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택 단풍철이 한창인 요즘 많은 관광객들이 화려한 단풍을 찾아 길을 떠난다. 만추의 단풍을 즐기고 어김없이 지역의 맛집에 들러 여행의 피로를 풀고 오는 것이 하나의 통과의례처럼 자리 잡았다. 경기도를 대표하는 음식은 무엇일까? 양평의 봄나물, 여주의 땅콩, 강화도와 서해안의 해산물 등 다양한 식재료가 있음에도 경기도를 대표하는 음식을 떠올리기는 쉽지 않다. 필자는 경기도를 대표하는 음식으로 기름지고 찰진 경기미로 지은 쌀밥을 떠올린다. 강원도에서 발원한 한강이 흐르는 경기도는 예로부터 비옥한 농토에서 품질 좋은 쌀을 생산했다. 이미 5천년 전 신석기 시대 한강 일원에서 벼농사가 시작된 것을 증명하는 고양의 가와지 볍씨가 출토됐고, 조선시대 임금님께 진상하던 김포 쌀과 이천 쌀의 명성은 자자해서 밥맛 좋은 쌀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으며 경기미의 품질은 자타가 인정했다. 그러나 화려했던 경기미의 전성시대는 가고 핵가족화와 식습관의 변화, 외식산업의 발달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지난 10년간 쌀 소비량은 점진적으로 줄어들고 있어 농가의 시름이 깊어만 가고 있다. 쌀 소비 촉진을 위해 경기도에서는 한때 유명 커피 프랜차이즈와의 협업을 통해 경기미로 떡을 만들어 판매하려는 시도도 있었지만 큰 성과를 보지는 못했다. 이제 쌀 소비시장의 변화에 주목하며 주식으로서의 쌀에만 주목할 것이 아니라 다양한 소비를 창출해야 쌀농사가 지속되고 쌀 농가도 유지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필자는 6차산업과 연계한 농경문화 체험프로그램을 통한 지역 관광 활성화와 새로운 제품개발 그리고 지역별 전통주의 육성을 통한 경기도 쌀의 소비 진작을 제안한다. 논농사를 중심으로 우리의 농경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과 소비자의 트렌드에 맞춘 신상품 개발의 사례로 평택 미듬영농조합법인(대표 전대경)은 쌀과자 제품을 비롯한 다양한 우리 농산물 가공 상품을 통해 스타벅스, 이마트, 홈플러스 등의 유통 채널을 통해 판매하고, 아시아나 항공 등에도 납품해 농가소득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다음으로 쌀 소비량 증대에 이바지 할 수 있는 방법은 지역마다 개성 있는 전통주를 빚는 것이다. 경기도에는 김포 문배주, 포천 이동막걸리, 가평 잣막걸리, 양평 지평막걸리 등 다양한 전통주와 막걸리의 전통이 있다. 최근 다양한 전통주가 출시되며 젊은 층에게도 호평을 받고 있으며, 술 시장에서 전통주의 비중도 점차 늘어가는 추세이다. 또한 막걸리에 국한되었던 전통주가 약주와 증류주 등 부가가치가 높은 프리미엄 전통주 시장을 개척하며 다양한 상품이 개발되고 있다. 경기도를 살펴보아도 여주 지역에서 생산되는 과하주인 술아, 용인의 영농법인인 술샘에서 용인 쌀로 빚는 막걸리인 술취한 원숭이, 약주인 감사, 증류주인 미르, 김포의 선호 막걸리, 평택의 호랑이배꼽 등 다양한 프리미엄 막걸리와 약주, 증류주 등이 전통주 마니아를 중심으로 점차 시장 점유율을 늘리고 있으며, 농림축산식품부에서도 6차산업 활성화를 위해 찾아가는 양조장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경기도에만 7군데의 양조장이 있다. 파주 산머루농원, 포천 산사원, 가평 우리술, 화성 배혜정도가, 용인 술샘, 안산 그린영농조합, 평택 밝은세상영농조합이 선정되어 양조장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수도권 관광객을 맞이하고 있다. 쌀 소비량 감소로 인한 고민을 풀기 위해서는 이처럼 6차산업형 체험관광의 활성화와 단순히 기호식품이 아닌 우리의 발효문화인 다양한 전통주와 양조장을 거점으로 하는 농촌체험 관광상품이 다양하게 나와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경기도와 각 지자체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게 요구된다. 맛좋고 찰진 쌀밥과 다양한 전통주로 경기미가 다시 소비자에게 사랑받고 소비되는 날을 기원한다. 한덕택 남산골 한옥마을 예술감독
오피니언
한덕택
2018-11-14 21: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