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인천] 우리 학교에 예술가가 있다면

대학 생활이 뭐기에, 2학년이 되면 1학년 때 풍겼던 고등학생의 태는 사라지고 대학생스러워졌다. 3학년은 완전히 훌륭한 선배님이고 4학년은 학과 안에서 만나기 힘든 존재가 된다. 그렇게 보면 다가올 3월은 정말 초유의 사태다. 학교에서 수업을 받아보지 못했던 2, 3학년과 신입생이 나란히 함께 등교하는 것이다. 거의 모든 학생이 신입생인 셈이다.

매년 하던 오리엔테이션으로 되겠는가. 어떤 재학생들은 편하다고 비대면 수업을 선호하게 되었다. 이런 상황이니 더욱이나, 서로 얼굴도 익히고 이름도 외우고 마음도 열 수 있는 그런 프로그램이 뭘까 고민하게 된다. 역시 제일 좋은 건 ‘단막극 워크샵’이다. 조를 짜서 소리도 지르고 몸도 풀고 함께 대사도 외워보고, 다른 조 앞에서 실연한다는 목표하에 강당 같은 데 모이고, 누군가 지도를 하고…고민은 ‘아, 공연예술학과가 있지!’로 이어졌다. 이 학과 교수님을 만나서 함께 의견을 나누다가 멋진 방향을 찾아냈다.

그런데 이처럼 학교 안에 예술가가 상주하는 곳이 몇 군데나 될까. 더 운좋게 그 예술가가 미래의 시민인 학생에게 관심을 갖고 있는 경우는 얼마나 될까. 이렇게 좋은 환경을 우리만 누려도 되는 것일까.

학교, 특히 초중고에 함께 논의할 수 있는 예술가가 상주하면 어떨까. 선생님이 예술가인 경우를 제외하면 학교에 예술가가 상주하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 같다. 인천시에 초등학교가 258개, 중학교가 126개, 고등학교가 126개, 총 510개교. 자신의 작업에 몰두하면서도 자신의 역량과 시간 일부를 학생들에게 내어줄 수 있다는 예술가가 있다면, 그들에게 학교의 공간을 작업실로 내어주면 좋겠다. 잘 찾아보면 비는 공간들이 생겨나고 있는지도 모른다. 옆 방에서 무언가 작업하고 있는 예술가는 학생들에게 교과서만으로는 힘든, 상상력과 창의력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이미 광주시 혁신학교에서도 이런 사례가 있었으니, 아주 어이없는 이야기는 아닐 것 같다. 예술가에게는 필요한 공간을 줄 수 있고, 학생들에게는 예술적 경험과 함께 학교생활을 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그렇게 된다면 인천의 미래 시민들은 조금 더 풍성한 삶을 누리게 될 수 있지 않을까.

한상정 인천대 불어불문학과 문화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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