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감기에 들면 무슨 몹쓸 놈이 나를 괴롭히는 것 같은 불쾌한 감정에 사로 잡히게 된다. 그래서 독한 약을 지어먹고 빨리 낫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독한 약은 내 몸의 기운을 축내고 약을 먹어 나아가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만 하고 결국 대부분의 감기 바이러스들을 거의 우리 몸의 면역계 혼자 이겨내게 된다. 결국 약을 먹어야할 만큼 합병증이 의심되는 심한 감기가 아니면 우리 몸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충분한 휴식과 수분 공급이 가장 좋은 방법이 된다.
우스갯 소리로 감기약을 먹으면 1주일 만에 낫고 먹지 않으면 7일 만에 낫는다고 한다. 감기약을 먹으면 더 빨리 나을 거라는 기대일 뿐이다. 이성적으로 본다면 당연히 약을 먹으면 감기가 나아진다고 확신하지만 약의 효능은 어떤 면에서 아무짝에 소용없고 오히려 몸의 면역 작용이 일어나는 것을 방해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감기 초기의 발열현상을 두고 보자. 대부분의 젊은 엄마들은 아기가 감기로 열이 나면 해열제부터 먹인다. 그런데 심한 고열로 경련과 같은 뇌 자극을 일으키지 않는다면 발열은 상당히 훌륭한 치료제에 해당된다. 우선 열이 나면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의 번식을 억제하고 동시에 다양한 면역물질들이 형성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젊은 엄마들은 우선 해열제를 먹여 엄마의 불안을 줄이려고만 하는만큼 아기의 몸에서 기껏 있는 힘, 없는 힘을 다해 열을 올린 것을 무용지물로 만들어 버린다. 감기로 열이 심하지 않으면 최대한 편안하게 쉬게 하고 수분을 충분하게 공급하면서 소화하기 쉬운 부드러운 음식을 주고 기다리면 된다. 가벼운 열인 경우에는 이마나 머리 등을 식힐 수 있게 옛날 엄마들이 한 것처럼 냉찜질을 하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현대인은 지식이 많고 이성적인 사람을 좋아하는 것 같다. 그런데 이 똑똑한 이성은 몸뚱이가 사는 세상과 약간 동떨어진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언제나 우리의 정신은 몸과 같은 육체는 어리석기 때문에 올바른 이성으로 몸을 잘 지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의 오만한 정신은 항상 몸이 만들어주는 영양과 건강의 혜택은 인식하지 않고 또한 몸이 오랫 동안 진화해오면서 만들어낸 자발적이고 생리적인 지혜를 무시하는 경향을 가진다. 마치 한 나라를 다스리는 정부의 생각과 국민이 느끼는 삶의 생활이 다른 것처럼 그렇게 서로가 서로를 잘 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나라의 위정자는 언제나 국민을 위한답시고 훌륭한 정책을 내세우지만 정작 국민이 살아가는 데는 더한 고통을 안겨주는 경우가 허다하다. 감기를 대처하는 우리네 모습과 한 나라를 다스리는 위정자의 허둥대는 모습이 참으로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조 용 주 두리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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