선이 그대로 이어지고 있는 내부는 거대한 석고 작품처럼 보인다. 이러한 곡선과 입체감을 만들기 위해 설계에는 비행기나 선박과 같은 대규모의 제품디자인에 사용되던 디지털 제조프로그램이 사용되었고, 외벽재료로는 이제껏 건축에 한번도 쓰이지 않았던 티타늄이 사용됐다. 구겐하임 빌바오 미술관은 어떤 건축물에서도 찾을 수 없었던 곡선미로 세계를 열광시켰고 쇠락하던 소규모 지방 도시 빌바오를 단숨에 국제적인 문화 도시로 만들었다. 대한민국도 도시의 특성을 살린 특화된 건축 디자인 정책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정책을 계획하고 추진함에 있어 기존의 국내 유명도시들이 추구하는 도시의 파워 어플리케이션에 대한 집중이나 단지 스토리있는 랜드마크 구축의 정도를 벗어나 스페인의 빌바오나 유럽의 여러 유명한 작은 도시들처럼 세계적인 건축물을 통한 건축문화를 형성해 나가야 할 것이다.대한민국에는 아직 세계적인 건축물이 부재하다. 세계적인 건축가의 세계적인 건축물은 한국의 건축문화를 바꿀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국가 이미지와 도시 이미지를 선도하고 관광문화상품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스페인의 빌바오처럼 단 하나의 세계적인 건축물은 도시의 운명조차도 바꿀 수 있다. 의왕시는 현재 추진 중인 백운지식문화밸리 사업을 통해 대한민국의 새로운 건축문화를 선도해 나갈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의왕도시공사는 수도권의 자그마한 도시 의왕시에 들어서게 될 백운지식문화밸리에 대한민국의 도시 브랜드 파워를 이끌어갈 세계적인 건축물을 탄생시키기 위해 노력 중이다.이용락 의왕도시공사 사장

문화 원형에 스토리텔링을 입히자

미래는 정보를 많이 소유한 자보다 풍부한 이야깃거리를 가지고 있는 자가 시장을 지배한다고 말한다. 초일류기업 마이크로소프트의 2004~2007년 순이익 증가율은 18%였다. 반면 같은 기간 동안 콘텐츠 기업의 대명사인 디즈니의 순이익은 41.4%나 증가했다. 비슷한 시기에 해리포터의 저자 조앤 롤링은 다섯 번째 이야기 해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을 출판해 약 1천530억 원을 벌었다. 스토리텔링이 중심이 되는 이야기 경제의 시대가 온 것이다. 스토리텔링은 문화유산과 관광지, 그리고 도시에 내재된 이야기의 원형을 발굴하고 스토리텔링의 옷을 입혀 문화감성이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데 널리 적용되고 있다.강릉 정동진, 제주도 올레길, 증도 슬로시티 등을 가고 싶은 여행지로 자연스럽게 떠 올리는 것도 스토리텔링의 힘이다. 조선왕릉 40기기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것은 단종애사(哀史)나 정조대왕의 생과 사를 뛰어 넘은 효심에 대한 이야기가 유네스코 실사단을 울렸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한다. 근년 들어 여러 지자체에서 창조도시로의 브랜딩 전략을 추구하고 있는데 여기에도 스토리텔링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창조도시란 문화, 예술, 디자인, 관련 IT 분야 등 창조성을 기반으로 산업적 경쟁력을 갖추고, 도시의 역사와 문화가 잘 보존되어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창조도시로 유명한 곳은 이탈리아의 볼로냐, 스페인의 바르셀로나, 호주의 시드니, 미국의 뉴욕과 오스틴, 프랑스 파리, 일본의 요코하마 등이다. 드림소사이어티의 저자이자, 미래학자인 룰프 얀센은 서울이 세계의 관광 명소가 되려면 숨어있는 서울의 이야기 거리를 찾아내 세계에 팔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서울의 모습이 아닌 서울의 이야기를 팔아야 외국인들이 서울을 기억하고 보기 위해 온다는 것. 경기도에는 창조도시의 잠재성을 갖추고 있는 지역이 많다. 역사와 전통 위에 창조적, 역동적인 산업의 변화상을 반영하고, 거기에 감성을 자극할만한 스토리텔링을 더한다면 창조도시로의 변신이 충분히 가능하다. 경기디지털콘텐츠진흥원은 안성, 부천, 안양시를 시작으로 해당지역의 역사와 예술, 문화원형에 디지털 스토리텔링의 옷을 입혀 스마트 미디어로 전파하기로 했다. 여기에 증강현실, 위치기반 서비스, SNS 등 신기술을 접목해 제공함으로서 30~40대의 학부모 및 자녀들 그리고 이 지역을 찾은 관광객들에게 유익한 체험을 제공할 계획이다./성열홍 경기디지털콘텐츠진흥원 원장

말하기의 기술

좋은 말하기는 한 편의 시처럼 메시지와 감동과 여운이 있다. 하지만 내용에만 집중하면 청중을 잠재우고, 배려에만 집중하면 아까운 시간만 죽인다. 말하기는 여전히 어렵다. 다음의 여섯 가지는 좋은 말하기의 시금석이다. 영문자 키워드 머릿글자를 모으면 S.P.E.E.C.H.(연설)이다.먼저 알맞은 내용(Script & Keyword)을 준비한다. 상황과 대상에 알맞은 내용을 원고로 준비하여 익히고, 키워드만 가볍게 손에 쥐고 무대에 오른다. 글쓰기와 달리 말하기는 일회성으로 허공에 사라지기 때문에 각인 및 접착효과를 높일 수 있는 어구를 선별해 단순화하고 반복 효과를 이용해 전달한다.다음으로 어울리는 자세(Pose & Manner)로 전달한다. 발음의 조음은 바르고 정확하게, 음조는 고저장단 강약완급을 조절한다. 말하는 어법과 구사하는 문법은 그 사람의 색깔이다. 음량은 평소 대화음의 130% 정도가 적당하다. 표정은 겸손하고 온화하게, 제스쳐는 간결하고 깔끔하게 구사한다. 너무 어수선하면 청중의 생각을 흔들어 놓고, 너무 수줍은 자세로 하면 자신감의 결여로 보인다. 뻔뻔한 겸손함으로, 당당한 부드러움으로 나선다. 때로는 침묵이나 묵언도 이용한다. 세번째로 여유로운 농담(Emotion & Humor)을 곁들인다. 감성과 유머를 활용한다. 지성보다 감성에 호소한다. 논리보다 정서를 고려한다. 15분 연설에서 청중을 세 번은 웃긴다. 유머의 진수는 빵빵 터뜨리는데 있기보다 잔잔한 물결이 밀려오듯 여운을 담은 것이 더 좋다. 자신의 실수나 부족함을 메뉴로 올리면 효과적이다.네번째로 맛깔스러운 조리(Episode & Story)를 제공한다. 속담 격언 금언 설화 우화 소설 드라마 뉴스미디어 등을 적절히 인용하여 현장성과 사실성을 확보한다. 접착성과 잔류성을 높일 수 있다. 숫자보다 생활 속의 상황을 재구성한다. 주요 메시지에 비유와 상징의 옷을 입힌다.다섯번째로 진솔함으로 신뢰(Credibility & Respect)를 확보한다. 진솔하고 담담하게 사실에 더하여 신뢰를 보여준다. 신뢰 속에 존중과 존경이 뒤따른다. 진실로써 내용의 신뢰를 확보하고, 권위로써 주장에 대한 지지의 존중을 얻어낸다.끝으로 실질적인 해법(Hope & Solution)을 제시한다. 문제의 해답을 보여 준다. 꿈과 희망을 제시한다. 비전을 기약한다. 어제가 아니라 오늘과 내일을 노래한다. 절망이 아니라 희망을 얘기한다. 우리 모두 다함께 행진곡을 부르며 앞으로 나아간다./김태석 용인지원교육청 교육장

무서운 질병, 음주운전

혹시 비어고글 이펙트(Beer Goggle Eff-ect)라는 말을 들어본적이 있습니까? 직역하면 맥주안경현상일텐데, 역국의 심리학자 베리존스가 술을 마실 때 이성이 더 매력적으로 보이는 이유를 설명하면서 사용한 용어라고 합니다. 술을 마시면 흡수된 알코올이 뇌의 보상회로를 자극해 마치 우연히 멋진 이성을 만났을 때 전율을 느끼고 매료되는 순간처럼 작용하는 것입니다. 사람은 그 순간을 오래 느끼고 싶어서 술을 마시는 양을 늘리게 됩니다. 결국 무분별하고 충동적인 행위로 이어져 위험에 대해 느끼는 정도가 매우 약해지게끔 만듭니다. 음주운전도 이와 무관하지 않습니다.일례로 술에 취한 사람이 운전대 앞에 앉아서, 혀가 꼬부라지고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도 나 하나도 취하지 않았다라는 말을 주로 합니다.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여 나는 운전을 잘해라며 운전중에 닥치게 될 위험을 무시하고 오히려 다른때보다 술마시고 운전할 때, 운전이 더 잘되며 목적지에 더빨리 도착할 수 있었다는 것을 무용담처럼 늘어놓고 있는 것입니다. 술을 마신후 기억이 전혀 나지 않는 상태에서 운전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정도면 습관적인 음주운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만약 이러한 운전자들이 있다면 자신은 비록 무사히 집에 왔을지언정, 그때까지 저질렀던 위험한 행동에 의해 위협을 받았을 선량한 사람들에 대해 큰 죄를 지은 것입니다. 나아가 이 상태에서 사고를 내고 목숨을 빼앗는 행위를 했다면, 자신은 기억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엄청난 결과를 초래한 원죄를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음주운전이 위험하고 무서운 것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습관처럼 몸에 스며들어 다시 빼낼수도 빠져나가지도 않게되는 무서운 질병처럼 남아있다는 것입니다. 지금도 생생히 기억나는 한 사람이 있습니다.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정지되고 취소돼 교육을 받으러 온 사람이었는데 걸려서 속 시원합니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혹시, 가슴에 손을 얹고 나는 지금까지 단 한번도 음주운전을 해 본 경험이 없다 라고 말할 수 있습니까? 이 질문에 그렇다라고 대답할수 있다면 그 원칙을 운전을 그만두는 그날까지 지켜주길 바랍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다시는 무모한 모험을 하지 않고 생명을 연장하시길 권합니다.김진형 도로교통공단 경기지부 교수

심정(心正)과 수숙(手熟)

주변에 글씨를 잘 쓰거나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들을 보면 참 부럽다. 나 자신이 글씨도 못쓰고 그림은 더더구나 잘 그리지 못해 그런 사람들을 볼 때마다 아마 타고난 능력이 있어 그럴테지하며 자위한다. 초등학생 시절부터 글씨를 잘 쓰던 친구들은 성격이 차분했던 것같다. 그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무엇을 어떻게 그릴 것인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한 뒤 구도를 잡고 서서히 색깔을 입혀 나가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이런저런 책을 뒤적이다 왕희지 등 글씨명인들의 이야기를 접하게 되었다. 이름만 들어도 잘 아는 명인들의 글씨 잘 쓰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 이었는데, 글씨를 잘 쓰려면 우선 마음가짐(一要心正)을 올바로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겸재 정선의 그림에 대한 책을 읽을 때에도 그림을 잘 그리기 위해 문사철(文史哲), 즉 인문학의 기본이 바로 되어 있어야 한다.는 의외의 내용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머리 속에 있는 기본으로서의 인문학이 화가의 손을 통해 올바른 그림으로 승화되는 모양이다. 중국의 화풍을 벗어버리고 우리만의 진경산수화가 탄생되는 초석이 바로 인문학이라는 점이 자랑스럽다.글씨도 마찬가지였던 모양이다. 차분하게 마음을 가지려면 수양이 필요할 것이고 수양을 하려면 눈만 감는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글이나 책을 통해 옛 성현들의 가르침을 마음속에 집어넣어야 가능할 것이다. 그들의 정신세계를 접하고 내 것으로 소화시킨 뒤 또 다른 나를 창조하기 위한 자양분으로 삼자는 것이다. 그렇게 올바른 마음이 싹트게 될 때 비로소 손에 붓을 잡고 열심히 노력해야(手熟) 좋은 글씨가 탄생한다는 것이다.타고난 능력 때문에 글씨를 잘 쓸 것이라 생각했던 내가 큰 잘못을 한 셈이다. 어릴 적 글씨를 잘 쓰던 친구들도 어떤 모양새이든 맑은 마음을 갖고 부단히 노력을 하는, 즉 심정과 수숙의 과정을 거친 셈이다. 어디 글씨 뿐이랴! 심정과 수숙, 우리 모두가 가슴 깊이 새기고 매사에 임했으면 좋겠다.무엇이든 하면 된다.는 생각도 중요하겠지만 우선 눈을 감고 마음을 가다듬는 시간을 가져보았으면 한다. 좀 더 차분하게 생각한 뒤 붓이나 연필을 잡는다면 보다 나은 나, 보다 나은 우리 나아가 보다 나은 우리 대한민국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우리 주변의 모든 사회경제적 문제가 눈 앞의 이익을 탐하고 타인에 대한 배려의 부족 때문인데 올바른 마음가짐의 부재가 그 원인일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차분하게 맑고 올바른 마음을 가지도록 노력해 보자. 심정(心正)! 모든 것의 기본이라 생각된다.최영한 파주웅지세무대학 총장

정치인의 눈물과 진정성

최근 우리 국민은 정치인의 눈물을 여러차례 봤다. 지난 일요일에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무상급식 주민투표에서 실패하면 시장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히면서 눈물을 보였다. 그는 무릎을 꿇으면서까지 시민들에게 투표 참여를 호소했다. 18일에는 민주당 정동영 최고위원이 국회 한진중공업 청문회에서 정리해고에 반발해 자살했던 노조원들의 동영상을 틀면서 해고는 살인이다고 말하며 울먹였다. 지난 4일에는 한상대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눈물을 보였다. BBK 사건에 대한 후보자의 답변에 분을 삭이지 못한 듯 BBK 사건과 관련해서 피눈물이 맺힌 사람이 굉장히 많다며 울먹이고 말았다. 전현직 대통령도 대중 앞에서 눈물을 보인 사례가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방송 프로그램에서 어머니를 회상하며 울었고, 천안함 희생 장병 추모 연설에서도 울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TV CF 장면에는 노 전 대통령이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담기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은 재직 시절 비공개 자리에서 눈물을 보인 사례가 언론을 통해 여러차례 전해지기도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취임식에서 외환위기로 인한 국민들의 고통을 말하며 울먹인 장면이 있었다. 노 전 대통령 영결식에서는 권양숙 여사의 손을 잡고 오열했다. 이처럼 대중 앞에서 눈물을 보이는 당사자들은 감정이 복받쳐서 참을 수 없기 때문에 그렇게 울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정치인의 눈물을 바라보는 시각은 보는 관점에 따라, 정치적인 입장에 따라 극명하게 엇갈린다. 진정성이 담긴 눈물로 보기도 하지만, 감성에 호소하기 위해 계산된 눈물로 여겨지기도 한다. 앞선 사례들의 경우도 그 눈물의 진정성은 각자가 판단할 몫이다. 정치인의 눈물, 그것이 진심이었든 아니든 국민은 정치인이 눈물을 흘리는 안타까운 모습을 더 이상 보고싶지 않을 것이다. 국민은 정치인의 눈물이 아니라 진정성있는 자세와 행동을 보고 싶어할 것이다. 그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는 술수나 꼼수를 거부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살아 계셨을 때 그에 대한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렸지만, 그를 반대했던 이들도 인정했던 한 가지를 꼽으라면 그것은 바로 진정성이었다./강득구 경기도의회 기획위원장

무죄 판결에 관하여

변호사를 하면서 가장 희열을 느끼는 때는 억울하게 기소당하여 잠을 잘 수 없을 정도이니 꼭 진실을 밝혀 한을 풀어달라는 의뢰자의 애절함 속에서 열심히 변론을 하여 무죄판결을 선고받을 때이다. 구속된 피고인에게 있어 무죄판결은 한 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지려다가 다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오는 환희의 순간이기도 하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2005년에 0.18%이던 1심 재판 무죄율이 2010년 0.49%, 올해 0.72%로 매년 상승하고 있다. 사법부가 형사재판에 관하여 일관되게 불구속수사 원칙, 공판중심주의를 강조하면서 피고인, 검사, 재판부의 소통은 밀실의 공간이 아닌 공개된 법정에서 이루어지도록 하고, 수사기관이 작성한 조서보다 공개된 법정에서 제시되는 증거와 진술을 판결에 있어 중요한 자료로 참작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형사소송법상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법관이 공소사실에 관하여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만큼 유죄확신을 갖지 못한다면 피고인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여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함에도 우리 사법의 역사에는 불법적인 수사와 입증되지 않은 공소사실에 근거하여 사법살인이라고 불리울 정도의 정치재판을 한 사례가 종종 있었다. 대법원은 이러한 사법부 역사의 치욕을 씻어내기 위하여 간첩으로 몰려 사형당한 죽산 조봉암 선생에 대한 재심 사건에서 52년만에 국가변란과 간첩혐의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이처럼 과거의 잘못된 재판을 재심을 통하여 바로잡는 것은 정의를 바로 세운다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일이나, 더 중요한 일은 더 이상 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 것이다.다행히 요즘 법원은 공소사실에 대하여 검사에게 무거운 입증 책임을 지우고 검사가 유죄를 완벽하게 입증하지 못하면 무죄를 선고함으로써 과거에 비하여 무죄율이 높아지기는 하였으나, 아직도 유죄추정을 기본으로 하고, 피고인이 공소사실에 대하여 자신의 결백을 법관이 확신에 이를 정도로 설득하여야 무죄를 선고하는 현실을 종종 보게 된다. 이제 법원은 피고인이 억울하다고 할 때 변명을 한다는 선입견으로 대할 것이 아니라 왜 피고인이 억울하다고 하는지 경청하며 무죄추정의 대원칙을 잘 지켜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검찰은 피의자나 참고인의 진술보다는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증거에 의한 기소를 하며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승복할 수 있는 증거를 기초로 공소를 유지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더 이상 사법피해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나오지 않도록 사법부 전체가 함께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조현욱 법무법인 도움 대표변호사

꽃순이를 아시나요 ?

꽃순이는 영화 식객에서 우수한 한우를 찾는 경합에 나온 소 이름입니다. 병든 자식의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정든 소를 팔아야 하는 아비의 심정과 어릴 때부터 친구처럼 지냈던 소와의 이별을 아쉬워하는 아들의 눈물이 진한 감동을 주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순애보적인 감동만이 아닌 더 많은 생각이 들게 하더군요.지금은 아메리카에서 살육당한 채로 근근이 살아가는 처지이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만해도 북아메리카의 주인으로 당당히 세계와 자연 속에서 살았던 인디언들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고기를 먹습니다. 인디언들은 고기를 잡아먹을 때 짐승에 대한 감사와 기억으로 매년 제사를 지냅니다. 그런데 우리는 어떠합니까. 동물들은 한결같이 살벌한 도살장에서 아수라 같은 과정을 거치면서 600그램 한 근으로 포장되어 나옵니다.많은 꽃순이들이 우리 아버지의 농사도우미로 아니면 영화속에서처럼 철수의 학비자금으로 살다가 결국은 한 가족의 영양식으로 생을 마감하는 순환의 사이클에서 감사와 추억을 빼버리고 오직 열량과 영양소만으로의 대상이 되어버린 현실을 생각해 봅니다. 돈벌이를 위한 하나의 상품으로 전락된 꽃순이는 좁은 공간속에서 동물성 사료를 먹고 항생제와 성장촉진제를 맞으면서 살아가다 결국 자기 발로 서지 못하고 죽어가는 소로 생을 마감합니다.자본의 자유를 위해 희생해야만 하는 소, 병원 이익을 위해 희생해야만 하는 환자의 건강, 젊음을 경쟁터 속에서 보내야만 하는 우리의 아이들. 모든 것을 대상화하고 상품화하는 무한 경쟁체제란 자본이 사람을 먹는 아비규환과 같은 현실로서 철수아버지는 농약을 먹고 자살하고, 순희 아빠는 직장에서 쫓겨나 옥상에서 떨어져 자살하고, 카드 빚 때문에 영희 엄마는 자식들을 품에 안고 한강물에 꽃잎처럼 떨어지는 모습은 우리네 삶을 웅변하고 있습니다.자신과 생사고락을 같이했던 동물의 죽음이 애달퍼서 평생 그 가죽을 뒤집어쓰고 살아가는 인디언의 마음속에는 감사와 그리움이 자리 잡고 있겠지만, 소를 영양소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우리들의 마음속에는 무엇이 자리 잡고 있을까요?마찬가지로 공동체 생활을 하는 우리들의 마음속에는 격려와 감사 그리고 협동이 자리 잡고 있지만 자본의 자유 속에 살다보면 하나의 대상이 돼 탐욕과 경쟁의 마음만 싹 터 오를 수 밖에 없습니다.자 이제, 자연 속에 존재하는 미물에 이름을 한번 지어보세요. 바라만 보는 대상이 아니라 나와 관계하는 친구로서 말입니다. 창가에 있는 화분, 도로 한구석에 피어있는 이름 없는 들꽃에게도 말입니다. 그들 모두가 곧 꽃순이로 태어날 것이며 잊혀져가는 감성이 촛불로 타오르는 순간 그것은 곧 기쁨이며, 감동이며, 눈물이 될 것입니다./정경진 경기도한의사회 회장

우리 곳간을 풍요롭게

얼마 전, 모 일간지에 실린 穀(곡식 곡)소리 남의 일 아니다 라는 기사처럼 전 세계가 식량을 놓고 치열한 전쟁을 벌이고 있다. 사료용 등 곡물소비가 증가하면서 국제곡물가격이 지난해에 비해 40% 이상 폭등하였으며, 식량부족에 따른 소요사태에 자극을 받은 세계 각국이 안보적 차원의 식량 확보에 혈안이다. 인간 생존의 필수품인 식량은 고대사회의 국가 성립과 패망을 좌우하는 주요한 요소로, 때론 국민통치와 신흥세력 견제, 상대국 압박의 수단으로도 이용되어 왔다. B.C. 436년, 최초의 식량위기가 고대 이집트와 중동지역에서 발생한 이래, 인류는 19세기 초까지 만성적인 기근에 시달려 왔으나 농경기술의 발전으로 겨우 식량부족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렇지만 19세기 중반 이후에도 아일랜드, 중국, 인도 등에서는 가뭄, 홍수, 병해, 전쟁 등으로 식량이 부족하여 고통 받았으며, 20세기에는 아프리카의 식량부족이 고착화되면서 현재까지 세계적인 식량문제가 지속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세계적인 기상이변과 신흥개발국의 육류소비 증가로 곡물수요가 많아져 2008년과 2011년에 걸쳐 두 차례의 식량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이러한 식량위기는 인구증가와 사료바이오에너지용 곡물의 소비 증가, 기상재해에 따른 작황부진, 식량안보 차원의 수출제한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한다. 게다가 투기자본의 가세와 식량분배의 불평등 문제까지 식량위기를 부채질하는 형국이다. 물론 식량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에 비관론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곡물위기를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개발도상국에 대한 농업투자와 신품종신기술의 개발로 식량공급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낙관론이 그것이다. 우리나라는 주곡인 쌀만 자급할 뿐 가축먹이인 사료를 포함하면 곡물자급률이 27% 수준에 불과하다. 전체 곡물의 3/4가량을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으며, 수입곡물의 대부분을 특정국가와 회사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세계적인 식량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따라서 우리는 다가올 수 있는 식량위기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국내 곡물생산을 최대한 늘려 곡물자급률을 높이면서 해외생산과 도입 등으로 곡물자주율을 동시에 관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식량과 농업의 중요성에 대한 국민 공감대도 형성해 나가야 한다. 특히 낙관론에서 조차도 기술개발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기상이변과 세계적인 식량생산 감소에 대비하여 연구개발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전혜경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장

대한민국의 성공신화 이어가려면

최근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 강등으로 인한 위기는 3년전 금융위기의 여파에 프랑스, 영국, 독일 등의 재정위기가 결합증폭되고 있다. 이를 유럽형 복지국가의 위기로 보는 전문가들도 많다.우리나라는 다행히 주요 선진국들보다 형편이 나은 편이다.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경제위기를 극복하였으며, 재정적자도 주요 선진국들의 1/3 이하이고 경제성장률은 2~3배 높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들과는 반대로 성장의 과실에 대한 분배와 일자리 창출 등 서민 생활 향상이 중요한 과제로 제기되고 있다. 문제는 이제는 더 이상 우리가 따라할 선진국의 모델이 없어졌다는 점이다. 신자유주의 모델과 복지국가 모델이 각각 문제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의 발전의 정도와 과정, 여건과 환경은 미국, 일본이나 유럽의 선진국들과는 매우 다르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OECD 통계에 따르면 선진국들의 복지, 의료, 교육 등의 사회정책 재정지출은 60~70%대이며, 우리나라는 40%대에 머물고 있다. 최근 정부 당국자는 현재 상태로 가만히 놔두어도 2030년이면 우리나라 예산의 49% 가 복지로 채워지게 된다고 말했다. 여기에 교육예산을 포함하면 우리도 현재 유럽 복지국가와 유사한 지출구조를 가지게 된다.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노인 부양 부담 증가, 우리의 주력산업에 대한 중국 등의 맹렬한 추격을 고려하면 우리가 지난날의 성공신화를 이어갈 수 있다고 쉬 장담하기 어렵다. 이러한 점에서 장기적 비전과 균형잡힌 시각에서 국가운영의 방향과 전략이 논의되고 국민들 사이에서 공감대를 형성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현재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미래의 변화를 미리 예견하고 대비하는 것은 보다 중요하다. 정부가 공생발전을 방향으로 제시하고, 전문가들과 언론에 의해 새로운 단계의 자본주의 4.0 이 논의되는 것은 바람직하다. 재벌 기업 일가가 나눔재단을 만들어 사회적 소외계층에게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나선 것도 좋은 선례이다. 일시적 시혜나 정부 지원에 의존하게 만들기보다는 일할 수 있는 기회를 통한 국민들의 삶의 질 향상과 자아실현을 위한 투자와 시스템 구축이 중요하다. 통찰력과 균형잡힌 시각을 통해 역사와 현재에서 제대로 된 교훈을 얻어야 한다. 그리고 절제된 정책 실천을 통해 어려움을 극복하고 대한민국의 성공신화를 이어나가야 한다.이 정 훈 경기개발연구원 문화관광연구부장

건설업계가 주목하는 스토리텔링(Story Telling) 마케팅

건설업계의 마케팅 전략이 변하고 있다고 한다. 지금까지의 건설업계 마케팅 기본전략은 입지와 분양가, 개발호재 등과 관련된 소비자의 재테크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소비자들의 감성을 자극해 브랜드나 상품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킬 수 있는 방법으로 마케팅 전략을 변화해 나가고 있다. 이러한 감성 마케팅 기법에서 주목받고 있는 것이 스토리텔링 마케팅이다. 우선,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이란? 이야기(Story)와 알리다(telling)라는 두 단어를 조합한 합성어로 상대방에게 알리고자 하는 바를 생생한 이야기로 설득력있게 전달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 마케팅 전략에 응용하여 사실에 대한 의사소통보다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이야기를 알리는 것에 초점을 맞춘 입소문 기법이 바로 스토리텔링 마케팅인 것이다. 이러한 스토리텔링 마케팅이 최근 건설업계의 광고를 통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대우건설은 최근 푸르지오의 광고 모델을 톱스타 김태희 대신 자체적으로 개발한 애니메이션 캐릭터 정대우로 교체했다. 캐릭터 모델인 정대우에게 이야기를 부여해 소비자 친화도를 높이고 보다 감성적으로 접근하겠다는 전략이다. 뿐만 아니라, 대림산업 역시 추억의 게임인 남극탐험을 배경으로 제작한 e편한세상의 극장 광고도 스토리텔링이 반영된 마케팅이다.이러한 스토리텔링 마케팅 전략은 단지 대기업에만 국한되어 일어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즉 톱 모델로 승부하던 것에서 가치와 감성으로 승부하는 마케팅 패러다임의 전환은 대기업 건설업체뿐만 아니라 지자체의 도시개발사업으로 확장되어 일어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로 커피도시 강릉을 들 수 있다. 강릉은 지역 내에 형성된 커피 전문점과 커피 문화를 지역 자산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른바 창조된 경쟁우위(Created competitive advantage)를 구축하기 위한 투자에 나선 것이다. 경남 하동과 전남 보성에서 우리나라 차를 주제로 한 녹차축제가 열리듯이 강릉시는 2009년 커피를 주제로 한 축제를 시작한 것이다. 의왕시도 백운호수를 둘러싼 아름다운 녹색혁신도시를 건설하기위해 백운지식문화밸리 사업을 점차 구체화 해나가고 있다. 백운지식문화밸리는 바라산 휴양림과 백운호수를 둘러싼 수변공원 등 천혜의 자연요소를 갖춘 친환경 전원주택 단지를 설계하여 경남 남해의 독일마을이나 땅콩집보다 더 진화된 작지만 풍요로운 라비타(Lavita) 타운을 건설하고자 한다. 이는 침체된 주택시장의 대안이 될 뿐만 아니라 소비자가 추구하는 친환경 주거 가치를 만족시켜 줄 새로운 이미지를 창출하는 도시로 또 다른 스토리텔링의 대표적인 사례가 될 것이다.

어린이들에게 자연을 체험하게 해주자!

자연으로 돌아가라(Retour a la nature), 어린이교육과 관련하여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본 구절일 것이다. 프랑스 낭만주의 사상가이자 철학자인 루소는 자신의 저서인「에밀」속에서 아동 중심의 자연주의교육론, 소극교육론을 주장하였다. 학교교육의 부정, 시골과 자연에서의 교육 등 많은 역설이 깃들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18세기 루소의 교육사상이 21세기에도 체험학습, 열린교육 등 다양한 형태로 구현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속에 교육은 아동의 자유와 행복을 위하여 개성이 계발되도록 경험(체험)과 감성(감각)을 통하여 자연스럽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현대 교육의 이념과 원리가 숨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 8월 1일에는 수원에 있는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의 밭작물 연구현장에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찰옥수수 수확체험 행사가 열렸다. 7월 27일부터 3일간 국립식량과학원의 홈페이지를 통하여 참가자를 접수하였는데, 시작한지 15분 만에 마감이 될 정도로 인기가 좋았다. 경기 일원과 서울의 도심에서 온 어린이들은 엄마, 아빠 때론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콩, 땅콩, 들깨 등 농산물이 자라는 것도 보고, 찰옥수수를 직접 따기도 하고 여러 가지 종류의 찐 옥수수를 먹고 맛도 평가하였다. 어린이들은 구슬땀을 흘리면서도 수확의 기쁨에 더위도 잊고 즐거운 한 때를 보냈다. 자연 속에서 가족과 함께 한 귀한 경험은 우리 어린이들 마음속에 아름다운 추억으로 자리할 것이요. 교육의 효과도 다른 무엇보다 클 것이다.자연은 우리 인간에게 때론 가장 좋은 교육터전이요, 스승이다. 우리 어린이들에게 책 이외에 자신의 감각, 경험, 자발적인 활동을 통하여 스스로 공부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여름방학을 맞이하여 우리 어린이들에게 농업농촌체험을 통하여 자연과 함께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도록 노력해 보자. 강원도 평창에 있는 우리 고령지농업연구센터에서는 지난 7월 28일부터 8월 18일까지 대관령 여름추억 만들기 행사를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고랭지 자생식물과 남미 안데스 원산의 희귀 잡곡들을 만나 볼 수 있다. 경기도에서도 시군별로 다양한 농어촌체험행사를 준비하고 어린이와 가족을 기다리고 있다. 이제 우리 어린이들이 푸르른 자연 속에서 전통체험을 즐기면서 자연을 느끼고 배울 수 있도록 도시를 벗어나 자연으로 떠나자, 농업농촌을 체험하게 해주자./전혜경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장

듣기의 기술

말이 넘쳐나는 세상이다. 말이 난무하는 시대다. 그런데 소통의 부재라니 아이러니 아닌가? 흔히 경청의 달인으로, 삼성그룹의 이건희 회장과 선친 이병철 전 회장, 미국의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와 래리킹, 그리고 회의할 때 토킹 스틱(talking stick)을 사용했다는 북미 인디언 이로코이 부족을 꼽는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모아내는 것도, 말을 잘해 방송에서 장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도, 갈등을 극복하고 지혜를 얻어가며 민주주의를 실현해 나가는 것도 바로 경청의 힘에서 나온다고 보았다.듣기는 지식 정보와 지혜를 얻어내는 수단이다. 듣기는 소통의 출발이고, 배려의 시작이고, 존중의 바탕이다. 언어로 하는 의사소통에서 듣기가 차지하는 비중은 50% 정도라고 한다. 나머지 절반이 말하기 읽기 쓰기이다. 그런데 듣기의 요령이나 기술을 제대로 배우는 일이 별로 없다. 평소 강의 토론 협의 상담 대화에서 활용하거나, 듣기의 요령을 설명할 때 인용해 봄직한 듣기의 기술을 나름 요약해 본다.먼저, 귀로 듣기(Heed)이다. 물리적 심리적 의미적 소음을 제거한다. 잡음 소음을 줄이고, 헛생각 딴생각을 떨쳐내고, 말의 내용 수준을 따라 잡아야 한다.다음, 눈으로 듣기(Eye)이다. 말하는 이에게 시선을 집중하고 눈 맞춤과 표정으로 반응을 보인다. 맞장구나 추임새를 넣을 때, 상대는 신바람 나서 말하고 호의적으로 다가온다. 이어서, 머리로 듣기(Analyse)이다. 말의 내용을 행간의 의미까지 헤아려 가면서 분석하고 평가한다. 나의 지식경험과 일치하는지, 나의 가치와 부합하는지 비교하고 살핀다.이번에는, 마음으로 듣기(Record)이다. 말하는 이의 입장과 나의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본다. 수용할 것인지, 거절할 것인지, 내 것으로 할 것인지를 결정한다. 필요하면 마음 속에 또는 노트에 기록한다.끝으로, 마음으로 듣기(Do)이다. 접수된 지식정보나 지혜를 내 것으로 체화(體化)하기이다. 행동으로 실천하는 일이다. 경청의 최고 미덕은 실행이다. 실천이 변화와 발전을 이끌어낸다. 경청의 기술에서 영어 키워드의 머릿글자를 모으면듣다(hear)'의 과거형 H.E.A.R.D.가 된다.경청(輕聽) 말고 경청(敬聽) 해야 경청(傾聽)이 된다. 입 속에서 말을 적게 풀어내고, 귀 속에다 말을 많이 담아야 한다. 아라비아에는 듣고 있으면 내가 이득(지혜)을 얻고, 말하고 있으면 남이 이득(지식)을 얻는다.라는 속담이 있다고 한다. 좋은 의견은 주인이 없다. 모든 사람이 주인이다. 네 것도 내 것도 아닌 우리의 것이다./김태석 용인교육청 교육장

작은 미덕이 더 감동적입니다

요즘 제가 자주 느끼는 사실은 작은 친절이 사람을 감동시킨다는 점입니다. 결코 큰미덕, 사랑, 진실 행위만이 사람을 감동시키는 것이 아닙니다. 일상 생활에서 느껴지는 작은 친절과 미덕이 때로는 더한 감동을 낳게 되는 것이라는 사실입니다.가장 문제가 많은 교통사고와 주차에 관한 한 우리들은 속수무책이 되어버렸습니다. 차를 가지고 다니는 사람들이라면 한번쯤 겪었을 접촉사고와 주차로 인한 싸움. 이 때문에 이웃과 사이가 벌어지기도 하는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얼마전 외출을 하면서 남의 집앞에 주차할 일이 생겼습니다. 서류봉투 하나만 전해주고 나오면 되기에 아무리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해도 5분정도면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5분사이에도 주차할 공간이 마땅찮은 것입니다.여기저기 주차를 시키기 위해 집과 골목 사이를 누비고 다니다가 어느 집앞에 멈추게 되었고, 이내 깜짝 놀랐습니다. 지금은 주차하셔도 됩니다. 오후 6시 전에만 차를 빼주신다면요라는 푯말이 있는 것입니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글입니까?집앞주차를 오후 6시까지 허용한다는 자세하고도 친절한 안내인 것입니다. 저도 얼른 그 집앞에 주차를 시켜놓고 서류를 전달하고 돌아와 차를 뺐습니다. 바로 다시 주차할 곳을 찾는 그 누군가를 위해서였습니다.또 어떤집 문앞에는 주차를 시킬거면 연락처를 꼭 남겨주세요라는 글도 적혀 있습니다. 무작정 주차하지 못하도록 막지 말고 이처럼 융통성을 가져보는것이 주차문제를 해결하는 실마리를 제공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남의 집 앞, 내집앞 따져가며 주차문제를 해결하기 전에 더불어 살아가는 미덕을 발휘해야 할 것입니다. 앞으로 차는 계속 늘어날 전망입니다. 차로인한 어려움은 더욱 커질 것입니다. 주차시킬 수 있는 빈 공간을 자물쇠로 꽉 채워두기보다는 이웃에게 제공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아직 주차시킬 여유가 있다면 그동안만은 이웃에게 허용하고, 주차시간을 활용하는 것입니다. 자신의 차가 들어오고 나가는 시간을 구분에서 빈 시간대에는 다른 이들의 차가 들어오도록 허용하는 것입니다. 자물쇠가 채워진 자신의 주차장부터 열지 않으면 주차문제는 더 힘들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운전자 여러분! 오늘 아침에 차를 집앞에서 빼 놓고 나오시면서, 그 자리에 무엇을 세워두셨나요? 혹시 다른 차들은 절대로 주차하지 못하도록 타이어나, 통나무 등을 세워두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주차할 곳이 없으면 투덜대던 우리가 아니었던가요? 내가 먼저 가진것을 내놓아야 합니다. 아울러, 주차를 할 때에는 공간을 내어준 사람에 대한 고마운 마음과 더불어, 연락처를 남겨놓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김진형 도로교통공단 경기도지부 교수

한국과 일본

모든 경기에서 한일전은 초미의 관심사다. 아마 과거 40년 가까운 침탈이 있었기에 대한민국 국민에게 좋지 않은 감정이 앞서 있다. 게다가 툭하면 불거져 나오는 독도이야기, 한국인을 비하하는 이야기, 정신대 할머님들의 절규 등이 우리 감정을 건드리기 때문이라 생각된다.많은 세월이 지났다. 지금 우리 학생들은 일제시대, 유신시대, 419, 516 등의 이야기를 하면 모르는 것인지 무관심한 것인지 아무 대꾸조차 없다. 아마 세월이 군부독재, 무단살상, 일본의 잘못을 서서히 덮어가는 것이라 생각된다. 가끔씩 나오는 여론조사결과를 보면 한국이 일본에 대해 좋은 감정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일본도 한국에 대해 별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 이유를 정확히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한국과 일본은 지리적으로 퍽 가까이 있으나 이웃과 같은 나라가 아님에는 틀림없다. 과거에도 어업협정 등 조금 민감한 사안이 나오면 서로 신경을 곤두세우기 일쑤였다. 불과 얼마 전, 한국과 일본의 축구경기가 있었다. 국가대표들 끼리의 경기이었다. 한국이 일본에 3:0으로 대패했다. 내 눈으로 한국이 일본에게 패한 것을 본 일도 그리 많지 않은데, 한 골도 넣지 못한 것은 물론 세 골 차이가 나는 경기를 보기는 더구나 처음이라 생각된다. 최근 한국축구는 브라질이나 아르헨티나 같은 세계 최강팀과 경기를 해도 한 골도 넣지 못해 영패(零敗)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한 마디로 침울했다.경기에서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다. 그런데 경기내용도 퍽 중요하다. 힘없이 완패했다면 재검토해야할 것이다. 그 날은 맥없이, 정말 힘 한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물러났다. 일본은 한국을 이기기 위해 많은 준비를 했다. 축구에 대한 투자 또한 일본이 한국에 훨씬 앞선다. 프로축구리그도 일본에서 더욱 성황이다.따라서 지금과 같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일본이 우리를 앞질러가는 것은 당연지사이다. 축구 뿐 아니라 모든 면에서 이제 변화를 추구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축구인을 포함한 우리 모두, 스포츠 게임을 하든 아니면 일을 하든 매사 기본에 충실하고 초심을 잃지 말고 대한국민의 긍지를 가지고 가슴에 있는 태극기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한국혼을 마음에 새겼으면 한다.스포츠경기는 물론 모든 산업부문에 있어 매사 냉정한 마음으로 재평가해 효율적인 투자가 이루어질 수 있기 바란다. 충분한 검토 없이 대강 한다면 모든 것이 지난 주 축구경기 한일전과 같은 결과가 나올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할 것이다.최영한 파주웅지세무대학 총장

소방관 여러분, 그래도 힘내십시오

최근 국립묘지 안장 여부를 두고 이슈가 된 두 사례가 있다. 첫 번째 사례는 순직한 소방관 사례다. 주민의 신고로 유기동물을 구조하던 소방관이 로프가 끊어지면서 추락사했다. 그러나 재난현장이 아닌 대민지원을 하다 순직한 것이어서 바로 국립묘지에 안장되지는 못 한다. 국가유공자 혜택 및 국립묘지 안장은 국가보훈처의 심사에 따라 결정된다. 현재 고인의 유해는 봉안시설에 안치된 채 약 3개월 가량 소요될 심사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다른 사례는 5공화국 때 청와대 경호실장을 지낸 고 안현태 씨 사례다. 지난 6월 지병으로 별세한 고인은 육군 소장으로 예편했지만, 5공 비리에 연루돼 실형을 받은 바 있다. 현행 법령에 따르면 금고 이상의 형을 받는 등 결격사유가 있으면 국립묘지에 안장될 수 없다. 그러나 국가보훈처는 서면심사를 통해 고인의 국립묘지 안장을 의결했고, 바로 다음날 고인은 대전 국립현충원에 안장됐다. 두 사례를 바라보는 시각은 대조적이다. 순직 소방관의 경우 인터넷 포털 등에는 고인의 국립묘지 안장을 청원하는 누리꾼들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관련 법 개정안도 뒤늦게 국회에 제출됐다. 반면 고 안현태 씨의 경우는 시민단체, 정치권, 누리꾼들 사이에서 고인의 국립묘지 안장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크다. 고인은 민주주의와 헌정질서를 어지럽혔던 5공화국 주요 인사이기 때문이다. 특히 고 안현태 씨의 경우를 강창성 전 보안사령관 사례와 비교하면 국가보훈처의 심사가 일관적이지도 못 한 것은 분명하다. 5공 신군부 세력에 협력하지 않았던 고 강창성 씨는 전역 후 2년 6개월 수감생활을 한 전력으로 국립묘지 안장이 거부된 바 있다. 국립묘지 안장에 대한 논란은 작년에도 있었다. 고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가 국립묘지에 안장됐는데 이를 두고 논란이 되었었다. 여러 사례들을 보면서 국립묘지 안장과 관련하여 법과 제도가 현실 및 일반적인 국민감정에 맞지 않는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지금 이 시각에도 위험을 무릅쓰고 전국 각지에서 인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애쓰시는 소방관들께서 자칫 상실감을 느끼시지 않을까 염려스럽기도 하다. 그 분들께 지면을 통해 한 말씀 드린다. 소방관 여러분, 그래도 힘내십시오! 저희가 기억하고 있습니다./ 강득구 경기도의회 기획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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