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은 두 국가가 만나는 경계선이자 교류와 협력의 지점이다. 북한은 북쪽으로 중국ㆍ러시아와 접하고 남쪽으로는 한국과 접하고 있다. 접경지역은 국가 간 교역이 발생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이 지역의 변화 동향을 살펴보면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을 가늠해 볼 수 있다. 특히 신의주-단둥과 나선-훈춘-하산 지역은 북ㆍ중 및 북ㆍ중ㆍ러 3국의 핵심적 무역거점으로서 매우 중요한 곳인데, 최근 신의주에서는 중국이 참여하는 첨단 신도시 개발 계획이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현재 20여개에 달하는 북중 국경통과지점의 시설을 개선하고 접경지역 인프라를 지속적으로 구축해왔다. 2016년 중국 국무원은 단둥, 지안, 린장, 허룽, 룽징, 투먼, 훈춘 등 북ㆍ중 접경지역 7개 도시를 국경지방 발전을 위한 개발ㆍ개방 중점지구로 선정했다. 북한도 황금평ㆍ위화도, 신의주, 압록강, 청수, 위원, 만포, 혜산, 무봉, 무산, 온성섬, 경원, 라선 등 북ㆍ중 접경지역에서만 12개의 경제개발구를 선정했다. 신의주 건너편 단둥에는 호시무역구(互市貿易區)와 세관건물이 신도시 지역에 새로 건설됐으며 최근엔 신압록강대교의 북측 도로연결 공사를 마치는 등 북ㆍ중 무역 재개를 준비하고 있다. 이 밖에도 접경지역 여러 곳에서 북ㆍ중 협력으로 수력발전소를 추가로 건설하고, 주요 거점도시를 원활히 연계하기 위한 도로ㆍ철도망을 구축하는 등 다양한 기반시설이 조성되고 있다. 남ㆍ북 접경지역도 미래 한반도 경제성장의 핵심 무대로 발전시키기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 과거엔 단절과 경계의 상징이었던 DMZ 접경지역을 앞으로는 남북 교류와 협력의 장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까지 발표된 접경지역 개발 계획을 보면 DMZ 자체에 의미를 부여해 평화공원을 조성하거나 관광명소로 만드는 구상이 주도했고, 남북한 경제협력을 위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준비는 미흡했다. 남북의 경계선인 DMZ를 기념하는데 치중하거나 단절된 현재 상황을 바탕으로 국토 발전계획을 추진할 것이 아니라, 하루빨리 DMZ를 가로질러 남북을 연결하는 인프라 구축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마치 생명체에서 혈관과 신경망을 잇는 봉합수술을 하듯 남북을 연결하는 철도ㆍ도로를 건설하고 물류유통망을 형성해 남북의 산업을 연계하는 구상이 필요하다. 더 이상 경제제재를 핑계로 삼지 말고 남북이 함께 경의선 고속철도 노선설계에 착수하자. 우선 남측 구간만이라도 접경지역 도로ㆍ교량 건설공사를 추진하는 등 당장 할 수 있는 일, 해야 할 일이 많다. 중국이 하는 상황에서 우리가 못할 이유는 없다. 지금 북ㆍ중 접경지역에선 이미 미래지향적 첨단 신도시 개발 계획을 준비하고 있는데, 우리는 과거의 늪에 빠져 남남갈등에 에너지를 소진하고 있어선 안 될 것이다. 민경태 국립통일교육원 교수
오피니언
민경태
2021-06-27 2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