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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 연화장

예전에도 수원시 연화장에선 다양한 문화 행사가 있었다. 지난 2006년 9월30일 개최된 ‘하늘과 땅 사이 행복한 음악회’는 당시로서는 상당히 파격적인 문화행사였다. 무용가 장정희 선생의 진혼 무와 현 수원시 서예박물관 명예관장인 근당 양택동 선생의 붓글씨 퍼포먼스, 그리고 김현탁 시인의 ‘하늘나라로 보내는 편지’는 연화장의 또 다른 의미를 부여하기에 충분했다. 이후 몇 차례 작은 음악회를 개최하면서 수원시 연화장은 다른 장묘시설과는 차원을 달리하게 되었고 최근 고 노무현 전(前)대통령을 모시면서 다시 한 번 연화장은 우리나라는 물론 국제적으로도 유명한 건축물이 되었다.

얼마 전 새로 부임한 수원시 연화장 관리 책임자로부터 한통의 전화가 왔다. 자신이 부임한 연화장을 관리하기에 앞서 직접 설계한 건축가의 설계 개념은 어떤 것인지를 알고 싶으니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방문해서 근무하는 분들을 상대로 강의를 해 줄 수 없느냐는 정중한 부탁이었다. 설계자로서 흔쾌히 승낙을 하고 며칠 후 연화장을 방문했다. 그 때, 강의에는 연화장 근무자 뿐 아니라 시청에서 근무하는 담당 책임자도 참석한 것을 보고 수원시가 많이 개방적으로 변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좋았다. 연화장 주변을 돌아보며 현장에서 직접 설계 의도를 설명하는 기회를 가졌는데 승화원 홀에 전시 되어 있는 지역 화가들의 작품 전시회가 눈에 띠어 신선한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나는 연화장 주변을 돌아보면서 몇 가지 아쉬운 점을 발견 하고 고민에 빠져있다. 우선은 무연고자 위령탑을 중심으로 위계를 가지고 있던 연화장이 바로 옆에 비슷한 형태의 조형물(?)을 하나 들여놓으면서 중심이 깨진 것을 느꼈다. 아마 이곳을 방문해 보신 분이면 누구나 느낄 수 있는 어색함일 것이다.

왜 그런 형태가 그곳에 있어야 하는지 참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무연고자 위령탑은 단순히 분골을 처리하는 곳이 아니다. 그곳은 무연고 연령들을 위로하고 모시는 곳이다. 거기에 부수적으로 사정이 여의치 않거나 납골 기간이 지난 가신님의 분골을 임시로 보관하는 기능을 부가 했을 뿐이다.

위령탑은 천년을 산다는 학을 형상화 하였다. 상부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은 추를 타고 내려와 수반에 떨어지면서 동심원을 그리게 되는데 이는 영원과 탄생을 의미한다. 주변에 작은 하얀색 자갈들은 수많은 가신님을 상징한다. 그리고 그곳에 물을 담아둠은 항상 깨끗함을 유지하게 함이요, 주변 둘레석의 흑과 백은 사계를 뜻함인데…. 하얀 자갈들을 밟고 가야 분향이 가능한 향로설치 등은 누구의 아이디어인지 모르겠다. 연화장 배치개념 등을 한참 설명하다 머리를 돌려 주변을 보는 순간 나는 또 한 번 이해할 수 없는 환경에 접하게 되었다. 대한민국 환경문화상과 한국건축문화대상을 받은 연화장 한편에 아주 높은 옹벽과 함께 그 위에 시공되고 있는 건축물의 조화롭지 못함이다. 무어라 형언하기가 어렵다. 사정이 있었겠지만 최소한 연화장을 설계한 건축가와 단 한번만이라도 상의를 했다면 지금과 같은 경우는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얼마 전 이 칼럼을 통하여 한번 의견을 낸 적이 있었는데….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현 상황에서 어떻게 하는 것이 최선책인지를 머리를 맞대고 생각해보자.

한 건축가가 자기의 작품으로 인하여 사람들의 문화 마인드를 한층 더 발전시켰다면 그보다 더 영광스러운 일은 없을 것이다. 연화장은 이제 수원 시민의 것만은 아니다. /김동훈 건축사·㈜진우건축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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