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원이 수행하는 각종 사업 중 하나는 지역의 전통문화를 발굴하고 보존하는 일이다. 수원문화원에서는 ‘장치기 보존 사업’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장치기는 오늘날의 필드하키와 유사한 경기로 삼국시대부터 행해진 격구에서 유래된 것으로 보인다. 적당한 길이의 끝이 굽은 장(막대)을 사용한다 해서 ‘장채놀이’라고도 하며, 짚 덩이를 뭉치거나 소나무의 옹이를 깎아 만든 공을 갖고 놀이를 한다는 점에서 ‘얼레공치기’라고도 부른다.
‘고려사절요’, ‘경국대전’,‘무예도보통지’ 등과 같은 사료에 보면 장치기는 흔히 격구라 표현돼 있으며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았는데, 고려 때는 여자들이 이 놀이를 할 때 치장이 너무 호화스러워 나라에서 중지를 시키기도 했다고 한다.
요즈음 인기리에 방영되는 사극 ‘무신’에서 보듯 장치기는 초기에 군사들을 훈련시키기 위한 경기로 행해졌다. 그러던 것이 점차 시간이 흐르며 단순한 대중적 전통 놀이로 변하게 되었다. 일제 하인 1931년 2월 5일 수원군 서탄면 황구지천에는 전국에서 찾아온 수천의 인파들로 북적거렸다.
‘전 조선 얼레공대회’에 참가한 선수단과 이들을 응원하거나 경기를 즐기기 위해 나온 사람들이 그만큼 많았다는 것으로 장치기가 대중적 놀이 혹은 경기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수원장치기는 타지방에서 보기 힘든 특색이 하나 있다. 경기에서 지게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경기장 양편에 지게 2개를 세워 골문을 만들고 지게 작대기(장)를 이용해, 짚을 단단히 묶은 뒤 헝겊으로 싼 얼개공을 상대편의 골문에 넣는다.
경기는 주로 마을대항으로 이루어진다. 장치기에서 이길 경우 풍년이 들고 질 경우 흉년이 든다는 인식 때문에 경기가 벌어지게 되면 각각의 마을은 농악으로 구성된 두레패를 동원하여 흥을 돋우고 사람들은 목이 터지도록 응원의 함성을 질러댄다.
경기 후에는 승패에 따라 선수들끼리 동물의 흉내를 내게 하거나 비단 옷을 입은 여자로 분장시키는 등의 익살스런 벌주기와 무동을 태워 길놀이를 하는 상주기 놀이가 이어졌다.
겨울에 부족한 운동량을 보충하기 위해 놀이로서 행해졌던, 선조들의 삶의 지혜가 녹아있는 장치기! 마을의 화합과 친목, 대동단결의 방편으로도 사용되었던 그 장치기 놀이가 오늘날 사라지는 것 같아 안타깝기 짝이 없다.
이러던 차에 필자가 원장으로 있는 수원문화원에서는 제56회 수원시 체육대회 기간을 이용하여 수원장치기를 시민들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이를 통해 장치기가 건전한 여가 놀이문화로 정착되길 기대해본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