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면서] “커피 나오셨습니다!”

독자들께서는 하루에 몇 잔의 커피를 드시는지 궁금하다. 필자는 두 잔 정도 마신다. 어느 통계를 보니 우리나라의 1인당 커피 소비량은 1.4잔으로, EU 다음 수준이다. 그래서인지 어딜 가나 커피를 마실 수 있다. 100원짜리 동전 넣고 빼먹던 커피 자판기는 사라진 지 오래다. 커피 품질이나 값도 장난이 아니다. 두 세 잔이면 교과서 한 권 값이다. 수업 때마다 커피는 한 잔씩 들고 오면서, 정작 교과서는 돈이 아까워 안 사는 학생도 있다. 커피 주문해놓고 기다리다 보면 어김없이 들려오는 말 커피 나오셨습니다!. 손님보다 커피가 대접을 받는 세상이다. 커피가 아무리 좋기로서니 커피 나오셨습니다!가 뭐람? 그뿐이 아니다. 만원이세요, 그 커피는 없으세요, 카드는 안 되세요, 아메리카노세요 이런 말들이 에스프레소처럼 내 입맛을 쓰게 한다. 아르바이트 하는 제자들에게 이런 말 쓰지 말자 했더니, 그렇게 하지 않으면 손님들이 싫어한단다. 그런데 한국 식당에서 아르바이트 하는 외국 유학생들은 이런 말을 별로 안 쓰는 것 같다. 한국어능력시험 준비하며 배운 대로 하기 때문이다. 도대체 누가 이런 엉터리 존대어를 퍼뜨렸을까. -시-는 사람을 높여주는 표현법이니 제발 사람에게만 붙여 주기를 바란다. 프랑스에 이런 커피점이 있다고 한다. 손님의 주문 표현에 따라 커피값을 다르게 받는다. 어이, 커피 한 잔! 이렇게 주문하면 우리 돈으로 1만원을 받는다. 그런데 커피 한 잔 주세요! 하면 6천원, 안녕하세요? 커피 한 잔 주시겠어요? 하면 3천원만 받는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어느 커피 체인점이 이런 할인 이벤트를 한 적이 있다. 좋은 시도라 생각한다. 가끔 뉴스에 진상 고객이 소개되곤 한다. 어떻게 저런 말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특히 사람을 전화로 대하는 콜 센터, 직접 대하는 은행 창구, 고속도로 통행료 접수 창구의 여성 직업인들이 언어폭력과 성회롱으로 상처를 많이 받는다고 한다. 사랑합니다, 고객님!으로 시작하던 KT의 안내 목소리도 그래서 사라졌다. 사람을 상대로 아르바이트를 하는 청년들도 그래서 많이 힘들어한다. 내가 이렇게 말하면 상대방은 어떻게 느낄까? 이런 역지사지의 공감이 아쉽다. 서비스를 받는 고객은 왕이고, 서비스 제공자는 종이라는 생각은 이제 접어야 한다. 모두가 존중받아야 살기 좋은 세상이 된다. 그리고 이런 말도 자주 쓴다. 저한테 여쭤보신 분, 제가 호명하신 분, 제 이름은 김 자, 한 자, 솔 자입니다그런데 이런 말들은 남이 아니라 자신을 높여주는 표현이니 고쳐 써야 한다. 대박먹방김밥 등 한국어 낱말 스물 여섯 가지가 최근 영국의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표제어로 새로 올랐다고 한다. 우리 말과 글은 한류 문화의 씨앗이다. 우리에게 훌륭한 말과 글이 있음을 자랑스러워 하며 잘 가꿔나갔으면 한다. 사물보다 사람을 존중하고, 나보다 남을 존중하는 배려의 말들이 우리 삶 속에 넘쳐나기를 기대하며, 독자들께 영화 말모이 시청을 권한다. 이의용 전 국민대 교수(생활커뮤니케이션연구소장)

[아침을 열면서] 연다는 것

연다는 것. 폭이 매우 넓은 표현이다. 시간과 공간과 관계 같은 인간사부터 천지개벽처럼 우주의 일에까지 쓰이는 까닭이다. 그뿐인가 한 세계를 열었다는 등 예술과 학문의 개화니 개척에도 두루 쓰인다. 아침을 열면서에 따라나온 생각 열기다. 아침을 연다고 하니 하루의 개시도 더 신선해진다. 시작이 좋으면 하루가 좋을 수 있고, 그런 날이 여일하게 이어지면 일생이다. 예부터 마당을 정갈히 쓸며 아침을 열어온 것도 그런 생의 마중이 아니었을까. 어머니들이 아침 든든히 먹여 내보내는 것 역시 하루 개시에 대한 무언의 응원일 것이다. 흔히 마음에도 연다는 표현을 쓴다. 거기서 시작에 대한 일종의 자세를 엿볼 수 있다. 우선 내 마음을 열어야 상대도 열 준비를 하는 것. 그렇게 상대를 더 이해할 수 있는 마음의 문을 서로 열어 보임으로써 소통의 길도 훤히 트는 것이다. 물론 마음을 열더라도 여는 정도의 넓이나 깊이에 따른 이해의 심급은 달라지겠지만. 귀도 연다는 표현을 입을 때가 많다. 여닫을 수 없는 귀를 연다고 하면 어떤 태도를 함축한다. 귀를 여는 게 곧 마음을 여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귀를 여는 것은 무엇보다 귀담아듣겠다는 마음의 준비를 내포한다. 상대의 말부터 경청해야 마음을 여는 의미도 사니 말이다. 경청의 자세는 남의 말 듣기보다 내 말하기 바쁜 세상이라 점점 귀해 보인다. 귀는 둘이요 입은 하나임을 익히 알 건만, 잘 듣기만도 그리 쉽지는 않은 것이다. 귀를 여는 것은 세상 만물의 말도 듣는 일이다. 풍진 세상에 나와 같은 시공간을 살아가는 뭇 생명의 말을 듣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오늘 아침 길에 나서며 무엇을 처음 만났는가. 맨 먼저 얼굴에 닿은 게 삽상한 가을바람이 아니었을까. 아니면 하루를 같이 여는 자동차라고 할 수도 있겠다. 늘 같이 아침을 여는 세상의 많은 동행들 수고 속에 일상이 돌아간다. 연다는 것을 톺아보니 새삼 넓은 의미를 발휘한다. 그만큼 무엇인가를 잘 연다는 것은 큰일이다. 특히 새로움을 열고 싶다는 것은 간절해서 더 어려운 일이다. 어느 분야나 새로움이 양식인 세상에 그 새로움을 열어내기가 점점 힘든 것이다. 글쓰기만 봐도 새로움에 대한 열망이 강할수록 무력감이 커진다. 게다가 자기 복제에 대한 두려움까지 데려오기 일쑤다. 어제와 다를 것 없는 오늘을 또 시작하는가. 쓰기를 닫고 싶다가도 쓰기로 다시 아침을 연다. 무릇 여는 것은 새로운 출발이다. 한 세계를 여는 것도 거기서 비롯된다. 마음 열기로 좋은 연을 만날 수 있고, 귀 열기로 좋은 작품을 얻을 수 있다. 여는 자세를 견지할 때, 바람의 말이나 외진 고샅의 신음도 들을 수 있다. 그것이 어려워도 잘 열면 잘 나가니, 직전의 고역쯤은 일용할 양식이다. 연다는 것, 그 새삼스러운 귀띔과 바람에 설레는 가을 아침이다. 정수자 시조시인

[아침을 열면서] 거꾸로 가는 ‘생각의 시계’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 1906~1975)는 인간의 조건으로 노동(labor), 작업(work), 행위(action)를 제시했다. 노동은 먹고살고자 하는 일, 작업은 질 높은 삶을 위해 하는 창조적인 일, 행위는 사람과 사람 사이를 잇기 위해 하는 행동을 말한다. 이 가운데 노동과 작업은 인간뿐만 아니라 다른 동물들도 하는 일이며, 행위는 수많은 사람으로 구성된 오늘날 사회에서 서로 의견을 내놓고 소통하는 일로서 오직 사람만이 할 수 있다. 한나 아렌트가 말한 행위에서의 소통은 서로 같은 생각을 이루는 게 아니라 각기 다른 의견을 가지고 조화를 이루는 다원화사회(多元化社會)를 일컫는다. 이것이 곧 우리가 인간임을 나타내는 조건이다. 인간다운 삶과 정치적 삶은 이런 행위로 말미암아 만들어진다. 지금 우리는 이와 반대로 가고 있다. 자기 목소리를 감추거나 포기하면서 같은 의견으로 통일된 목소리를 내려고 한다. 다른 목소리를 내면 설득하거나 응징하며 동질성으로 다듬어 집단 속으로 끌어들인다. 다른 목소리를 내고 싶은데도 외톨이가 되는 게 두려워 같은 목소리를 내야만 살아가는 세상이 됐다. 옳고 그름으로 소통하는 게 아니라 내 편 네 편으로 가르고 내 편이 하는 일은 무조건 정당하며 상대편이 하는 일은 옳은 일도 그르게 조작해서라도 삭제 시켜야 한다. 이렇게 나뉜 틀(frame)에 들어가지 않으려면 침묵해야 한다. 인간이 되기 위해 해야 하는 행위가 사라지고 먹고살기 위해 다른 동물들도 하는 노동과 작업으로만 살아가야 하는 그런 세상으로 변하고 있다. 일찍이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을 생각하는 동물이라고 정의했다. 수많은 철학자가 이 명제로 인간과 동물을 구분하기도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눈부시게 진보한 21세기에 이르러 생각하는 일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늘어 간다. 머리 아프게 이것저것 고민할 필요 없이 만들어준 틀 속으로 들어가기만 하면 힘들이지 않고 주류에 편입하며 일정한 지분의 권력까지 챙겨 큰소리칠 수도 있다. 이 빠르고 쉬운 지름길을 두고 누가 힘들게 에움길로 가려고 하겠는가. 대중의 지지를 받아야 하는 정치인들은 눈치 빠르게 이 달콤한 지름길을 맛깔스럽게 요리해서 제공한다. 그런 지름길을 만들면 쉬 동조자를 모아 목적을 이룰 수 있다. 이리하여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렇게 모두 정치인이 되거나 정치인의 추종 세력이 돼버렸다. 장자의 소요유(逍遙遊) 편에 5E96人雖不治5E96(포인수불치포) 尸祝不越樽俎(시축불월준조) 而代之矣(이대지의)라는 말이 있다. 요리사가 음식을 만들지 않는다고 해서 제사장이 제사를 내버려 둔 채 주방에 들어가 요리사를 대신해 음식을 만들지 않는다는 뜻이다. 우리는 각기 제자리에서 해야 할 일이 있다. 그러함에도 마치 내가 다 할 수 있다는 오만으로 내 일을 팽개치고 이 일 저 일 남의 일에 참견하면 조화와 질서가 무너진다. 김호운 소설가ㆍ한국소설가협회 이사장

[아침을 열면서] 동굴에서 광장으로

나는 말 많은 사람을 말다공증 환자라고 부른다. 그는 상대방의 관심이나 입장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생각과 감정을 쏟아내기에 바쁘다. 그래서 사람들이 기피한다. 남을 가르치거나 영업을 하는 사람 중에 그런 이들이 많다. 소통을 가르치는 나조차도 남들에게 그렇게 할 때가 있다. 여러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어느새 내가 대화를 주도할 때가 잦다. 그런가 하면 묵언 수행자도 있다. 도무지 말이 없다. 듣기만 한다. 말을 못하는 건지, 안 하는 건지 알 수가 없다. 답답하기 짝이 없다. 듣기만 하니 두려울 때도 있다. 그래서 소통을 가르칠 때 토킹스틱이란 걸 자주 사용한다. 토킹스틱은 작은 막대다. 여럿이 둘러앉아 어떤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다 보면, 말다공증 환자가 대화를 주도하기 시작한다. 그때 토킹스틱을 꺼내 그 사람 앞에 놓는다. 이제부터 말할 사람은 토킹스틱을 자기 앞에 옮겨놓고 이야기를 하기로 한다. 그러면 말다공증 환자들은 토킹스틱을 다른 사람에게 양보하게 된다. 덕분에 목소리 작은 사람, 말주변 없는 사람, 숫기없는 사람 앞에 토킹스틱이 놓인다. 회의 때 토킹스틱을 이용하면 골고루 발언할 수 있다. 토킹스틱은 물병 같은 걸로 대신해도 된다. 말하기, 듣기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도구다. 사람은 혼자 살아갈 수 없다. 남에게 도움을 주고, 남으로부터 도움을 얻으며 살아간다. 남으로부터 도움을 구하는 기술이 말하기, 남에게 도움을 주는 기술이 듣기다. 이 두 가지를 잘해야 인생을 풍요롭게 살아갈 수 있다. 말하기, 듣기에도 유형이 있다. 말하기, 듣기로 X, Y축을 만들면 4가지 유형이 나온다. 첫째, 말도 하고 듣기도 균형적으로 하는 사람. 둘째, 말은 안 하고 듣기만 하는 사람. 셋째, 듣기는 안 하고 말만 하는 사람. 넷째, 말하기도 듣기도 안 하는 사람. 첫째는 광장형. 내 이야기도 하고 남 얘기도 듣는다. 둘째는 정보원형, 또는 묵언 수행자. 내 이야기는 안 하고 남 얘기만 듣는다. 그러니 다른 사람과 관계가 생기지 않는다. 셋째는 마네킹형, 또는 말다공증 환자. 내 얘기만 하고 남 얘기는 안 듣는다. 쇼윈도 안의 마네킹처럼 다른 사람은 다 나를 아는데, 정작 나만 나를 모른다. 넷째는 동굴형. 말하지도 듣지도 않고 소통을 거부한다. 나는 과연 어느 유형에 가까운지 한번 생각해보면 좋겠다. 말하기와 듣기에 균형을 이루는 광장형이 되면 좋겠다. 그런데 그 균형이란 게 반드시 5대 5로 말하라는 건 아니다. 상대나 상황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어떤 때에는 불가피하게 묵언 수행자가 돼야 하고, 어떤 때에는 불가피하게 말다공증 환자가 되기도 한다. 부모와 자녀는 2대 8이 좋다. 그러면 상사와 부하, 상담자와 내담자, 고객과 봉사자, 교사와 학생은 몇 대 몇이 좋을까? 상대방이 좋아하면 된다. 상대방이 원한다면 얼마든지 말다공증 환자가 돼주자. 중요한 건 동굴에서 광장으로 함께 나오는 것! 이의용전 국민대 교수ㆍ생활커뮤니케이션 연구소장

[아침을 열면서] 인생 올림픽의 필승 조합

홍수ㆍ화재ㆍ폭염 등 전 세계적인 이상기후로 지구촌 곳곳이 몸살을 앓는 가운데, 우리나라도 폭염 한가운데서 힘겨운 여름을 보냈다. 코로나19 유행으로 폭염 속에서도 마스크를 벗을 수 없었던 이중고가 더 긴 여름을 실감하게 했다. 그 사이 2주간의 도쿄올림픽 중계는 높은 단계의 사회적 거리두기 탓에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었던 학생들이나 어른들에게 그나마 시원한 볼거리와 모처럼 마음 모은 응원으로 속풀이 같은 심리적 치유 효과도 있었을 것이다. 올림픽을 비롯한 많은 국제적 스포츠 축제는 세계 여러 나라 선수들이 인간 신체와 정신력의 한계를 극복하는 이야기가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한 실화로 쏟아져 나와 답답한 일상을 환기시켜주고 긍정적 자극을 준다. 이번 도쿄올림픽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선수는 브라질의 서핑 금메달리스트 이탈로 페헤이라가 아닐까 한다. 어릴 때 어부였던 아버지의 스티로폼 생선상자 뚜껑을 타는 것으로 서핑을 시작했다는 그는 올림픽 결승까지 얼핏 불운의 아이콘처럼 보였다. 올림픽 출전권 딸 때는 여권과 비자를 도둑맞고, 태풍 탓에 우여곡절 끝에 겨우 이미 시작한 경기 시간에 도착, 입고 간 청반바지를 그대로 입고 친구 보드 빌려서 예선을 치렀다고 한다. 그런 그가 올림픽 첫 경기에서 자기 보드가 두 동강이 나 또 다른 보드를 탔다. 페헤이라는 결승에서 어릴 때부터 잘 키워진 서퍼였던 강력한 경쟁자를 누르고 우승했다. 좋은 파도를 타겠다고 시간을 보냈던 경쟁자와 달리, 파도를 고르지 않고 자기만의 경기를 했던 그의 파란만장한 올림픽 여정은 올림픽 공식 트위터에 만화로 소개됐다. 정말 만화 같은 일이다. 한쪽 팔을 상어에게 잃고도 서핑으로 월드챔피언이 되었던 서퍼 배서니 해밀턴의 삶을 영화화한 소울 서퍼가 생각난다. ?즐기는 자와 포기하지 않는 자가 결합된 최고의 스포츠선수로 기억될 두 서퍼 이탈로 페헤이라와 배서니 해밀턴. 이들의 남다른 정신력과 투지는 이들만의 것이 아니다. 특별한 재능을 가진 사람에게 저절로 주어지는 신의 선물 같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어느 날 갑자기 생기는 것은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 이런 결과를 얻기까지 그 과정 안에는 연습과 시간이라는 두 가지 떼려야 뗄 수 없는 필승 조합이 있다. 올림픽이 많은 감동을 전해주는 것은 그곳이 필승 조합의 결과를 보여주는 향연의 장이기 때문이다. 연습과 시간. 이 두 가지는 우리 삶에 남다른 내공을 만들어가는 중요한 도구다. 나이가 젊든 아니든 스포츠를 떠나서 새로운 것을 배우고 익히고 숙련하는 시간은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속도와 효율에 대해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우리의 사회문화적 인식 속에서 긴 시간 연습하고 숙련하고 훈련하는 과정이 조급함과 조바심을 줄 수 있지만, 이러한 과정이 필요한 일들이 너무나 많다. 우리는 그 가치를 높이 평가하고 그런 시간을 기다려줄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 그것이 디지털 사회 속에서 인간을 진보하게 하는 힘을 발전하는 또 다른 축의 아닐까 한다. 전미옥 중부대 학생성장교양학부 교수

[아침을 열면서] 대륙·해양세력은 낡은 개념?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이라는 개념은 매우 오래된 얘기다. 역사적으로 대륙을 무대로 삶을 영위하던 세력과 해양을 무대로 삶을 영위하던 세력은 각자 주어진 자연환경에 적응하면서 서로 다른 방식으로 생존 능력을 발전시켰고 전쟁의 방식에도 큰 차이가 났다. 이를테면 대륙의 몽골 유목민들은 말을 타고 유럽을 침략했으며, 유럽의 제국은 배를 타고 아메리카 신대륙을 정복했다. 20세기 초 영국의 지정학자 맥킨더(H. Mackinder)는 유럽과 아시아를 합친 유라시아라는 개념을 최초로 제안했다. 유라시아 중심부를 지배하는 자가 전 세계를 지배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육상민족과 해양민족이라는 용어를 상호 적대적인 지정학적 개념으로 사용했다. 그는 대륙에 철도망이 놓이면 해양시대의 몰락과 함께 유라시아가 세계 권력의 중심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이러한 생각의 바탕에는 기술 발전에 따른 이동수단 변화가 있다. 세계를 주도하는 세력의 이동수단이 몽골의 말로부터 유럽의 배로 바뀌었고 미래에는 철도가 되리라는 것이었다. 오늘날에는 과거 지정학에서 중시했던 철도를 능가하는 기술 발전이 이뤄짐에 따라 전 세계의 패권을 설명하는 데 있어서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을 구분하는 것은 이미 낡은 개념이 됐는지도 모른다. 중국러시아와 같은 대륙세력도 항공모함과 핵잠수함을 가지고 전 세계 해양으로 진출할 수 있으며, 미국과 같은 해양세력은 인공위성과 드론을 통해 대륙의 구석구석을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반도를 중심으로 놓고 보면 거대 세력 간의 대립구도를 설명하는 데 있어서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이라는 과거 지정학의 개념이 여전히 유효하게 사용된다. 지리적으로 반도인 한반도는 북쪽으로 대륙과 접하고 남쪽으로 해양과 접한다. 대륙의 초강대국 중국과 러시아가 한반도 북쪽에서 국경을 마주하고 있고, 해양의 초강대국 미국과 일본은 한반도 남쪽에서 접근할 수 있다. 미소 냉전시절부터 이어져 온 한미일 대 북중러 대립구도는 미중 전략경쟁 시대를 맞아 심지어 더욱더 강화될 조짐까지 보인다. 맥킨더는 한반도가 지정학적 특수성으로 인해 해양세력과 대륙세력의 충돌 지점이 될 것으로 전망했는데, 그 오래전의 예측이 지금까지 한반도의 발목을 단단히 잡고 있다. 70년이나 지속되고 있는 분단도 결국 지정학적 충돌로부터 시작됐다. 역사적 유물과 같은 과거 지정학의 개념이 여전히 작용하는 한반도, 비록 지정학적 충돌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이라는 용어를 편의상 사용하고 있지만 이는 하루빨리 극복해야 할 대상이다. 대륙과 해양이라는 이분법적 진영 논리로부터 탈피해 남북을 서로 갈라놓으려는 지정학적 원심력을 어떻게 이겨내느냐가 한반도의 미래를 좌우하게 될 것이다. 민경태국립통일교육원 교수

[아침을 열면서] 베르테르의 슬픔

오늘 아침에도 여전히 폭염이 맹위를 떨친다. 거리두기 4단계까지 겹쳐 답답한 집콕생활을 필자는 노래 연습으로 달래고 있다. 프랑스 쥘 마스네의 오페라 베르테르(Werther)에 나오는 왜 나를 깨우는가(Pourquoi me reveiller)라는 테너 아리아다. 베르테르는 유부녀인 샤를 롯데(Charlotte)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한다. 베르테르의 영혼과 정신과 몸은 오직 롯데에게만 빠져 있다. 직장의 상관과 백작 등 주변의 조언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베르테르는 롯데로부터 생일선물로 책을 받곤 추억과 공상에 들떠 버렸다. 최근 정부는 13개월 만에 복원된 남북 통신선 개통으로 들떠 있다. 마치 롯데로부터 생일선물을 받고 들떠 있는 베르테르와 같다. 김여정이 연합훈련은 재미없는 전주곡이 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자 정부와 여당은 납작 엎드린다. 적을 감시할 국정원장과 범여권 국회의원 74명이 앞장서서 훈련 연기를 촉구한다. 결국 정부는 연합훈련의 규모를 줄이고 핵심인 반격 단계를 생략해 허울뿐인 훈련으로 전락시킬 모양이다. 현 정부가 연대급 이상 한미연합연습 및 훈련을 실기동(FTX)을 생략하고 컴퓨터 모의훈련으로 해온 것이 3년째다. 주한미군은 통상 1~2년 근무하며, 3년이 되면 대부분 교체된다. 한미연합군은 8월의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을 통해 작전계획을 익힌다. 전쟁은 피를 흘리는 훈련이고, 훈련은 피를 흘리지 않는 전쟁임에도 한미연합군은 작전계획조차 제대로 훈련하지 못하고 있다. 도쿄 올림픽은 5년간 피땀 흘린 전사들이 금빛메달을 향해 싸우고 막을 내렸다. 메달은 오직 피나는 훈련의 결과로 나타난다. 9년째 세계정상을 지킨 양궁도 오직 과녁만 맞히는 실전적 훈련의 결과다. 만일 올림픽에 참가하는 선수들이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매달리면서 으름장에 겁먹어 실전훈련을 하지 않고 컴퓨터 시뮬레이션 훈련만 했다면 어찌 되겠는가? 남의 여자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한 베르테르는 결국 권총으로 자살한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다. 문학세계에서는 베르테르의 슬픔이 통한다. 그러나 정글의 법칙이 적용되는 국가관계에서 일국의 지도자가 적국의 지도자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한다면 어찌 되겠는가? 아들뻘 적국 지도자는 노회하게도 겉으론 사랑의 편지를 보내 평화쇼를 벌인다. 속으론 핵미사일을 강화하면서 간첩에게 지령을 내려 자기에게 치명적인 F-35A 스텔스기 도입을 반대하고 지하당을 조직하라고 한다. 베르테르처럼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매달리면서 짝사랑에 빠져 있는 아버지뻘 상대에게 으름장까지 논다. 베르테르의 슬픔이 아니라 나라의 슬픔이요, 대재앙이다. 김기호둘하나연구소장

[아침을 열면서] 사유의 근육, 지성의 출발

요즘 초등학생들은 알고 싶은 게 있으면 포털사이트의 검색창보다 유튜브와 같은 동영상 플랫폼에서 찾는 걸 선호한다고 한다. 그 덕분이라고 해야 할까? 요즘 어린 초등학생들의 컴퓨터 활용능력은 어른들의 상상을 크게 뛰어넘는다. 숙제에 사진 자료는 물론 동영상까지도 넣는데, 혼자 스스로 잘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 대학생들은 맛집, 예쁜 카페를 찾을 땐 SNS부터 들여다본다. 필요한 생활 정보를 찾을 땐 인스타그램이 최고라며 금방 찾아낸다. 지식이든 정보든 앎을 위해 스마트폰을 들고 검색창을 여는 것은 책을 펼치는 것처럼 당연하고 일상적인 모습이 됐다. 활자보다 사진과 영상에 익숙한 세대는 코로나 유행으로 가속화 된 온라인 환경 탓에 점점 활자와는 멀어지고 있다. 사실 나이 지긋한 기성세대라고 해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학생들에겐 지식이 필요하지만 정보를 긁어오거나 베껴올 뿐, 이것을 배우고 익혀 자신의 지식으로 만들어가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학생들이 그럴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이유는 인터넷에 언제나 수많은 정보가 준비돼 있기 때문이다. 일부러 힘을 들여 자신의 것으로 재편집하고 만들 까닭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인터넷의 정보는 기성품과 같은 지식이다. 공장에서 만든 물건처럼 누구나 쉽게 사고팔거나 손쉽게 쓸 수 있다. 파편적인 지식에 불과해, 맥락을 읽어 주제나 핵심을 통찰하는 데 이르지 못한다. 개성과 고유성도 없어 종합적이고 깊은 사유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 호흡이 긴 지식과 정보를 축적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다. 최대한 다양한 지식과 정보를 축적하고 이것을 다시 자신의 해체하고 버릴 건 버리고 걸러내 재구성할 수 있는 기획과 편집의 능력까지가 요구된다. 그러나 정보 검색은 정보일 뿐, 지식도 더 나아가 지혜까지 이르기에 어렵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인 것처럼 아무리 정보가 넘쳐도 그것을 자기 안에서 소화할 수 없다면 자기 관점과 주관은 생기지 않는다. 생각하는 근력을 키워 자기만의 비판적 사고에 이를 수 있어야 창의적 발상도 가능해진다. 방학이 돼 10권쯤 책을 구비해놓고 모두 읽기로 한다. 여름방학의 도서목록이 진정한 휴식과 충전이 되리라 믿으며, 지식이 더 나아가 지성의 자양분이 되도록 사유하는 시간을 갖는다. 팬데믹 시대와 사회적 거리두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활동의 제약을 답답해하기보다는 이렇게 된 시간을 가장 가치 있게 쓸 방법을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 이를테면 홀로 할 수 있는 가장 가성비 높은 지적 활동을 찾아 칩거를 즐기는 것. 우리는 살면서 원치 않는 피곤한 사교의 시간에 이런 상황을 종종 꿈꾸지 않았던가. 그 시간이 지금이라 생각하자. 전미옥중부대학교 학생성장교양학부 교수

[아침을 열면서] 중국이 두려워하는 북한의 베트남化

올해 북ㆍ중 우호조약 60주년을 맞아 시진핑 주석과 김정은 총비서는 친서를 공개하며 양국관계 발전의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그동안 북중 관계가 항상 친밀했던 것은 아니었다. 김정은 집권 초부터 북ㆍ중 관계는 최악의 상황이 펼쳐졌다. 시진핑 지도부 출범 전 북한은 장거리로켓 발사와 3차 핵실험을 감행했으며, 2013년에는 장성택을 처형하고 친중파를 숙청했다. 중국은 고강도의 유엔 대북제재 결의안에 찬성하고 제재 이행에도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사실 북ㆍ중 관계는 냉랭하지 못해 심각한 갈등 수준까지 갔다. 2017년, 북한 핵시설에 대한 미국의 선제타격론이 부상했을 때 심지어 중국에서는 미군이 북한에 직접 진입하지만 않는다면 북한 타격을 용인할 수도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한반도에서 전쟁의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는 이를 막기 위해 모든 수단을 강구했다. 때마침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대화의 길이 열렸고, 한국의 중재를 통해 북ㆍ미가 대화를 시작했다. 남북 그리고 북미 간 정상회담이 준비되고 있었다. 그러자 북ㆍ중 관계에 극적인 반전이 일어났다. 김정은 집권 후 6년이 넘도록 열리지 않았던 정상회담이 재개됐다. 2018년 4월 남ㆍ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베이징에서 열린 북ㆍ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은 김정은을 극진히 환대했다. 6월 북ㆍ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ㆍ중은 다시 만났으며, 싱가포르로 향하는 김정은에게 중국은 총리 전용기를 제공하기까지 했다. 2019년 2월 하노이 북ㆍ미 정상회담 직전에도 북ㆍ중은 다시 만났으며, 6월엔 시진핑이 평양을 방문했다. 2018~2019년에만 무려 5차례나 북ㆍ중이 만났다. 무엇이 중국을 이렇게 돌변하게 했을까. 북한이 미국과 관계를 개선하고 베트남의 길을 갈까 염려한 것이 아닐까. 미국과 전쟁을 치렀던 베트남이지만 해외자본 투자를 받아 경제를 발전시키고 이젠 친서방 개발도상국이 됐다. 같은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과는 오히려 국경분쟁을 하는 껄끄러운 사이다. 만약 북한이 베트남화(化) 된다면 중국으로선 동북아 지정학에서 가장 중요한 전략적 거점을 상실하는 것과 같다. 따라서 중국은 가능한 북한이 미국과 가까워지지 못하게 해야 한다. 반대로 우리는 어떤 방향을 추구해야 할까. 지금 북한 대외무역에서 중국 비중은 95% 이상으로 중국에 기형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북한은 자력갱생을 외치지만 그것은 체제결속을 위한 대내적 레토릭이다. 남북ㆍ북미관계 교착국면이 이대로 지속된다면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런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한반도에서는 미ㆍ중 간 지정학적 충돌 가능성을 낮추고, 북한을 세계 경제와 연결해 중국 의존도를 줄이는 지경학적(지리ㆍ경제학적)협력을 모색해야 한다. 그 첫걸음은 남북이 함께하는 평화경제로부터 시작될 수 있다. 민경태 국립통일교육원 교수

[아침을 열면서] 다시, 민생으로

제10대 후반기 경기도의회가 출범한 지 벌써 1년이다. 코로나19라는 비상상황 속에 출범한 탓인지 1년이라는 시간이 이번처럼 현실성 없이 짧게 느껴진 적이 없다. 가만히 되돌아보면 지난 1년은 의정수행을 위한 최적의 토대를 만든 시간이기도 했다. 위기 상황을 극복하는 한편, 실질적 자치분권 실현, 현장 및 민생중심 의정활동, 경기 남북부 균형발전 등 성공적인 의정을 위해 그 어느 때보다 열심히 뛰었다. 이제 1년의 시간이 앞에 있다. 지금의 상황도 출범하던 때와 다를 바 없이 비상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아니 오히려 지금이 더욱 긴박한 상황이다.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시작되면서 거리두기 4단계라는 유례없는 강력한 조치가 취해졌다. 감염자가 나오는 상황도 달라졌다. 이전까지가 감염경로가 집합된 특정 공간에서 퍼지는 집단 감염의 양상이었다면 지금은 산발적이면서도 광범위하게 감염이 이뤄지면서 감염 경로를 예측하기가 더욱 어려워진 것이다. 바이러스 변이로 인한 감염력 역시 더욱 커졌다. 감염자 폭증으로 인한 강력한 거리두기 상황 속에서 민생의 어려움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오랜 거리두기 방역 조치로 인해 가뜩이나 힘들어하던 소상공인들의 고통은 거의 한계에 다다른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로 인한 고통이 가중되는 가운데 야속하게도 폭염마저 찾아왔다. 위기 속에서 다시 한 번 제10대 후반기 경기도의회 출범 때의 초심을 다져본다. 도민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 민생을 살리고자 경기도의회가 마땅히 해야 할 일에 게으르지 않겠다는 다짐이다. 대선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어 지금은 자칫 들뜨기 쉬운 시기이기에 더욱 그렇다. 당장 경기도지사의 대선 도전으로 인한 방역 공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경기도의회 7월 임시회에서도 당부했듯 엄중한 상황인 만큼 도민을 위한 방역활동에 공백이 생겨서는 안 된다. 지금은 중심을 잡고 위기극복을 위해 나아갈 때다. 따라서 경기도의회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 것이다. 하반기에는 행정사무감사를 통해 민생을 살리고 새로운 미래를 마련하는 노력에 소홀하지 않도록 집행부를 견제감독해 대안을 제시하고, 예산안 심의를 보다 철저히 해서 위기 극복과 새로운 미래를 만들 낼 동력을 창출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다시 의회의 기본을 되새겨야 한다. 민생으로 더 가깝게 들어가야 한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때 도민의 마음도 우리 의회를 향할 것이다. 도민이 더 큰 믿음으로 의회를 지지하고 더 따뜻한 시선으로 의정을 바라볼 때 자치분권을 통한 지방자치의 완성, 주민주권에 더욱 가깝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은 다시 기본으로, 민생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장현국 경기도의회 의장

[아침을 열면서] 도둑정치와 약탈정권

집권 10년차인 북한 김정은 정권의 행태가 올해 들어 너무 수상하다. 북한은 지난 1월 노동당 규약을 개정해 제1비서라는 직책을 신설했다. 2인자를 허용할 수 없는 북한에서 제1비서는 총비서의 대리인이라고 명기(당규약 제26조)해서 김정은의 건강이상설과 함께 후계자 담론이 증폭되고 있다. 1년에 1~2번 개최하는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도 전반기에만 벌써 3번이나 열었다. 김정은은 지난달 29일 당정치국확대회의를 소집, 중대사건이 발생했다고 하면서 최고권력기관인 당 정치국의 상무위원, 위원, 후보위원을 해임, 강등 및 숙청했다. 김정은은 자주 쉽게 권력 실세들을 수시로 갈아치우고 있다. 중대사건은 코로나19 방역과 식량난 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은 비축 군량미까지 풀어 인민들에게 나눠주라는 특별명령을 알렸음에도 교시집행을 태공(만) 했다고 대노했다. 담당 비서가 숙청되고 북한군 서열 1,2인자에도 철퇴가 가해졌다. 현재 북한은 3년 이상 지속된 유엔 제재에다 코로나와 홍수해까지 겹쳐 최악의 식량난에 직면했다. 배급 중단은 오래전 얘기고 2천500만 인구의 절반이 넘는 인민이 굶주리게 됐다. 오류가 절대로 없는 수령 김정은이 직접 식량문제를 언급하면서 140㎏의 체중을 10~20㎏ 정도 감량할 정도로 식량난이 심각하다. 북한의 식량문제는 벌써 수십 년째 장기화하고 있는 구조적 현상이다. 농업 생산방식이 낙후한 것도 문제지만 주된 원인은 독재자와 권력 엘리트들의 지배연합이 국가의 자원을 독점하고 인민의 재산을 도둑질하며 약탈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겉으로는 인민을 위하는 척하지만 실제로는 도둑정치(kleptocracy)를 행하는 약탈정권(predatory regime)이다. 그들은 수령경제라는 특별경제조직을 구성, 인민경제를 수탈한다. 수령경제가 김가 왕조의 권력유지와 핵무기 개발에 투입되는 돈만 줄여도 인민들의 8년치 식량을 구할 수 있다. 도둑정치를 일삼는 약탈정권은 밖으로도 손을 뻗쳐 달러는 물론 잠수함과 원전 관련 자료를 도둑질하고 약탈하는 것도 서슴지 않는다. 독재연구로 유명한 부에노 데 메스키타(Bueno de Mesquita) 미국 뉴욕대 교수는 도둑정치와 약탈정권이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도 빈번히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선출된 권력임에도 통치자는 일반 국민의 주머니를 도둑질하고 약탈해서 자기편에게 넘치게 보상하는 방식으로 콘크리트 지지층을 형성해 권력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코로나가 4차 대유행을 불러올 것 같은 걱정과 함께 도둑정치와 약탈정권의 모습이 이 나라에서도 두드러지는 것 같아 씁쓸한 아침이다. 김기호 둘하나연구소장

[아침을 열면서] 청년을 노래하게 하는 사회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목소리로 세계 음악팬의 마음에 따뜻하게 자리하고 있는 테너 안드레아 보첼리는 12세에 시력을 잃었다. 앞이 보이지 않으니 더욱 살아가는 데 필요한 힘을 길러야 한다는 아버지의 조언 이후, 보첼리는 공부에 전념해 피사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박사 학위를 받았다. 변호사 생활을 하며 가족과 주변 사람들의 찬사와 아낌없는 응원을 받았지만, 그는 그런 성취에도 즐겁지 않았다고 한다. 음악에 대한 갈망이 컸던 보첼리는 결국 가족들의 만류에도 성악 공부를 시작했다. 악보를 볼 수 없는 성악가는 가장 난도 높은 무대인 오페라 공연까지 성공적으로 마치며 세계 음악계에 이름을 올리며 많은 사람의 마음과 영혼에 큰 울림을 줬다. 세상에는 이렇게 한 분야에서 너무나 어려운 성취를 이뤄놓고, 갑자기 그 길에서 벗어나 전혀 다른 분야의 길로 나아가 다시 이름을 알리는 사람들이 있다. 김연아 선수와 동시대에 활약했던 캐나다 피겨선수 조애니 로셰트는 밴쿠버 올림픽 며칠 전 어머니가 심장마비로 돌아가신 상황에서 경기에 임해 동메달을 따며 보는 사람의 마음을 뭉클하게 했었는데, 은퇴 후 5년간 의학 공부를 해서 의사가 됐다. 법학에서 음악으로, 스포츠에서 의학으로, 또 어떤 전문 분야에서 연관성이 거의 없는 또 다른 분야로 전직하는 사람들에 대한 찬사와 감탄에 앞서, 그들의 능력이나 실력의 우수함, 노력을 논하기보다 그들이 그런 용기를 낼 수 있는 지점에 슬쩍 감정이입을 하며 그 순간을 함께하고 싶어질 때가 있다. 처음부터 잘할 수 없었던 건 그들도 마찬가지였을 터 어느 순간 자신의 바닥을 보았을 때도 있었을 것이고, 가진 재능 이상의 칭찬과 찬사를 들었을 순간도 있을 것이다. 그 모든 등락의 반복을 겪으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는 동안 차곡차곡 쌓인 내공은 어느 분야에서 처음 시작하든 해낼 수 있는 에너지가 됐을 것이다. 후회와 미련이 남지 않도록 최대치의 에너지를 끌어서 써본 사람만 가질 수 있는 시련에 대한 높은 기준, 남다른 노력의 밀도가 큰 산을 넘어 바다로 향하게 하는 것 같다. 한편 우리는 직업을 바꾸는 것은 물론이고 직장을 옮기는 것조차 쉽지 않은데 이렇게 직업을 바꾸는 사람들을 보면서, 그것이 개인의 노력 이상의 사회적 뒷받침이 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한다. 직업교육 시스템도 그렇고 실패나 시행착오에 대한 사회의 너그러운 태도가 젊은이들에게 그런 용기를 한껏 불어 넣어줄 수 있을 것이다. 원 스트라이크 아웃으로 청년들을 절망에 빠뜨리는 분위기로는 밝은 미래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든 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오늘날 청년들에겐 기만적인 말이지만 실패해도 다시 도전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하는 것이 훨씬 정직하고 현실적일 수 있다. 우리 청년들에게 그렇게 말할 수 있고 그렇게 해줄 수 있는 사회로 나가길 희망한다. 전미옥 중부대학교 학생성장교양학부 교수

[아침을 열면서] DMZ를 넘어 미래 한반도를 준비하자

국경은 두 국가가 만나는 경계선이자 교류와 협력의 지점이다. 북한은 북쪽으로 중국ㆍ러시아와 접하고 남쪽으로는 한국과 접하고 있다. 접경지역은 국가 간 교역이 발생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이 지역의 변화 동향을 살펴보면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을 가늠해 볼 수 있다. 특히 신의주-단둥과 나선-훈춘-하산 지역은 북ㆍ중 및 북ㆍ중ㆍ러 3국의 핵심적 무역거점으로서 매우 중요한 곳인데, 최근 신의주에서는 중국이 참여하는 첨단 신도시 개발 계획이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현재 20여개에 달하는 북중 국경통과지점의 시설을 개선하고 접경지역 인프라를 지속적으로 구축해왔다. 2016년 중국 국무원은 단둥, 지안, 린장, 허룽, 룽징, 투먼, 훈춘 등 북ㆍ중 접경지역 7개 도시를 국경지방 발전을 위한 개발ㆍ개방 중점지구로 선정했다. 북한도 황금평ㆍ위화도, 신의주, 압록강, 청수, 위원, 만포, 혜산, 무봉, 무산, 온성섬, 경원, 라선 등 북ㆍ중 접경지역에서만 12개의 경제개발구를 선정했다. 신의주 건너편 단둥에는 호시무역구(互市貿易區)와 세관건물이 신도시 지역에 새로 건설됐으며 최근엔 신압록강대교의 북측 도로연결 공사를 마치는 등 북ㆍ중 무역 재개를 준비하고 있다. 이 밖에도 접경지역 여러 곳에서 북ㆍ중 협력으로 수력발전소를 추가로 건설하고, 주요 거점도시를 원활히 연계하기 위한 도로ㆍ철도망을 구축하는 등 다양한 기반시설이 조성되고 있다. 남ㆍ북 접경지역도 미래 한반도 경제성장의 핵심 무대로 발전시키기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 과거엔 단절과 경계의 상징이었던 DMZ 접경지역을 앞으로는 남북 교류와 협력의 장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까지 발표된 접경지역 개발 계획을 보면 DMZ 자체에 의미를 부여해 평화공원을 조성하거나 관광명소로 만드는 구상이 주도했고, 남북한 경제협력을 위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준비는 미흡했다. 남북의 경계선인 DMZ를 기념하는데 치중하거나 단절된 현재 상황을 바탕으로 국토 발전계획을 추진할 것이 아니라, 하루빨리 DMZ를 가로질러 남북을 연결하는 인프라 구축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마치 생명체에서 혈관과 신경망을 잇는 봉합수술을 하듯 남북을 연결하는 철도ㆍ도로를 건설하고 물류유통망을 형성해 남북의 산업을 연계하는 구상이 필요하다. 더 이상 경제제재를 핑계로 삼지 말고 남북이 함께 경의선 고속철도 노선설계에 착수하자. 우선 남측 구간만이라도 접경지역 도로ㆍ교량 건설공사를 추진하는 등 당장 할 수 있는 일, 해야 할 일이 많다. 중국이 하는 상황에서 우리가 못할 이유는 없다. 지금 북ㆍ중 접경지역에선 이미 미래지향적 첨단 신도시 개발 계획을 준비하고 있는데, 우리는 과거의 늪에 빠져 남남갈등에 에너지를 소진하고 있어선 안 될 것이다. 민경태 국립통일교육원 교수

[아침을 열면서] 자치분권 2.0 시대, 새로운 30년을 준비하며

지방의회가 부활한 지 어느덧 30년이다. 자치분권 1.0의 시대였다. 이 시기에는 지방자치단체 중심의 권한과 책임을 제도화하며 지방자치제도의 토대를 마련하는 데 중점을 뒀다. 그렇게 꼬박 30년이 지나 지난해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에 따라 자치분권은 새 전기를 맞게 됐다. 주민 중심의 고도화된 지방자치를 완성하는 자치분권 2.0의 시대가 시작되는 것이다. 자치분권 2.0 시대에는 무엇이 달라질까? 지방의회의 전문성과 자율성이 더욱 커진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전국 지방의회는 인사권 독립에 대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처음 가보는 길인만큼 시행착오를 줄이려면 인사권 독립을 준비하는 데 있어 명확한 방향과 원칙에 대한 설정이 필요하다. 현재 경기도의회는 네 가지 원칙을 가지고 인사권 독립을 준비하고 있다. 첫째, 지방의원의 확대된 의정 활동을 실질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책지원 전문인력 운영의 자율성이 뒷받침돼야 한다. 지방자치법 시행령에는 포괄적으로 해당 인력이 할 수 없는 일만 정해놓고 인력의 신분ㆍ직무범위ㆍ배치형태 등 구체적인 사항은 조례에 위임해 자율성을 부여해야 한다. 아울러 의회직류를 신설해 채용해야 한다. 채용단계에서부터 지방의회에 대한 지식을 갖춘 인력이 입법 및 정책 입안, 사업집행 심사 및 평가 지원, 의정정보 제공 등을 전문성 있게 지원해야 한다. 둘째, 공정하고 투명한 인사제도의 마련이다. 공공기관의 채용 등 인사비리가 지방의회에 들어서지 못하도록 지방의회 전체 구성원을 대상으로 청렴 교육을 강화하고 공정인사시스템을 마련하고 운영해 비리를 사전 척결해야만 한다. 셋째, 조직의 자율화와 안정화의 동시 달성이다. 지방의회 인사권 독립에 따라 각 지방의회사무처 공무원들의 승진적체가 예상된다. 인사권 독립 이후에도 직원에 대한 승진을 보장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고 근무의욕과 성실성을 유도해 의장의 인사권한을 효과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합리적인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 넷째, 집행기관과 교류 등 협력체계를 강화하는 것이다. 인사권 독립과 더불어 추가적으로 독립하게 되는 지방의원과 사무처 직원 복지 등의 지방의회의 권한에 대해서도 원칙적으로 분리 운영하되 집행기관이 규모의 경제를 통해 더욱 잘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부분이 있다면 통합 운영할 수 있도록 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제 곧 자치분권의 새로운 시대가 시작된다. 경기도의회는 전국 지방의회 최초로 자치분권발전위원회 구성, 인사권독립준비팀 신설을 비롯해 지방의회박람회를 준비하며 지방자치의 미래를 그리는데 누구보다 앞장서고 있다. 단언컨대 자치분권 2.0의 새로운 시대는 주민이 지방자치의 주인 자리를 회복하게 될 것이며 지방의회는 주민의 일상생활과 함께하는 기관으로 재탄생하는 시대가 될 것이다. 바로 경기도의회가 지향하는 지점이다. 장현국 경기도의회 의장

[아침을 열면서] 사단과 Naeronambul

6월의 중순 신록이 우거진 앞산을 바라보면서 아침의 창문을 연다. 갑자기 산 전체에 가득한 밤꽃향이 코끝으로 밀려든다. 나도 모르게 그만 창문을 닫다가 맹자(孟子)의 사단설(四端說)이 떠올랐다. 사단(四端)은 사람이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4가지 품성이다. 그중에서도 필자는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과 옳고 그름을 아는 마음을 중시한다. 최근 나라 안팎으로 산 전체로 무성하게 번지는 밤꽃향처럼 부끄러움을 모르는 자들이 너무 당당하게 자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실로 부끄럽기 그지없다. 조국 전 법무장관이 쓴 조국의 시간: 아픔과 진실, 말하지 못한 생각이 대표적이다. 이 책은 지난달 출간하자마자 화제를 모으며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하지만 저자는 보통 사람 같으면 쪽팔려서 부끄러워해야 하는 일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음에도 여전히 정의의 화신인 척하고 자신을 변호하고 있다. 가히 세계 최고의 멘탈왕이라 할만하다. 내로남불의 극치며 실로 조국스럽다. 일본은 137만여t의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능 오염수의 해양 방류를 추진하고 있다. 오염수에는 수소탄에 쓰이는 삼중수소를 비롯해 여러 가지 방사성 물질이 포함돼 있다. 독일 킬 대학 헬름홀츠 연구소가 방사성 물질 세슘-137의 이동경로를 예측한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방사능 오염수가 방류될 경우 200일 만에 제주도 해역에 도달하고, 340일이면 동해 전체를 뒤덮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으로 우리가 즐겨 먹는 해산물에 삼중수소가 포함돼 내 몸의 세포핵 안으로 들어올 수 있다. 그럼에도 일본 정부는 원전 오염수의 해양방류에 대해 기술적 관점에서 볼 때 국제 관행에 부합한다며 해양방류는 전 세계 원전에서 비상시가 아닌 때에도 일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오히려 목소리를 높인다. 게다가 일본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의 공식 홈페이지에 독도를 일본 땅으로 표기해 우리 정부가 시정을 요구했으나 일본은 수정 불가 입장이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평창올림픽 때 IOC의 권고에 따라 한반도기에서 독도를 삭제했다. 실로 내로남불의 극치다. 조국의 무리와 일본처럼 부끄러움과 옳고 그름을 무시하는 세력들이 오히려 큰소리를 치고 있다. 맹자의 사단(四端)에 naeronambul(내로남불)을 추가해야 이 현상이 설명될 것 같다. 부끄럽게도 적합한 영어 단어가 없어서 naeronambul이 김치, 온돌, 재벌에 이어 곧 웹스터 영어사전에 등재된다고 한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했다는 윤동주의 시가 선명하게 떠오르는 아침이다. 김기호 둘하나연구소장

[아침을 열면서] 가상세계에서 온 초대장

올해도 5월은 조용했다. 학생들이 외치는 함성도, 한 번에 터져 나오는 웃음소리도, 함께 부르는 노랫소리도 모두 들을 수 없었다. 코로나19로 2년 연속 대학 캠퍼스의 5월은 단 하루의 축제도 없이 소리도 잃고 활기도 잃은 채 지났다. 그런데 그 조용한 5월 가운데 한 대학에서 새로운 형태의 학교 축제가 열려 화제가 됐다. 학교 캠퍼스를 그대로 옮긴 3차원 가상세계인 메타버스(metaverse)를 활용한 비대면 축제를 연 것이다. 화상에서 구현된 학교 캠퍼스를 따라 내 아바타가 킥보드도 타고 강의실 건물에도 들어가고 선후배 친구와 만나 채팅으로 이야기도 나눈다. 가상세계에서지만 갤러리, 방탈출, 다양한 e스포츠 대회를 즐기는 진짜 학교 축제였다. 학생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고 다른 학교 학생들은 부럽다고 반응했다. 메타버스는 가공, 추상을 의미하는 메타와 세계, 우주를 의미하는 유니버스가 합해진 말로 현실과 유사하거나 완전히 다른 가상세계를 의미한다. 1980년대 초반에서 2000년대 초반생에 태어난 MZ세대가 가상세계에서 게임하고 친구를 만들고 공연을 즐기는 것 정도라고 메타버스를 과소평가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곳에서 일어나는 경제활동의 규모가 심상찮다고 느낀 기업들은 벌써 메타버스 사업에 뛰어들었다. 메타버스는 이용자의 자아가 투영된 아바타가 가상세계에서 하고 싶은 일들을 한다. 이상적 자아인 내 아바타는 게임, 음악, 영상 등의 콘텐츠를 만들어 소개하거나 직접 유통할 수도 있다. 실제 백화점이 구현된 메타버스의 한 백화점 쇼룸에서 내 아바타가 옷을 입어보고 구매하면, 그 옷이 진짜 집으로 배달될 날도 곧 찾아올 것이다. 메타버스 건축가, 아바타 디자이너가 각광받을 것이 예견된다. 시시각각 새로운 산업과 새로운 직업이 일어난다. 현실이 아닌 가상세계가 또 하나의 세계관을 가지고 돌아간다. 90년대생을 공부하던 기성세대가 이번엔 메타버스냐며 푸념한다는 우스갯소리는 산업과 사람에 대한 현주소를 잘 보여준다. 다양한 분야에서 예측하기 어려운 변화가 찾아오고 있지만 머리 아파하기보다 편견을 갖지 말고 새로운 것을 즐겨 알고자 하는 마음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1990년대생을 이야기했던 게 엊그제인데 메타버스 캠퍼스 축제를 즐기는 대학생들은 2000년대생이다. 한 살씩 나이가 들수록 세월의 속도는 빨라지는 데 더불어 세상의 속도까지 함께 빨라지고 있는 것이 보인다. 펜데믹으로 확실히 가속한 면도 있다. 심리적으로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는 우리는 불안 속에서도 정신을 가다듬고 선택해야 한다. 눈을 감고 비명만 지를 것인가? 아니면 조금은 즐기며 나아갈 것인가? 전미옥 중부대학교 학생성장교양학부 교수

[아침을 열면서] 안보에서 경제로 전환된 한반도 문제

지난 21일 개최된 한미 정상회담은 동맹의 성격이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역사적 사건이었다. 주요 의제는 한반도 안보 문제만이 아니라 기후변화와 보건협력, 첨단기술 분야 공급망 등 다양한 국제현안을 포함했으며, 공간적 범위도 한반도를 넘어 인도태평양과 전 세계로 확장됐다. 한국의 위상이 높아지고 역할이 확대됨에 따라 일본을 중심으로 한국을 그 아래에 두고 관리하던 미국의 동북아 전략도 변화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그 배경에는 미중 전략경쟁, 특히 첨단기술 분야 패권경쟁이 있다. 미국은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기 위해 반도체배터리희토류의약품 등 4대 핵심 품목에서 동맹국과 연계를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한국을 들여다보니 반도체와 배터리 제조 능력만이 아니라, 마스크 같은 소비재 산업부터 전자조선철강화학 등 주요산업, 그리고 4차 산업혁명 분야 잠재력까지 모두 갖추고 있다. 앞으로 수십년간 지속할 미중 갈등은 극단적 무력충돌로 이어지기보다 대립경쟁협력 상황이 복합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즉 미소 냉전시대와 같은 군사안보적 대립이 아니라 기술경제적 패권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다. 미국 바이든 정부는 기존 남북북미 간 합의를 수용하고, 남북관계의 자율성을 인정했다. 이제 한반도 문제를 안보로부터 경제로 전환하고 남북한 평화를 통해 경제적 번영으로 연결할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 변화된 북한의 미래를 어떻게 상상할 수 있을까. 미국과 전쟁을 겪었던 베트남이 국제자본을 유치해서 경제를 개혁개방하고 오히려 친서방국가로 변신한 사례가 있다. 당장 미국이 북한에 직접 투자하지 않는다 해도 우선 남북한의 경제협력을 허용한다면 북한 경제가 간접적으로 글로벌 경제와 연결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특히 북핵문제 해결과정에서 스냅백 조건을 걸고 경제제재 완화조치를 적용하면,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내고 전향적 태도를 유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현재 북한의 대중무역 의존도는 95%를 넘고 기형적으로 중국에 의존하는 상태다. 대북 경제제재는 핵 문제 해결을 위한 실효성은 없는 반면, 북한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넣어 중국에 더욱 밀착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이처럼 한반도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일방적으로 커지는 것은 미국 입장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한미일이 경제적으로 북한을 포용함으로써 글로벌 경제와 북한을 이어주는 새로운 구상이 필요하다. 과거 냉전시대부터 이어져 온 한미일과 북중러 대립 구도를 탈피하고, 한반도를 중심으로 해양세력과 대륙세력이 경제적으로 연결되는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민경태국립통일교육원 교수

[아침을 열면서] 자치분권의 진정한 힘

경기도의회가 주최하는 지방의회 박람회가 어느덧 5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지방의회 박람회를 통해 우리는 자치분권으로 만들어내는 지방자치의 미래를 조망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번 박람회는 본격적인 자치분권 시대의 시작에 앞서 지금까지 우리가 무엇을 준비하고 만들어 왔는지, 자치분권이 가진 힘이 어떤지를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역시 의미가 크다. 1991년 지방의회 선거로 지방의회가 재구성되고서 우리나라의 지방자치는 다시 시작됐다. 하지만 이때 시작된 우리의 지방자치제도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중심으로 시행되다 보니 강력한 단체장ㆍ자치단체와 힘없는 지방의회와 주민이라는 구도가 돼 주민자치 구현에 분명한 한계를 보였다. 지난해 12월 지방자치법 전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면서 자치분권의 새로운 역사를 시작하게 됐다. 의원정수의 절반까지만 구성할 수 있는 정책지원 전문인력과 자율적 조직ㆍ예산편성권의 미비 등 비록 진정한 자치분권 확립을 위해 미진한 부분도 있고 지방의회법 제정ㆍ주민자치회에 대한 법적 근거 마련 등 후속과제도 여전하지만 분명히 이는 커다란 성과고 진전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본격적으로 자치분권의 완성을 향해 움직여야 한다. 자치분권의 핵심은 주민자치를 통한 주민주권의 완성에 있다. 따라서 지방자치법의 전부개정을 이룬 현재 우리가 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는 자명하다. 남겨진 과제로서 제도적 완성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물론 주민주권 완성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살펴보고 온전한 자치분권을 이루기 위해 더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지금 경기도의회가 현재 고민하고 연구하는 지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제도적 완성을 위한 노력과는 별개로 진정한 주민자치를 위한 고민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주민참여 없는 자치분권은 빈 껍데기에 불과하다. 더 많은 주민이 참여해 필요한 것을 찾고, 때로는 정부에 요구하며 스스로 만들어가는 민주주의야말로 자치분권이 가진 진정한 힘이기 때문이다. 현재 자치분권 완성을 위한 경기도의회의 노력은 바로 이런 맥락으로 진행된다. 전국 최대의 광역자치의회로서 지방자치법 전부개정법률안의 통과를 위해 가장 선두에 서서 싸웠고 자치분권 완성을 위해 전국 지방의회 최초로 자치분권발전위원회를 구성해 지방자치가 만들어내야 할 미래를 그리고 연구하며 실질적 실행방안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리고 그 고민과 연구의 결과가 오는 10월 지방의회 박람회를 통해 드러날 것이다. 지금 경기도의회는 자치분권의 완성을 통해 주민주권이 온전히 실현될 수 있도록 디딤돌을 놓고 있다. 그 누구도 가보지 못한 길을 개척하고 있는 만큼 뒤따를 많은 이들을 위한 좋은 길을 만들 수 있도록 진정한 자치분권의 완성을 위해 단단한 디딤돌을 놓을 것이다. 가장 큰 가능성을 만들고, 가장 먼저 자치분권 완성에서 비롯된 진정한 힘이 어떻게 지역의 발전과 주민의 행복을 만드는지 보여줄 것이다. 장현국 경기도의회 의장

[아침을 열면서] 윤여정과 김여정

오스카상을 탔다고 윤여정이 김여정 되는 건 아니잖아요. 한국 영화 역사상 처음으로 아카데미 오스카 여우조연상을 받은 배우 윤여정(74)의 말이다. 그녀의 말처럼 윤여정이 김여정이 되는 건 아니지만 지금 남북한은 윤여정과 김여정으로 인해 기쁘면서도 화가 치밀어 오른다. 윤여정은 오스카상에 빛나는 연기뿐만 아니라 재치 넘치는 언변으로 세계를 사로잡았다. 윤여정의 화법은 돌직구를 던지는 것처럼 솔직하다 못해 직설적이다. 품위를 지키면서도 정곡을 찌르는 그의 화법에 젊은 층이 더 환호한다. 예능과 인터뷰에서는 삶의 경험을 녹여낸 담백한 이야기로 공감을 산다. 어느새 윤여정에게 스며들다는 윤며들다는 말이 유행할 정도다. 한편 윤여정보다 무려 40살이나 어린 김여정은 막말을 하는 독설공주 화법으로 불안을 부추긴다. 목숨을 걸고 자유를 찾아온 탈북민을 향해 쓰레기, 들짐승보다 못한 인간추물, 똥개 등 욕설 수준의 언어를 사용한다. 우리 정부와 청와대를 향해서도 삶은 소대가리, 미국산 앵무새, 뻔뻔스러움의 극치라고 함부로 지껄인다. 김여정은 독설로 엄포만 놓는 것이 아니라 도발적인 행동까지 주도한다. 작년 6월 김여정은 탈북민단체가 대북전단을 살포하는 것에 대해 그 쓰레기들의 광대놀음을 저지시킬 법이라도 만들라고 엄포를 놨다. 그러자 정부는 4시간 만에 대북전단 살포를 금지할 법을 준비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고, 여당은 지난해 12월 야당의 반대 속에 대북전단금지법을 강행 처리했다. 그럼에도 작년 6월 김여정은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를 주도했다. 이달 2일 김여정은 대북전단금지법 발효 이후 처음으로 탈북민 단체가 강행한 대북전단 살포를 비난하면서 상응한 행동을 검토해볼 것이라고 위협했다. 그러자 경찰은 이달 6일 대북전단 살포를 강행한 자유운동연합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박상학 대표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김여정의 막말 폭탄에 정부와 여당은 굴종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북한은 도리어 철저하게 무시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 12일 김정은의 정상외교 활동을 정리한 화보를 내면서 트럼프와 시진핑과의 회담 사진은 실었으나 정작 남북정상회담 사진만 빼놓았다. 심지어 작년 6월 30일 판문점에서 트럼프와 김정은의 깜짝 회동 화보에는 곁에 있는 문 대통령만 제외하는 통편집을 했다. 하노이 노딜 이후 벌써 세 번째다. 아카시아향이 그윽한 5월의 중순 아침, 돌직구 화법의 윤여정에게는 윤며들지만, 독설을 퍼붓는 김여정에게는 김빠지기만 하다. 그러나 더 답답하고 화나는 것은 그런 김여정에게 숱한 막말 폭탄과 무시를 받으면서도 매번 굴종의 모습을 보이는 정부의 태도다. 김기호 둘하나연구소장

[아침을 열면서] 마음과 소통에 진심인 인간

요즘 대학생들은 만나면 서로 MBTI를 묻는다고 한다. 16가지 성격 유형 가운데 자기 유형을 먼저 이야기하거나 친구나 대화 상대방의 성격 유형을 물어서 나와 다른 점은 무엇이고 공통점은 무엇인지 서로 맞춰보거나, 이런 상황일 때는 각자 어떻게 행동하는지 이야기 나누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고 한다. 온라인 속의 SNS 등을 보아도 이 부분에 대단한 흥미를 가진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다. MBTI는 마이어스-브릭스 유형 지표(Myers-Briggs Type Indicator)의 약자로 카를 융의 심리 유형론을 근거로 개발돼 일상에서도 쉽고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고안된 대표적인 성격유형 검사다. 마이어스와 브릭스는 연구자 두 사람의 이름이다. 개인이 쉽게 응답할 수 있는 질문을 통한 검사이기 때문에 사원들을 대상으로 이 성격검사를 하는 기업도 있다. 직원들 개개인이 조금 더 자기 성격에 잘 맞는 부서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하려는 취지로 도입하려고 하는 것이다. 과학적 신뢰도가 높은 검사는 아니므로 재미 삼아 접근해야 한다는 말도 있지만, 확실히 혈액형을 물어 사람의 성향을 파악한 오래된 관습과도 같은 방법을 싹 잊게 한 요즘 시대 흥미로운 도구임엔 분명해 보인다. 실제 상대방의 MBTI 유형을 알면 그 사람과 소통하는 도움이 되고, 때로 왜 저러지? 싶은 행동도 유연하게 이해하는 폭이 생겼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나를 누군가에게 이해시키는 데도 수월해지고 내가 나를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인간관계에 회의가 들 때면 사람들은 관계를 정리하고 싶어한다. 코로나19 때문에 재택근무를 하니 보기 싫은 사람 안 봐도 좋아서 일의 능률도 오르고 따라서 삶의 질이 더 올라갔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젊은 세대 중엔 사람 만나는 횟수도 대상도 줄이고 싶고 차라리 혼밥에 혼술이 편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지만, 그 안에서 MBTI에 푹 빠진 사람들이 있다. 일상에서 일어날 수 있는 수많은 상황에 따른 MBTI 유형들의 행동 방식이 MBTI 파생상품처럼 온라인 속에서 전파되며 사람들에게 웃음과 공감을 주기도 한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다. 과학적으로 신뢰하기 어렵다고 하는데도 MBTI의 열풍이 부는 것을 보면 우리 안엔 기본적으로 타인과 잘 소통하며 살고 싶어하는 강력한 본능이 있다. 인간관계에 피로를 느낄 때 그 모든 관계를 끊고 조용히 살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그 누구와도 만나지도 않고 소통하지 않으며 완벽하게 홀로 되는 것을 원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어떻게든 사람을 이해하고 사람과 공감하며 그 안에서 내 삶을 윤택하고 따뜻하게 만들어가고 싶은 것이 대다수 사람이 원하는 일이다. 그 가운데 이런 도구를 이용해서라도 잘해보고자 노력하는 유일한 동물이 사람이라는 것, 그것이 사람이 아름다운 이유일 것이다. 전미옥 중부대학교 학생성장교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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