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병원의 맹점

천자춘추

공공병원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병원으로서, 넓게는 국민의, 좁게는 해당 지자체 주민의 질병 치료와 예방사업을 하여 국민의 건강을 지켜주고 행복한 삶을 누리게 하는 공익의료기관이다. 따라서 공공병원에서는 빈부귀천 가릴 것 없이 대한민국 국민 누구에게나 차별 없는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하고 있다.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경기도립 파주병원에서는 저소득층이나 소외계층의 환자들에게도 유료환자와 차등 없이 정성을 다해 진료해 주고 있다.

 

병원으로 찾아오는 환자뿐 아니라, 교통관계로 또는 신체적 사정으로 병원에 올 수 없는 환자를 위해서 가정방문진료를 하고 있다. 요양시설에 수용 중인 만성환자들을 위해서는 정기적으로 방문진료를 하는 등, 공익을 위한 의료서비스를 충실히 하고 있다.

 

또한, 우리 국민이면서도 의료혜택을 제대로 받고 있지 못한 개성공단 내의 남측 근로자들을 위해 매년 두 번씩 방문해 무료진료하고 있다.

 

하지만, 공공병원이라는 이유로 어이없는 일을 당하기도 한다. 장마철에 입원한 환자가 며칠 후 치료가 잘 되어 퇴원을 권유하였으나, 집에 빗물이 새 가기 싫다며 장마 끝난 후 퇴원하겠다고 한다. 한번은 어떤 환자가 싸우다 다쳐서 응급실을 통해 입원했다.

 

며칠 후 환부가 다 치유되어 퇴원해도 되는데, 이 환자 역시 퇴원을 거부하고 있다. 이유는, 부부싸움을 하고 부인이 가출했는데, 퇴원하면 혼자 밥해 먹어야 하므로 그게 싫어서 부인이 돌아 올 때까지 입원해 있겠단다. 이들 환자는 모두 무료환자였다. 만일 유료환자라도 그렇게 했을까?

 

또 다른 경우는, 술에 만취되어 길에 쓰러져 있던 사람을 경찰관이 발견하여 응급실로 데리고 왔다. 환자가 병원에 실려오면 치료 시작과 동시에 환자 신원을 파악하고 보호자에게 연락을 했다. 그러나 이 환자는 취중이라 신원파악에 무척 애를 먹었다.

 

간신히 알아낸 환자의 집에 전화를 걸어 환자가 지금 응급실에 있다고 하자 그쪽에서 전화를 딱 끊어버렸다. 그 후로 더 이상의 통화가 되지 않았다. 그 후 이 환자는 술에 취해 길에 쓰러져 응급실로 실려오는 일이 몇 번 더 있었으나 그때마다 보호자에게는 연락이 안 되었다.

 

한번은 입원 중인 환자가 병원에서 술을 마시다가 적발되어 주의를 받았고, 그런 일이 반복되어 강제 퇴원시켰더니 ‘공공병원이 없는 사람을 무시한다’고 오히려 큰소리를 치는 것이다.

 

공공병원이 이런 사람들을 언제까지, 어디까지 돌봐야 하는지 판단이 쉽지 않을 때가 있다. 이들의 치료비를 결국 우리 모두가 세금으로 지불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김현승 경기도의료원 파주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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