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면서] 청년을 노래하게 하는 사회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목소리로 세계 음악팬의 마음에 따뜻하게 자리하고 있는 테너 안드레아 보첼리는 12세에 시력을 잃었다. 앞이 보이지 않으니 더욱 살아가는 데 필요한 힘을 길러야 한다는 아버지의 조언 이후, 보첼리는 공부에 전념해 피사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박사 학위를 받았다. 변호사 생활을 하며 가족과 주변 사람들의 찬사와 아낌없는 응원을 받았지만, 그는 그런 성취에도 즐겁지 않았다고 한다.

음악에 대한 갈망이 컸던 보첼리는 결국 가족들의 만류에도 성악 공부를 시작했다. 악보를 볼 수 없는 성악가는 가장 난도 높은 무대인 오페라 공연까지 성공적으로 마치며 세계 음악계에 이름을 올리며 많은 사람의 마음과 영혼에 큰 울림을 줬다.

세상에는 이렇게 한 분야에서 너무나 어려운 성취를 이뤄놓고, 갑자기 그 길에서 벗어나 전혀 다른 분야의 길로 나아가 다시 이름을 알리는 사람들이 있다. 김연아 선수와 동시대에 활약했던 캐나다 피겨선수 조애니 로셰트는 밴쿠버 올림픽 며칠 전 어머니가 심장마비로 돌아가신 상황에서 경기에 임해 동메달을 따며 보는 사람의 마음을 뭉클하게 했었는데, 은퇴 후 5년간 의학 공부를 해서 의사가 됐다.

법학에서 음악으로, 스포츠에서 의학으로, 또 어떤 전문 분야에서 연관성이 거의 없는 또 다른 분야로 전직하는 사람들에 대한 찬사와 감탄에 앞서, 그들의 능력이나 실력의 우수함, 노력을 논하기보다 그들이 그런 용기를 낼 수 있는 지점에 슬쩍 감정이입을 하며 그 순간을 함께하고 싶어질 때가 있다.

처음부터 잘할 수 없었던 건 그들도 마찬가지였을 터 어느 순간 자신의 바닥을 보았을 때도 있었을 것이고, 가진 재능 이상의 칭찬과 찬사를 들었을 순간도 있을 것이다. 그 모든 등락의 반복을 겪으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는 동안 차곡차곡 쌓인 내공은 어느 분야에서 처음 시작하든 해낼 수 있는 에너지가 됐을 것이다. 후회와 미련이 남지 않도록 최대치의 에너지를 끌어서 써본 사람만 가질 수 있는 시련에 대한 높은 기준, 남다른 노력의 밀도가 큰 산을 넘어 바다로 향하게 하는 것 같다.

한편 우리는 직업을 바꾸는 것은 물론이고 직장을 옮기는 것조차 쉽지 않은데 이렇게 직업을 바꾸는 사람들을 보면서, 그것이 개인의 노력 이상의 사회적 뒷받침이 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한다. 직업교육 시스템도 그렇고 실패나 시행착오에 대한 사회의 너그러운 태도가 젊은이들에게 그런 용기를 한껏 불어 넣어줄 수 있을 것이다. ‘원 스트라이크 아웃’으로 청년들을 절망에 빠뜨리는 분위기로는 밝은 미래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든 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오늘날 청년들에겐 기만적인 말이지만 “실패해도 다시 도전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하는 것이 훨씬 정직하고 현실적일 수 있다. 우리 청년들에게 그렇게 말할 수 있고 그렇게 해줄 수 있는 사회로 나가길 희망한다.

전미옥 중부대학교 학생성장교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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