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경기도어린이박물관 엘리베이터 속에서 일어났던 짧은 이야기이다. 방학을 맞아 아침부터 몰려든 관람객들이 날이 춥자 오후가 되어도 집으로 돌아갈 줄 모르고 박물관 내를 기웃거리고 있었으니 엘리베이터 안도 빈틈이 없었다. 십여 명의 어린 아이들과 두세 명의 젊은 엄마들이 함께 타고 있었다. 3층에서 1층으로 내려가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한 엄마가 “○○가 없네!”하면서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엄마는 삐죽삐죽, 빼곡히 나온 아이들 머리 사이로 낯이 익은 얼굴을 찾느라 열심이었다. 아마도 엄마의 마음엔 한순간 두려 움이 엄습했을 터였다. 나도 이런 엄마마음이 느껴져 아이가 과연 함께 엘리베이터를 탔을까 아니면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엄마와 같이 눈을 여기저기로 굴려보았다. 이런 사이에 한 녀석이 다른 아이보다 키를 낮추고 웅크리고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다른 엄마의 입에서 “여기 있나 봐요”라는 대답이 흘러나왔다. 엄마의 얼굴엔 안도의 한숨이 번졌고, 아이의 얼굴엔 장난기 어린 웃음이 배어 나왔다. 아이마음 따로 엄마마음 따로가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아이의 짓궂은 장난에 엄마의 마음이 지옥과 천국의 먼 거리를 한순간에 오간다. 아이마음과 엄마마음이 평행선을 긋는 순간이다.
하지만, 아이마음과 엄마마음이 만나는 순간도 많다. 나는 아이들과 함께하는 직업을 갖고 있어서인지 아이들이 하는 말들이 귓속에 쏙 들어오곤 한다. 연말이라 우리 가족도 함께 저녁을 먹으러 집 근처로 나갔었다. 예약석이라 쓰여있던 테이블에 네 명의 가족이 자리를 잡으려 한 순간, 그곳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아이 엄마가 그냥 다른 곳에 앉겠다고 자리를 마다했다. 아이는 등받이가 높이 올라온 의자를 가리키며 “엄마, 허리 아프잖아”하면서 등받이가 없는 의자에 앉으려는 엄마를 저지했다. 엄마는 “잠깐이라 괜찮아”라고 대답했다. 나는 밥을 먹다가 아이의 나이가 궁금해져 얼굴을 들었다. 아이는 초등학교 3, 4학년 정도의 남자아이였다. 이런 경우는 아이마음과 엄마마음이 만나는 순간이다.
평생 아이마음과 엄마마음은 얼마나 만나고 평행하는 걸까? 아이가 어렸을 때는 아이와 엄마 두 마음이 만나는 때가 잦은 것 같으나, 사춘기가 되면 두 마음이 영원히 평행일 것 같은 불안감에 엄마의 마음이 초조해지는 때가 있다. 이제 새해를 맞는다. 엄마의 인생이 흘러가듯, 자녀도 그의 인생주기를 거친다. 영아기, 유아기, 아동기, 사춘기, 청소년기 등…. 자녀가 성장하면서 변화하는 마음을 부모가 이해하려고 노력한다면 두 마음이 ‘따로’가 아니라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다. 2012년 모든 가정이 행복하기를 소망해 본다.
이 경 희 경기도 어린이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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