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 성실함 이미 세계 평정

임병석 수원시 장안구청장
기자페이지

지난 11일 찰튼 애슬레틱전에서 번개같이 나타나 쏜살같이 골망을 출렁거리게 한 헤딩골은 정말 멋있었다. 지난 17일 맨체스터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렸던 볼튼과의 경기에선 탁월한 ‘공간장악’ 능력으로 한 경기 두골이란 또 하나의 새로운 기록을 세워 야생마 같은 본능을 확인시켰다. 박지성은 ‘뛰는 산소탱크’라고 할만큼 종횡무진, 포지션에서 부지런하고 성실하게 게임에 임한다.

필자가 처음 보았을 때의 촌티(!) 나는 평범한 청년 그 모습 그대로이다. 어린 시절부터 자신을 도와준 분과의 인연을 잊지 않고 귀국하면 바쁜 일정에도 꼭 인사를 드리는 예의바른 청년이다. 2002년 월드컵 대표선수들을 발탁할 때 히딩크 감독은 “기존의 명성에 의존하지 않고 체력, 전술, 정신력 등 핵심역량은 물론 제일 중요한 건 부지런하고 성실요건을 갖춘 선수를 선발하는 것”이라고 말했었다.

그가 바로 박지성이다. 지난달 노르웨이 잡지와의 인터뷰 내용 중 “맨유에서 뛴다는 게 어떤 느낌이냐”고 물으니 “긱스, 스콜스 등 전설적인 선수와 같이 호흡한다는 게 기쁘다”고 말했다. 자신이 생각하는 장기를 묻는 질문에는 “운이 좋았고 성실해 온 것이지 탁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뚝배기에 보글보글 끓는 된장과도 같은 친구다.

이탈리아 가제타 델로 스포르트지가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진행하고 있는 지난달 둘째주 유럽 베스트 11 팬투표에서 박지성이 세계 1위에 올랐다. 스카이스포츠가 선정한 ‘주간 베스트11’에도 뽑혀 또 한번 세계를 놀라게 했다. 모든 인생사가 그렇듯 끈기있는 노력이 이 사회 모든 영역을 주도하는 힘이다.

말 할 나위 없이 수원 시민들은 박지성을 더 많이 아끼고 사랑하고 있다. 대개 스타들은 명성이 생기면 스캔들이 따라 다니게 마련이다. 그러나 그는 영원히 천진난만한 웃음과 성실함으로 계속 상대팀 수비수와 골키퍼의 가슴을 서늘하게 할 것이다. 지난 2005년 6월 수원에는 박지성 선수의 이름이 붙여진 ‘박지성로(路)’가 개설됐고 도로변에는 박지성 발바닥을 금빛으로 페인팅 해놓았다. 수원 시민들은 이 거리를 아끼며 박지성의 열정을 가슴에 담는다. 젊은 축구선수의 이름을 딴 도로는 세계적으로도 흔치 않다. 느티나무, 사철나무, 장미, 벚나무 등과 잘 어우러진 훤하고 시원스럽게 뚫린 박지성 도로. 박지성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임병석 수원시 장안구청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