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그마치 5천여명은 족히 넘어 보였다. 공연끝 무렵 공원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시민들의 환호 또한 하늘을 찌를듯 했다. 급기야는 곧 폭발할 것 같은 열기를 가라앉히기 위해 공연이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졌지만, 시민들은 곧바로 질서를 유지해 공연을 무사히 마무리 할 수가 있었다.
이에 앞서 지난 8월 안양의 대표적 문화사각 지대인 병목안 시민공원. 이날 열린 광복절 기념음악회 또한 열광의 도가니였다. 병목안 시민공원은 일제 강점기 전쟁물자인 철도 부설용 자갈을 채취하던 대표적인 일제 수탈현장. 이날의 공연은 수탈 현장에서 고통 받아온 주민들을 위로하기 위해 마련됐다.
하지만 오후부터 내리던 비는 공연 직전 굵은 빗줄기로 바뀌어 관계자들을 긴장케 했다. 놀라운 것은, 공연시간이 되자 수많은 시민들이 우산을 받쳐 들고 모여들었고, 공연 내내 퍼붓는 빗줄기 속에서도 대부분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공연 끝 무렵에는 억수같은 비를 맞으며 모든 시민이 하나 돼 음악회의 대미를 장식했다.
안양시도 이미 지난 9년 동안 ‘찾아가는 공연’을 해왔다. 올해는 지역의 후미진 곳을 더 많이 구석구석 찾아다니기 위해 추가예산까지 배정해가며 8차례로 확대 실시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앞서 든 것처럼 시민들의 뜨거운 반응을 종종 접하게 된다. 그 때마다 불편한 공연환경과 악천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토록 뜨겁게 반응하는 이유는 뭘까 하는 생각을 종종 하게 된다. 물론 안양시민의 내면 깊이 숨겨진 속내를 간파할 순 없겠지만, 그만큼 문화향유의 기회가 적었기 때문 아닐까 싶다. 아울러 오랜 세월 전통을 고수해오면서도 변화를 갈망하는 욕구가 내면 깊숙이 잠자고 있다 공연 때면 깨어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본다.
그처럼 잠재된 욕구와 독특한 ‘끼’는 결국 문화예술의 소중한 자양분일 것이다. 때문에 이를 밑거름 삼는다면 안양시가 이루고자 하는 ‘스마트 창조도시’ 또한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노 재 천 안양문화예술재단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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