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앞서가는 문화재단이 남긴 발자취

지방자치제도가 시행된 지도 어느덧 17년째다. 1995년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지방자치제도는 우여곡절 속에서도 발전을 거듭해왔다. 그 17년 동안 저마다 경쟁력을 높이려 노력해왔기 때문이다.

자치제 발전 과정의 주된 동력은 시민의 삶의 질에 대한 자치단체의 고민이다.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여가와 문화생활에 대한 시민의 기대는 크게 높아졌다. 자치단체는 자치단체대로 이를 충족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해왔다. 지역 특성을 반영한 문화콘텐츠를 계발하고, 지역만의 ‘문화적 정체성’에도 주목해야 했다.

지방정부가 앞다퉈 세운 문화재단 또한 그러한 고민에서 비롯됐다. 1997년 설립된 경기문화재단 이후 강원, 제주, 서울 등 무려 45개가 넘는 문화재단이 출범한 것을 보면 그렇다.

지난 10여 년 간 크게 늘어난 문화재단들은 대부분 ‘지역문화예술 진흥을 위한 사업과 예술 활동 지원’을 설립목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는 독립적 기구인 미국의 문화예술 관련 기관들이 ‘지원’에, 일본의 지방자치단체 문화재단들이 기금운용 사업과 함께 지역 문화시설을 위탁 받아 운영하는 것과 맥락을 같이 한다.

안양문화예술재단의 경우 지역 밀착형 문화정책 및 문화보급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미국의 사례와 유사하며, 안양아트센터와 평촌아트홀, 알바로시자홀 등을 운영한다는 점에서 일본과 비슷할 것이다. 이러한 두 축을 기본으로 지난 3년여 기간 동안 다양한 문화사업과 함께 문화시설을 운영해 왔다. 이러한 과정은 곧 지역문화예술 발전을 위한 새로운 가능성을 창조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본다.

최근 들어서도 지방정부의 문화재단 설립 추이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저마다 지역 특성에 맞는 태(態)를 갖추기 위한 노력도 치열하다. 재단 설립에는 정책과 예산지원의 최고 결정권자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겠지만, 이 과정에서 반드시 지역 주민의 참여와 함께 중장기적 비전과 정책, 그리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이를 위해서는 설립부터 서두를 게 아니라, 설립에 앞서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중요하다고 본다. 지역의 문화적 환경 분석과 재단의 미션 설정 등이 그렇다.

그나마 다행이랄까, 돌아보면 앞서 설립된 문화재단들이 남긴 교훈이 적지 않다. 화려한 성과가 도시 브랜드를 창출시키는 반면 뼈아픈 좌절에 허덕이며 앞으로 나가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들이 남긴 발자취 하나하나는 이후 새롭게 태어날 후발 주자들이 재단의 바람직한 상을 창조하도록 돕는 좋은 이정표가 될 것이다.

 

노 재 천 안양문화예술재단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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