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그렇듯 신문에서 자신과 관련된 분야의 기사를 제일 먼저 보게 된다. 얼마 전 본지 1면에 ‘분당 ㅊ학원 임의대로 평가, 학부모 수백명에 배포’라는 글귀가 눈에 띄었다. 분당구 내 고교 16곳에선 참으로 어이없는 일에 할 말을 잃을 지경이었다. 어떤 대상을 평가하는 건 매우 어렵고도 신중하게 해야 한다.
대형 식품매장에 가면 신제품을 시식하게 한다. 어린 아이 한두명에게 시식하게 한 후 그것을 기준으로 평가서를 작성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양한 지역,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평가의 공정성을 살리려고 할 것이다. 그렇게 해야 호응을 얻는 신제품을 개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물며 교육기관을 평가하는 일이 얼마나 어렵고 중요한 일인데 학원을 수강하는 일부 학생 이야기만 듣고 교육기관을 평가할 수 있는 것인지 납득할 수 없다. 사교육기관이 공교육기관을 평가했다는 게 문제가 아니라 평가의 방법과 의도가 올바르지 못하다는 것이다. 우리 아이들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며 바람직한 성장을 돕는 것을 목표로 교육기관을 평가하고 거기에서 발견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함께 고민하기 위한 의도에서 이뤄진 공정한 평가였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일부 수강생 이야기만으로 전체 교육을 평가하는 오류를 범한 건 서로에게 큰 상처를 남긴 일이 되고 말았다.
이번 일은 교육계에 끊임없이 요구되는 평가의 문제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만들었다. 평가는 언제, 어떻게, 누구에 의해 어떤 의도로 실시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으며 그 평가의 결과가 문제의 개선이냐, 상호간의 불신의 벽을 쌓게 되느냐 등을 결정짓게 된다는 것이다. 공교육기관은 당당하게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자질을 기르고 평가를 하는 집단은 진정으로 교육 발전을 이룰 수 있도록 돕고자 하는 의도로 공정하게 평가해 서로가 윈-윈 관계를 형성하길 바란다.
/강원춘 경기교총회장 태원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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