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리콥터 부모’에서 벗어나기

강원춘 경기교총 회장 태원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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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1년의 시작은 3월이라고 보아야 한다. 학부모나 학생들은 3월이 주는 싱그러움에서, 새 학년이라는 단어에서 시작의 의미를 찾게 된다.

특히 각급 학교의 신입생과 부모님들은 모든 일에 시작의 의미를 부여하며 설레임과 긴장감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게 된다. 그러한 설레임과 긴장감은 한달 정도가 지나면 서서히 안정을 되찾는 게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그 기간동안 대다수 고교에선 학기초 학습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야간자율학습을 시행하게 된다. 올해는 3월 첫주에 느닷없이 봄눈이 내렸다. 자율학습 후 귀가가 내심 걱정되긴 했지만 내린 양에 비해 많이 쌓이지는 않았다.

때마침 사무실로 걸려온 전화를 직접 받았다. “우리 아들이 1학년 아무개”라고 하시며 학교에서 버스 정류소까지의 거리가 멀어 눈 속을 헤치고 귀가하는 일이 만만찮아 지금 자율학습을 종료시켜달라는 것이었다. 버스정류소까지 5분도 걸리지 않는다. 그 정도도 스스로 걷지 못할만큼 우리 아이들이 나약하다면 기나긴 인생을 어떻게 헤쳐 나갈 것인지 걱정스러웠다. 전화를 끊고 어머니의 심정을 이해하려고 하면서도 불편한 마음을 누를 수 없었다.

자녀에 대한 세심한 보호를 넘어 자녀의 건강한 성장을 가로막는 과잉보호를 하는 부모가 이 어머니 한사람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헬리콥터 부모’란 말이 있다. 헬리콥터 프로펠러처럼 항상 자녀 주변을 맴돌며 자녀가 독립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고 간섭하는 부모를 일컫는다. 부모 입장에선 자녀가 한없이 사랑스럽고 이 정도쯤이야 하는 마음으로 간섭하고 도와주게 되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자녀는 스스로 생각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법을 익히거나 자신감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된다.

이제 우리 부모님들은 헬리콥터 프로펠러처럼 자녀의 주위를 맴돌며 건강한 성장과 발달을 가로막고 있지는 않은지 자신의 양육방법을 살펴봐야 할 시기라고 생각한다.

/강원춘 경기교총 회장 태원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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