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학생들은 만나면 서로 ‘MBTI’를 묻는다고 한다. 16가지 성격 유형 가운데 자기 유형을 먼저 이야기하거나 친구나 대화 상대방의 성격 유형을 물어서 나와 다른 점은 무엇이고 공통점은 무엇인지 서로 맞춰보거나, 이런 상황일 때는 각자 어떻게 행동하는지 이야기 나누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고 한다. 온라인 속의 SNS 등을 보아도 이 부분에 대단한 흥미를 가진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다.
MBTI는 ‘마이어스-브릭스 유형 지표(Myers-Briggs Type Indicator)’의 약자로 ‘카를 융’의 심리 유형론을 근거로 개발돼 일상에서도 쉽고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고안된 대표적인 성격유형 검사다. 마이어스와 브릭스는 연구자 두 사람의 이름이다. 개인이 쉽게 응답할 수 있는 질문을 통한 검사이기 때문에 사원들을 대상으로 이 성격검사를 하는 기업도 있다. 직원들 개개인이 조금 더 자기 성격에 잘 맞는 부서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하려는 취지로 도입하려고 하는 것이다.
과학적 신뢰도가 높은 검사는 아니므로 재미 삼아 접근해야 한다는 말도 있지만, 확실히 혈액형을 물어 사람의 성향을 파악한 오래된 관습과도 같은 방법을 싹 잊게 한 요즘 시대 흥미로운 도구임엔 분명해 보인다. 실제 상대방의 MBTI 유형을 알면 그 사람과 소통하는 도움이 되고, 때로 ‘왜 저러지?’ 싶은 행동도 유연하게 이해하는 폭이 생겼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나를 누군가에게 이해시키는 데도 수월해지고 내가 나를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인간관계에 회의가 들 때면 사람들은 관계를 정리하고 싶어한다. 코로나19 때문에 재택근무를 하니 보기 싫은 사람 안 봐도 좋아서 일의 능률도 오르고 따라서 삶의 질이 더 올라갔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젊은 세대 중엔 사람 만나는 횟수도 대상도 줄이고 싶고 차라리 혼밥에 혼술이 편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지만, 그 안에서 MBTI에 푹 빠진 사람들이 있다. 일상에서 일어날 수 있는 수많은 상황에 따른 MBTI 유형들의 행동 방식이 MBTI 파생상품처럼 온라인 속에서 전파되며 사람들에게 웃음과 공감을 주기도 한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다. 과학적으로 신뢰하기 어렵다고 하는데도 MBTI의 열풍이 부는 것을 보면 우리 안엔 기본적으로 타인과 잘 소통하며 살고 싶어하는 강력한 본능이 있다. 인간관계에 피로를 느낄 때 그 모든 관계를 끊고 조용히 살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그 누구와도 만나지도 않고 소통하지 않으며 완벽하게 홀로 되는 것을 원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어떻게든 사람을 이해하고 사람과 공감하며 그 안에서 내 삶을 윤택하고 따뜻하게 만들어가고 싶은 것이 대다수 사람이 원하는 일이다. 그 가운데 이런 도구를 이용해서라도 잘해보고자 노력하는 유일한 동물이 사람이라는 것, 그것이 사람이 아름다운 이유일 것이다.
전미옥 중부대학교 학생성장교양학부 교수
댓글(0)
댓글운영규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