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인천] 대선후보의 치부만 전하는 한국의 언론보도

한국의 대통령이 선출만 되면 제왕처럼 권력을 휘두르다 결국은 초라한 신세로 전락하는 자리가 되고 있다. 이익을 좇아 추종하던 세력은 사라지고, 국민의 존경도 얻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신하에 견제받던 왕보다 더한 권력을 행사하는 비민주적 대통령제가 이어지며, 대통령을 만들어 한자리하겠다는 사욕으로 뭉쳐진 집단들 탓에, 이번 대선정국도 민주주의의 폐해만이 부각되고 있다. 다행이라면 물리적 충돌없이 입으로만 싸운다는 정도이다. 동방무례지국의 볼썽사나운 선거전으로, 대통령이 진정으로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자리라면 결코 지금과 같은 모습이 연출될 수는 없다.

이 모든 것이 언론이 사익을 위해 방향을 망각하여 초래되는 문제이다. 국민은 언론보도를 통해 대선후보들을 만나는 것으로, 언론의 역할은 실로 막중하다. 그런데 언론이 조명하는 대선후보의 면면은 세계에 한국의 국격을 추락시키는 수준이다.

미래비전은 커녕 발언 트집 잡기나 사생활 들추기가 대선후보의 검증이라면 그깟 훌륭하지도 않은 인물들을 무엇 하러 보도하는가. 그저 추악한 정치인들의 행사라 치부하며 보도는 최소한으로 자제할 일이다. 국민에게 결점투성이인 사람을 국정운영의 책임자로 선택하라는 말인가.

대선후보의 비호감도만을 부각시켜 놓고 이제는 실점 경쟁만 한다며 비아냥대듯 하는데 다 언론이 유도한 것 아닌가? 정치권의 치졸한 싸움을 부추기듯 하며 선거전을 혼탁하게 만드는 것은 지켜야 할 언론자유의 가치를 훼손하는 행위이다.

국민이 국가경영을 맡길 대선후보의 무엇을 알아야 하는가? 개인의 흠결이란 무엇인가? 이제는 본인도 아닌 가족마저 들춰대며 대통령의 자격을 말한다. 개인의 인권과 자유의 무한한 보장이 최고의 선이라 주창하더니, 그렇다면 개인의 선택사항인 배우자나 자식의 삶은 어디까지나 그들 자신의 책임하에 있는 것이다.

흠 있는 자와 결혼하면 안 되고, 부모 뜻대로 자라지 않는 자식은 버려야 하는가? 공직 수행에 가족이 문제라면 모든 공직자를 검증대상에 올려야 할 것이다. 국모니 하는 표현도 대통령을 왕으로 생각하지 않고서야 나올 수 없는 계급적 발상이다.

대통령의 국정운영 능력은 개인의 문제일 뿐이다. 대선후보의 가정사는 그저 뒤에서 수군거릴 가십거리로 충분하다. 후보들의 발언을 망언이라 떠버리는 자들의 발언이 바로 망언이다.

진정으로 대선후보들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면 언론은 세계방방곡곡에 한국의 치부를 드러내지 말고 그들에게 후보직을 사퇴하라 말하라.

모세종 인하대학교 일본언어문화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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