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 미켈라(Lil Miquela), 로지(ROZY), 루이(LUI), 이마(IMMA).
아이돌 그룹 멤버 이름 같기도 한 이름의 주인은 누구일까. 이들의 공통점은 소셜미디어에서 엄청난 팔로워를 가진 인플루언서들이라는 것이다. 현실세계에 실재하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고 활동하는 디지털 캐릭터들이다. 이제는 움직임이나 목소리가 실제 사람과 같은 캐릭터로 진화하고 있다. 이들은 노래도 하고 인터뷰도 하며 여행을 하고 요가를 하는 자신의 일상을 보여준다.
이들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얼굴을 동영상에 합성하는 기술로 탄생한 ‘버추얼 휴먼’(Virtual Human)이다. 버추얼 휴먼을 만드는 기술은 특정인의 얼굴을 영상에 합성하는 ‘딥페이크’(Deepfake) 기술의 일종이다. 딥페이크가 유명인이나 연예인의 얼굴을 다른 영상에 합성하는 이미지 합성기술이라면, 버추얼 휴먼은 가상의 얼굴을 만들어 영상에 합성한다는 점에서 조금 다르다.
지난해부터 ‘부캐(副캐릭터)’ 열풍이 크게 불고 있다. 방송인 유재석, 이효리, 김신영이 유산슬, G린다, 김다비라는 활동명을 가지고 또 다른 캐릭터로 방송활동을 해왔던 점은 이제까지 없었던 신선한 충격이었고, 이는 일반인들에게도 이어졌다. 자신이 가진 또 다른 캐릭터를 부각시켜 소셜에서 ‘부캐’ 활동을 활발히 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현실에선 직장인이지만, 퇴근 후와 소셜미디어 속에서는 ‘댄서 아무개’가 되는 것이다.
발전하면 할수록 편리하고 수월해지는 일들이 많지만, 그만큼 판단이 어려워지는 일들이 비례하고 있다. 가상의 캐릭터를 키우는 일에 시간을 많이 할애하고 깊이 감정이입하면서 실제 내가 발붙이고 사는 현실에는 점점 마음 붙이지 못해서 현실감각을 잃어버릴 수 있다. 실제 대면하는 인간관계에 어려움을 겪고, 사람과의 관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오해나 갈등을 푸는 힘도 점점 약해진다.
‘나’를 잃어버리지 않는 힘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너무 어린 시절부터 가상공간, 가상캐릭터와 노는 시간이 많은 아이가 성장하면서 단단한 자아를 가진 ‘진짜 나’를 의식하며 자라도록 많은 분야의 어른들이 함께 고민하며 도와야 한다. 이것은 사회의 건강성과 맞닿아 있는 중요한 문제다. ‘현실’이 ‘가상’ 에게 잡아먹혀서 극심한 ‘현타’로 인한 무력감에 노출되지 않도록 건강성을 해치는 가짜를 구분하고 식별하는 능력, 본질과 핵심을 보는 날카로운 눈, 절제와 비판을 견지할 수 있는 내공을 기르는 교육이 절실해진다.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피교육자는 디지털 네이티브다. 기술의 발전을 자신에게 맞게 제어할 수 있도록 어릴 때부터 가르쳐야 한다. 학령인구의 대폭 감소 속에 인적 자본이 부족한 우리 사회의 교육 배워야 하는 학생이라면 단 한 명도 소홀할 수 없다는 자각을 하고 위기로 받아들여야 한다.
전미옥 중부대학교 학생성장교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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