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인천] 팬데믹 헤쳐나가는 한류 문명

변이 바이러스의 끊임없는 출현으로 글로벌 팬데믹이 장기화 국면이다. 가족이 확진 판정을 받아도 얼마 전처럼 충격에 휩싸이지 않는다. 양성으로 1주일간 자가격리를 마치고 정상으로 돌아온 지인이 웃으며 농담을 건넨다. “확진되지 않았으면 사회생활 잘못한 거야.” 그렇다. 코로나 19에 대한 걱정, 불안, 스트레스는 사그라지지 않지만, 인류의 탐욕으로 빚어진 전염병인 만큼 심한 독감으로 치부하고 여러 사람들 자주 만나며 함께 살아가야 한다.

팬데믹은 일상의 삶과 문화를 빠른 속도로 바꾸고 있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블록체인, 사물인터넷이 결합된 디지털 세상으로의 문명적 전환이 갑작스럽게 일어나고 있다. 이미 준비됐던 첨단기술이 예비 시험단계 없이 눈앞에서 새로운 뭔가를 자꾸 만들어내니 코로나19가 2030년을 2020년으로 앞당기는 타임머신 역할을 하는 듯하다. 비대면 사회의 생활패턴에 맞춘 비즈니스가 세계 곳곳에서 선보이고 있고 친환경 기술, 가치 소비, 자원순환 모델이 확산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오래 지속되면서 갖힌 자의 고립과 고독을 치유할 수 있는 문화적 삶에 대한 갈망도 커지고 있다. 문화(culture)의 어원은 ‘경작’ ‘재배’를 뜻하는 라틴어 ‘colore’에서 파생돼 농업(agriculture), 박테리아 배양(bacteria culture)에 문화라는 말을 붙인다. 문화는 자연상태에 인위성을 가미해 변화시키고, 창조적 변용을 이루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고급문화, 대중문화, 민속문화, 민족문화, 민중문화, 대량문화, 노동문화 등 다양한 범주로 나눌 수 있지만 문화는 결국 인간집단의 상징체계와 생활양식 전반이라고 규정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한류를 생각해 본다. 방탄소년단(BTS) 소속 멤버의 실수 한 마디에 멕시칸 전통요리 이름이 바뀔 정도다. 그 멤버가 SNS 영상에서 아보카도, 콩, 채소가 들어간 치폴레를 ‘치콜레’로 잘못 발음하자 미국의 거대 멕시칸 음식 프렌차이즈 업체가 트위터 계정을 치폴레에서 치콜레로 수정했다고 한다.

변방의 낯선 음악이었던 케이팝(K-POP)이 세계적 아이콘으로 성장했고, ‘오징어게임’ ‘지옥’ 등의 K-드라마가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K-드라마 흥행은 ‘겨울연가’에서 시작해 ‘대장금’, ‘별에서 온 그대’, ‘태양의 후예’, ‘도깨비’, ‘사랑의 불시착’ 등으로 이어졌다. 아시아에서 시작된 한류가 북미, 남미, 유럽, 중동, 아프리카 등으로 확대됐다. 부국강병의 나라보다 문화강국을 소원했던 김구 선생의 꿈이 실현되고 있는 듯하다.

한류가 시류를 탄 인기로 끝나서는 안 된다. 참여, 소통, 다양성, 협치, 분권의 가치를 담은 문화가 우리 일상에서 자리 잡아야 한다.

박희제 인천언론인클럽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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