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에서 외국인들을 만나는 건 흔한 일이다. 그리고 외국인들이 길을 물으면 스스럼없이 안내해 주는 장면을 보고는 여간 다행스러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모두들 친숙하고 다정하게 대해주는 것을 보면 관광을 즐기는데도 거의 무리가 없어 보인다.
그런데 가끔 큼직한 배낭을 메고 다니는 외국인 여행자들을 보면, 저들은 어디에 숙소를 정했을까, 한국을 여행하는 게 힘들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다른 나라들처럼 유스호스텔이 특별히 활성화된 것도 아니고 요즘 내국인들 사이에 붐인 펜션 이용도 만만치 않을 터, 묵을만한 숙소가 마땅히 떠오르지 않는다. 서울 도심에 자리 잡은 수십만원대 고가 비즈니스호텔은 물론 중·저가 호텔까지도 우리나라 문화와 자연을 저렴하게 즐기러온 외국인들에겐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나아가 불친절, 언어소통의 한계뿐만 아니라 말 못할 관광호텔 현실은 우리를 정말 걱정스럽게 한다.
문화관광부는 외국인 관광객 1천만명 유치를, 서울시는 1천200만명 유치를 목표로 열심히 뛰고 있는 가운데 중·저가 호텔을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내놓고 있다. 외래 관광객 유치를 위한 0순위가 바로 중·저가 숙박 인프라의 조성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지금 경기도는 특급 호텔은 물론 중·저가 호텔도 부족한 편이다. 단기간에 좋은 숙박시설을 마련하긴 어렵기에 팜스테이, 템플스테이, 홈스테이, 펜션, 민박 등 대체숙박시설들을 개발하고 있고 그 반응 또한 좋은 편이지만 다양한 관심사를 지닌 외국인들을 매료시키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렇다면 외국에선 어떻게 호텔을 육성하고 있을까. 외국의 숙박실태를 살펴보면 고가의 비즈니스호텔은 시내 중심가에 위치했지만 여행객들을 대상으로 한 관광호텔은 외곽에 집단화돼 있다. 집단화된 호텔은 개인, 가족, 친구, 동호인끼리 나이트라이프를 즐기기에도 유리하다. 경기도 관광의 미래도 이 점에 착안할 필요가 있다. 경기도가 체류형 관광시대를 열기 위해선 중·저가 숙박 인프라의 확충이 긴요하다. 실제 경기도 전역에는 최소한도 8천~1만실 안팎의 숙박시설들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객실의 80% 정도는 내국인이 사용하고, 20% 정도는 외국인이 사용할 수 있는 숙박단지를 마련해 내·외국인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구상해야 한다. 숙박의 패턴도 완전히 바꿔야 한다. 그러나 한 두 기업이 집단화된 숙박단지 조성에 뛰어들긴 어렵다. 투자비용이 문제다. 이런 면에서 국유지, 도유지, 시유지 등을 활용해 중·저가 건립 부지를 지원한다면 얘기가 다르다. 콘도, 수련원, 펜션 등 개별화된 숙박시설에서 한걸음 나아가 나이트라이프를 즐길 수 있는 집단화된 중·저가 숙박단지 건립을 적극 검토할 때다.
/임병수 경기관광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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