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지인의 아들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의 공군회관을 찾았다. 대방 전철역을 나와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다 마침 가까운 곳에 있는 간이매점을 발견하고 주인에게 길을 물으려니, 매점 바로 앞의 좌판이 눈에 들어왔다. 좌판에는 네 가지 안내문이 서투른 글씨로 씌어 있었다. 빛바랜 종이에는 공군회관과 해군회관, 병무청 및 대방동성당, 보라매공원 방향에 대한 안내문이 굵은 매직으로 빼곡이 적혀 있었다.
필자가 가고자 하는 공군회관에 대한 안내문은 다음과 같았다. ‘공군회관은 조금 내려가 두 번째 건널목을 건너 조금 올라가시면 됨. 약 5분 거리’. 잠시 시간이 남아 구두를 닦으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안내문은 좌판 주인의 작품(?)이었다. 그는 예전에 길을 묻는 사람에게 길을 가르쳐 주다가 큰 곤혹을 치렀는데, 이유인즉슨 제대로 가르쳐 주지 않는다고 폭행까지 당한 적이 있다고 한다. 그는 언어장애를 갖고 있었다. 장애를 가진 그가 다른 사람에 대한 해결책과 배려로 내놓은 건 말보다 더 확실하다고 생각한 방법으로 길을 안내한 것이다.
일전에 분당에서 볼 일을 보고 동수원톨게이트를 빠져나와 수원시내로 들어올 때였다. 새로 건립된 수원시 장애인종합복지관을 지나 얼마를 오다 보니 길가에 달려 있는 도로안내표지판에 다음과 같은 글이 있었다. 표지판 윗부분에는 ‘수원시 장애인종합복지관’이라고 씌어 있었고 아래 부분에는 ‘후방 2㎞’라고 씌어 있었다. 표지판은 혹시나 복지관을 지나쳐 온 사람을 위해 2㎞ 정도를 지나왔으니 되돌아가야 한다고 설명하는 것 같았다. 사소한 것 같지만 시민들을 위한 세심한 배려라는 생각에 조금은 감동했다.
앞에서 이야기한 두 가지 예는 어찌됐든,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이다. 공군회관 종이표지판은 자기의 진정성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해 장애인이 해결책으로 내놓은 자구적인 배려이고, ‘후방 2㎞’표지판은 혹시 있을지 모르는 시민의 불편함을 감안해 이용자 입장에서 세심하게 준비된 행정적인 조치이다.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모든 시민들을 위한 배려(사랑)의 정신이 사회 전반에 조용히 확산돼 배려가 더 이상 감동이 아닌, 우리의 기본적인 일상이었으면 한다.
/김우 자혜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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