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의 능력 기르기

강원춘 경기교총 회장 태원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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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삶은 끝없는 선택의 연속이라고 할 수 있다. 한끼의 점심식사로 자장면을 먹어야 할지 짬뽕을 먹어야 할지 망설이는 것부터 배움의 과정에서 자신에게 알맞은 진로와 그에 따른 교과목의 선택, 직업에 대한 선택, 배우자에 대한 선택 등으로 이어지게 된다. 자장면과 짬뽕 선택은 잘못 선택했어도 그로 인한 손실이 그다지 크지도 않고 얼마든지 수정이 가능하다. 하지만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치명적인 손실을 보는 경우가 더욱 많은 게 우리의 삶이다.

그렇다면 더욱 많은 선택의 기회를 줬다고 하는 우리 아이들에게 과연 올바른 선택의 능력을 길러 주었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우리 집 아이들을 보면 아주 쉬운 선택을 해야 하는 경우에도 자신 있게 선택하지 못하고 머뭇거리거나 나에게 의존하는 경우를 보게 된다. 그 책임이 아이들에게 있다기보다 나에게 있음을 알게 됐다. 한가지 예로 모처럼 아이와 함께 옷을 사러 갔다. 아이는 이 옷도 만져보고 저 옷도 만져 보고 입어보고 하면서 시간가는 줄을 몰랐다. 필자는 슬그머니 화가 나기 시작했다. 비슷비슷한 옷이고 다 좋아 보이는데 무얼 그리 오래 고르는지 기다리다 못해 “야, 아무 거나 빨리 사” 라고 말해 버렸고 아이는 그 중에 하나를 샀다. 집으로 오면서 아이는 기분이 좋지 않아 보였고 그 옷을 입는 것을 거의 보지 못했다. 나중에 아내에게 들은 이야기지만 아빠가 화를 내고 재촉해 충분히 고르지 못했기 때문에 마음에 들지 않아 입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제서야 아이들에게 선택의 기회를 거의 주지 않은 채 선택을 강요하면서 아이들이 선택할 능력을 길러 주지 못했음을 알게 됐다. 그리고 선택의 기회를 줬다 하더라도 아이 나름대로 충분히 검토할 시간을 주고 도움이 될만한 자료를 제공해야 하는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꼈다.

이것이 비단 나와 우리 아이만의 일은 아닌 것 같다. 이제라도 우리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와 학부모가 작은 일이라도 아이들이 선택하고 선택한 것에 책임을 질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무엇을 왜 선택해야 하고 선택의 결과는 어떤 것이며 그에 따른 책임을 가르쳐야 한다. 그러기 위해 교사와 학부모는 아이의 입장에서 함께 생각하고 충분히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아이가 미처 살피지 못하는 부분의 정보까지 알려 줘야 한다. 교사와 학부모가 선택해 주는 게 더 빠르고 정확할지 모르지만 그래도 아이들이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선택하는 능력을 길러 줘야 한다.

/강원춘 경기교총 회장 태원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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