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절초 차의 색은 요란스럽지 않고, 은은합니다. 약하게 타면 얼핏 보아서는 그냥 맹물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그런데 향은 다릅니다. 입에 머금으면 입 안 가득 향이 차며 여운이 오래 남습니다.
차를 마시면서 구절초 차처럼 진하지 않아도 오래도록 향이 남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향은 겉모습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속에서 나옵니다. 구절초 차도 말린 꽃잎만 보면 소박하다 못해 추레해 보이기도 합니다.
사람도 마음에서, 그 사람의 삶에서 향이 나옵니다. 그래서 향이 있는 사람은 비록 우리 곁에 없어도 오래도록 남아 그 향을 전합니다. 반면에 향이 없는 사람은 감동도 울림도 없습니다.
조직의 경우도 마찬가지여서 멀리서 보기에는 일을 잘하는 것 같고, 근사해보이지만 막상 가까이에서 보면 향도 색도 없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제가 일하고 있는 경기광역자활센터는 빈곤계층이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기관입니다. 2004년에 설립되었으니 이제 10년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일하면서 우리에게는 어떤 향이 날까 궁금해 질 때가 있습니다만 이건 온전히 우리를 지켜보는 이들의 몫입니다.
가끔씩은 ‘나에게는 어떤 향기가 날까’하다가 아직 향이 없을 거라는 생각에 다다르면서 우울해 질 때가 있습니다. 그나마 살다보면 언젠가 향이 날것이라는 희망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습니다.
2012년의 막바지 12월이 되었습니다. 송년모임이다 뭐다 해서 몸이 고생하는 시기입니다.
그렇지만 바쁘더라도 한해를 잘 마무리해야 하겠지요. 한해를 마무리하며 내년에는 구절초 차처럼 은은하지만 향은 오래 남는 사람으로 성장하기를 기대해 봅니다.
이 병 학 경기광역자활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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