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광주시 청소년 극단 학생들과 함께 뮤지컬 관람을 위해 극장을 찾았다.
2011년 9월에 개관한 광주시문화스포츠센터는 1천200석 규모의 대공연장과 250석 규모의 소공연장, 그리고 전시시설과 편의시설 스포츠 공간으로 이루어진 복합 문화공간이다. 학생들에게 관람비가 적은 액수는 아니었지만 할인혜택으로 비교적 저렴하게 뮤지컬을 즐길 수 있었는데 극장 로비에서 학생들이 보인 태도가 예술의 전당이나 대학로에서의 그것과 달라서 흥미로웠다.
일년에 서너번 학생들과 함께 서울의 큰 공연장에 가면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환경에 대한 열등감 때문인지 약간 주눅들어 있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이번에는 학생들이 자유롭게 웃고 떠들면서 동네 어른들께 인사하고 친구들과 대화를 하면서 공연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학생들 뿐 아니라 어른들의 얼굴에도 지인들과 함께 즐기게 될 공연에 대한 기대와 행복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서울 못지 않은 훌륭한 지역 공연장에서 좋은 공연을 감상한다는 자부심과 여유로움이 느껴졌다.
1999년 여름 필자는 ASSITEJ(국제 아동청소년 연극협회) 세계총회 참석차 노르웨이 북단에 있는 트롬소라는 도시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10일간의 일정이 진행되는 동안 나를 놀라게 한 것은 곳곳에 있는 지역 극장들이 주민들의 휴식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유치원생부터 초중고생, 그리고 은퇴한 노년층에 이르기 까지 아무런 부담없이 극장로비에서 그림을 그리고 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는 그들의 모습에서 극장은 낯설고 엄숙한 공간이 아닌 매우 친숙한 휴식공간으로 보였다. 나중에 들어보니 북유럽의 예술교육은 유아시절부터 주기적으로 극장을 방문해 체험하는 것으로 시작한다는 것이다.
극장 역시 아이들이 친숙함을 느낄 수 있도록 극장의 구조와 운영방법, 사물배치 등의 여러 곳에서 세심한 배려를 하고 있었다. 공연관람이나 전시를 보기 위해 극장을 찾은 아이들은 극장을 둘러보며 예술에 대한 호기심을 느끼게 되고 타인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면서 풍부한 인성의 소유자로 성장하게 된다. 이런 풍토 속에서 자란 아이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 자신의 삶의 일부처럼 극장을 찾게 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결과로 보였다.
지역의 공연장은 지역 아동청소년들의 인성 교육공간이 돼야 한다. 모든 예술은 인간 삶의 세련된 표현행위이다. 인간 삶의 모습이 다양하듯이 예술행위 역시 다양하다. 다양한 예술에 접하는 것이야말로 다양한 타인의 삶을 인정하고 존중하며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최고의 인성교육이다.
이 기 복 광주시연극협회장 청석 에듀씨어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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