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아무리 비싼 구두라고 해도 막 사서 처음 신는 순간만큼은 어색하기 짝이 없다. 왠지 발가락도 끼는 것 같고, 발등도 아픈 것 같아 불편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혹시 구두를 잘못 산 것 아닐까 생각하고, 헌 구두를 계속 신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부질없는 생각까지 잠시 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정말 잘못 만들어진 구두를 산 경우를 제외하고는 새 구두를 신었을 때의 어색함과 불편함 등은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 대부분의 경우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새 구두에 익숙해지고, 헌 구두를 그리워할 이유는 순식간에 사라지고 만다.
지금 인천항은 새 구두를 신었다. 새 구두의 이름은 항만노무인력 상용화다. 100여년 동안 계속돼 오던 항운노조의 인력공급 체제가 하역사별 상시고용 체제로 바뀐 것이다. 100년 동안 신었던 구두를 버리고 다른 것으로 바꿔 신는다고 상상해 보라. 발이 얼마나 불편하고 어색하겠는가.
당연히 많은 사람들이 우려와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800여명 가까운 항운노조원들이 명예퇴직을 신청해 인천항을 떠나게 됐고, 하역사들은 노조원의 상시 고용 전환에 너무 많은 비용이 든다고 하소연이다. 새롭게 뽑아야 할 대체 인력의 규모와 채용 방법을 놓고도 말들이 많다. 모두가 일리 있는 주장이고,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이 모든 불편과 걱정은 항만노무인력 상용화체제가 새 구두이기 때문이다. 구두가 아직은 익숙하지 않고, 낯설기 때문이지 구두 자체가 잘못된 것은 절대 아니다. 새 구두를 신게 되면 뒤꿈치가 벗겨지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렇다고 좋은 새 구두를 버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지금은 100년 된 낡은 구두를 버리고, 새 구두로 바꿔 신겠다는 큰 결단을 내린 관계자들을 격려하고 칭찬해 발이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시기이다. 결코 그들을 비난하거나 사소한 불편으로 그들의 결정을 뒤흔들어서는 안된다.
그저 새 구두가 발에 익숙해질 때까지 조금만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 주면 된다. 단언하건대 2~3년의 시간만 지나면 항만노무인력 상용화라는 새 구두가 인천항의 힘찬 발걸음에 날개를 달아줄 것이라고 확신한다.
서 정 호 인천항만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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