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사시대부터 하늘에 기원하고 감사하는 종교적 제의에서 시작한 축제의 정신은 지금도 우리의 민속이나 명절에 흔적을 남기고 있다. 하지만 제의적 기능과 별개로 축제는 현대인이 즐기는 문화 활동이자 놀이로서 다양하게 진화 발전하고 있다. 지친 도시의 일상에서 탈출해 축제를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새로운 문화 체험을 통해 삶의 활력을 되살려주는 축제의 순기능은 축제의 발전에 큰 동력이 되고 있다.
현대사회에서 축제는 하나의 문화관광산업으로 지역 경제의 활성화와 도시 브랜드가치 제고 등 다양한 유무형의 가치를 갖게 되었고, 특산품이나 볼거리, 먹거리 등을 중심으로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기 때문에 해당 지자체의 경제 활성화를 위해 치열한 아이디어 개발과 모객에 힘쓰고 있다. 하지만 이런 경쟁은 때때로 축제 본연의 정신을 벗어나 양적 성장과 성공한 축제 베끼기 등 부작용을 낳기도 하고 지역 축제가 개성을 상실하는 폐단에 이르기도 한다.
한강을 품고 국토의 중심부에 위치한 경기도는 도시와 농촌, 산과 강, 바다 등 다양한 자연환경과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소재로 한 다양한 축제가 진행되고 있다. 올 가을 다양한 축제가 지역의 정체성과 차별화된 콘텐츠로 도민들은 물론이고 수도권 주민들에게 축제를 통해 일탈과 체험을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으면 한다.
지난 태풍 콩레이의 북상에 따라 많은 축제들이 취소 내지 축소 운영됐다. 오랜 시간 예산과 인력을 투입해 준비해온 축제가 천재지변으로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하면 허탈감은 물론이고 축제를 기다렸던 도민이나 주최측 모두 맥이 빠지며 재정을 낭비하게 된다. 얼마 남지 않은 가을을 즐길 수 있는 지역의 대표 축제를 테마에 따라 추천해보니 가족들과 함께 축제의 장으로 떠나 함께 웃고 즐기며 지역에 활력을 불어 넣어주었으면 한다.
경기 북부지역에 위치한 양주시는 회암사지 일원에서 태조 이성계와 함께하는 힐링여행이라는 주제로 회암사지 왕실축제를 개최하며, 인접한 의정부시도 제33회 회룡문화제를 준비하고 있다. 두 축제 모두 조선시대 궁중문화와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과 공연을 준비하고 있어 자녀들에게 좋은 교육과 체험의 시간이 될 것이다. 경기 남부에 위치해 남한강을 끼고 있는 이천시에서는 예부터 임금님께 진상하던 이천 쌀의 전통을 이어받아 친환경 재배한 쌀을 중심으로 전통농경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이천쌀문화축제를 열며, 이웃한 여주 또한 다양한 농산물을 중심으로 옛 나루터를 재현한 흥겨운 장터형 축제인 여주오곡나루축제를 개최한다.
또한 단풍이 물들고 억새꽃이 피는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축제도 개최되니, 경기 동북부지역의 포천시 산정호수 명성산 억새축제와 동두천시 소요산단풍문화제는 깊어가는 가을을 만끽할 수 있는 편안함과 휴식을 제공할 것이다. 또한 잣향기 가득한 가평 자라섬 일대에서는 대한민국 대표 공연예술축제 중 하나인 자라섬재즈페스티벌이 진행되어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의 수준높은 연주를 들을 수 있다. 이처럼 도내 곳곳에서 진행되는 축제는 도민들의 참여와 관심이 있어야 성장하고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으니, 가을이 깊어가는 경기도의 들과 산으로 축제를 즐기러 떠나봅시다.
한덕택 남산골 한옥마을 예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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