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실험용 쥐입니까?” 오는 17일부터 10개월 동안 성분명 처방 시범사업이 실시될 예정으로 있는 국립의료원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대한의사협회가 성분명 처방실시 반대를 위해 만든 구호문이다. 전국의 의사들은 지난달 31일부터 정부가 건강보험 재정 절감이라는 취지로 강행하려고 하는 성분명 처방을 저지하기 위해 “국민건강을 담보로 생체 실험하는 성분명 처방사업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하며 휴진에 들어 갔었다.
성분명 처방이란 의사가 성분명으로 처방하고 해당 성분의 품목 중 약사가 어떤 제품으로 조제하더라도 상관하지 않는 제도이다. 그러나 의약품은 성분이 같더라도 각각의 의약품이 갖는 유효 성분의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에 약효가 동등하다고 인정받은 의약품으로 대체해 조제하더라도 심각한 약화(藥禍)사고를 야기할 수 있다.
7년 전 의약분업 시작 이전을 돌이켜 보면 약국에서 약사의 임의 조제로 환자가 약을 사 먹음으로써, 약물의 오·남용이 심했고 이런 취지로 의·약·정 합의로 의약분업이란 제도를 시행하게 됐다. 그때도 준비가 되지 않은 의약분업 실패를 우려, 진료현장을 이탈한 의사들이 격렬히 반대했던 것을 국민들은 기억하실 것이다.
7년이 지난 지금은 어떤가. 다시 약사와 환자가 상의해 약을 마음대로 바꿔 사용한다면 이는 의약분업 취지에도 어긋나고 그동안 의약분업이 좋은 제도인 줄 믿고 높은 보험료를 내면서 협조해온 국민들을 다시 혼란에 빠뜨리게 된다.
환자는 의사를 믿고 진료받는데, 약사에게 자기의 건강권을 맡기는 셈이 되니 다시 의약분업 이전으로 돌아가게 되는 것이다. 이는 7년 전 의사들이 반대하던 의약분업의 실패를 인정하는 셈이다. 그러므로 의료계는 하나가 돼 성분명 처방 저지에 적극 나서게 된 것이다. 대한병원협회도 정부의 성분명 처방 사업과 관련, “의약분업의 기본 원칙을 훼손하는만큼 즉각 중단하고 의약분업 관련 정책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를 조속히 시행해 문제점을 개선하라”고 촉구했으며, 의학계도 환자의 질병 상태를 고려하지 않는 성분명 처방으로 복제 약 사이에 무차별 적으로 대체 조제가 이뤄질 경우 환자에게 치명적 약화사고를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번 사태를 단순히 이기집단의 시위라고 간과하기 보다는 좀 더 귀를 기울여 7년 전과 같은 우(愚)를 범하지 않아야 겠다.
최 원 주 최원주 산부인과 원장 경기도의사회 섭외이사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