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면서] 중국이 두려워하는 북한의 베트남化

올해 북ㆍ중 우호조약 60주년을 맞아 시진핑 주석과 김정은 총비서는 친서를 공개하며 양국관계 발전의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그동안 북·중 관계가 항상 친밀했던 것은 아니었다. 김정은 집권 초부터 북ㆍ중 관계는 최악의 상황이 펼쳐졌다. 시진핑 지도부 출범 전 북한은 장거리로켓 발사와 3차 핵실험을 감행했으며, 2013년에는 장성택을 처형하고 친중파를 숙청했다. 중국은 고강도의 유엔 대북제재 결의안에 찬성하고 제재 이행에도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사실 북ㆍ중 관계는 냉랭하지 못해 심각한 갈등 수준까지 갔다.

2017년, 북한 핵시설에 대한 미국의 선제타격론이 부상했을 때 심지어 중국에서는 미군이 북한에 직접 진입하지만 않는다면 북한 타격을 용인할 수도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한반도에서 전쟁의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는 이를 막기 위해 모든 수단을 강구했다. 때마침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대화의 길이 열렸고, 한국의 중재를 통해 북ㆍ미가 대화를 시작했다. 남·북 그리고 북·미 간 정상회담이 준비되고 있었다.

그러자 북ㆍ중 관계에 극적인 반전이 일어났다. 김정은 집권 후 6년이 넘도록 열리지 않았던 정상회담이 재개됐다. 2018년 4월 남ㆍ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베이징에서 열린 북ㆍ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은 김정은을 극진히 환대했다. 6월 북ㆍ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ㆍ중은 다시 만났으며, 싱가포르로 향하는 김정은에게 중국은 총리 전용기를 제공하기까지 했다. 2019년 2월 하노이 북ㆍ미 정상회담 직전에도 북ㆍ중은 다시 만났으며, 6월엔 시진핑이 평양을 방문했다. 2018~2019년에만 무려 5차례나 북ㆍ중이 만났다.

무엇이 중국을 이렇게 돌변하게 했을까. 북한이 미국과 관계를 개선하고 베트남의 길을 갈까 염려한 것이 아닐까. 미국과 전쟁을 치렀던 베트남이지만 해외자본 투자를 받아 경제를 발전시키고 이젠 친서방 개발도상국이 됐다. 같은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과는 오히려 국경분쟁을 하는 껄끄러운 사이다. 만약 북한이 베트남화(化) 된다면 중국으로선 동북아 지정학에서 가장 중요한 전략적 거점을 상실하는 것과 같다. 따라서 중국은 가능한 북한이 미국과 가까워지지 못하게 해야 한다.

반대로 우리는 어떤 방향을 추구해야 할까. 지금 북한 대외무역에서 중국 비중은 95% 이상으로 중국에 기형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북한은 자력갱생을 외치지만 그것은 체제결속을 위한 대내적 레토릭이다. 남북ㆍ북미관계 교착국면이 이대로 지속된다면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런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한반도에서는 미ㆍ중 간 지정학적 충돌 가능성을 낮추고, 북한을 세계 경제와 연결해 중국 의존도를 줄이는 지경학적(지리ㆍ경제학적)협력을 모색해야 한다. 그 첫걸음은 남북이 함께하는 ‘평화경제’로부터 시작될 수 있다.

민경태 국립통일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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