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면서] 지방의회는 청소년 민주주의 배움터

의회는 민의의 전당이라 불린다. 민의를 수렴하는 데 있어서 간과되어서는 안 될 소중한 대상이 청소년이다. 경기도의회는 미래세대를 위한 청소년의회교실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민주시민으로서의 성장을 지원한다. 청소년의회교실은 교과서에서만 배우던 지방자치의 현장을 직접 체험하는 프로그램이다. 경기도의회가 청소년의회교실을 연 것은 2005년부터다. 그로부터 10년간은 한 해 100~200여 명이 견학하는 수준이었다. 도민의 요구와 청소년 민주시민교육의 필요에 부응하면서 2016년부터 1천213명, 2017년 2천766명, 2018년 3천525명으로 참가자가 대폭 늘었다. 올해는 지난 8월까지 3천791명이 참가했고, 대상은 초등학생이 57%, 나머지는 중고등학생이었다. 프로그램 일정은 본회의 축소판이다. 참가자들은 1일 도의원이 되어서 선서를 하고 각자의 이름이 새겨진 의석에 앉는 것으로 시작한다. 자유발언에 이어 실제 의회와 동일하게 주제 안건을 발표하고, 찬성 반대 토론을 벌이며 표결 절차를 거쳐 결론을 낸다. 이뿐만 아니라 재미있고 흥미로운 맞춤형 퀴즈를 통해 의회 역사를 배우는 도전 골든벨 시간도 마련되며, 도의원과 직접 만나는 토크 콘서트로 마무리된다. 지난 4월 청소년의회교실 프로그램에 참석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청소년들이 진행하는 의회 풍경은 의원들의 본회의를 방불케 했다. 그리고 참가한 중학생들이 내게 미세먼지 해결방안과 취약계층 지원책 등 많은 질문을 쏟아내어서 성실하게(?) 답변하느라 진땀을 뺐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도의원들도 대부분 나와 같은 소회를 밝혔다. 프로그램 만족도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참가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90.9%가 만족했고, 초중고 대상별로 고른 분포를 보였다. 이처럼 청소년의회교실은 보고 듣는 프로그램이 아니다. 느끼고 생각하며, 저마다 뜻을 하나로 모으는 민주적 절차를 배운다. 어린 시절의 체험은 평생의 자산이다. 그들 중에 누군가는 정치에 뜻을 두고 먼 훗날 오늘의 나를 만든 것은 경기도의회의 청소년의회교실이었다고 회고할 것이라고 믿는다. 나와 같은 기성세대는 학교에서 반공교육과 같은 의식화 교육만 받아봤지, 생각의 힘을 키우는 민주시민교육을 제대로 받아본 적이 없다. 어른들 말을 잘 들어야 한다고 교육받았지, 내 의견을 잘 말하는 교육이 다소 부족했다. 제대로 된 토론교육도 거의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경기도의회 본회의장에 찾아오는 청소년들을 보면 자신의 주장을 뚜렷하게 밝히고, 반론을 제기하는 학생들도 상대를 존중하면서 설득하려고 힘쓴다. 청소년의회교실은 현장밀착형 민주시민 교육이다. 이러한 교육이 지방자치와 의회민주주의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우리 사회를 성숙하게 하는 밑거름이다. 전국 지방의회가 청소년 민주주의 배움터로서의 역할이 확대되기를 희망한다. 그리고 경기도의회뿐만 아니라 경기도와 경기도교육청이 다 함께 청소년 민주시민 교육에 대한 더 깊은 고민과 더 높은 관심이 필요하다. 청소년 민주시민 교육이 내실 있게 추진되어야 이재명 지사가 추구하는 공정한 세상, 이재정 교육감이 추구하는 공평한 교육, 경기도의회가 추구하는 공존의 미래가 실현될 수 있다. 송한준 경기도의회 의장

[아침을 열면서] 페이크 러브, 거짓이 판 치는 세상

김기호 추석 연휴가 끝난 가을 아침은 선선하다. 언제 그 무더위가 있었나 싶다. 또 언제 그 무서운 태풍이 지나갔나 싶다. 그러나 추석 민심은 온통 뒤숭숭했다. 올여름보다 더 무서운 태풍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더 불안한 것은 무엇이 진실(Truth)이고 무엇이 거짓(Fake)인지 모른다는 것이다. 오는 19일은 남북군사합의를 체결한 지 1주년이 되는 날이다. 지난해 9월19일 남과 북은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을 야기하는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중지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남한은 키리졸브독수리(KRFE)연습,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을 비롯해 주요 한미연합훈련을 취소하는 등 남북군사합의를 준수하고 있다. 반면에 북한은 지난 5월부터 이달 10일까지 10차례에 걸쳐 20여 발의 탄도미사일을 포함한 무서운 신형무기들을 발사했다. 5천만 우리 국민은 물론 4만여 명의 주한 및 주일미군과 수백만 체류 외국인의 생명이 위험해졌다. 그러나 북한은 군사적 긴장을 높인 것이 아니어서 합의 위반이 아니라고 한다. 전문가들이 북한의 신형무기에 대책이 거의 없다고 목소리를 높여도 정부는 다 막을 수 있다고 한다. 지난해 4월27일 판문점에서 역사적인 남북 정상의 만남으로 우리는 평화가 오는 줄 알았다. 특히 두 정상이 도보다리에서 보여 준 다정한 연인 같은 모습은 남북이 더는 적대관계가 아님을 믿게 했다. 그러나 1년 반이 지나면서 짝사랑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만 커지고 있다. 가장 핵심인 비핵화는 실질적인 진전은 없는 채 시간만 끌면서 회담의 줄만 놓지 않고 있다. 그러는 사이 북한은 수소탄에 가까운 핵무기를 더 많이 찍어냈고, 머지않아 핵무기 100여 개, 미사일 1천여 기를 가진 핵보유국으로 등극할 게 뻔하다. 곧 3천t급 잠수함을 만들어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로 한국은 물론 일본과 미국까지 위협할 태세다. 그럼에도 남측 지도자는 북측 지도자의 진정성(Truth)을 믿는다고 한다. 미국 지도자는 김정은이 보낸 수십 통의 편지를 아름다운 러브레터(Love Letter)라고 자랑한다. 지금 세상은 상대에게 진실을 속이고 거짓을 내보이는 시대다. 우리가 상대할 주변국의 지도자는 모두 터프하고 거짓말도 불사하는 스트롱맨들이다. 러시아의 군용기와 폭격기 및 중국의 정찰기가 우리의 방공식별구역과 영공을 침범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그들은 침범의도가 없었다고 하며, 도리어 우리 구역이라고까지 한다. 가장 믿고 의지하는 동맹국의 지도자는 동맹을 가치보다는 경제의 논리로 재단하면서 방위비 분담금을 비롯해 더 많은 돈을 뜯어가려고 협박한다. 인접국가 지도자는 우리를 화이트 리스트로 압박하고 있다. 4면초가를 넘어 5면초가의 형국이다. 그럼에도 지도자가 선의와 이상주의자임을 고집했다가는 낭패를 면하기 어렵다. 약육강식의 국제관계에서는 힘이 곧 정의이기 때문이다. 공자는 군대가 없고 백성이 배를 곯아도 지도자를 믿을 수 있다면 나라는 존립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믿음이 없으면 나라의 존립 자체가 불가능하다. 지금 시대는 거짓이 난무해 진실이 설 자리를 잃다 보니 믿음이 사라졌다. 장관 청문회장이고 어디에서도 위증이 판을 친다. 내 편은 진실이고 딴 편은 거짓이다. 그래서 조국스럽다는 신조어가 유행하고 있다. 지난해 5월 말 페이크 러브(Fake Love) 방탄소년단 지민 포커스 직캠 영상이 공개된 이후 곧 8천만 뷰를 돌파하는 대기록을 세울 기세다. 페이크 회담, 페이크 평화, 페이크 기자회견, 페이크 청문회 등 온통 세상이 페이크(거짓)다. 페이크 러브가 계속 반복해서 퍼지는 가을의 아침은 자못 불안하다. 거짓이 판을 치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김기호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초빙교수

[아침을 열면서] ‘평화경제’의 시험대, 2032 서울-평양 올림픽

지금 한반도는 격동기를 지나고 있다. 동북아 지정학의 구조적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핵 문제를 둘러싼 북미 갈등은 물론이고, 미중 무역전쟁, 일본의 수출규제, 중국과 러시아의 개입 등 초강대국들의 첨예한 대치 국면에 한반도가 놓여 있다.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이 대립하는 기존 구도를 탈피하고, 유라시아와 태평양을 잇는 교량으로서 한반도의 역할을 되살려야 한다. 동북아에서 오랜 세월 지속된 지리정치학적 갈등을 이제는 지리경제학적 연결로 전환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함께 노력하자고 남북 두 정상이 약속한 것이 불과 얼마 전인데, 최근 북한은 거친 표현으로 우리 정부를 비난하고 있다. 올해 안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만 하는 북한 입장에서는 베트남의 실패를 다시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협상을 앞두고 샅바 싸움을 하는 것 같다. 미국 입장에서도 향후 정치 일정을 고려해 본다면 올해 안에 진전된 조치를 이끌어 낼 필요가 있다. 그렇지만 우리는 상황 변화를 수동적으로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다. 국제정치 환경과는 별도로 한반도의 미래를 설계하는 작업은 꾸준히 준비하고 진행돼야 한다. 답답한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래의 꿈으로부터 접근해보자. 앞으로 한반도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 남북한의 경제교류와 협력은 과연 어떻게 가능할까. 그것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아주 현실적인 기회가 우리 앞에 주어졌다. 바로 2032 서울-평양 올림픽이다. 지난해 9월 남북 정상이 합의한 평양공동선언의 4조 2항을 살펴보자. 남과 북은 2020년 하계올림픽경기대회를 비롯한 국제경기들에 공동으로 적극 진출하며, 2032년 하계올림픽의 남북공동개최를 유치하는 데 협력하기로 했다. 2032년 서울과 평양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서로 떨어진 두 도시가 아니라 통합된 도시 네트워크로 형성된 하나의 광역경제권, 즉 서울-평양 메가시티로 발전된 상태를 꿈꿔 보자. 신(新)경의선 고속철과 GTX 연장선은 서울을 출발해 개성과 해주를 지나 남포, 평양 등 북한의 주요 거점을 연결하게 된다. 첨단 도시운영 인프라와 시스템에 의해 방문자들은 마치 잘 구성된 하나의 도시를 체험하는 듯 느끼게 될 것이다. 서울-평양 메가시티의 여러 도시는 올림픽 경기를 위한 스포츠 시설만이 아니라 컨벤션관광물류문화 등 다양한 산업분야의 남북한 협력 거점으로 성장할 것이다. 남북한 접경에 있는 개성은 올림픽 행사를 위한 남북공동준비위원회와 컨트롤센터를 설치하기에 적합한 지역이다. 개성공단 2단계는 생산시설 위주의 기존 계획을 변경해 올림픽을 지원하는 회의장호텔공연장데이터센터 등을 구축하고, 향후 판문점DMZ와 연계해 MICE 산업 중심 평화도시를 육성하는 대안도 가능하다. 미래 한반도의 성장을 위한 4차 산업혁명 분야 남북 협력을 추진하는 계기로도 활용할 수 있다. 올림픽 단지를 순환하는 자율주행 셔틀뿐만 아니라 서울과 평양을 잇는 자율주행 관광버스, 대동강 수질개선을 위한 인공지능 센서와 하수관리 시스템, 물류교통 신호체계와 인공지능 환승제어, 테러방지 및 안전보안 시스템 등 첨단 도시운영 인프라를 남북이 함께 구축하고 북한에 스마트시티를 건설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남북이 공동으로 올림픽 유치에 성공한다면 이는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 상황을 뛰어넘어 전 세계에 평화 메시지를 줄 수 있다. 따라서 서울-평양 올림픽은 단순한 스포츠 교류 이상의 의미가 있다. 서울ㆍ인천ㆍ경기와 평양ㆍ남포ㆍ해주ㆍ개성의 인프라를 연결하고 서울-평양 메가시티의 운영시스템을 통합하는 것은 한반도 평화경제의 테스트베드를 만드는 일이다. 평화와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실행해 보는 시험대가 될 것이다. 민경태 통일부 통일교육원 교수

[아침을 열면서]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과 ‘보이지 않는 고릴라’

보이지 않는 고릴라는 미국의 심리학자 사이먼스와 차브리스의 실험에서 유래한 말이다. 학생들을 두 팀으로 나눠 한 팀은 흰 옷을, 다른 팀은 검은 옷을 입게 했다. 이들이 농구공을 패스하는 장면을 찍어서 사람들에게 보여주며 색깔별로 팀의 패스 수를 세게 했다. 영상 중간에 고릴라 분장을 한 사람이 나타났다 사라진다. 실험 결과, 패스 숫자를 세는 데 집중한 나머지 둘 중 하나는 고릴라 분장을 보지 못했다. 이러한 현상이 우리 삶 속에도 비일비재하다. 학창 시절 친구들과 떠들 때 선생님이 다가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 추억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운전 중에 휴대전화 사용이 위험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인간의 뇌는 원소스 원아웃 즉 하나에 집중하면 하나를 간과하게 된다. 요즘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 보이지 않는 고릴라가 되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다. 우여곡절 끝에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됐지만, 국회 파행으로 3개월 여 외면받았고, 아직도 행정안전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입법기관인 국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니 지방자치 현장의 일꾼들은 좌불안석이다. 1988년 전면 개정된 지방자치법은 지난 31년 동안 거의 변함이 없었다. 오죽하면 지방자치법이 지방자치 발전의 발목을 잡는다는 말이 나올까.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이 조속히 이뤄져야 하는데 국회의 시계는 답답하기 그지없다. 9월부터 11월까지 국정감사를 해야 하고, 내년에는 총선 준비로 법 개정이 쉽지 않을 것이다. 국회 일정을 감안할 때 늦어도 12월까지는 현재 제출된 개정안이 반드시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나는 지난주에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 회장직에서 물러나는 소회를 밝히면서 지방자치법 개정안의 답보 상태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회장 취임 한 달여 만에 전국 시도의회에서 800여 명이 함께 국회에 모여 지방자치법 개정에 한목소리를 내었다. 주민과 가장 가까이에 있고 지역을 잘 아는 최일선 지방의원들이 주민을 대신해서 목소리를 높인 것이다. 이후에 시도 순회 토론회도 진행 중이다. 지방자치의 확대와 국민주권 강화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실현이며, 대한민국의 새로운 희망이다. 지방이 살아야 대한민국 국민이 행복하다. 지방의 일은 지방이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맡겨놓는 것이 국민 존중이다. 주민의 대의기관인 의회가 지방정부와 대등한 관계에서 일할 수 있도록 권한을 줘야 진정한 자치분권이다. 지방자치는 지방에 사는 우리 모두의 삶의 도구다. 그런데 이 제도가 정말 내 삶을 바꾸고 모두 함께 행복해질 수 있도록 운영되려면 법이 바뀌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 보이지 않는 고릴라가 되면 지난 31년과 마찬가지로 몸에 맞지 않는 옷과 같은 불편함과 불평등을 계속 겪을 수밖에 없다. 법을 바꿔서 다양성, 자율성, 창의성이 살아있는 지방자치 좀 제대로 해보자. 지방의회는 대의기관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정책지원 전문인력이 있어야 하고, 의회가 집행부를 견제, 감시하기 위해서는 의회 인사권이 의회에 있어야 한다. 제도의 기본을 바로 세우는 길은 법 개정밖에 없다. 우리 모두 눈을 크게 뜨고 고릴라를 보자. 다른 곳에 관심을 가지면 보이지 않는 고릴라. 그와 같은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 지금 국회에 있다. 지방을 살리는 법이다. 지방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송한준 경기도의회 의장

[아침을 열면서] 길찾기에도 정치철학적 해법이 필요하다

길찾기 앱은 우리 일상에 가장 깊숙이 파고든 위치기반서비스다. 방향 감각 제로인 길치부터 수십 년 운전경력의 베테랑 택시기사님까지 내비만 찍으면 어느 곳이든지 찾아갈 수 있고, 구글맵 하나만 있으면 홍콩 뒷골목이나 뉴욕 맨해튼거리도 두렵지 않다. 최근 국내에서는 SK텔레콤이 17년째 쌓아온 내비게이션 자료를 활용한 딥러닝 기반 알고리즘을 선보였다. SKT 티맵을 지금까지 1천660만 명이나 설치했다니 이용자가 많을수록 정확도가 올라갈 수밖에 없는 알고리즘의 특성상 추천해주는 경로가 믿음직하다. 이에 뒤질세라 카카오는 카카오택시와 카카오대리를 통해 카카오맵을 설치한 일반 이용자들의 통행이 적은 새벽과 심야시간대까지 차량통행정보를 충분히 확보해서 24시간 최적의 길 찾기를 제공한다고 강조한다. 이 같은 국내 IT 기업들의 치열한 경쟁이 시민들 입장에서는 즐겁기만 하다.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을 해보자. 예를 들어 현재 도로 위에 있는 모든 운전자가 동시에 길찾기를 요청하면 SKT나 카카오에서는 어떤 경로를 알려줄까. 답은 너무나 당연하다. 각자의 목적지까지 가장 빨리 갈 수 있는 최단경로로 안내할 것이다. 물론 통행료 내는 것을 싫어하는 운전자에게는 시간을 돈으로 환산해서 통행비용이 최소가 되는 길을 보여줄 테니 내비게이션이 모든 운전자에게 최적 경로를 찾아준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1952년 영국의 수학자이자 교통학자인 워드롭은 사용자 균형(UE)을 제시했다. 모든 운전자가 자신에게 가장 빠른 길을 계속 찾다 보면 더는 경로선택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안정된 상태에 이른다는 가설이다. 내비게이션이 없던 시절에 우리가 시행착오를 거쳐 자신만의 최적 경로를 찾은 다음에는 그 길을 꾸준히 이용하는 것과 같은 개념이다. UE는 모든 운전자가 교통상황에 대한 완벽한 정보(Perfect Information)를 갖고 있고 합리적 행동(Rational Behavior)을 하는 동질적 집단(Homogeneity)이어야 한다는 아직도 현실에선 불가능한 조건을 가정하지만 매우 상식적인 원칙이어서 길찾기 알고리즘의 뼈대이다. 만약 티맵이나 카카오T가 나에게 최적이 아닌 경로를 안내한다면 이건 법적 소송 감이다. 내비 시작할 때 다른 사람을 위해 나를 희생하라는 안내 문구를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UE 경로정보는 정치철학적인 문제를 일으킨다. 모든 운전자가 UE 경로를 이용하면 개인은 불만이 없지만(아무리 긴 통행시간도 자신에겐 최선이니까) 교통망 전체로는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각자 자신의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하더라도 서로 협력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자신은 물론 모두에게 불리한 결과가 발생한다는 죄수의 딜레마를 떠올리면 된다. 그래서 워드롭은 두 번째 가설에서 모든 운전자의 총 통행시간이 최소화되는 상태인 시스템균형(SO)을 주장했는지 모른다. 통행을 적절히 배분하면 일부 운전자는 통행시간이 늘어나겠지만 전체 통행시간은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특히 예상하지 못한 긴급상황에서 일부 운전자의 희생을 통해 전체 교통상황을 최적화하는 것은 너무나 중요하다. 교통학자들의 고민은 여기에 있다. 아직도 UE를 SO로 유도하는 해를 찾는 것이 엄청난 수학적 난제지만, 이보다도 운전자에게 SO 경로를 안내하는 것이 정치철학적으로 올바른 가이다. 이러한 길찾기 고민은 현재 우리 사회의 모습과 같다. 지난 반세기 노동자, 사용자, 시민 모두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한 결과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뤘다. 그러나 지금은 누군가 희생하지 않으면 더는 성장을 기대할 수 없는 UE 상태이다. 시민사회가 정치철학적 SO 알고리즘을 시급히 찾아야 할 때다. 그렇게 되면 교통학자는 수학문제만 열심히 풀면 되지 않을까.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

[아침을 열면서] 행복한 ‘10 짱’이 되자

김도균 운동을 놀이처럼, 하루를 건강하게, 저절로 몸짱까지라는 콘셉트를 가지고 삶을 행복하게 만들어 가는 사람들이 있다. 자신만의 건강 추구 방식을 가지고 스스로 운동하며 몸짱을 넘어 맘짱까지, 말 그대로 몸을 건강하게 해 마음까지 행복한 사람들이다. 김난도 교수의 책인 트렌드 코리아 2019의 키워드를 보면 소비자들이 환경변화에 적응하며 정체성과 자기 콘셉트를 찾아가는 여정이라고 한 문장으로 요약했다. 세상이 어지럽고 주변의 환경이 혼란스러울수록 개인과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콘셉트력을 갖춰야 한다. 다양성이 높은 세상에서 자신만의 절대적인 시선을 기준으로 다른 것에 대한 수용력을 높여 자신만의 것을 찾아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자신만의 특기를 개발해 짱이 되는 것은 중요하다. 지금까지 한국 사람들은 타인 지향성이 강해 자신의 콘셉트를 잃어 버리고, 나보다는 우리를 우선으로 하는 삶을 살아왔지만 최근 젊은 층을 비롯해 앞서가는 사람들은 자기만의 기준을 잡아 자신을 사랑하고 행복을 키워나가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짱이란 말은 어린이청소년 또래들이 쓰는 말이다. 반장, 회장의 장이 된소리인 짱으로 발음돼 대장, 최고를 뜻하는 말이다. 짱의 종류를 보면 첫째는 몸짱으로, 육체적으로 건강해 당당한 자세를 지닌 최고의 사람을 말한다. 몸짱이 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체형이나 건강상태에 대해 정확히 진단하고 환경에 맞게 즐겁고 행복하게 운동을 해야 한다. 둘째는 맘짱으로, 마음에 큰 사랑을 지녀 다른 사람을 잘 배려하고, 겸손하고, 이해심 많고, 솔선수범하는 사람으로 자신의 이익보다 주변 사람에게 베푸는 사람이다. 셋째는 얼짱으로, 밝은 표정과 행복한 미소, 활발한 모습을 지닌 사람으로서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져 주변에 상쾌함을 주는 사람이다. 넷째는 말짱으로, 늘 긍정적인 말과 활기찬 언어, 따듯한 말로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어 용기를 북돋아 주는 사람이다. 다섯째는 배짱으로, 깡다구가 있어 자신의 삶에 주관적인 생각과 행동을 가진 사람으로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 정신을 실천하는 사람이다. 여섯째는 네짱으로, 세상 인맥과 정보를 네트워크로 연결해 경쟁력을 갖춘 사람이다. 일곱째는 일짱으로, 자신이 하는 일에 프로 정신을 가지고 최고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전문성을 가진 사람이다. 여덟째는 끼짱으로, 끼를 가지고 다른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행복을 주기 위해 재능을 익히고 배워 이를 발휘하는 사람이다. 아홉째는 끝짱으로, 무슨 일이든 끝까지 최선을 다해 결과를 만들어 내 끝장을 보는 사람이다. 마지막 열 번째는 꿈짱으로, 늘 꿈을 가지고 자신의 비전을 실천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사람이다. 나는 무슨 짱인가. 아니면 무슨 짱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가. 남과 비교하면 행복은 멀어진다. 장자는 정해진 길이란 없다. 길은 걸어가면서 만드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짱의 길은 내가 만드는 것이다. 무슨 짱이든 내가 만들어 주인공이 되고 전문가가 됐을 때 행복하다. 내가 잘하는 일이라면 무슨 일이든 행복에 도움이 된다. 반복적인 훈련과 노력이 짱을 만든다. 짱에서 우러나오는 여유는 경제적인 여유보다 훨씬 더 사람을 풍요롭고 행복하게 만든다. 행복해지려면 자신만의 짱이 돼야 한다. 짱이 된다는 것은 자신만의 자존감을 갖춰 자신의 전문성을 갖추는 것이다. 자, 이제 내가 무슨 짱인지 찾아보고 노력해 보자. /김도균경희대학교 체육대학원 교수

[아침을 열면서] 한일 갈등, 이겨야 하는 싸움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지난 2일 일본 정부는 끝내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조치를 강행했다. 신중한 대응을 하던 우리 정부도 일본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맞대응 전략을 꺼내 들었다. 이로써 치열한 경제전쟁이 불가피해졌고, 합리적 대응이 아닌 현명한 반격이 절실해졌다. 일본의 백색국가 리스트를 살펴보면 모두 유럽과 미주, 남미 국가들이다. 일본의 이번 도발은 동양사회에 대한 상대적 우월감에서부터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우리 정부가 일본의 수출 규제는 막강한 경쟁자로 부상하는 우리의 국가 경쟁력을 타격하려는 의도며, 과거 군국주의의 망상에서 벗어나지 못한 일본의 경제침략행위라 규정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반드시 이겨야 하는 싸움이다. 이 싸움에서 지면 대한민국은 국가의 주권을 상실하고 일본의 경제속국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도 일부 보수언론은 여전히 합리적 대응, 외교적 해법을 주장하고 있다. 문제파악능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이해하고 싶다. 아베 정권과 한 패거리로 의심받을 어리석은 짓은 하지 말기를 바랄 뿐이다. 우선 비정형적이고 불규칙한 대응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일본은 국내총생산의 4분의 3가량을 차지하는 제조업의 부진 등으로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또 한국 산업의 급성장이 마뜩잖았을 것이다. 오랫동안 시나리오와 비상계획(contingency plan)을 준비했으며, 정형적이고 규칙적인 대응에 대한 맞대응은 이미 충분히 마련해뒀을 것이다. 둘째, 위기를 기회로 삼아야 한다. 한일 갈등은 우리에게 위기(crisis)임이 분명하다. 위기는 파국적 사건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고통을 통해 체질을 개선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대기업 위주의 독점경제 체제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하는, 공정경제로의 체질을 개선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청와대가 설치ㆍ운영하고 있는 TF(태스크포스) 및 상황반의 시야가 좀 더 넓어져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셋째, 외교적 해법만을 주문하지 말아야 한다.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는 말이 있다. 상대와 주먹다짐을 하고 있는데 나의 한쪽 팔만을 붙잡고 싸우지 말라는 자들이 있다면 그는 상대와 한 패거리가 분명하다. 국운을 건 싸움에 돌입했는데 계속 외교적 해법만을 주장하는 것도 적에게 성문(城門)을 열어주자는 말과 다르지 않다. 넷째, 정치권의 일사불란한 대응이 필요하다. 정부와 여당은 야당을 자극할 수 있는 말을 자제하고, 야당은 정부에 적극협조하면서 우리 정부의 대응책을 노출할 수 있는 요구는 즉각 중단해야 한다. 비공개로 좋은 아이디어를 정부에 전달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다섯째, 과거 군국주의의 망상에서 벗어나지 못한 일본의 경제침략행위에 맞서 경제주권을 지키고, 공정하고 자유로운 세계경제 질서를 구현하려는 방향으로 대응해야 한다. 특히 중국과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에 침략을 당한 국가들을 대상으로 일본의 침략적 행태를 설명하고 공동방어시스템 구축을 제안할 필요가 있다. 한일 간 군사력과 경제력의 힘의 우위는 분명하다. 그렇다고 피해갈 수 있는 싸움이 아니다. 합리적 대응은 힘 있는 자들의 논리다. 그보다는 현명한 대응이 필요하다. 어쩌면 일본의 자신감 뒤에 100년 전 미국의 필리핀에 대한 지배권과 일본 제국의 대한제국에 대한 지배권을 승인했던 가쓰라-태프트 밀약과 같은 것들이 존재할 수도 있다. 일본 경제보복으로 중국 반도체 산업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도 있다는 전망도 있다. 정말 복잡한 싸움이다. 길고도 오랜 어두운 터널을 지나야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반드시 이겨야 하는 싸움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오현순 한국매니페스토연구소장

[아침을 열면서] 독립운동은 못했어도 불매운동은 한다

지난 금요일, 일본대사관 평화의소녀상 앞에서 일본의 경제보복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했다.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함께 릴레이 시위를 시작한 것이다. 장맛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는 시위 의지를 더 결연하게 만들었다. 때마침 의정부시 고등학생들이 피켓을 들고 함께해서 더욱 의미가 있었다. 일본 정부의 경제보복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대법원의 강제 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불만이다. 일제강점기 때 힘없는 우리 국민을 강제 노역시킨 것에 대한 사과나 반성은커녕 오히려 한국 정부의 대법원 배상 판결을 문제 삼고 있다. 독일의 전범 기업이 거듭 사죄하고, 사회공헌재단을 세우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에 경기도의회에서 지난 4월에 보류했던 일본 전범 기업 제품 스티커 조례가 다시 논의되고 있다. 도내 초ㆍ중ㆍ고교 주요 기자재 중 일본 전범 기업 생산품에 표식을 붙여서 자라나는 세대에게 역사의식을 심어주자는 것이다. 둘째, 위안부 합의 파기도 경제보복의 요인으로 꼽힌다. 전 정부에서 피해자들의 명예와 존엄 회복이라는 문제의 핵심을 덮고 밀실 합의가 이루어졌다. 문재인 정부는 이러한 흠결을 지적했으며, 위안부 합의로 만들어진 화해치유 재단을 해산했다. 경기도에는 위안부 할머니들이 살고 있는 나눔의집이 있다. 이곳에 갈 때마다 일본의 진정한 사과를 요구하는 어르신들의 목소리를 듣는다. 그러나 끝내 그 말 한마디를 듣지 못하고 한 분씩 눈을 감고 있어 안타깝다. 당사자가 빠진 합의는 무효이기에 하루빨리 바로 잡아야 한다. 셋째, 세계무역기구(WTO)의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금지 분쟁 판결에서 패소한 데 따른 보복이라는 시각도 있다. 일본 후쿠시마와 그 주변 지역 수산물 수입 금지는 1심 판결을 뒤집은 외교적 쾌거다. 방사능 오염 수산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것은 우리 정부의 당연한 의무가 아닌가. 주목할 것은 경제보복에 대응하는 우리 국민의 자세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온라인 상에서 자발적으로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독립운동은 못 했어도 불매운동은 한다는 슬로건 아래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경기도에서도 지방정부 차원의 친일잔재 청산을 위한 본격적인 학술연구에 착수했고, 시ㆍ군에서는 일본 자매우호 도시들과의 교류 일정을 취소하거나 유보했다. 시민들은 물론 학생들도 불매운동의 목적은 싸움이 아니라 평화 유지라며 반일 감정이 아닌 극일을 내세운 불매운동 캠페인에 동참하고 있다. 수원 못골시장에는 가지 말자 먹지 말자 사지 말자 팔지 말자라는 현수막이 내걸렸다. 경기도농민단체협의회는 일본제품 불매와 관광거부 운동에 돌입했다. 단재 신채호 선생은 역사를 잊는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했다. 경기도에는 망국의 역사, 전쟁의 역사가 남긴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도민이 많다. 경기도의회는 도민의 대의기관으로서 이러한 고통에 깊이 공감하며, 잘못된 역사를 바로 세우고자 노력하겠다. 전국 지방의회 최초로 평화의 소녀상을 세운 것도, 독도사랑국토사랑회라는 의원단체의 활발한 활동도 이런 맥락이다. 일본제품 불매운동은 민심의 현주소다. 경기도의회는 1천350만 깨어 있는 도민과 함께 일본이 경제보복을 철회할 때까지 강력한 규탄과 단호한 대응을 해나가겠다. 그날 시위 현장에서 학생들과 함께 외쳤던 말처럼 우리가 대한민국이다. 송한준 경기도의회 의장

[아침을 열면서] 우리에겐 아침이 저녁보다 더 소중하다

2012년 이맘때로 기억한다.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 내게 힘이 되는 나라, 평등국가, 빚 없는 사회, 편안한 나라, 걱정 없는 나라 등 여전히 나라와 국가가 앞세워진 정치 구호들의 범람 속에서 저녁이 있는 삶이란 슬로건은 단연 돋보였다. 문재인 당시 민주당 후보가 내건 사람이 먼저다도 국가가 아닌 사람을 먼저 얘기한 점에서 좋았지만 역시나 최고는 저녁이 있는 삶이었지 않나 싶다. 정작 이런 멋진 슬로건을 제시한 분은 본선에 나서보지도 못했지만, 일과 삶의 균형을 이루자는 워라밸이란 신조어 등장과 함께 노동시간 단축 논의의 공감대를 적극적으로 이끌어냄으로써 지난해 7월에 개막된 주52시간 근무 시대의 1등 공신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주52시간 근무제 도입 1주년을 맞아 최근 실시한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대부분의 직장인은 주 52시간제가 정시퇴근 문화 정착을 통해 개인 여가 활동과 함께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을 늘려줌으로써 삶의 질을 매우 높였다고 평가하고 있다. 아주 바람직한 현상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아침은 달라졌는가. 집으로 돌아가기만 하면 되는 저녁 시간과는 달리 직장인들에게 아침 시간은 여전히 1분 1초를 다투는 소위 출근전쟁이다. 지금 당장 10분만 더 잘 수 있다면 영혼까지도 팔 수 있겠다는 황당한 생각도 9시 출근 직장인들이라면 다들 한 번쯤은 가져봤을 것이다. 역세권 아파트의 시세가 주변 비역세권에 비해 수억 원씩 더 비싼 것도 실은 아침 출근길 30분의 경제적 가치가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 교통투자사업 평가의 기준인 예비타당성조사에서는 출근통행의 시간가치를 일반적인 업무통행과 동일하게 보고 1만 8천626원시로 산정하고 있다. 즉, 아침 출근길 30분의 여유를 돈 주고 살 수가 있다면 평균적인 직장인들은 대략 1만 원 정도를 지불할 용의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아침에 좀 더 잘 수 있고 가족들과 편안하게 식사하고 차분하게 용모를 다듬을 수 있는 황금 같은 아침 30분의 가치가 과연 이것밖에 안 될까. 실제로 교통 분야에서는 정시 도착(on-time arrival)을 하지 못했을 때 겪게 되는 손실(penalties for early or late arrival time)에 관한 다양한 이론과 실증연구가 많이 있으며, 최근 국내 연구 결과들을 보면 통행 정시성에 대한 가치가 1시간당 8천878원~1만 1천482원 정도로 제시되고 있다. 해외단체여행에서 가이드들이 여행객들을 무조건 최소 3시간 전까지 공항으로 모시고 가고, 꽤 많은 직장인들이 새벽 출근 후 회사 근처에서 운동하고 하루를 준비하는 것만 보더라도 정시 도착에 대한 경제적 가치가 얼마나 큰지를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제는 정부가 출근 시간 줄이는 것을 교통정책의 최우선으로 삼아야 하는 이유가 자명하다. 2019년 최신 통계를 보면 경기 지역 직장인들은 출퇴근에 평균적으로 2시간 14분을 보내고 있다고 나온다. 평균값이 이 정도인 것이고 새벽별 보고 집을 나서야만 하는 샐러리맨들도 부지기수다. 이제는 우리 사회가 저녁 있는 삶을 넘어서 아침 있는 삶을 논의해야만 한다. 가족들과 아침 식사도 같이 못 하고 머리 말릴 시간조차도 부족해 축축한 머리로 지하철로 버스로 헐레벌떡 뛰어가는 청년들을 언제까지 보고만 있을 것인가. 故 백남준 선생이 생전에 한 인터뷰에서 당신의 삶은 성공적이었는가라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그는 특유의 호탕한 웃음과 함께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엄청나게 성공적이죠. 지금까지 나는 아침 8시에 일어나지 않아도 됐거든요. 우리 모두가 시간과 공간에서 자유로운 천재 예술가가 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아침 7시쯤 일어나도 괜찮은 삶을 누릴 자격은 되지 않는가.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

[아침을 열면서] Maverick! 나다움의 삶을 사는가

김도균 죽음이란 단어는 소천, 죽었다, 돌아가셨다, 저세상에 갔다라는 말로 표현하며 생명이 없어지거나 끊어지거나 돌아갔다는 것을 의미한다. 영어로는 die, pass away라 해서 지나간다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죽음 앞에서 모든 사람은 겸손해지고 우리는 자신을 돌아보고 삶의 가치와 의미를 깨닫게 된다. 지난달 리서치 여행 음식 전문가인 주영욱 대표가 필리핀에서 숨진 채 발견돼 많은 사람에게 충격을 가져다줬다. 개인적인 친분이 있었던 나도 그분의 소식을 듣고 너무나 가슴 아프고 황당함을 느꼈다. 모두 같은 마음이었는지 그분과 함께 공부했던 지인들이 모여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죽음을 기억하라)라는 주제를 가지고 그와의 인연을 돌아보고 죽음과 이별 그리고 삶의 의미에 관해 이야기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국내 최고의 여행 전문기자인 조성하 선배는 그의 삶과 철학을 영상으로 만들어 보여 주면서 한 가지 퍼포먼스를 제안했다. 주영욱 대표 왼쪽 팔에 새겨진 Maverick이란 단어를 왼팔에 쓰고 그에 대한 존경을 표현하자고 했다. 조성하 기자가 이런 퍼포먼스를 제안한 이유로 비디오 아트의 창시자인 백남준 씨가 젊은 날 독일 공연 도중 그의 스승 존 케이지의 넥타이를 싹둑 잘랐던 퍼포먼스는 그를 존경하는 의미로 만들어진 것이었고, 그가 죽은 장례식장에서 오노 요코(존 레넌 부인)를 비롯한 400여 명의 조문객은 일제히 옆 사람의 넥타이를 자르고 고인의 시신 위에 쌓아 그에 대한 사랑과 존경을 표시한 것과 같은 맥락이라 설명했다. 퍼포먼스가 백남준이 세상에 마지막으로 보여준 작품이듯이 우리도 Maverick이란 단어를 팔과 마음에 새겨 고(故) 주영욱 대표의 인생철학을 존중하며 뜻을 기리자는 의미의 자리였다. Maverick이란 개성이 강한 사람, 남과 다른 사람이란 의미로 편견과 습관에 갇혀 살지 않고 자기다움으로 살겠다는 자기다움의 철학이 담긴 단어다. 이 단어는 최고의 파일럿을 꿈꾸는 생도들의 우정과 사랑을 그린 탑건(Top Gun)이란 영화에서 톰 크루즈의 이름으로 그는 Marverick을 헬멧에 새기고 최고의 생도가 되기 위한 경쟁과 사랑을 펼쳐보여 지금까지 많은 사람의 기억 속에 명화로 남아 있다. 이 영화의 주제곡인 Take my breath Away라는 가사 중에 계속 돌고 돌아요, 마음속 은밀한 곳을 향해, 오늘을 살아도 좋은, 숨이 멎을 것 같은 좋은 그 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리는, 그렇게 어리석지만 부끄럽지 않은 영혼을 만들어 내는 불타는 사랑이라는 내용이 있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하는 일을 사랑하고, 그것을 위해 영혼을 바치는 남과 다른 개성이 있는 삶을 살아보고 싶어한다. 모임을 마치고 며칠간 깊은 성찰에 빠져 있던 중 나음보다 다름을 추구하는 삶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다름보다 나다움의 개성 있는 삶을 추구하고 싶다는 소망이 생겼다. 마케팅에서는 나음(better)보다 다름(different)이 중요하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최근에 중요한 것이 다름보다 다움이 중요하다는 말을 많이 한다. 그렇게 하려면 남과 다른 나다움의 생각과 행동이 무엇인지 그것이 어떠한 삶인지 그 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 초 연결로 정보와 지식이 많아지고 그만큼 선택해야 할 것이 많아지는 세상에서 자신다움을 찾는다는 것은 중요하다. Maverick한 나의 삶, 나의 철학을 생각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가는 세상, 나다움으로 나만의 행복한 세상을 한번 살아보면 어떨까. 김도균 경희대 체육대학원 교수 Maverick 개성이 강한 사람 남과 다른 사람

[아침을 열면서] 日 수출규제, 피할 수 없는 전쟁의 시작

얼마 전에 끝난 G20 정상회의에서 일본은 자유무역의 기본 원칙을 강조한 바 있다. 그런데 이 원칙이 단 이틀 만에 사라지고, 한국을 대상으로 한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조치를 꺼내들었다. 이를 두고 일본의 보수언론에서조차 이율배반이라는 비판과 함께 일본 기업에도 적지 않은 악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일본 반도체 업계가 수출하는 물량의 절반 정도는 한국이 구매하고 있으니 일본 반도체 업계의 타격은 불보듯 뻔하다. 그렇다면 일본이 수출규제에 나선 까닭은 무엇일까. 아베 일본 총리는 한국과의 신뢰훼손을 이유로 관리강화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하지만 그것만으로 압력을 행사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대부분의 한국 언론은 일본의 참의원 선거와 연결 짓고 있지만, 경제운용에 실패하고 있다는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수출규제를 하겠느냐는 것이다. 작년 대법원의 강제징용에 대한 일본기업의 배상판결에서 비롯됐다며 원인제공자는 한국이라는 어느 언론의 사설에는 실소를 금치 못했다. 글로벌 패권을 건 자존심 대결로 불리는 미중 무역전쟁은 우연이 아닌 필연이었다. 미국은 처음부터 여러 가지 상황을 산정한 시나리오와 비상계획(contingency plan)을 준비하고 선제타격으로 전쟁을 시작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일본의 수출규제도 이와 유사한 관점에서 해석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한국의 부상을 두려워하고 있으며 미국과 마찬가지로 국운을 걸고 한국과 전면전을 벌일 가능성도 없지 않다. 사실 일본은 오래전부터 한국의 세(勢)를 꺾고 싶었을 것이다. 역설적으로 일본의 혐한(嫌韓) 기류는 K팝 열풍이라 하는데, 이와 같은 일본의 한국에 대한 공포는 문화 트렌드로 거인 붐을 불러일으켰던 극우 성향의 이사야마 하지메의 애니메이션 진격의 거인에서도 잘 나타난다. 지난 2009년부터 연재를 시작했던 진격의 거인에서는 나약하지만 싸워야만 살아나갈 수 있는 존재로 일본을 상징하고 있다. 그리고 초대형 거인이 등장하는데, 거인의 정체 중 하나는 문화산업 등으로 부상하는 한국이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일본은 조급했다. 그래서 실수했다. 전쟁을 걸어온 시기가 잘못됐다. 싸움을 걸려면 오래전에 걸어왔어야 했다. 이번 일로 일본은 한국의 잠재적 위협이라는 실체만 확인해줬을 가능성이 크다. 어쩌면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미국 빌보드 차트를 휩쓸며 비틀즈에 비견되는 것이 일본을 더욱 조급하게 만들었을 가능성이 있다. G20 행사장에서 불거진 일본 패싱 논란과 세기의 만남이었던 남북미 정상회담은 일본의 조급함을 더욱 부추긴 것 같다. 한일 간의 전면전은 어쩌면 이미 시작됐다.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냉정함을 잃지 않아야 한다. 상대의 실수를 집요하게 파고들어 더욱 조급하게 만들어야 한다. 차분하게 산업경제의 기초를 다질 기회로 삼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외교력 문제로 화살을 돌리려는 당리당략적 접근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번 사태를 아베의 정략(政略)이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분풀이 정도로 보는 순진한 생각도 버려야 한다. 손해가 크더라도 일본은 그만두지 않을 것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어쩌면 이 싸움은 일본이 국운을 걸었던 것처럼 우리도 국운을 걸어야 하는 싸움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오현순 한국매니페스토연구소장

[아침을 열면서] 미래에 대한 최선의 예언자는 과거다

경기도의회가 라디오 공익광고로 했던 내용을 기억하는 분들을 종종 만난다. 지방자치의 양 날개인 집행부와 의회가 균형을 잘 잡아야 도민 행복을 위해 날아갈 수 있다는 메시지다. 새의 양 날개 비유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그런데 이렇게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방자치가 법적 제도적 한계 속에서 더디지만 진보의 역사를 써왔다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지방자치의 한 축인 의회의 역할을 널리 공감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경기도의회의 63년 역사가 도민의 생활 터전에 깊게 뿌리내린 것 같아 반가운 마음이다. 우리나라가 1949년 지방자치법을 제정하고, 1952년 5월 지방의회 총선거를 할 때 경기도는 제외됐다. 6ㆍ25 전쟁 때문이다. 다소 늦은 출발이지만 1956년 8월에 45명의 도의원으로 서울시 종로 청사에서 제1대 의회가 출범했다. 제2대 도의회는 1960년 12월에 개원했으나 6개월여 만에 5ㆍ16 군사정변으로 강제 해산됐다. 30년이 지나서야 고 김대중 대통령의 목숨을 건 단식투쟁 덕분에 지방자치가 부활했다. 1991년 지방의원 선거에서 경기도의회는 117명의 도의원이 선출됐다. 수원 인계동 문화예술회관에 임시청사를 마련해 제3대 임기를 시작했다. 그로부터 2년 뒤 현재의 청사를 지어서 이전하기에 이르렀다. 이즈음 600만 명이던 경기도 인구는 2003년(1천20만 명)을 기점으로 서울 인구를 넘어섰다. 2006년 제7대 때부터 지방의회 의원 유급제가 시작됐다. 무보수 명예직에서 유급제가 시행됨으로써 지방의회 분위기는 사뭇 달라졌다. 정치 신인에게 기회의 문이 열리고, 정책 전문가들이 진출하는 계기가 됐다. 2006년 선거 결과는 집행부 수장이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이고, 의회 역시 비례대표를 제외하고는 전원 같은 당이었다. 당시 경기도의회는 소수의 진보정당이 학생인권조례와 무상급식 예산을 통과시키기 위해 삭발투쟁까지 벌이며 첨예하게 대립했다. 그러나 결국 뜻을 관철시키지 못하고 2010년 제8대 의회 들어서야 도민의 권리를 인정받을 수 있었다. 2014년 제9대 의회에서는 지방자치 현장에서 처음으로 연합정치의 모델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출발은 좋았지만 누리과정 갈등으로 준예산 사태를 맞는 등 정치적 이해관계 속에서 어려움도 겪었다. 지난해 7월 제10대 의회는 역사를 교훈 삼아 공존의 가치를 내세우며 출발했다. 공존은 서로 존중하고 함께해야 존재할 수 있는 길이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했듯이 이번에는 의회 의석수의 95%가 더불어민주당이다. 집행부 수장도 같은 당이다. 의장으로서 어깨가 여간 무겁지 않다. 소수 정당에 대한 존중과 배려, 그리고 여당 내 야당 역할의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견제와 균형이라는 의회의 기본과 원칙에 더욱 충실하려고 노력한다. 미래에 대한 최선의 예언자는 과거이다(바이런). 지방자치법 전부개정법률안이 국회에서 조속히 통과되기를 희망하며, 자치분권의 백년대계를 경기도민과 함께 만들어가겠다. 경기도의회의 역사는 경기도민의 역사다. 송한준 경기도의회 의장

[아침을 열면서] 빨간버스파란버스 파라독스

유정훈 문제를 하나 풀어보자. 어떤 마을에 이용 가능한 교통수단은 승용차와 버스 2개만 있고, 주민들이 느끼는 승용차와 버스의 효용(utility)이 동일해서 선택 확률은 각각 50%다. 어느 날 이 마을에 새로운 버스 서비스가 도입됐는데 버스 색깔만 다르고 기존 버스 서비스와 정확히 같다. 즉, 기존 버스는 빨간색인데 새로운 버스는 페인트칠만 파란색으로 했다. 이렇게 마을 주민들의 교통수단이 승용차, 빨간버스, 파란버스 3개로 늘어났을 때 선택확률은 어떻게 바뀌게 될까. 정답은 누구나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승용차:빨간버스:파란버스=0.5:0.25:0.25이다. 그러나 교통공학 시험에서 이렇게 단순하게 답하면 기본 점수 이하를 받게 된다. 출제자가 원하는 정답은 빨간버스와 파란버스의 상관관계(correlation)를 지적한 후 IIA(Independence from Irrelevant Alternatives)를 논하고 교통수단 선택에서 자주 등장하는 로지트(logit) 모형이 선택확률을 모두 3분의 1씩으로 잘못 추정하게 되는 결과까지 제시하고 이유를 설명하는 것이다. 이 문제가 바로 빨간버스ㆍ파란버스 파라독스(Red BusㆍBlue Bus Paradox)다. 이처럼 교과서 내에 존재하는 빨간버스ㆍ파란버스 파라독스를 현실 세계로 끌어내서 논해야만 하는 상황들이 현재 발생하고 있다. 선교통 후개발 원칙을 천명한 3기 신도시 계획은 미처 예상치 못했던 2기 신도시 주민들의 첨예한 반발을 일으켰다. 2기 신도시가 서울의 주거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추진됐으나 서울로의 장거리 출퇴근을 대중교통으로 빠르고 편리하게 해결해주지 못해 과도한 승용차 이용이 보편화됐다. 신도시 대표 주거형태인 아파트는 신도시 착공부터 입주까지 6년이면 가능한 반면에 광역도로와 철도시설의 완공까지는 대부분 10년 이상 걸리므로 입주 초기 4년은 광역버스가 주 대중교통수단 역할을 담당해야만 했다. 그럼에도 2기 신도시는 광역철도가 건설되지 않은 상태에서 광역버스 노선의 신설ㆍ증차 협의마저도 원만하게 이뤄지지 못해 교통문제를 더욱 악화시켰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전략환경영향평가와 중앙도시계획위원회를 거치면 8, 9년 정도 소요되는 3기 신도시 개발일정을 고려할 때 2028년 이후로 예정된 주민 입주 시기와 대중교통 공급 시점을 가급적 일치시키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실에 기초한 매우 올바른 진단이다. 그리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GTX와 광역철도가 없는 지역에는 입주 초기부터 Super BRT를 운영하겠다고 발표했다. S-BRT는 기존 간선급행버스를 업그레이드한 것으로 경기도 부천 대장지구의 핵심 광역교통대책이다. 그러나 기존 광역버스서비스를 조금 개선한 것만으로는 승용차 이용객을 뺏어오지 못하고 기존 대중교통 간의 나눠먹기에서 끝난다. 23기 신도시 광역교통을 해결하려면 승용차를 포기할 정도의 경쟁력이 있는 신규 대중교통이어야만 한다. 교차로를 무정차로 통과하고 안락한 전용 라운지에 대기하면서 요금은 선 결제하고 곧바로 승하차하는 대용량 전기ㆍ수소차량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리고 GTX처럼 이용객들이 차별성을 뚜렷이 인지할 수 있는 이름도 만들자. 총알트랜짓(BTS, Bullet Transit Service)이면 어떠리. 지금 우리의 광역교통 이용행태는 영화를 좀 더 잘 보려고 일어선 앞좌석 관객들 때문에 뒷좌석 관객들까지 차례로 일어나다 보니 모든 관객이 서서 영화를 보는 것이나 다름없다. 서 있는 관객들을 말로만 설득해서 앉힐 수는 없듯이 빨간버스, 파란버스로는 승용차를 버리지 않는다. 오는 8월에 발표될 대도시권 광역교통위원회의 23기 신도시 광역교통대책이 기대된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

[아침을 열면서] 대한민국을 깨운 U-20 新 축구 종족

지난 23일간 우리는 2002년 월드컵으로 돌아간 듯 행복했다. U-20 결승전 실시간 시청률 42.49%, 폴란드 우치 경기장에 울려 퍼진 떼창, 치킨집 전화통에 불이 나고, 상암 월드컵 경기장ㆍ공원ㆍ호숫가ㆍ극장ㆍ거리에는 사람들의 승리에 대한 염원으로 아쉬웠지만, 행복한 밤을 보냈다. 날아라 슛돌이 이강인(2강 in) 선수, 그의 이름대로 U-20 결승전 2강 안에 처음 들었고 FIFA 대회 참가 중 최고 성적인 준우승을 차지했으며, 어린 18세의 나이로 메시 이후 처음으로 월드컵 골든볼을 수상하며 최고의 스타로 등장했다. 데스먼드 모리스는 전 세계 30억 축구족에 대한 문화 인류학적 보고서인 축구 종족이란 저서에서 축구는 사냥 의식이다라고 말했다. 왜냐하면 두 팀이 공을 넣기 위해 서로 격돌하는 일종의 사냥 행위로 선수들이 전투를 벌이는 것 같기 때문이다. 상대 선수들을 통과해 골을 획득하는 것이 목적으로 생존과 포획이 사냥의 목표라면, 오락거리로서 축구는 사냥꾼이 선수이며 골이 들짐승을 포획하는 행위의 상징이라 한다. 축구는 유혈 시대 다음에 생긴 오락과 경쟁의 현대 구기 스포츠로, 축구공이 무기며 골대를 사냥감으로 선수들은 골문을 공략하고 골대를 향해 공을 차는 것이다. 축구가 놀이인 것 같지만 사실은 사냥이라는 중요한 단서인 것이다. 우리가 U-20에 열광했던 이유 중 하나도 어린 선수들이 사냥터에서 좋은 성과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경쟁에서 승리를 위해 사냥터에서 목표물 포획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첫째, 팀워크가 필요하다. 혼전을 거듭하는 현재의 정치나 시장 경제 상황처럼 한 경기 한 경기가 접전이기 때문에 포지션별로 변화하는 상황에 대처할 팀워크 훈련을 강화해야 한다. 즉 골을 넣기 위해서는 연결이 필요하고 적극적인 협력과 도움이 서로 필요하다. 둘째, 전략과 전술이 필요하다. 매 경기 선수 구성원에 따라 상황에 따라 다른 전략과 전술이 필요하고 포지션의 역할을 다르게 부여해 상대 팀에 따른 전술 변화를 과감하게 펼쳐야 한다. 정정용 감독은 전반이 끝나면 포메이션을 바꾸고 전술 노트를 만들어 선수들에게 나눠주고 이를 경기에 적용토록 훈련했다. 셋째, 상호이해와 협력이 필요하다. 선수와 지도자 간에도 수직적 관계가 아닌 수평적 관계가 중요하다. 정정용 감독은 선수들이 자기에게 다가올 수 있도록 배려하고 지시가 아니라 이해시켜야 한다라는 지도 철학으로 그들 스스로 자신의 포지션을 이해하고 경기를 하도록 했다. 넷째, 체력이다. 체력은 B to B(back to basic)이며 전략과 전술을 수행하기 위한 힘으로 경기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부분이다. 조별 3경기와 결승까지 4경기를 치르기 위한 강철 같은 체력은 필수 조건이다. 그런 면에서 결승 후반전에 우리가 조금 더 체력적으로 앞섰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경기였다. 다섯째, 동기부여가 필요하다. 정정용 감독은 경기장 나가면 그냥 멋지게 한 판 놀고 나오라. 인상 쓰고 뛰는 게 아니고 웃으면서 뛰어라라고 선수들을 편안하게 대하고,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멤버들에게 특공대라는 별명을 붙이고 언제든 뛸 수 있는 동기를 부여했다. 대한민국을 깨운 신(新) 축구 종족 21명의 어린 용사들의 투지와 노력에서 한국 축구의 희망찬 미래를 보았기에 행복했다. 또한 승리를 향한 염원으로 목청 놓아 함성을 외치며 스포츠가 지닌 위대함으로 대한민국이 하나 될 수 있음을 느꼈다. 이들이 월드컵 무대에서 멋지게 활약할 날을 손꼽아 기다려 본다. 김도균 경희대 체육대학원 교수

[아침을 열면서] 6·10민주항쟁 32주년, 더 나은 민주주의를 향하여

1987년 오늘은 전두환의 군부 통치를 끝내고 직선제 개헌을 이룬 날이다. 32년이 지난 오늘, 국회는 두 달째 휴업 중이고 촛불의 염원이 무색해지고 있다. 정치권의 지체된 정치의식과 대의 민주주의의 후진성은 1987년 전으로 돌아간 느낌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시민은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부단히 노력 중이다. 타인이나 국가에 종속된 수동적 객체가 아니라 자기 결정권을 가진 정치적 주권자로서 다양한 영역에서 오늘도 달리고 있다. 또한 시민(조직)과 공공 간 협력적 거버넌스를 모색하며 사회문제를 함께 해결하고 책임을 공유하는 등 절차적 민주주의를 공고화하기 위한 많은 실천을 이어가고 있다. 그에 비하면 경제ㆍ사회ㆍ문화적 민주주의의 공고화는 아직 요원하다. 절차적 민주주의를 넘어 더 확장된 실질적 민주주의에 대한 숙고가 다시금 요구되고 있다. 경제적 측면에서 보자면, 빈부 격차는 좁혀지지 않고 있으며 약소국의 강대국 종속은 더 심화하고 있다.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는 것이 경제적 민주주의의 1순위 과제다. 불평등이 경제성장을 촉진할 것이라는 자유주의자들의 전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전지구적 컨센서스가 형성되고 있다. 자본주의의 상징인 IMF, World Bank마저도 적극적으로 나서서 경제적 불평등을 성장의 주요 저해요인으로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암울한 경제적 상황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경제는 기득권자와 자본권력을 가진 집단이 정치ㆍ경제적 질서를 지배하며 경제생태계는 파괴되어 가고 있다. 경제적 양극화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원청기업과 하청기업 간 불공정한 관계이다. 하청기업은 납품단가 후려치기, 중소기업 기술 탈취 등 불공정 관행에도 원청에 눈치를 보며 울며 겨자 먹기로 손해를 감수해야 했다. 불공정 거래에 따라 기업 간 이익의 격차가 발생하고 그 격차는 임금노동자의 임금격차로도 이어진다. 자본과 기술의 우위를 점한 경제주체가 계속적으로 이익을 취하는 악순환의 연속인 것이다. 그 불평등한 구조에서 서로 싸우고 피해보는 것은 을과 을들이다. 경제적 우위를 차지한 일부에게 그 이익이 돌아가거나 경제적 약자를 희생시키는 경제가 아닌 경제 주체 간의 상생을 위한 경제민주화가 실현돼야 한다. 미국의 교육학자 존 듀이가 말했듯이 민주주의는 정치형태만을 가리키지 않으며 공동의 생활양식으로 그 의미는 확장된다. 사회ㆍ문화적 민주주의, 생활의 민주주의로 불리는 이러한 민주주의는 일상에서 보다 가까이, 우리 곁에서 인간의 존엄을 지켜주는 역할을 담당한다. 최근에 시민의 공분을 샀던 오너 갑질 논란, 소수자 혐오, 정치권ㆍ문화계의 성폭력 사건, 비정규직 안전사고는 모두 타자를 부정하고 타자의 삶을 존중하지 않는 태도에서 비롯됐다. 인간의 존엄성 실현, 표현의 자유와 다양성 추구, 위계와 명령이 아닌 수평적이고 소통에 기초한 관계, 사회적 소수자와 공존과 연대, 개인의 이익추구와 사회적 신분을 넘어설 줄 아는 위엄 등이 실질적 민주주의를 향한 실천적 과제다. 영화 기생충에서 기택은 아들 기우에게 계획은 절대 이뤄지지 않는다 했다. 그래서 아버지를 구해내겠다는 계획은 불가능할지 모른다. 불평등한 시스템을 극복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사회는 변화를 위한 염원과 계획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군부독재를 종식시켰고 민주주의를 쟁취했으며 주권자로서 정치적 권리를 보장받기에 이르렀다. 이제 민주주의의 공고화, 더 나은 민주주의를 향해 가야 한다. 남의 손해를 통해 자신은 이익을 얻는 기생이 아니라 있는 것과 없는 것을 서로 융통하는 유무상통(有無相通)이라는 공존과 상생의 길로 가야 한다. 인간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서 말이다. 오현순 매니페스토연구소장

[아침을 열면서] 억울한 누명을 쓴 베드타운

경기도 신도시 주민들이 거리로 나왔다. 단순히 잠만 자는 베드타운(bed town)으로 전락한 1ㆍ2기 신도시가 3기 신도시로 인해 더 베드타운화 된다는 것이다. 또 한쪽에서는 정부가 야심 차게 발표한 3기 신도시에 대해서 또 하나의 베드타운이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이쯤 되면 베드타운은 단지 배드(bad)한 것이 아니라 존재 자체가 죄악처럼 느껴진다. 이런 억울함이 없다. 베드타운은 아파트처럼 일본사람들이 멋대로 잘라 만든 엉터리 영어 중 하나다. bedroom town(community)이 정확한 명칭이며, 보다 일반적으로는 commuter town(통근자 도시)이라고 부른다. 통근자 도시는 단어 뜻 그대로 인접 대도시 직장으로 출퇴근하는 도시 노동자들의 주거 도시다. 도시성장에 따라 거주지역이 확대되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베드타운들이 있고, 대도시권의 효율적 기능 분화를 위해 정부가 계획적으로 베드타운을 건설하기도 한다. 한편 이번 3기 신도시 계획에서 자주 언급되는 자족 도시는 베드타운과 대비되는 개념으로 자체적인 경제활동과 부가가치 창출을 통해 자급자족이 가능한 도시를 의미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3기 신도시 주택용지의 3분의 2 정도를 벤처기업시설, 소프트웨어진흥시설, 도시형공장 등으로 사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도시 자족성에 관한 연구 결과들은 매우 당연하면서도 역설적이다. 신도시가 모(母)도시로부터 멀리 떨어질수록 자족성이 높아진다고 밝혔다. 그러므로 수도권에서 자족적인 신도시 건설을 위해서는 서울 도심에서 최소한 50㎞ 이상 떨어진 지역이 선택돼야 한다는 국내 연구도 있다. 그렇다면 자족도시를 지향하는 3기 신도시는 일부러라도 2기 신도시 바깥으로 나가야 하는 거 아닌가. 첨단 교통통신 인프라를 기반으로 도시 간 왕래가 강화되는 시대에 도시의 다양한 기능을 외부도시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충족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대도시권 도시들은 생산과 업무 기반 자족성을 갖추지 않더라도 도시 간 네트워킹을 통해 충분히 성장할 수 있다. 그래서 한 뼘의 공간도 소중한 모도시 대신 용지가 풍부하고 저렴한 인근 지역에 베드타운을 조성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러한 대규모 주거지는 규모의 경제를 통해 도시 노동자들에게 양질의 정주환경을 합리적인 비용으로 공급할 수도 있다. 또한 베드타운의 원래 명칭인 통근자 도시가 의미하듯 모도시 및 주변도시 간의 통근시간과 비용을 최소화하는 것이 베드타운 계획의 본령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2기 신도시들은 빠르고 쾌적한 대용량 교통수단 대신 비싸고 혼잡을 유발하는 개인 승용차 통근을 유도한 나머지 아무 죄 없는 베드타운에 지금까지 억울한 누명을 씌운 것이다. 부동산 시장의 불문율인 직주근접은 직장과 주거가 반드시 공간적으로 가까워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2012년 SF영화 토탈 리콜에서는 빠르게 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시간적 직주근접의 끝을 보여준다. 베드타운인 호주에 사는 도시노동자들이 영국으로 매일 출퇴근하는 세상이다. 지구 내부를 통과해서 반대편까지 20분 만에 도착하는 영화 속 The Fall은 없지만, 초고속초연결의 도시네트워크 시대에 자족성과 공간적 직주근접을 앞세우는 신도시 정책은 회의적이다. 베드타운으로 전락한 신도시라는 앞뒤 자른 비판은 그만하자. 이제 누명을 벗겨줄 때도 되지 않았나.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

[아침을 열면서] 영웅을 만드는 사회

김도균 며칠 전 빙속 여제 이상화 선수의 은퇴식이 있었다. 그녀는 중학교 2학년 국가대표가 됐을 때 3가지 목표로 세계 선수권 우승, 올림픽 금메달, 세계 기록 달성이었는데 모두 다 이뤘다. 이제는 다음 목표를 생각하고 더 달리려 했지만 더 이상 무릎이 말을 듣지 않아 은퇴를 결정했다고 했다. 그녀가 지난 선수 생활 기간 편히 잠을 자본 적이 없고 부상과 재활과 싸우면서 올림픽 메달을 위해 자신과의 싸움, 경쟁자와의 싸움, 기록과의 싸움에서 승리했음을 생각하니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경쟁이 치열한 빙판에서 탄생한 이상화 선수는 분명 우리의 영웅이다. 영웅이 대접받는 세상이 와야 할 터인데 우리의 사정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지난 마스터스 골프 대회 우승을 통해 멋지게 부활한 타이거 우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자유 메달(Medal of Freedom)을 받았다. 자유 메달은 미국 시민으로 최고의 영예에 해당하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멋진 상으로 골프 선수로는 역대 4번째, 운동선수로는 33번째 수상자가 됐다. 메달을 시상하는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우즈를 진정한 전설로 골프의 변혁과 새로운 수준의 독주를 이룬 비범한 선수, 미국인의 정신을 가장 잘 보여준 골퍼라는 극찬을 했다. 우리에게도 대통령이 수여하는 자유의 메달이 있었다면 이상화 선수가 그 대상이 됐을지도 모른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너무 영웅에게 대접이 소홀치 못한 나라다. 나라를 구한 것도 영웅이지만 나라를 살리고 국민을 행복하게 만든 것도 바로 영웅의 조건이 될 수 있다. 미국의 Ball Park(경기장)나 공원, 그리고 학교에 가면 많은 영웅의 동상이 존재한다. 그들은 영웅을 존경하고 그들을 본받고 그들처럼 되고 싶은 강한 소망을 갖게 하려고 동상을 세워 그들의 업적을 기리고 만든다고 한다. 영웅이란 어려움을 극복하고 시대를 이끌며 긍정적인 영향력을 주고 제자리에서 빛을 발하며 정북향의 방향을 제시하는 북극성 같은 존재다. 우리가 따라 할 수 있고 볼 수 있는 영웅의 존재야말로 이 시대의 경쟁력이 되는 우리의 방향성인 것이다. 특히 크고 작은 경쟁이 끊이지 않는 세상 속에서 나를 대신해 악당을 물리치고 완벽한 승리를 만들어 내는 영웅이야말로 우리의 롤모델인 것이다. 영웅이 되는 조건들을 보면 첫째, 절대 경쟁자 악당이 존재한다. 둘째, 지옥이나 절대 악조건에서 싸움에서 벌어진다. 셋째, 포기하지 않는 끈기와 노력으로 승리를 만들어낸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모든 것들이 하나의 영웅 이야기, 즉 이야기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어찌 보면 우리의 삶도 영웅의 삶이 될 수 있는 조건들이 많이 있는지도 모른다. 미국은 보통 영웅을 발굴하고 기억하는데도 탁월하다. 거리나 도로명 동상에 평범한 사람들의 이름이 들어 있는 것을 발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어떻게든 한 줄기 빛이라도 찾아내고 그것을 끄집어내서 영웅으로 승화시키는 것이다. 사촌이 집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우리의 속담처럼 우리는 영웅 만들기에 참 인색하다. 내 주변의 영웅을 영웅으로 대접하고 그들을 존중하는 세상이 우리 사회를 더욱 밝게 만든다. 머라이어 캐리의 HERO 노래 가사에 보면 당신의 마음속을 들여다보면 거기에 영웅이 있다라는 가사 내용이 있다. 내 안의 영웅 DNA와 콘텐츠를 개발하고 위대한 영웅도 작은 영웅도 발굴하고 만들어 가는 세상. 이것이 정말 살맛 나는 세상 아니겠는가. 김도균 경희대 체육대학원 교수

[아침을 열면서] 지방의회 해외연수, 문제점 바로잡고 당당히 떠나라

지방의원 해외연수에 대한 외유성 논란이 끊임없이 발생하는 가운데 지난 1월 경북 예천군의원 가이드 폭행, 여성 접대부 요구 추태 파문으로 국민적 공분이 폭발했다. 지방의회의 위상은 지방자치의 바로미터 가운데 하나다. 그래서 지방의회는 책임성과 전문성, 그리고 윤리성을 제고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민주주의 역사만큼 파란만장한 자치를 위한 헌신과 노력이 있었지만, 이를 계기로 한순간에 지방의회는 폐지해야 할 적폐가 되고 말았다. 리얼미터의 최근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방의원들의 해외연수 전면금지에 대해 찬성 응답이 70.4%로, 반대 응답(26.3%)의 두 배 이상으로 집계됐다. 상황이 이러니 다수의 지방의회가 몸을 한껏 움츠리며 여론의 눈치를 살피느라 해외 연수를 포기하거나 연기하고 있다. 지방의원 연수비용이 대체로 수천만 원에 이르는 상황에서 실효성 없는 해외연수를 예산낭비라고 질책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하지만 사정이 이렇다고 해 해외연수를 폐지하는 것은 합리적인 대안이 아니다. 의원들의 해외연수는 견문을 넓히고, 국제사회와의 연대, 다양한 해외 우수사례들을 벤치마킹할 기회가 된다. 해외연수를 통해 획득한 정보, 지식, 연대 등을 의정분야에 활용하고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게 연수 전 과정을 개선하는 것이 근본적으로 필요하다. 사실 부적절한 연수가 국민의 분노 게이지를 상승시켰지, 의정 활동에 부합했다면 누가 의회를 비난했겠는가. 연수계획서와 결과보고서 제출 의무화와 공개, 민간이 참여하는 심사위원회 구성은 의정 활동의 향상을 위해 중요하다. 다행히 의원 공무국외여행(여행 대신 출장 또는 활동으로 표기하기도 함)에 관한 조례에 이와 같은 내용이 규정돼 있다. 지난 11일 기준 경기도는 경기도의회와 고양ㆍ안산ㆍ안양시의회 등 4곳, 서울시는 강북ㆍ구로ㆍ동작ㆍ성북ㆍ종로구의회 등 5곳이 마련됐다. 이번 예천군의회 사태를 계기로 지난 4월 즈음해 조례를 제정한 지역이 늘긴 했으나 전체 243곳 가운데 32곳에 불과하다. 나머지 지역은 규칙, 훈령, 예규 등으로 규정돼 있다. 조례의 일부 내용을 포함해 몇 가지 개선할 점이 있다. 우선 연수계획서 심사위원회가 적절하게 운영되고 있는지 점검하고 심사 기준의 공정성을 강화해야 한다. 의원이 스스로 여행을 승인하는 셀프 심사가 관행처럼 이어지고 있다. 의원이 직접 심사위원장을 맡은 지역은 153곳이나 된다. 둘째, 연수의 철저한 준비를 위해 연수 지역과 벤치마킹할 사례에 대한 사전 학습 여부도 심사에 포함해야 한다. 셋째, 결과보고서는 여행 감상문 수준의 보고서가 아니라 의정 활동에 활용될 수 있게 습득한 정보와 지식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지역주민과 공유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홈페이지 공개 외에도 지역 시민들과 함께 정보를 공유하고 적용가능성을 논의하는 공론장을 마련한다. 넷째, 자치입법부답게 서둘러 공무국외여행 조례를 제정하고, 이미 제정된 의회는 법규를 잘 이행하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연수제도가 목적에 부합하게 운영되고 있는지 전반적인 검토, 개선 노력도 필요하다. 지방의회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출발점이다. 언제까지 지방의회 무용론을 제기하는 여론의 눈치만 볼 것인가. 지방의회 스스로 심사제도, 사전 학습과 토론, 연수결과 체계적 활용 및 주민 공유, 공무국외여행 조례 제정 등 네 가지만이라도 바로잡자. 그리고 당당하게 떠나시라. 오현순 매니페스토연구소장

[아침을 열면서] 지방자치법이 바뀌어야 내 삶이 바뀐다

송한준 요즘 국회 상황을 보면 가슴이 답답하다. 파행 속에 잠자고 있는 법안 때문이다. 그중에는 거의 30년 만에 대폭 바뀌는 지방자치법 전부개정법률안이 있다. 지방자치 현장은 변화무쌍하다. 주민의 요구도 다양해지고, 주권의식도 매우 높아졌다. 제자리걸음인 지방자치법으로는 이러한 시대요구를 제대로 반영할 수 없다. 지방자치법이 오히려 지방자치 발전을 저해한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지난 3월 정부가 지방자치법 전부개정법률안을 내놓은 것은 가뭄 끝에 만난 단비였다. 처음으로 지방의회의 자율성과 역량을 개선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한 주민자치 요소를 강화함으로써 주민참여제도를 현실적으로 확대했고, 지방자치단체가 주민을 위해 일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자치권을 보장했다. 이러한 법률안이 국무회의를 거쳐 지난달 말 국회에 제출됐고,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그런데 국회 상황이 녹록지 않다. 자칫 국민의 관심에서 멀어질까 봐 걱정스럽기도 하다. 법률안이 반드시 통과되어야 하는 이유는 수십, 수백 가지다. 그중에서 지방의회의 오랜 숙원을 두 가지만 꼽아본다. 정책지원 전문인력 제도와 의회 인사권 독립이 그것이다. 그동안 언론을 비롯해 많은 분이 지방의회가 정책지원 전문인력이 필요하다고 말해도 보좌관으로 쓰고 읽었다. 지방의회 의원들의 요구는 손발의 역할만이 아니다. 함께 정책을 만들고, 도민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조례도 만들며, 집행부를 제대로 견제하기 위해 논의할 전문가가 필요하다. 이렇게 절실한 이유를 경험으로 설명해 본다. 나는 정치를 시작하기 전에 한국해양연구원에서 20년 넘게 일했다. 경험을 살려서 평택에서 임진강까지의 연안을 보존하기 위한 조례를 발의했다. 그때 142㎞에 이르는 연안을 혼자 찾아다니면서 고민하고 생각했다. 산적한 지역민원도 뒤로 하고 낯선 현장을 혼자 찾는 일이 만만치 않았다. 그럴 때 나와 함께 고민하고 생각을 나누며 정책을 심화시킬 수 있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모든 정책은 법에 근거한다. 좋은 조례가 주민들의 피부에 와 닿는 정책을 만들고, 도민의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고 하지 않던가. 고군분투해야 하는 지방의원에게 최소한의 의정 활동 지원은 정책지원 전문인력이다. 다음으로 의회 인사권 독립이다. 의회 직원들의 인사권이 집행부에 있다 보니 제대로 된 견제와 감시가 불가능한 상황이 종종 발생한다. 공무원 입장에서 집행부는 언젠가는 돌아가야 할 친정이다. 정치는 대화와 타협의 산물인데, 집행부의 정보력은 늘 우위에 있었다. 인사권 독립이 필요한 진짜 이유는 의원을 위해서가 아니다. 바로 도민의 대의기관이자 도민을 대변하는 의회가 제대로 역할을 하기 위해서다. 문재인 정부는 자치분권과 지역균형발전을 국정운영의 중요한 축으로 삼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의 체감 비결이 자치와 분권에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우리나라 지방자치 역사가 성인의 나이를 훌쩍 넘겼다. 늦었지만 지방의 자율과 창의에 맡겨야 한다. 이번 법률안 개정은 두 번 다시 없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번에 지방자치법이 새 옷을 입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경기도의회를 비롯해 전국 17개 시도 의회 829명 광역의원이 간절하게 염원한다. 국회가 하루빨리 의사 일정에 전념해 우리 지방의 꿈을 이뤄줬으면 좋겠다. 국회가 추구하는 국민 존중은 멀리 있지 않다. 1천350만 도민의 대의기관인 경기도의회, 의회를 존중하는 것이 곧 국민존중이다. 경기도의회 의장

[아침을 열면서]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알게 하자

공공요금 인상 시즌이다. 경기도는 지난 15일 택시 기본요금을 5년여 만에 3천800원으로 인상하기로 의결했다. 이는 그동안 이용자 혼란을 방지하고자 수도권 전체로 기본요금을 동일하게 적용해 온 관례에 따라, 앞서 서울시와 인천시가 단행한 요금인상 방안을 그대로 수용한 결과다. 이제 다음 순서는 버스요금이다. 그런데 이번 버스요금 인상은 과거와는 달리 오는 7월 1일부터 전국 시내버스에 적용되는 주 52시간 근무제에 대한 대응 성격이 강해서 택시요금과 같은 3개 지자체 간의 원만한 합의는 쉽지 않아 보인다. 주 52시간 대응이 난감한 경기도와는 달리 서울과 인천이 요금 인상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2004년에 버스준공영제를 도입한 서울시는 수입금공동관리제(버스운송수입에서 버스운영비용을 차감한 적자를 재정에서 지원)를 채택하면서 버스 1대 당 운전기사 수를 평균 2.27명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게 돼 1일 2교대를 일찌감치 정착시켰다. 지난 2009년부터 동일한 방식의 버스준공영제를 시행한 인천시도 비슷한 상황이다. 반면 준공영제가 아닌 경기도에서는 대당 2명에도 한참 못 미치는 버스운전사 수급으로 인해 격일제(하루 근무하고 하루 쉬는)하에서도 원활한 교대가 되지 않아 복격일제(이틀 일하고 하루 쉼)까지도 발생하는 상황이다. 서울 면적의 16.8배에 달하는 경기도가 1일 2교대를 도입하려면 상당한 규모의 요금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본질은 결국 돈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대중교통 요금은 국민의 기본 이동권을 보장하고자 철저히 운송원가 이하로 책정했다. 소득수준에 관계없이 누구나 일부 비용만을 지불하는 보편적 복지이다. 그 결과 수입금공동관리제를 시행하는 서울시와 인천시는 매년 각각 약 3천억 원과 1천400억 원을 버스업체에 지원하고 있으며, 준공영제를 도입하지 않은 경기도에서도 비수익노선 유지를 위해 560억여 원의 재정을 투입하고 있다. 그러나 원가 이하의 버스요금과 버스업체에 대한 직접 지원에는 2가지 치명적 이슈가 있다. 첫째, 교통복지에 세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인지하기 어렵다. 수혜자가 누군지 명확히 드러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복지제도라도 낮은 정책적 수용성으로 인해 지속 가능하지 않게 된다. 따라서 버스서비스 개선을 위한 과감한 재정투입의 동력을 얻기 어렵다. 둘째, 버스업체의 경영혁신을 유도하기 어렵다. 서울시와 같이 운송원가에 더해 안정적인 이윤까지 보장하는 버스준공영제에서는 치명적이다. 세금낭비의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버스이용자에게 직접 지원하면 어떨까. 먼저 요금은 운송원가에 맞춰 정하자. 그러면 재정지원이 사라진 버스업체는 서비스 개선을 통해 이용객을 늘리고 경영효율화로 수익성을 향상시키는데 최선을 다하면 된다. 그리고 지자체는 버스이용객들에게 이미 지불한 요금의 일정 비율을 정기적으로 환급해준다. 환급액은 현재 지불 요금을 기준으로 공론화 과정을 거쳐 지자체별로 정하자. 환급절차에 대한 염려는 96~99%에 달하는 교통카드 이용률과 첨단 IT 인프라를 보면 해소 가능하다. 혹여 대다수가 보편적 복지에 반대하는 지역에서는 소득수준에 따라 환급액을 차별적으로 적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지역화폐를 유통하는 지자체에서는 지역화폐로 환급받을 경우는 현금일 때보다 추가로 몇 % 더 지급하는 것을 고려해 볼 수도 있다. 이제는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알게 해야 한다. 국가가 나에게 해주는 것은 많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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