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은 온 몸을 던져 자기를 비워내는 작업이며 자기를 낮추면서 몸과 마음을 닦는 것입니다.”
최근 건강과 마음의 수양을 위해 작은 공간에서도 언제나 실천할 수 있어 유행하고 있는 108배에 관한 책을 선물로 받았다. 쉼 호흡을 하며 손을 모은 뒤 몸을 낮추고 머리를 바닥에 대고 다시 일어나는 것을 반복하는 동작이다. 히말라야 고산지대의 티베트에서는 온 몸을 쭉 펴서 땅바닥에 닿게 하는 오체투지를 한다. 그 자세는 신과 자연, 그리고 삶에 대한 그들의 경외감을 표현하는듯 했다. 최근 필자는 108배를 하게 되면서 이 동작이 종교와 관계없이 근본에 대한 성찰을 하게 해주며 비틀린 몸과 마음을 바로 잡아주는 아주 매력적인 운동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아래보다는 맨 위로 가려는 경쟁, 낮추기보다는 군림하려는 자세, 듣기보다는 말하기가 우선인 우리 사회 곳곳에 108배를 해 보라고 권유하고 싶다. 배타적인 경쟁과 숨 돌릴 여유조차 갖지 못하고 잠자는 시간조차 맘대로 누리지 못하는 학생들. 그들의 책상머리에 “네가 꾸고 있는 10분의 잠은 영원히 너를 잠들게 할 수 있다”는 글은 섬뜩하기조차 하다.
무엇을 위해 공부하는가에 대한 성찰 없이 무조건 내몰리듯 한 공부는 대학에 들어가고 나면 매우 허망해진다.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다시 취업을 위해 도서관과 학원과 영어연수를 떠나게 되는 젊은이들. 토익시험 답안이 인터넷검색 1위에 오르는 대한민국. 영어시험이 전 세계에서 가장 과열돼 있는데 영어활용과 실력 등은 그리 높지 않은 대한민국의 현주소. 한달에 월급을 80만원 받는 비정규직이 거리에 넘쳐나는데 학원비가 한달에 80만원을 넘나들고 있다. 무한경쟁을 외치며 기업들은 정규직을 쓰지 않고 비정규직으로 때우고 무한경쟁 입시와 취직 등을 위해 학부모와 학생들은 학원비를 쏟아 붓고 있어 이는 마치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와 같다.
국민들의 목소리를 듣기보다는 상대를 헐뜯고 후보들끼리 비난하기에 바쁜 대선 후보들에게도 108배를 권한다. 단기간에 불도저처럼 밀고 나가며 경제 성공 신화를 만들어 내는 지도력이 필요한 시대인가. 성장의 그늘 아래 양극화돼 가는 사회현상을 극복하고 치유할 지도력이 필요한 시대인가. “밑 빠진 독에 물을 채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한 선사가 화두를 던지던 영화에서 해답은 간단했다. 독에 물을 퍼 나르기에 급급한 게 아니라 독을 들고 물이 있는 곳에 첨벙 던지는 게 해결책이었다. 근본적인 성찰과 대안 등이 필요한 때이다.
유 정 희 전교조 경기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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