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연결고리의 힘

근래 일본에서 세인의 관심을 끈 베스트셀러가 한 권 있다. 후지와라 마사히코 교수가 쓴 소책자 ‘국가의 품격’이다.

 

‘그동안 세계를 지배해 온 서구의 논리와 교양이 파탄을 보이면서 동양의 세계를 돌아보기 시작한 상황에서, 이심전심, 장유유서 등을 삶의 기본요소로 삼는 일본이 나서 세계를 구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사실 일본인들은 매우 성실하고 모범적이다. 그러나 과연 후지와라 교수의 말처럼 일본이 그러한 시대적 소망을 도맡아 감당할 만한 그릇이 된다고 볼 수 있는가. 오늘날 정보 사회에 이르러 일본의 미래는 안개에 싸인 듯 무력해지기 시작했다.

 

이번 일본 대지진에서 보여 준 것처럼 질서정연한 일본 국민에 비해 일본의 관료 조직은 우왕좌왕할 뿐이었다. 한때 훌륭했던 일본의 관료 시스템과 매뉴얼에 안주한 결과이다. 일본의 드라마나 소설이 감동적이지 못한 것도 바로 그런 맥락 때문이다.

 

그에 반하여 한민족의 역동성과 ‘한류’의 열정은 잠시도 멈출 줄을 모른다. 한국의 드라마나 프로그램은 작가 자신도 잘 모르는 상상력과 끝 갈 데를 모르는 흐름으로 더욱 흥미진진하다.

 

한국인들은 문제 많은 ‘별난’ 사람들이다. 세계경제 12위권에 들어서면서도 여전히 기본에 충실하지 않은 나라이다. 근래에 와서는 사회 지도층과 시민 단체들까지 도덕 불감증에 휩싸여 있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

 

결론은, 문제가 많은 만큼 큰 답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 5천년 역사 속에서 수많은 내우외환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살아남은 한민족 특유의 문제 해결 방법을 갖고 있다. 어쩌면 한국인들은 그간의 문제들 속에서 문제 해결 능력과 그 유전자를 발전 진화시켜 온 셈이다.

 

한국은 피맺힌 한(恨)을 흥(興)으로 풀고 그 흥을 정(情)으로 묶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침전되어 온 한국 고유의 신명과 선비문화도 눈여겨볼 만하다. 감성적인 신바람과 이성적인 선비정신이야말로 한국문화의 참모습이 아닐 수 없다. 세계적으로 아직도 효(孝)와 충(忠)의 정신이 제대로 남아있는 나라는 그나마 우리나라뿐이다.

 

아무리 세월이 흐르고 시대가 바뀌어도 그 본질과 근본은 없어지거나 쉽게 바뀌지 않는다. 특히 문화는 우리의 삶, 그 자체이다.

 

이제 세계의 경제와 문화가 한반도를 포함한 아시아를 중심으로 흘러오고 있다. 막바지에 이르러 새로운 길을 갈구하고 고뇌하는 서구를 향해 아시아적 영감을 펼쳐보여야 할 시점이다. 특히 베세토(BESETO) 3 국은 아주 오래전부터 서로 동심원을 그리면서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그 중심 길목에 있는 연결고리가 한국이다.

 

이청승 경기창조학교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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