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국민문화향수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연간 미술관 방문 횟수는 평균 2.23회(2016년 기준)라고 하는데 이런 반응도 무리는 아니다. 미술관이나 화랑에 전시관람을 자주 가지 못하는 이유로 비용의 문제나 바쁜 이유를 들고 있으나 기실은 현대미술이 어렵고 난해하다고 인식하기 때문에 관심과 흥미가 유발되지 않는 결과라 할 수 있다. 실제로 필자의 친한 친구들마저도 미술관이나 화랑에 갈 때 어떤 복장을 하고 가는지를 물어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미술관과 화랑을 구별하지 못하는 일은 다반사이다. 고학력 사회지도층이란 분들도 전시관람에 따른 기본적 문화나 정보를 체득하지 못하며 지내고 있다는 반증이다. 최근 미술관 정책의 중점과제는 관객개발과 관객들에게 양질의 미술문화를 향유케 하는 것이지만 관객 수의 증가는 그리 쉽지 않다. 미술관마다 다양한 교육 및 체험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지만 노력만큼 관객은 늘지 않는다.
미술관의 초기 형태는 개인이 진귀한 물건을 수집하여 보관하는 캐비넷(cabinet of curiosities)의 기능으로부터 비롯되었다. 진기한 사물을 수집하는 일은 자신만의 새로운 세계관을 소유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책상 서랍 안의 학용품 배치가 개개인마다 다르듯 사물을 수집하고 배치하는 관점을 키워가는 것은 오늘날 큐레이터의 역량과 유사한 것이었다.
왕실이나 귀족들이 소장하던 물건들을 일반 국민을 위해 개방함으로 근대적 의미의 미술관이 탄생했다. 근대의 미술관은 구조적으로 현실공간과는 격리된 특별한 공간이었다. 미술관 건물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신전에 올라가듯 계단을 밟고 올라가는 구조를 가졌었지만, 오늘날은 계단을 없애고 마치 동네 슈퍼마켓을 드나들듯 일상공간과 구별되지 않는 구조의 건축이 일상화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술관 가는 일이 이리도 힘든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미술작품을 너무 어렵게 생각하기 때문에 관심과 흥미가 유발되지 않는 점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기계공학을 전공한 엔지니어는 기계의 작동원리와 그 원리 속에 내재된 지식과 정보를 숙지하고 있고, 외국어 전공자들은 그 언어의 문법과 활용을 잘 알고 있다. 문외한들은 그 영역에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 미술 역시 그것이 가진 문법을 이해한다면 결코 난해한 영역이 아닐 것이다. 어려운 미술작품이라도 도슨트들의 해설을 들으면 쉽게 이해되고 흥미가 유발된다.
이런 경험들이 쌓이면 독자적으로 어려운 현대미술에 대한 감상능력을 갖출 수 있게 된다. 오늘날 미술관과의 거리감을 가지게 된 요인은 우리에게 어린 시절부터의 감상교육이 부족한 점일 것이다. 해외미술관에서는 어린이들이 전시장 내에서 교사들의 지도로 수업하는 장면들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어렸을 때부터 미술과 쉽게 접하며, 감상의 방법을 익히고 일상화하는 것이다.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미술관을 새로 짓고 규모를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관객들이 미술문화에 새롭게 눈을 뜨고 그 경험들을 삶에 녹여냄으로 그들의 일상이 창의적이고 풍요로워 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미술관의 의무이다. 이번 주말엔 가족들과 가까운 미술관을 한번 방문해보는 건 어떨까?
김찬동 수원시미술관사업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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